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바람으로 꽃잎이 휘날리는 것을 보며 관련 시(飛花)를 찾아 보다|우리집안 자료
내가 인천 부평 삼산동으로 이사 온지가 만 4년이 되었는데 딸아이를 위해서 였다. 이제 손자 손녀가 학교에 들어가서 ,아들과 같이 살려고 이사를 하게 되었다. 처음 왔을 때는 별로 정이 들지 않았으나 사오월이 되니 집 주위에 산수유꽂 벗꽃 매화 살구꽂 앵두꽃이 만발하였다. 가끔 벗이 찾아 오면 집뒤 공원 정자에서 술잔을 나누기도 했다. 이제 미쳐 피지 않은 꽃을 여기서 보지 못하고 떠나게 되었다. 몇일전 벗꽃이 만발하였는데 큰 바람으로 꽃잎이 날리는 것을 보고 飛花 시 몇편을 찾아 보았다. 무술년 4월 10일 취송헌에서 낙민 장달수 쓰다 飛花 詩 차례
*복건(福建)으로 부임하는 최 염사(崔廉使)를 전송하며 –가정 이곡 *궤안에 기대어[隱几] -계곡 장유 *장생 희직과 헤어지며[別張生希稷] -계곡 장유 *낙화(落花) -장유 *광원루운〔廣遠樓韻〕 -근재 안축 *종장 익재공의 시에 차운하다 - 급암 민사평 *김 참봉(金參奉) 성대(聲大) 에 대한 만사 중에서 -농암 김창협 *이장 지겸 에게 주다[贈李丈 之謙] -다산 정약용 *여몽령(如夢令) 을묘년 봄에 꽃구경하고 고기 낚으며 잔치하던 일이 생각나서 -다산 정약용 *아내에게 부치다 -정약용 *양 각교(梁閣校)가 반낭(潘閬)의 춘유편(春遊篇)에 화답한 것을 차운하다 -이규보 *춘감(春感) 2수 -이규보 *낭천현 객사에서 유제시(留題詩)에 차운하여[和狼川縣客舍留題] -임유정(林惟正) *춘일(春日) -정지상(鄭知常) *교서(橋西) -정추(鄭樞) *조 시중이 좌주를 청하여 잔치하는데 축하하다[賀趙侍中邀座主開讌] 성석린 *소우(小雨) 서거정(徐居正) *장현 하인가(長峴下人家) 김종직(金宗直) *이른 아침에 평교를 출발하여 점심때에 만마관에서 쉬다〔早發平橋午憩萬馬關〕 매천 황현 *가는 봄을 안타까워하다〔春歸有恨〕 -매천 *봄 저물어 가는데 산사에서 쓰다〔春晩題山寺〕 -매호 진화 *마상(馬上)에서 고향 사람 진사(進士) 왕계(王桂)를 만나다. -목은 이색 *흥취를 풀다. -목은 *가랑눈이 내리다. -목은 *낮에 앉아서 짓다. -목은 *즉사(卽事) -목은 *이백(李伯)의 〈제동계공유거(題東溪公幽居) *육언 시 -이색 *도중(途中)에 눈을 만나다. -서거정 *김자고(金子固)가 부친 시에 차운하다 -서거정 *해주(海州) 방 판관(房判官) 옥정(玉精) 을 보내다 -서거정 *납설(臘雪) -서거정 *꽃을 애석해하다 -서거정 *춘만(春晩) -서거정 *목천(木川) -서거정 *용두산(龍頭山) 절벽의 봄꽃 -서거정의 밀양 십경 중에서 *춘강곡(春江曲) -김세렴 *금악가(金樂歌) -상촌 신흠 *정시회가 광릉으로 돌아가려 한다는 말을 듣고 짓다[鄭時晦欲歸廣陵 聞而有述] 신흠 *산중의 즉흥[山中卽事] 4수 -신흠 *병이 많음[多病] -상촌 신흠 *중국 장수의 시를 차운함[次天將韻] -서애 류성룡 *덕은관(德恩館)에 홀로 앉아서 -교산 허균 *진부(珍富)에서 자다 -교산 허균 *남전일난옥생연(藍田日暖玉生煙)의 칠자(七字)를 운으로 삼아 무산(巫山) 장옥랑(張玉娘)에게 유증(留贈)하다
