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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D YOU KNOW?
2006년 국가대표로 선발돼 도하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고 이듬해 한국LPGA투어에 데뷔했다. 프로 데뷔 첫 해 1승을 거두면서 신인상 후보로 지목되었지만 국가 대표 라이벌인 최혜용에게 밀렸다. 09년엔 ‘절치부심’으로 4승을 거두면서 서희경과 투 톱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는 1승과 상금 랭킹 4위로 주춤했지만 올해 6월 칸타타오픈 우승 이후 약 한달 뒤 미국LPGA투어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연장 끝에 정상에 오르면서 한국 선수로는 5번째(박세리, 김주연, 박인비, 지은희)로 우승했다.
지독한 근시 화려함의 이면
“코앞 밖에 보지 못했습니다. 눈앞의 결과, 상황에만 전전긍긍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녀는 ‘지독한 근시’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녀는 늘, 피니시 라인을 첫 번째로 통과하는 경주마였다고 할 수 있다. 골인 지점을 향해 앞만 보고 질주하면 언제나 1착이었고, 얻지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마음먹은 것을 실패해 본 경험이 없었는데, 신인상,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대상을 눈앞에서 놓치면서 주변의 많은 시선과 기대에 부흥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으로 매번 반복되는 경쟁에서 숨 쉬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현실에 대한 불만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안고 치열하게 꿈꾸어야 하는 상황이 힘들었습니다.”
그걸 슬럼프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녀에게는 그 이상이었던 것 같다.
“슬럼프라고 말하는 것은 자신의 위안을 위한 말이라고 생각해요. 조금 게을러지고 나태했던 것 같아요. 문제는 나태한 내가 싫다고 말을 하면서도 그 게으른 일상에 익숙해져서 안주하면서 그걸 즐긴 것이 문제였던 것 같아요.”
슬럼프는 외부적인 큰 자극이 해결책이기도 하다. 누군가 큰 자극을 주지는 않았을까?
“어쩌면 늘 있었지만 그 자극을 자극으로 받아들이고 생활의 실천으로 옮기는 노력이 없었을 수도 있죠. 자극을 깨닫고 노력하지 않으면 자극이 아무리 많아도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나태에서 벗어날 때는 코끝에 스치는 바람에도 삶의 의욕을 찾고, 그렇지 않다면 옆에 벼락이 떨어져도 늘 같은 상태이기 때문이죠. 욕심 많고 꿈꾸기를 좋아하던 제가 언젠가부터 현실에만 안주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이신 프로가 추천해준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을 읽으면서 많은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내용 중 ‘개나리는 개나리대로 동백은 동백대로 꽃도 저만의 만개 시기를 잘 알고 자신의 계절이 오기를 기다리며 준비를 하고 있다’ 라는 구절을 읽었습니다. 그걸 읽으면서 나는 이른 봄에 피어나지 못해 안달 내고 조급해 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안 좋은 결과엔 불안과 초조함이 밀려왔고 그 순간을 위로한답시고 현실에 안주하려고만 했어요. 그래서 결심했죠. 다소 늦더라도 내 계절이 오면 여느 꽃 못지않은 화려한 기개를 뽐내기 위해 준비하고 있자고. 그래서 근시에서 벗어나기 위해 욕심 많던 내 자신을 잃지 말아야겠다고 마음먹게 됐습니다.
디딤돌 위기를 기회로 삼다
그녀는 2008년의 신인상, 이듬해 한국LPGA 대상도 라이벌에게 내주면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변화의 핵심은 ‘스윙’이었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을 때 독하게 몰두하는 용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때론 그 과정에서 오는 불확실한 두려움, 결과에 대한 책임이 용기를 흔들기도 하죠. 하지만 기회로 만들고 싶었어요. 더딘 것을 염려하지 말고, 멈출 것에 대해 염려하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자연스럽게 다가오게 될 것이라고 믿으면서 말이죠.”
스윙에 변화를 주면서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했고, 그럴 때면 골프에서 한 발 물러서기도 했다.
“학교 친구와도 어울리고, 학업에도 열중하다보면 골프에서 받은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평범한 대학생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됐죠. 365일 골프에만 매진한다면 지겹고 지쳐서 행복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공부와 골프를 다 하기에는 시간이 없다고 말하지만 바빠야 오히려 시간이 난다고 생각해요. 시간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죠. 내가 그것을 제대로 사용하느냐 못하느냐의 문제입니다. 한가할수록 쓸 수 있는 시간이 더 생길지 몰라도 치밀한 시간 관리의 의지가 줄어들기 때문에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일이 자주 벌어집니다. 공부를 하다보면 스스로 더 체계적으로 움직이게 돼서 골프 연습에도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역설적이지만 바빠야 하고 싶은 일이 소중해지며, 발을 뺐을 때 절실해지는 법이다.
