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는 성모 마리아를 믿는 종교가 아닌가요?"
- 어느 불교 신자와 나눈 대화
며칠 전 매장에서 불교신자와 종교적인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고객으로 와서 기다리던 중 매장 한 켠에 놓인 성경책을 이리 저리 보더니
말을 건네옵니다.
"천주교도 성경책이 있네요.성경책은 기독교 전용물인줄 알았는데.....
저는 천주교가 성모 마리아를 믿는 종교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가 보죠?
성당 마당 앞을 간혹 지나다 보면 마당 한 쪽에 성모상이 서있고 신자들이
그앞에서 절을 하며 기도하는 것을 자주 보아왔고,
또 평소에 잘 알고 지내는 천주교 신자 할머니도 염주같이 생긴 걸 들고
'마리아 어쩌고 저쩌고...'하며 기도하는 모습을 자주 보아왔거든요."
하던 일을 멈추고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성 고객에게 커피를 한 잔 권유하며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혹시 개신교 신자입니까? 종교에 관심이 많으시군요."
"과거 중고시절 기독교 계통의 학교를 다니며 기독교에 관해 약간 알게 되었지만,
기독교 신앙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집안 어른들이 몇 대째 불교를 믿고 있어 딱히 종교를 묻는다면 불교 신자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1년에 몇 차례는 부모님을 모시고 절에 가서 불공을 드리고 오거든요.
참 아까 '개신교'라 그러셨습니까? '기독교'가 아니고요?
개신교와 기독교가 같은 겁니까?"
"용어에 대한 설명이 좀 필요할 것 같군요.
기독교의 '기독( 基督)'은 '그리스도'의 한자식 표기입니다.
따라서 기독교라 함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종교 전체를 포괄합니다.
이를테면, 가톨릭(천주교), 프로테스탄트(개신교), 정교회 등 예수 그리스도를
하느님으로 고백하는 모든 종파를 일컫습니다.
가톨릭을 우리나라에서는 한자식 표현으로 천주교(天主敎)라고 합니다.
그리스도교의 하느님을 중국에서 천주로 번역한데서 비롯됩니다.
루터의 종교개혁 이후에 가톨릭에서 떨어져 나간 파를 세계 공통용어로
프로테스탄트(protestant ; 항의자 - 교황에 항의하는) 라고 표현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새롭게 개혁한 교회라는 뜻으로 개신교(改新敎)라고 부릅니다.
개신교 신자가 불교 신자나 종교를 믿지않는 사람에게 자신을 '기독교 신자'라고
표현하면 맞는 말이지만, 천주교 신자와 구분지을 땐 '개신교 신자'라는 표현을
써야 정확한 말이 됩니다."
"저는 기독교, 아니 개신교는 너무 배타적이고 신앙을 강요해서 싫습니다.
천주교는 분위기가 차분하고 아는 신자들도 착하고 겸손한 사람들이 많아서
평소에 호감을 갖고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물어 봅시다.
개신교 신자들은 왜 불교 신자나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자기 종교가 최고이며,
이에 따라 기독교 믿기를 강요하고,
믿으면 천당가고 안믿으면 지옥간다는 등의 극단적인 생각을 갖고 있습니까?
이 사람들 말대로라면 석가모니를 비롯한 예수 탄생 이전의 사람들과
이순신 장군처럼 우리 민족을 위해 훌륭히 살다간 사람들도 죄다 지옥 갔겠네요.
아무리 자기 신앙이 최고라 하더라도 이건 너무 심한 것 아닙니까?"
이쯤되자 신앙 전반에 걸쳐 요약 설명할 필요를 느꼈습니다.
우선 천주교의 기원과 천주교와 개신교의 구원관의 차이,
그리고 천주교와 불교의 차이와 성모 마리아 공경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고
싶어졌습니다.
"가톨릭의 창시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습니까?
"캐톨릭은 유대교에서 떨어져 나온 종교가 아닙니까"
"영어로 발음하면 캐톨릭(catholic)이 될 수 있는데 우리 천주교에서는 공식명칭으로
'가톨릭'으로 부른답니다."
"아, 그래요? 그러면 저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가톨릭이 유대교에서 떨어져 나왔다고 하면 완전히 틀리지도,
완전히 맞지도 않은 표현입니다.
가톨릭은 2천 여년 전 예수 그리스도가 인류 역사에 등장하여 직접 세우신
종교입니다.