*퇴지 효이두(退之效李杜) -이익 성호사설 *봄눈〔春雪〕 -소재 노사신 *열마의 시내를 지나며〔閱馬溪行〕 - 송당 조준 *생각나는 대로 절구 여덟 수를 읊다[漫吟八絶] 정축년 -순암 안정복 *양산(梁山)에서 정보(鄭誧)의 황산가(黃山歌)에 차운하다. -약천 남구만 *송 시승(宋寺丞) 문중(文中) 과 함께 채 규정(蔡糾正) 극경(克敬) 을 찾아가서 박면(朴면)의 시에 차운한 두 수 -권근 *우연히 읊다[偶吟] -완당 김정희 *실제(失題) 4수 -완당 김정희 *조시중(趙侍中)이 좌주(座主)를 맞아 잔치를 하였다. 독곡(성석린) *은거하며 즉흥으로 짓다〔幽居卽事〕 -용헌 이원 *춘별곡(春別曲) 5수. -월사 이정귀 *유지사(柳枝詞) 5수 -월사 이정귀 *장현 아래 인가에서 짓다. 울산의 서쪽 삼십여 리쯤에 있다. 점필재 *지산(芝山)으로 이사와 살면서 시냇가에 제방을 쌓은 다음 그 위에 복숭아나무를 심고는 조지산 *연위사(延慰使)로 가는 현옹(玄翁)의 시에 차운하다 2수 -청음 김상헌 *고원(高原) 객사(客舍)의 판상(板上)에 있는 시의 운에 차운하다 2수 청음 김상헌 *사계서원(沙溪書院) 상량문 중에서 -청음 김상헌 *시골 어떤 사람의 환갑잔치에 차운하다 -청장관 이덕무 *학곡(鶴谷) 홍공 서봉(洪公瑞鳳)의 호 의 시에 차운하여 -택당 *늦은 봄도 다 저물어 갈 무렵 택풍당(澤風堂)에 앉아 있으려니 택당 *영월(寧越)의 김 태수(金太守) 수현(守玄) 에게 부치다. -택당 이식 *홍택방(洪澤芳) 영(霙) 의 집에서 권자정(權子淨) 오(澳) 을 만나 조금 술을 마셨는데 택당 *채지(採芝)에게 주다 -[최숙생(崔淑生)] *차운하여 오 부사(吳副使)와 작별하다 - [김인손(金麟孫)] *서울로 가는 이계헌(李季獻)과 작별하다 -[이달] *해운대(海雲臺) -신유 *성현의 한도 십영 중 *사제에서 비를 맞으면서 구호하다〔沙堤冒雨口號〕 -성현 *관음굴 앞 시냇가에서 달을 대하여 술을 마시다〔觀音窟前溪對月飮酒〕 -성현 *독불견〔獨不見〕 -성현 *귀성하는 형백을 전송하다〔送亨伯歸省〕 -회재 이언적 *강가의 늦봄〔江上暮春〕 -간송 조임도 *중선암〔中仙巖〕 -강한 황경원 *운석정에 오르다〔登雲夕亭〕 -황경원 *함안의 동헌 시에 차운하다〔次咸安軒韻〕 -금계 황준량 *성곽 남쪽의 봄날〔郭南春日〕 -동강 신익전 *낙엽〔落木〕 -무명자 윤기 *기미년 입하에 비로소 꽃이 피었기에2절 〔己未立夏始花偶成 二絶〕 -무명자 윤기 *삼가 큰형님의 시를 차운하다〔敬次伯氏韻〕 -문곡 김수항 *월 그믐날 감회가 있어 당시에서 한치요의 시를 차운하다〔三月晦日有感 次唐詩韓致堯韻〕 -김수항 *대흥사에서 구담을 지나 박연 폭포로 향하다〔自大興寺過龜潭向朴淵〕 -미산 한장석 *성여신의 계서록 중 *서평군 정자〔西平君亭子〕 -삼산재 김이안 *발연에서 돌아오는 길에 아름다운 곳이 있어 잠시 쉬다〔鉢淵歸路得佳處小憩〕 -김이안 *송산의 갠 눈〔松山晴雪〕 -소호당 김택영 *그믐날에 또 비가 내리다 2수 〔晦日又雨 二首〕 -암서 조긍섭 *삼가 차운하다 두흥 [伏次 斗興] -옥담 이응희 *백마강 가는 길에〔扶江途中〕 -옥오재 송상기 *옥전현에서 눈 내린 뒤에 길을 나서다〔玉田縣雪後發〕 -용담 박이장 *당시 집구로 답답함을 떨치다 -운양 김윤식 *조 부장의 환벽정에 쓰다〔題趙部將環碧亭〕 -월정 윤근수 *마포 지주 이 찰방 예성 에게 주다〔贈麻浦地主李察訪 禮成〕 -월정 윤근수 *〈태허루에서 왕 연장과 함께 읊다〔太虛樓同王年長賦〕〉-황홍헌(黃洪憲) *지규식의 하재일기 중에서
