1955년, 천재적인 총기설계자인 유진 스토너가 AR-10이라는 소총을 완성하였다. 7.62mm 탄을 사용하는 AR-10은 경량화에 중점을 둔 총기였다. 강화플라스틱과 항공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져 무게는 3.3kg 정도에 불과했다. 1956년 미 육군은 AR-10를 시험 평가했지만, 설계방식만큼이나 혁신적인 외관을 갖고 있던 탓에 손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AR-10
AR15s (Colt 6920)
AK소총탄과 AR 소총탄
그러자 1958년 AR-10을 더욱 소형화한 AR-15이라는 소총이 만들어졌다. 500야드 거리에서 강철헬멧을 관통할 수 있는 22구경 소총을 개발해달라는 미 육군의 의뢰에 따라 개발된 것이다. AR-15은 ‘.223 레밍턴’이라는 소구경 경량 탄환을 채용하여 총기 무게와 사격 시 반동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하지만 보수적인 미군 수뇌부는 AR-15를 채용하지 않았다
대표적인 AR-15 계열 소총인 M16A1
혁신적인 총기를 개발했던 아말라이트사는 미군에 판매가 좌절되자 AR-15의 권리를 미국 최대의 총기제작사 콜트에 매각했다. AR-15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던 콜트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총기를 판촉 하기 시작했다. 보수적인 육군은 쉽사리 움직이지 않았지만 군 전반에서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1961년 미 공군 참모총장인 커티스 르메이 장군은 AR-15를 기지 방어용으로 8만 정을 도입하고자 했고, 1962년 ARPA(국방과학연구소)에서는 1천 정의 AR-15를 구입하여 베트남에 군사지원물자로 보내 그 성능을 시험 평가했다. 베트남으로 보내진 AR-15의 실전 성과는 미군 특수부대원들에 의해 분석되고,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엄청난 살상력으로 인해 이 총에 사살된 적군 병사들의 사진은 1980년대까지 군사기밀로 분류되어 공개되지 않았다고 한다.
베트남 전쟁이 진행 중이던 1966년 미육군 병사가 XM16E1 소총을 청소하고 있다.
1963년 미 국방부는 드디어 AR-15를 구매했다. 미 공군이 4군 중 가장 먼저 신형소총을 채용하여, 1963년 말부터 AR-15는 M16이라는 군 제식명칭을 부여받았다. 한편 미 육군은 XM16E1이라는 개량형을 발주하여 베트남 전쟁에 투입하였다. 결국 이 총기는 M16A1이라는 명칭으로 미군의 제식소총으로 채용되었다. 그런데, ‘획기적인 신무기’라던 M16도입은 베트남 전쟁 초기에 커다란 실패로 비춰졌다. 대부분의 소총이 전투 중에 고장불량을 일으켜 많은 병사들이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 ‘M16 스캔들’은 미 의회의 국정조사까지 거쳤는데, 대략 아래의 문제가 지적되었다
원래 M16은 미군이 야심 차게 개발하던 차세대 보병무기인 SPIW(특수목적 개인화기)를 채용하기 위한 과도기 소총이었다. 그러나 AR-15에서 진화한 M16은 과도기에 그치지 않고 진화를 계속했다. 노리쇠 전진장치 등 개선사항이 반영된 M16A1이 이미 베트남전쟁에서는 주력소총이 되었다.
M16의 길이를 줄인 XM177 시리즈가 등장하여 베트남 전쟁에서 특수부대원들에게 애용되었다. 이외에도 M203 유탄발사기를 장착한 모델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우리 군도 월남 파병을 통하여 2만7천 정의 M16을 공여 받았을 뿐만 아니라, 1974년부터는 아예 면허생산을 시작하여 무려 60만 정에 가까운 M16 소총이 생산되었다.
한편 M16의 도입으로 NATO 회원국을 포함한 서방국가들은 5.56x45mm 탄환을 제식 채용하게 되었고, M16과 유사한 개념의 경량 자동소총들이 각국에서 개발되었다. 그리하여 5.56mm는 NATO 표준탄환으로 채택되었는데, 미군의 M193탄환이 아니라 벨기에에서 개발한 SS109탄환이 선정되었다.
(Left to right) M193 Ball, M855 Ball, Black Hills 77-Gr. MatchKing
살상력이 높은 신형탄환은 미국에서도 M855란 이름으로 채용되었고, 이 신형탄환을 발사할 수 있는 M16이 등장했다. 바로 M16A2이다. 미 해병대는 1982년 M855탄과 M16A2를 도입하여 전군에서 가장 최초로 A2 모델을 도입했다. 물론 육군도 M16A2를 제식 채용하여 파나마전쟁이나 1차 걸프전에서 M16A2는 주력소총이 되었다.
M16A2
M16A2는 총기의 발사방식에서 자동기능을 제거한 대신 3발씩 발사가 가능한 3점사 기능을 채용하여, 전투시 탄환낭비를 막고자 했다. 3점사 기능은 반면에 긴급한 상황에서 자동으로 발사할 수 없다는 단점 때문에 많은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점사 기능을 제거하고 원래대로 안전-반자동-자동 방식으로 발사되는 M16A3 모델이 나왔고, 미 해군의 SEAL팀이나 기지보안병력 등이 채용하기도 했다.
M16A3
한편 피카티니 레일이라는 총기결속기구가 등장하면서 M16은 또다시 진화한다. 바로 M16A4의 등장이다. M16A4는 A2와 동일하지만, 그 유명한 운반손잡이가 제거되는 총몸을 가지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여기에 M5 레일 총열 덮개가 결합되어 M16A4 모듈러 보병무기체계로 진화했다.
M16A4
M16A4를 들고 조준하는 병사
M4 소총
한편 2010년부터는 미 육군에서 M16A2를 대신하여 M4 카빈이 주력소총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이 M4 카빈도 결국 M16의 파생형이다. 약 80%의 부품이 M16A2와 호환될 정도다. M16의 전설은 21세기에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