예수님 이전의 성경인 구약 성경을 지금도 상당 부분 유대교와 공유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유대교와 깊은 연관은 있습니다만 ,
유대교의 전통을 들고 '떨어져 나온' 종교는 아닙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정점으로 하는, 완전히 새로운 종교의 탄생으로 보아야 합니다."
"예수께서 직접 천주교를 창시하셨다는 말은 오늘 처음 듣습니다."
"그렇다면 전능하신 절대자이고 창조주이신 하느님께 대한 신앙과 천주교의 유래를
좀 설명해 드려도 되겠습니까?
"이왕 듣는 얘기 자세히 설명해 주시지요? 아주 유익한 것 같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지금으로부터 3~4천년 전(우리 나라로 치면 고조선 시대)인류가 미개한 고대국가 시대 때
만물과 인류를 오래 전 부터 창조하신 하느님께서는 인류를 사랑하시는 한 가지 이유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시면서 인류의 개명과 구원을 위해 인류 역사에 바로 개입하기
시작합니다.
그 때 하느님께서는 지구상 많은 민족들 중 유대민족 하나를 택하시어 당신을 믿고
따르게 하는 유일신 신앙을 계시하는 방법을 씁니다.
당시 자연과 우상 숭배에 젖어있던 유대인들이 하느님을 섬기는 신앙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기록한 책이 바로 '구약 성경' 입니다.
구약성경을 보면 모세를 비롯한 수 많은 예언자들을 통해 하느님께서는 십계명 등
당신의 구체적인 가르침을 유대인들에게 내립니다.
이에 유대인들은 제대로 따를 때도 있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아
죄악이 넘쳐나기도 합니다.
이에 하느님은 유일신 신앙이 유대민족 사이에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직접 인류 역사에 등장하시어 좀 더 구체적으로 인류를 죄악으로 부터
해방시키고 이를 구원하시기로 작정합니다.
방법은 당신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인류에게 내려보내는 것이었습니다.
창조주께서 직접 사람의 몸으로 오시는 인류 역사상 미증유의 대사건이
일어나는 순간입니다.
지금까지는 계시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구원하시고자 했으나,
뜻대로 잘 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하신지 사람의 눈높이에 맞추어서
강생(降生)하신 것이지요.
그런데 이 예수 그리스도를 인류의 구원자(메시아),곧 하느님으로 받들어 모신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로 선동가로 매도하고 나아가 십자가에 못박아 죽인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예수를 하느님으로 받드는 신앙을 갖고 그 가르침을 따르는 공동체가 곧 가톨릭
교회를 이루며, 오늘 바로 저에게도 2천년이란 시공을 초월하여 당시의 신앙이
그대로 전달되고 있습니다.
예수가 메시아, 곧 구원자가 아니라고 보고 십자가에 못박은 사람들은 아직도
메시아를 기다리고 있는데, 그 후예들이 현재 유대교 신자들입니다.
수 천년 전에 하느님께서 선택하신 민족이 바로 자신들이라고 지금도
선민사상(시오니즘)에 젖어 우쭐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볼 땐 아직도 꿈을 못 깨고 있지않나 여겨집니다.
신앙의 정통성도 매우 중요한데요,
당시 예수님의 수제자 베드로 사도가 제 1대 교황이고, 제 2대는 리노..... 오늘날 제 265대
베네딕토 16세 교황에 이른 계통보가 2천년 이상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가톨릭교회가 생긴지 천년 후에 정교회가 떨어져 나갔고 또 5백여년 후에
지금의 개신교가 떨어져 나갔습니다."
" 근데요......
하느님은 유일한 분이라 해놓고선 인간의 개념인 '외아들' 예수는 또 뭡니까?
인간이 어떻게 하느님이 됩니까? 아니, 하느님이 인간이 되셨다고 했습니까?
헷갈리네요.....
설명은 차근 차근 하신 것 같은데 상식적으로 더 이상 이해할 수 없네요."
"삼위일체(三位一體)라는 천주교 신앙의 핵심교리를 이해하지 않고는
풀 수 없는 당연한 의문점입니다.
절대자 하느님은 한 분 뿐이지만 성부,성자,성령의 3위격이 한 분을 이룬다는 것이
삼위일체 교리인데,인간의 이성으로서는 정확히 시비를 가리기 어렵습니다.
여기서 부터는 소위 '믿어야만'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이른바
신앙의 신비영역에 속합니다.
오늘은 제가 선생님께 정통 가톨릭교리 전반을 설명하는 자리가 아니므로
이쯤 해두면 좋겠습니다."
"그 다음 천주교와 개신교의 구원관의 차이를 말씀드리겠습니다.