복건(福建)으로 부임하는 최 염사(崔廉使)를 전송하며 -가정 이곡 고당엔 구십 모친 무양하시고 / 高堂九十親無恙 고국은 삼천 리 길 까마득하고 / 故國三千路已賖 고삐를 잡고서 다시 민월의 먼 오지까지 / 按轡又窮閩粤遠 역정에 꽃잎 날리지 않는 곳이 없으련만 / 驛程無處不飛花 궤안에 기대어[隱几] -계곡 장유 궤안에 기대 말을 잊고 대하나니 푸른 산 / 隱几忘言對碧山 진초록 산허리 속에 깊이 숨은 사립문 / 松扉深掩翠微間 꽃잎이며 버들개지 뒤집히며 흩날리고 / 飛花落絮看顚倒 지친 새 한가한 구름 그냥 오고 가는구나 / 倦鳥閑雲任往還 장생 희직과 헤어지며[別張生希稷] -계곡 장유 점점이 날리는 꽃이파리 푸른 못 위에 쌓이는데 / 萬點飛花委碧池 올해의 봄도 다 가는 날 그대와 이별하는구나 / 一年春盡別離時 남촌 북촌 서로들 농사나 지으면서 / 南村北里桑麻地 늘그막에 왔다 갔다 함께 살아보자꾸나 / 杖屨相從歲暮期 낙화(落花) -장유 본래 지는 봄은 더욱 어여쁜 법이건만 / 自是殘春倍可憐 병든 뒤론 환희심(歡喜心)도 시들해졌소 / 病來歡意却茫然 바람 따라 날려 가는 만 점 꽃이파리 / 飛花萬點隨風去 나부끼는 봄빛이여 어디로 떨어지려는고 / 飄落年芳若箇邊 광원루운〔廣遠樓韻〕 -근재 안축 가는 비 부슬부슬 옥루에 뿌리고 / 細雨紛紛洒玉樓 산들바람 하늘하늘 갖옷에 부네 / 輕風陣陣上貂裘 난초 잡고 수계하며 새로운 음악 맞이하고 / 握蘭修稧迎新樂 곡수에 잔을 띄우며 멋진 놀이 만난다 / 曲水流觴集勝遊 뭇 새들 우는 소리에 봄 점차 깊어가고 / 啼鳥數聲春漸老 한 점 낙화에 객의 근심 더해가네 / 飛花一點客添愁 송추의 꿈 깨니 고향은 아득한데 / 松楸夢斷家山杳 또다시 황주를 도성이라 여기노라 / 却把黃州當帝州 종장 익재공의 시에 차운하다 - 급암 민사평 청실 홍실 초록 실 / 紅絲祿線與靑絲 갖가지 잡색 실을 어디다 쓸까 / 安用諸般雜色爲 내가 물들이고 싶을 때 마음대로 물들이니 / 我欲染時隨意染 내겐 하얀 실이 가장 좋아 / 素絲於我最相宜 두 번 세 번 정중하게 거미에게 부탁하노니 / 再三珍重請蜘蛛 앞길을 가로질러 거미줄을 둘러 쳐 주오 / 須越前街結網圍 꽃 위의 나비가 자만하여 날 버리고 날아가거든 / 得意背飛花上蝶 거미줄에 붙여 놓고 제 잘못을 뉘우치게 / 願令粘住省愆違 김 참봉(金參奉) 성대(聲大) 에 대한 만사 중에서 -농암 김창협 늦봄에 날린 꽃이 동음 마을 가득한데 / 春晩飛花滿洞陰 동풍이 꽃잎 불어 휘장 안에 들어오네 / 東風吹入繐帷深 한 잔 술을 평소처럼 권해볼 수 있을까 / 一杯可似平生屬 울먹이며 술병 잡고 권주가를 부르네 / 淚落提壺勸酒吟 이장 지겸 에게 주다[贈李丈 之謙] -다산 정약용 시냇가 집을 다시 지나면서 / 重過溪邊屋 나이와 덕 높으심을 깊이 알았다오 / 深知齒德尊 벗이 적어 문 닫고 앉아 있고 / 友稀仍閉戶 아우 늙도록 분가시키지 않았다네 / 弟老不分門 어린 대가 서장에까지 나 있고 / 穉竹侵書帳 진 꽃이 술독 안에 떨어진다 / 飛花入酒樽 백 년을 터놓고 사는 좋은 사이 / 通家百年好 변함없는 그 마음에 감복하였소 / 感念此心存 여몽령(如夢令) 을묘년 봄에 꽃구경하고 고기 낚으며 잔치하던 일이 생각나서 -다산 정약용 호상에 만춘 계절이 당도하니 / 湖上艶陽春至 보이느니 