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들어 보자니 달빛이 교교하고 (擧頭望月色皎皎)
벽에 기대 듣자니 벌레소리 낭랑타 (側倚聽蟲聲朗朗)
철창에 의지하여 울기를 토했더니 (依鐵窓吐口鬱氣)
온몸에 끓는 피가 천길을 솟는구나 (滿腔血沸騰千丈)
-강준식 역-
* 몽양 선생이 지은 이 한시는 그의 절친한 친구이자 동지였던 화가 김진우 옹으로부터 대구 유한종 옹이 얻어 지니고 있던 시고(詩稿)를 1992년 5월, 본회 상임고문 이기형 선생이 다시 필사하여 본회에 알린 것입니다. 시의 제목과 내용으로 미루어 몽양 선생이 이 한시를 지은 것은 그가 상해에서 일본 헌병에 압송되어 대전형무소에 수감되었던 1927-32년 사이의 작품인듯 합니다.
<당원들이 묻거든>
정치인과 인민은 생각이 다르다네 (Politician and the people do not have the same thing in mind)
명예욕 묻지마는 내 마음 비운 것을 (When they come to me and ask for glory, empty in my mind)
이 몸이 어디 있나 당원들이 묻거든 (If my party members ask about my address)
황야를 헤매이며 탄식한다 전하게 (Tell them I am lamenting in the wilderness)
-강준식 역-
* 몽양 선생이 지은 이 시의 원제(原題)는 모릅니다. 이 한시는 내가 <적과 동지>를 집필하기 위해 미공문서 기록보관소에서 문헌을 뒤지던 중 발견한 것으로써, 한시의 원문은 기록되어 있지 않고, 다만 당시 미군정 G-2 요원이 영어로 그 뜻을 어설프게 옮긴 것만 볼 수 있었습니다. 원문이 발견되지 않은 것이 유감입니다.
이 한시가 발표된 시점은 여운형 선생의 근로인민당과 박헌영의 공산당이 합당결의를 하던 1946년 8월 16일입니다. 당시 여운형 선생은 공산당과의 합당을 반대하면서 근로인민당 당수직 사임의 뜻을 밝혔으나, 이미 공산당에 의해 근로인민당 중앙위원의 상당수가 포섭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날 합당안은 찬성 48표(공산당계), 반대 31표(여운형계)로 가결되고 맙니다. 여운형 선생은 근로인민당이 공산당에 흡수되는 것을 개탄하면서 이 한시를 썼고, 여운형 선생의 심경을 밝힌 이 한시가 장건상에 의해 중앙확대위원회 논의현장에서 발표되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