2년 전에 김수환 추기경께서 돌아가셨을 때 언론을 통해 선종(善終)이란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말 그대로 착하게 살다 삶을 마쳤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개신교에서는 목회자나 신자가 죽으면 소천(召天)했다 라고 표현합니다.
하늘 나라로 불려갔다. 뭐 천당갔다 라고 새길 수 있겠네요.
천주교는 믿음과 함께 그에 따른 행동을 중히 여기는 관계로 신자가 죽더라도
무조건 천당간다는 장담을 못합니다.
살아 있을 때의 행실에 대한 하느님의 심판 영역이 존재한다고 보기 때문이지요."
"우리 불교에서 말하는 업보(業報)나 인과응보(因果應報)와 비슷하군요."
"예, 행위에 대한 결과나 심판을 생각하면 그럴 수 있겠네요.
그런데, 개신교는 예수님을 믿기만 하면 구원된다는 구원관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신자가 믿다가 죽으면 당연히 천당간다고 생각하기에 이르지요.
초기 종교 개혁가 루터가 '오직 신앙만으로!'라는 구호가 지금도 개신교회에
메아리 치기 때문으로 보여집니다.
사후 세계를 놓고 볼 때 천당, 연옥, 지옥으로 나누는 반면,
개신교는 천당과 지옥 두 가지만 구별합니다.
연옥은 사람이 살아 생전에 지은 죄과 중 지옥에 갈 만큼 큰 대죄를 짓지 않았을 경우에
이를 뉘우치고 참회하고 보속하는 곳입니다. 천당 가기 위한 준비 단계라고
보면 됩니다.
사실 연옥 교리는 평범한 우리들에게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모릅니다.
성인군자가 아닌 대다수의 사람들이 일생동안 양심과 신앙에 어긋나는 크고 작은 행동을
얼마나 많이 저지르겠습니까?
연옥은 천국가는 티켓을 따놓은 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개신교는 천당과 지옥을 가는 기준이 예수를 믿느냐 안믿느냐로 한정하기 때문에
배타성을 띨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안믿으면 지옥에 갈 수 밖에 없으므로 무조건 믿어라.......
주위 지인들에게도 당연히 믿어라고 강요하는 분위기가 생기겠지요.
개신교는 계파가 너무 많아 일률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려우나,
적어도 성경구절의 자구해석을 중시하는 근본주의적 성격을 띤 교파는 대체로
이러한 구원관을 갖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러한 구원관을 고지식하게 적용하면 석가모니,공자같은 현자나 이순신 장군 같은
훌륭한 역사상 인물들도 예수를 안믿었으므로 지옥갈 수 밖에 없다는 논리로
귀결되는 것 같네요."
"개신교의 구원관을 상세히 설명해주시니 개신교 신자들의 배타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네요."
"그런데 예수님의 직접적인 가르침을 적어 놓은 것이 '신약 성경'인데요...
성경의 가르침을 소중히 여기며 열심히 기도하는 개신교 신자라면
믿음 뿐만 아니라 예수님의 사랑의 가르침도 행동으로 자연스럽게
옮기며 실천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겁니다.
도산 안창호 같은 우리 나라 개화기 때의 개신교 선각자들, 유관순 의사 등 참으로
존경할만한 훌륭한 분들이 많지요.
3.1운동 때 33인의 지도자 중 절반 이상이 개신교 신자였다지요."
"근데, 같은 예수를 믿는데 천주교는 개신교 같은 배타성을 왜 띠지 않는 것이죠?"
"막 말씀드릴 참이었는데......
간단히 말씀드리면, 양심에 따른 선한 행동으로도 구원에 해당되는 점수를 딸 수
있다고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양심이란 것을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심어주었는데 비록 예수님을 모르고, 또
그 직접적인 사랑의 가르침을 받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볼 때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한 것이나 매 한가지라면 그런 사람도 구원에서 배제할 수 없다는 논리지요.
아까 보신 성경책에도 이에 관한 명료한 가르침이 나와 있습니다.
천주교도 과거에는, 지금의 개신교 처럼 배타적이지는 않지만 '교회 밖에 구원이 없다'는
등의 다소 폐쇄적인 구원관을 가진 적이 있었습니다.
20세기들어 1960년대 '제 2차 바티칸 공의회'라는 전체 교회 회의를 열어 타종교와
다양한 인류의 문화를 존중하며 지금과 같은 열린 구원관을 견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꼭 천주교를 안 믿어도 구원될 수 있겠네요?
이 때문에 천주교 신자들이 '성당에 가자'고 다른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권유하지 않는 걸까요?"