꽃은 지고 새잎이 돋아 / 滿眼殘紅軟翠 꽃구경하며 잔치하던 일 생각나서 / 細憶賞花筵 두 줄기 눈물이 흘러내리네 / 放下一雙淸淚 취한 것만 같은 / 如醉 취한 것만 같은 그게 벌써 십년 전의 일이로세 / 如醉曾是十年前事 아내에게 부치다 -정약용 하룻밤에 지는 꽃은 천 잎이요 / 一夜飛花千片 우는 비둘기 어미 제비 지붕 맴도는데 / 繞屋鳴鳩乳燕 외로운 나그네 돌아가지 못하고 있으니 / 孤客未言歸 어느 때나 침방에 들어 꽃다운 인연 맺어볼까 / 幾時翠閨芳宴 그리워 말까보다 / 休戀 그리워 말까보다 서글픈 꿈속에 본 그 얼굴을 / 休戀惆悵夢中顔面 양 각교(梁閣校)가 반낭(潘閬)의 춘유편(春遊篇)에 화답한 것을 차운하다 -이규보 이월 따스한 봄에 / 二月艶陽天 홀로 유상하니 마음이 한가하다 / 獨遊心悠然 떨어진 꽃 바람에 휩싸여 / 飛花逐風舞 어디로 날아가나 / 飄落阿那邊 강 버들은 푸르게 늘어지고 / 靑絲弄江柳 들 밭은 푸르게 펼쳐 있네 / 碧繡着野田 꽃다운 것 탐하여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으니 / 貪芳久未返 이슬은 축축하고 연기는 자욱하다 / 細露濕濃煙 아름다운 얼굴 얼마나 가랴 / 朱顔能幾時 한번 가면 다시 오지 못한다 / 一去不復還 높은 하늘은 만고에 푸른데 / 長天萬古碧 해와 달은 아득하게 걸려있다 / 日月悠悠懸 왕손은 오지 않는데 봄풀만 푸르고 / 王孫不至空春草 봄풀은 무정하여 봄이 절로 간다 / 春草無情春自老 예부터 좋은 일은 어긋나기 잘하여 / 由來樂事喜相違 꽃 시절 좋은 풍경 마음대로 볼 수 없네 / 辜負芳時風景好 동에서 오고 서로 가서 뜬구름 되었으니 / 東來西去作浮雲 천지에 등등한 육척의 몸일세 / 天地騰騰六尺身 제성이 아름답지만 머물기는 어려워 / 帝城信美亦難住 흰옷이 풍진에 찌드는 것 어찌할 수 없다 / 素衣無奈化風塵 그대는 못 보았나 진궁의 달은 의구하고 / 君不見陳宮月依舊白 번화하던 삼각은 황폐해짐을 / 三閣繁華已陳迹 후정에는 옥수의 빛 보지 못하고 / 後庭不見玉樹色 변수가 지금까지 흐르는 것도 보지 못했다 / 又不見汴河水至今流 인심이 한갓 스스로 한하지 / 人心徒自恨 버들 빛이 어찌 근심을 풀어주랴 / 柳色豈解愁 부귀 영화 바랄 것 없다 / 榮華富貴不須待 오후와 칠상이 어디 있는가 / 五侯七相亦安在 제 경공이 공연히 우산에서 울었다 / 景公虛哭牛山中 장공 영공이 죽지 않았으면 경공이 어찌 대신하였으랴 / 莊靈不死公何代 만사를 잊는 데는 술이 제일 / 破除萬事酒有功 어찌하면 중산에 취하여 누울까 / 安得醉臥中山中 월광 귀곡이 숭산을 찾지 못했다면 / 月光鬼谷未訪嵩 인간에 붙여 멋대로 유랑했으리 / 付與人間任轉蓬 그대와의 술 한잔 어찌 아끼랴 / 一樽何惜與君同 빈 산의 마렵총이 옛날의 왕공인데 / 空山馬鬣昔王公 남가의 한 마당 꿈 이미 자취 없어라 / 南柯一夢已無蹤 창포는 흰머리를 없애지 못하고 / 菖蒲未掃雪霜鬢 진흙은 용호 같은 영웅도 묻을 수밖에 / 泥土忍埋龍虎雄 흥 오른 휘파람에 자리엔 바람 돌고 / 興來長嘯座生風 장한 기운 가슴에서 터져 나온다 / 壯氣擘出胸懷中 본시(本詩)에 거듭 중(中) 자를 운(韻)으로 달았다. 