리듬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변화
‘지금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얼마나 당당할 수 있을까? ’그녀가 반복적으로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변화를 주기 전에도, 변화를 주면서도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독하게 몰두해 위기를 디딤돌로 만들 용기를 냈을지라도 언제 어디서나 나태해질 유혹의 손길은 많더라구요. 그래서 스스로에게 긴장을 늦추지 말고 부단히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갖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미래의 달콤함과 편안함을 상상하며 끊임없이 반복되는 고통을 감수하자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마음 먹은대로 되지는 않았다. 노력했지만 성과는 보이지 않았다. 그럴 땐 단순히 결과에만 집착해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부러워하지 않으면 지는 거죠. ‘부러우면 지는 거다’라는 말은 결국 순간의 위안에 그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부러워할 만한 상황이나 대상이 생기면 상대의 성취를 깎아내리는 ‘질투’보다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그것 자체를 자극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선망’하는 것이죠.”
이런 자세는 그녀가 비록 연장전에서 우승을 하지 못했을 때도, ‘승’과 ‘패’에 초점을 두기 보다는 경험을 통해 얼마나 성장했느냐를 생각하는 데까지 이르게 했다. 질투 대신 선망으로 다른 사람의 성취를 인정하고, 존중할만한 점을 찾아 배우려고 했다.
“부러워할 대상을 부러워했고 내 시간을 그 선망에 다가가기 위해 사용하려고 노력했죠. 미래의 나에게 미안하지 않도록 말입니다.”
카르페디엠 오늘을 즐기고 또 다른 것을 준비한다
“제 나이를 인생 시계로 가정한다면 오전 6~7시 사이라고 합니다. 집을 나서는 순간이죠. 늦었다고 단정하고 포기나 좌절의 빌미를 만들어 의기소침해지기에는 이르죠. 오늘을 즐기려고 합니다.”
또 다른 좌절의 빌미를 만들지 않기 위해 그녀는 또 다른 것을 준비한다. 그녀가 요즘 연습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멘탈이다. 특히 멘탈도 습관화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마음을 먹고 목표를 정했으면 의심하지 말고, 뒤돌아보지 말고, 주위 사람에게 휘둘리지 말고, 목표를 향해 질주해야 합니다. 하지만 내 자신에 대한 믿음이 확고해야지만 가능한 일인 것 같아요. 그래서 비록 꿈이 구체적이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만큼은 구체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이제 더 먼 곳을 본다. 늘 그랬듯이 손에 잡히지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늘 웃음이 가득한 얼굴과 당당한 발걸음으로 한 발자국을 또 뗀다.
“알은 스스로 깨면 생명이 되지만, 남이 깨면 요리감이 된다고 합니다. 자기 세계에만 안주하고 있으면 무뎌지고 고루해지기 마련이죠. 지금의 나 자신을 뛰어 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취에 안주하지 않고 지금의 나를 뛰어 넘기 위해 늘 새롭게 만들고 가꾸고 다듬는 데 게을리 하지 않으려 합니다.”
SECRET Q&A
최근에 가장 크게 얻은 깨달음은? 주변에서 ‘모든 사람을 내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 하기 때문에 더 많이 상처받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 ‘욕심을 버리고 진심을 보여줬음에도 상처를 주면 애쓰지 말라’고 했다. 그 조언이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남들이 모르는 빈틈? 놀이기구도 못타고 공포 영화도 보지 못한다. 밤에 혼자 못 걸어 다니고 사람이 없는 곳에는 못 간다. 주변에서 겁이 많은데 경쟁과 긴장의 연속인 골프는 어떻게 하냐고 물을 정도다. 그리고 친구가 내 생일을 잊거나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면 토라지기도 한다. 또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거나 당황하면 멍청해진다. 알고 있던 당연한 것을 생각하지 못할 정도다.
또 다른 면은? 밤 문화에 대한 로망이 없다. 나이에 비해 연예인, 걸 그룹 이름, 골프 외적인 것에 대한 정보를 꿰뚫고 있지 않다. 관심은 있지만 잘 모른다. 시끄럽고 답답하고 복잡한 곳도 싫다. 자연이 좋다. 공원 걷기나 바다, 산 등을 즐긴다. 참, 교보문고 문구점에 가서 학용품을 사는 것이 스트레스 푸는 방법이기도 하다.
징크스는? 코치 선생님이 대회 당일 무엇이든 떨어뜨리면 성적이 좋지 않다고 한다.
꼭 해보고 싶은 것은?
배낭 여행.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1박2일 정도로 캠핑을 하고 싶다. 무인도로 간다면 충전기와 노트북, 냉장고를 꼭 가지고 갈 생각이다. 서른 살에는 결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