"이 가르침 때문에 그렇지는 않다고 봅니다.
믿음과 함께 행동을 중히 여기기 때문에 '무언의 선교'를 하는 분들이 많아서라고 봅니다.
착하게, 열심히 살면 주위에서 자신이 천주교 신자임을 알 것이고 자연스레
선교가 된다고 보고 적극적으로 말로써 권유하는 편을 소홀히 했다고나 할까요.....
교회의 지침은 행동과 함께 말로써도 적극적으로 선교하길 권장합니다.
한편 가톨릭교회는 양심의 법인 자연법 사상이나 모든 종교가 동등한 입장에서
다 구원 받는다는, 소위 종교 다원주의 또한 매우 경계합니다.
사실 양심이라는 것도 사람이 살아온 환경(사회화 과정)이 제 각각 다르므로
기준이 모호합니다.
종교도 피조물인 인간이 만든 것도 있고, 교주가 사리 사욕을 채우는 사이비 종교도
얼마나 많습니까?
하느님이 직접 인류에게 오셔서 세우신 것으로 믿는 우리 천주교 입장에서 봤을 때
당연히 똑같은 가치를 지닌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타종교와 다른 문화에서 보여지는 선하고 참된 부분을 이해하고 존중한다는 차원으로
해석하면 될 듯 싶습니다.
이런 표현은 어떨까요?
판검사가 되기위해선, 학력 제한은 없지만 상식적으로 볼 때 좋은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열심히 노력해서 사법시험에 합격해야만 갈 수 있지 않습니까?
고 노무현 대통령처럼 상고 나와도 갈 수 있고 검정고시 독학을 해도 갈 수 있으며,
또 법학 전공하지 않고 공대 나와서 독학으로도 갈 수는 있지만
정규 법대나 로스쿨에서 공부하는 것 보다는 얼마나 어렵겠습니까?
마찬가지로 하느님께서 인류 구원을 위해 세우신 '구원의 학교' 가톨릭 교회에서
정통으로 구원에 관해 배우는 것이 스스로 독학하거나(양심), 공인되고 검정되지 않은
사설 학원에서 배우는 것 보단 훨씬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선생님은 불교와 개신교를 어떻게 보십니까?"
"이야기가 꽤 길어지네요.괜찮겠습니까?"
"예. 재미있네요. 계속 말씀하세요."
"불교는 사실 제가 깊이있게 공부를 해 보지 않아서 잘은 모릅니다만,
부처님의 가르침은 여태까지 들은 것만 봐도 참으로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본성에 기초한 이기심과 욕심을 버리고 자비를 베풀어라'고
간단히 가르침을 요약하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부처님의 자비는 예수님의 사랑과 통하는 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 부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실천한다면 매우 바람직하고 훌륭하리라 생각합니다.
불교는 근본적으로 '깨닫는' 종교라고 생각합니다.
역사상 실존 인물인 석가모니(인간이므로 피조물이지요)께서 홀로 고된 수행을 통해서
껍데기 자신을 버리고 진정한 자아를 찾는 구도의 길을 걸으셨고 마침내
진정한 인생의 행로를 깨닫고 제자들에게 똑 같은 방식으로 깨닫기를 바라셨습니다.
인간적으로 봤을 때 심오하면서 깊이가 있지만 한편으로 어려운 방식의
종교라고 생각합니다.
불공을 드려보지 않아서 그 영험함을 깨닫지는 못하지만 기본 원리가
불자들 스스로 노력해서 깨달음의 경지로까지 가는게 최종 목표인 것 같습니다.
외람되지만 이런 비유를 들고 싶군요.
대구에서 서울까지 가는 방법의 경우의 수는 많지요.
요즘 많이 이용하는 KTX도 있고 옛날 방식으로 걸어서 가는 방법도 있고....
최종 목적이 구원이라보고 도착지가 서울이라 보면,
문명의 이기의 총아인 KTX쪽이 빠르고 편안하고 확실하겠지요.
걸어서 자력으로 갈 수 있지만 너무 힘들겠지요.
뭐 건강을 생각해서 걷고 산천 초목을 감상하며 여유를 즐기기위해, 즉 다른 목적으로
간다면 걸어서 가는 것도 좋은 부분이 있지만 최종 목표를 생각한다면 당연히
KTX를 선택하겠습니다.
천주교 신앙은 근본적으로 은총(하느님의 선물)의 신앙입니다.
단순히 인간적인 시각으로만 본다면 은총이란 '공짜'를 뜻할 수도 있습니다.