원비 장군은 봉후(封侯)되지 못했고 / 猿臂將軍便不封 용상 이부는 부질없이 늙었다 / 龍翔吏部空老翁 천궁의 문이 잠겨 구름 비 몽몽하고 / 天宮鎖門雲雨濛 야차가 문 지키며 들여보내지 않는다 / 夜叉守閽兮不爲通 또 우르릉 쾅 북 울리며 뇌공을 달려 / 又聞轟磕震鼓走雷公 벼락이 불을 끌고 공중에 떨어진다 / 霹靂掣火落半空 십칠성이 은하수에 걸쳐 있어 각도가 되어 언제나 바라보이니 / 十七星跨漢爲閣道望不得窮 노동을 하늘에 올려보내 하막의 정기를 벨 필요 없다 / 不使盧仝上天斬得蝦蟆精 달이 겨우 차니 괴물 다시 살아나 / 及月輪纔滿怪物復生 형혹이 무슨 권세 있으며 태백이 무슨 공 있는가 / 未知熒惑何權太白何功 하늘이 이미 눈을 잃었으니 / 天已喪厥眼 천도가 어떻게 행해지리 / 天道何由行 용렬한 무리 시켜 와부가 우레처럼 울게 하고 / 使闟茸瓦釜雷鳴 군자에게 황종의 소리 없게 하고 / 使君子黃鍾無聲 모모에겐 난택의 향기 풍기게 하고 / 使嫫母蘭澤襲馨 서시를 버들 눈썹 찡그리게 한다 / 使西施柳眉嚬靑 하늘이 눈을 잃지 않았다면 / 天若不喪眼 굴원 가의가 어찌하여 마르며 / 屈賈胡爲兮枯其形 하늘이 눈을 잃지 않았다면 / 天若不喪眼 이백 두보가 어찌하여 그 정이 막혔으랴 / 李杜胡爲兮沮其情 돌아가자 이끄는 학 등의 나그네 / 歸去來乎相携鶴背客 함께 오두 영모대에 이르렀다 / 共到鼇頭瀛母臺 아 상양 비록을 정녕하게 받아서 / 恣商羊祕籙受丁寧 다시 하늘에 올라 성신을 짝하니 / 更升碧落配星辰 우림의 병장이요 엄한 천군이다 / 羽林兵仗嚴天軍 진 나라 피해 도원으로 가는 것 배우지 말라 / 莫學桃源苦避秦 어부가 내 맑은 시내 밟아 탁하게만 한다 / 漁人踏我淸溪渾 아미에서 사막 섬기는 것 배우지 말라 / 莫學峩嵋事思邈 다생에 걸쳐 벌레 떼 죽인다 / 多生坐殺虻蟲群 원하는 건 다만 한번 자미문에 들어가 / 唯願一入紫微門 현원 태상군을 받들어 뵙고 / 奉謁玄元太上君 한번 탁약 불어 화기를 고동하여 / 一吹橐籥鼓和氣 만인으로 하여금 순수한 기운 마시게 하는 것 / 下使萬人飮醰粹 화평하게 천주에 취한 듯도 하고 / 熙熙有如天酒酣 감로(甘露)의 일명이 천주(天酒)이다. 호탕하게 구준에 취한 듯도 하다 / 兀兀渾似衢樽醉 모든 병 씻어버리고 편안한 데로 들어가 / 洗盡痟癢入融怡 태고의 복희 헌원 시절 만들었으면 / 立作太古羲軒時 뜻이 있어도 이루지 못하니 아이들이라 / 有志莫遂是兒子 사람이 나서 장부가 된들 어디에 쓰랴 / 人生安用丈夫爲 춘감(春感) 2수 -이규보 봄빛 무르익어 마음 들뜨게 하고 / 春光蕩蕩蕩人情 바람은 꽃을 날려 편편이 나부끼네 / 風送飛花片片輕 어느 곳인가 발 걷힌 저 누대 속에 / 何處樓臺簾半卷 푸른 옷 입은 공자가 누워 생황 부네 / 翠衫公子臥吹笙 성 가득히 노래소리는 봄바람에 취하는데 / 滿城歌管醉春風 온종일 이 늙은이 찾는 이 없네 / 盡日無人訪老翁 누대 앞 한 그루 버드나무만이 / 唯有樓前一株柳 반가운 눈으로 창가에서 아양 떠네 / 解擡靑眼媚窓櫳 낭천현 객사에서 유제시(留題詩)에 차운하여[和狼川縣客舍留題] -임유정(林惟正) 안개와 연기 속의 궁벽한 고을 손하(孫何) / 縣僻煙霞裏 사면은 모두 첩첩 산봉우리 양반(楊蟠) / 亂山爲四隣 숲 속의 꾀꼬리는 낯선 손[客] 온다 울고 한유(韓愈) / 林鶯鳴訝客 담의 제비는 가지 말라 지저귀네 두보(杜甫) / 墻燕語留人 지는 해는 붙는 불보다 더 붉고 백낙천(白樂天) / 落照紅於燒 나는 꽃잎은 희기가 은과도 비슷하네 양반(楊蟠) / 飛花白似銀 시원한 바람 부는 북창 아래서 이백(李白) / 淸風北窓下 술 한 잔 기울이면서 가는 봄을 보내네 억지(億之) / 一酌送殘春 춘일(春日) -정지상(鄭知常) 맑게 갠 하늘아래 모든 물상 산뜻하네 / 物象鮮明霽色中 흥겨운 봄놀이로 우울한 회포 깨쳐 버리네 / 勝遊懷抱破忡忡 지는 해 머금은 강은 황금 물결 반짝이고 / 江含落日黃金水 바람곁의 버들개지는 흰눈인 양 나부껴라 / 柳放飛花白雪風 고향 산천은 천 리 밖에 머나 먼데 / 故國江山千里遠 술잔 앞 담소에 온갖 인연 잊었네 / 一尊談笑萬綠空 흥겨워 새 시 한수를 쓰려 하나 / 興來意欲題新句 붓 들어 적으려 하니 호기 모자라 부끄럽네 / 下筆慚無氣吐虹 교서(橋西) -정추(鄭樞) 다리 서쪽의 버들은 모두 꽃을 날리는데 / 橋西楊柳盡飛花 말 가는 대로 봄을 찾다가 해질녘이 되었네 / 信馬尋春到日斜 땅에는 대 그림자 가득하고 문은 반쯤 닫혔는데 / 滿地竹陰門半掩 시내 건너 저 정관은 누구 집인고 / 隔溪亭館是誰家 조 시중이 좌주를 청하여 잔치하는데 축하하다[賀趙侍中邀座主開讌] 성석린(成石璘) 선비를 잘 뽑았으니 비로소 좌주의 현명함을 알겠구나 / 得士方知座主賢 시중이 시중 앞에서 수 빌어 올리나니 / 侍中稱壽侍中前 하늘도 좋은 비를 내려 아름다운 손을 머무르게 하는데 / 天敎好雨留佳客 바람은 나는 꽃을 보내어 춤추는 자리에 떨어진다 / 風送飛花落舞筵 소우(小雨) 서거정(徐居正) 아침에 오는 가랑비가 더욱 보슬거리어 / 朝來小雨更庶纖 지는 버들개지와 날으는 꽃이 온 밭에 가득 찬다 / 落絮飛花滿一簾 90일의 봄도 이제 이미 저무는데 / 九十日春今已暮 앓은 뒤의 술잔을 힘없이 거푸 잡는다 / 病餘杯酒懶重拈 장현 하인가(長峴下人家) 김종직(金宗直) 울타리 밖에는 붉은 복사꽃과 대나무 두어 가지 / 籬外紅桃竹數科 부실부실 빗발은 가끔 꽃을 날린다 / ����雨脚閒飛花 늙은 첨지는 보습을 졌고 아이는 송아지를 탔나니 / 老翁荷耒兒騎犢 이것은 자미의 시 가운데 서암의 집일러라 / 子美詩中西崦家 이른 아침에 평교를 출발하여 점심때에 만마관에서 쉬다〔早發平橋午憩萬馬關〕 매천 황현 언덕을 치는 물이 평평하니 다리를 분별 못하겠고 / 拍岸溪平不辨橋 주막의 굴뚝 연기 실낱같아 한 줄기 길이 아득하네 / 店烟如縷一程遙 꾀꼬리는 또록또록 구르는 소리가 듣기 좋다 / 流鶯可意惺惺語 나비는 무슨 마음으로 정성스레 손짓하나 / 痴蝶何心款款招 산들바람에 날리는 꽃잎이 이마 앞을 지나가고 / 風細飛花纔過頂 드문 비에 가을보리는 허리만큼도 못 자랐네 / 雨慳宿麥未齊腰 관문의 역참 기둥에 시를 두루 써 붙이니 / 關門驛樹題詩遍 우습구나 미치광이는 늙으니 더욱 풍요롭네 / 自笑顚狂老更饒 가는 봄을 안타까워하다〔春歸有恨〕 -매천 복사꽃 살구꽃 향기 옅어지고 잎은 짙어지고 / 桃杏香殘綠漸稠 벌들은 한가롭게 흙담 머리에 오고 가네 / 懶蜂來往土墻頭 참으로 밉다, 세차게 흐르는 앞 시냇물이 / 生憎湍激前溪水 잠시도 쉬지 않고 꽃잎을 떠내려 보내다니 / 漂送飛花不暫留 봄 저물어 가는데 산사에서 쓰다〔春晩題山寺〕 -매호 진화 비 온 끝에 울안 뜨락 이끼들만 돋아난 채 / 雨餘庭院簇莓苔 인적 뜸해 낮인데도 사립문을 안 여는데 / 人靜雙扉晝不開 섬돌 위에 지는 꽃잎 한 치 남짓 쌓인 채로 / 碧砌落花深一寸 봄바람에 불려갔다 또다시 불려오네 / 東風吹去又吹來 조퇴암(趙退菴)의 시에 -위의 글 중에서 「부들빛 푸르디푸르고 버들빛 짙은데, 금년 한식도 지난해 마음일세. 