불교의 수행과정에 비긴다면 어찌보면 매우 쉬울 수도 있습니다.
천주교는 인간의 자유의지에 바탕을 둔 인간적인 노력도 매우 중히 여기나,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은혜와 은총도 중히 여깁니다.
불교와 천주교의 신앙 방식이 다르고 구원의 목표도 달라서 동등한 항목으로
비교하기 참 어렵네요. 혹시 제 이야기가 불편하시다면 용서를 바랍니다."
"우리 스님이 들으시면 한 말씀하시겠지만 저도 불교 경전을 선생님이 성경 대하듯
그렇게 해 본적이 별로 없어 깊이 있게 모릅니다.
어렵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아까 말씀하신 것 처럼 자비와 사랑이 비슷해서
양쪽 다 이를 잘 실천한 신자들이라면 결과는 비슷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도 그 부분에서는 동감입니다만,
최종 구원에 관해서는 하느님만 하시는 영역이므로 조심스럽습니다."
"그리고 개신교의 등장은 하느님의 섭리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신앙을 분열시키고 잘 못 가르치는 오류도 적지 않지만 '종가집'인 천주교에
좋은 쪽으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봅니다.
종교 개혁 당시 일부 부패한 제도를 고치고 자체적으로 교회내 신앙 쇄신을 모색하였으며,
축소된 교세를 만회하기위해 예수회라는 걸출한 수도회를 통해 아시아와 아메리카 대륙으로
선교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지요.
오늘날도 평신도들의 위상 제고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고, 성경읽기, 자유기도 바치기 등
개신교의 장점이 천주교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원래 예수님 가르침은 전승(교회내 신앙 관습 및 각종 제도 등)과 성경,
두 가지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개신교는 종교개혁할 때 성경만 달랑 들고 갔거든요.
우리 입장에서 볼 때 불완전한 구원의 도구를 사용한다고 볼 수 있으나,
한편으로는 불완전한 것이라도 집중해서 키우고 있다고 생각되네요.
아무튼 천주교와 개신교는 삼위일체 교리 등 중요한 부분은 일치하고 약 60%
정도 전체 신앙을 공유합니다. 비록 갈라졌지만, 언젠가는 하느님의
섭리와 은총으로 일치를 이루리라 생각하며 그 때까지 형제로 잘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선생님은 개신교에 대해서도 포용력 있게 좋은 쪽으로도 많이 보시네요."
"우리 가톨릭 교회의 기본 방침을 따른 것 뿐입니다."
" 마지막으로 성모님 부분 말씀드릴께요.
성모님은 예수님을 낳고 기르시는 등 하느님의 인류 구원 사업에 매우 큰 역할을 하신 분이고,
하느님 뜻에 당신의 일생을 바쳐 순명한,인간으로서는 가장 모범적인 신앙을 한 분이기에
후대의 우리가 무척 따르고 공경하는 분입니다.
신앙의 대상으로 흠숭하는 하느님과는 차원이 전혀 다릅니다.
성당에 있는 성모상앞이나 묵주로 기도하는 것은 '성인들의 통공'이란 교리에 근거해
도움을 청하는 것입니다.
우리 각자도 하느님께 직접 기도하고 매달리지만 성모님께도 도움을 청해
대신 기도해 달라는 것이지요."
"아하, 그렇군요. 그 내용을 모르는 제 3자가 얼핏 보면 성모님을 믿는다고
오해할 수도 있겠군요."
"오해가 아니라 개신교측의 무지나 악의에 찬 중상 모략이 그러한 생각의 진원지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손님의 경우도 과거 학창시절 때 개신교 계통을 다녔으므로 자연히 그런 영향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참으로 오늘 많은 것을 알았습니다.
사십 몇 년간 살아오면서 1~2시간에 천주교에 관해서 이만큼 많이 배운적이 없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뇨, 제가 더 감사합니다.
타종교에 대해 이렇게 까지 시간을 내서 이야기를 들어 주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지나가는 길에 종종 들러 커피나 한 잔 하고 가십시오."
"예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첫댓글 한번 읽는데 점심시간이 다 지나가네요.
천주교신자인 저도 몰랐던 부분이
참 많은것 같습니다.
너무 길어서 시간을 따로내어 읽어봐야 겠습니다.
참 유익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다들 이정도의 천주교에대한 지식만 있어도 어디가서 휘둘리지 않을텐데...
성당에 오래 다니다 보면 대충은 알고있는 내용인데 구체적으로 또는 이렇게 체계적으로 잘 설명하는게 어렵습니다
오늘 새로히 하나 배웠내요 프로테스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