취해 든 잠 관하의 꿈 기억도 못 하는데, 길 위로 날리는 꽃 무릎까지 쌓였네.〔蒲色靑靑柳色陰 今年寒食去年心 醉來不記關河夢 路上飛花一膝深〕」 마상(馬上)에서 고향 사람 진사(進士) 왕계(王桂)를 만나다. -목은 이색 평주의 서쪽으로 백여 리쯤 되는 곳에 / 平州之西百餘里 날 저물고 뿌연 먼지 하늘가에 날릴 제 / 日暮黃塵際天起 나그네 갑자기 고구려 친구를 만나니 / 征夫忽見高句麗 친구는 바로 왕씨 집의 아들이로다 / 故人乃是王氏子 평생에 멀리 왕 우군의 필법 사모하여 / 平生遠慕王右軍 붓끝으로 난정기를 능가하려 했는데 / 筆鋒欲掃蘭亭記 어찌하여 만리 먼 길에 말을 타고서 / 胡爲萬里跨征鞍 먼 길의 위태롭고 험난함을 꺼리지 않나 / 不憚道途危且艱 공명은 참으로 수가 본래 정해진 것이라 / 功名有數信天定 난 이미 삼 년을 타관의 차가움 맛보았네 / 我已三載嘗覉寒 꽃잎이 조각조각 바람 속에 흩날리니 / 飛花片片風中擧 궂은 땅 좋은 자리를 생각할 것 있으랴 / 糞壤錦茵何足慮 서로 잠시 만난 것이 또 하늘 한쪽이라 / 相逢又在天之涯 마상에서 한 번 웃고 동서로 헤어지누나 / 馬上一笑東西去 흥취를 풀다. -목은 어찌 창려를 향해 궁귀(窮鬼) 쫓는 걸 배우랴 / 肯向昌黎學送窮 지금 천작이 태학에서 가장 으뜸인 걸 / 祗今天爵冠儒宮 개구리 우는 방초엔 가랑비 실실 내리고 / 蛙鳴芳草絲絲雨 제비가 차 날린 꽃엔 바람 솔솔 부누나 / 燕蹴飛花細細風 쓸쓸히 읊는 이는 모두 강직한 인물인데 / 寂寞沈吟多骯髒 수다히 땅 점령한 자는 영웅이 몇이던고 / 紛紜割據幾英雄 노신 초사한 이들은 다 황천객 되었으니 / 勞身焦思皆黃壤 장차 팔선의 놀고 마시는 데에 참여하리 / 且與八仙游飮中 가랑눈이 내리다. -목은 일기는 춘분 이후로 일전했는데 / 氣轉春分後 구름이 한낮을 지나 일어나더니 / 雲興日午餘 나부끼는 눈꽃이 빙빙 돌아 내려라 / 飛花自回薄 가벼운 태도는 짐짓 느릿느릿하네 / 輕態故虛徐 차 솥엔 겨우 물을 더할 만한데 / 茶鼎才添水 산 마을엔 화전이 다 묻혀가누나 / 山村欲沒畬 조그만 시편에 재료가 넉넉하니 / 小詩材料足 그윽한 집에 맑은 흥취 가득하네 / 淸興滿幽居 낮에 앉아서 짓다. -목은 낮에 앉았자니 처마는 고요한데 / 晝坐茅簷靜 한가히 읊어 현묘한 도에 들 제 / 閑吟入妙玄 나는 꽃은 응당 술을 권하거니와 / 飛花應送酒 꽃다운 풀은 자리를 범하려 하네 / 芳草欲侵筵 비파 놓은 증점은 의당 사모하나 / 捨瑟思曾點 봉작받은 건 노련에게 부끄럽네 / 分圭愧魯連 고상한 풍도를 따라갈 수 없어라 / 高風不可及 천재에 현인 바란 이도 드물구려 / 千載少希賢 즉사(卽事) -목은 분분한 세상 영욕 그 얼마나 무상했던고 / 紛紛榮辱幾番新 길거리 거마 자국에 먼지가 캄캄하여라 / 陌上輪蹄欲漲塵 후일 안목 갖춘 이가 꼭 없진 않으련만 / 未必他年無具眼 오늘 몸을 보전해야 함이 가련할 뿐이네 / 只憐今日要全身 비는 방초를 재촉해 멀리 골목에 닿았고 / 雨催芳草遙連巷 바람은 꽃잎을 날려 자리에 뿌려주누나 / 風送飛花亂洒茵 광대한 봄 풍경을 다 묘사할 순 없으니 / 春色□□描不盡 시구를 가지고 정신이나 전할 뿐이로세 / 但將詩句可傳神 이백(李伯)의 〈제동계공유거(題東溪公幽居)〉 시에, “좋은 새는 봄을 맞아 후원에서 노래를 하고, 나는 꽃은 술을 권하는 듯 처마에서 춤을 추네. [好鳥迎春歌後院 飛花送酒舞前簷]” 육언 시 -이색 한가한 이끼의 빛은 방 안에 들어와 푸르르고 / 閑蘚入房靑了 날리는 꽃은 술을 보내며 붉은빛이 쇠잔해라 / 飛花送酒紅殘 편히 쉬면서 몸에 좋다는 약만 먹어야 할 텐데 / 偃息唯求藥餌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술잔만 입에다 퍼붓누나 / 招呼每集杯盤 도중(途中)에 눈을 만나다. -서거정 말 위의 갖옷 차림에 언 모자는 삐딱한데 / 馬上貂裘凍帽斜 강 하늘 저물녘에 눈발이 날리는구나 / 江天薄暮雪飛花 동풍은 대단히도 정겨움이 없는 거라 / 東風大是無情思 반랑의 두 귀밑털을 마구 불어 들오네 / 吹入潘郞兩鬢華 김자고(金子固)가 부친 시에 차운하다 -서거정 청춘은 한 번 가면 끌어 돌리기 어렵고말고 / 靑春一去挽難廻 수없이 날린 꽃잎 눈처럼 어지러이 쌓이네 / 無數飛花雪亂堆 작은 비에 못 둑의 풀은 빽빽이 자라고 / 小雨池塘草如織 기나긴 날 때론 제비도 있어 날아오누나 / 日長時有燕飛來 청화 시절에 비는 연일 내리는데 / 淸和時節雨連天 봄이 다하도록 또 한 해를 거른 게 서글퍼 / 惆悵春歸又隔年 급히 계집아이 시켜서 술 한 잔을 마시고 / 急喚小娥供一酌 해당화 밑에서 취하여 곤한 잠에 빠졌네 / 海棠花下醉沈眠 버들개지는 난간 밖에 이리저리 날리고 / 飛飛柳絮闌干外 꽃 향기는 책상 앞에 끝없이 풍겨 오는데 / 續續花香几案間 잠에서 깨어 오창의 주렴을 반쯤 걷고 / 睡覺午窓簾半捲 앉아서 보니 남북이 모두 청산이로다 / 坐看南北是靑山 나막신 끌고 날로 몇 번씩 전원을 돌다 보니 / 響屧巡園日幾廻 붉은 꽃 향기론 풀이 쌓여 감을 점차 보겠네 / 漸看紅綠矗成堆 눈 빛처럼 하얀 배꽃이 가장 어여쁘기에 / 最憐雪色梨花樹 깨끗한 달 떠오르기만 좋이 기다리노라 / 好待溶溶月上來 아지랑이 버들개지가 요란스레 날려대니 / 遊絲飛絮撩亂天 늙고 병든 풍류도 소년과 맞먹을 만하네 / 老病風流敵少年 백발 위에 꽃을 꽂으니 참으로 우스워라 / 白髮簪花眞可笑 앉아서 용면을 기다려 꼭 그리게 할 걸세 / 坐來須倩老龍眠 경호의 사람은 떠난 지 천 년 뒤이거니와 / 鏡湖人去千年後 적벽의 이름은 백 년 동안 우뚝 높았어라 / 赤壁名高百載間 만일 다시 아름다운 기녀까지 데린다면 / 若也更携佳妓去 풍류가 또한 사 동산만 못하지 않고말고 / 風流亦不讓東山 해주(海州) 방 판관(房判官) 옥정(玉精) 을 보내다 -서거정 관서의 원이 되어 가는 그대를 보내면서 / 送君作宰向關西 위하여 이정에 나가 이별을 애석해하네 / 爲向離亭惜解携 고죽국의 풍성은 예전대로 남아 있거니와 / 孤竹風聲依舊在 수양산 고사리는 사람을 헷갈리게 하겠지 / 首陽蕨子使人迷 일천 마을 버들에서는 꾀꼬리가 노래하고 / 千村垂柳留鶯語 사월의 날리는 꽃잎은 말굽에 달라붙으리 / 四月飛花襯馬蹄 이제 가서 복잡한 관청 사무 잘 다스리고 / 去去好施盤錯手 돌아오면 높은 지위에 무난히 오를 걸세 / 歸來高步上雲梯 납설(臘雪) -서거정 강 구름 널리 퍼져 눈발이 펄펄 날려라 / 江雲漠漠雪飛花 버들개지 매화 시샘하는 변태도 많건만 / 妬絮欺梅變態多 늙고 병들어 파교의 흥취는 다시없거니 / 老病灞橋無復興 도로를 따라서 조용히 차나 끓이련다 / 擬從陶老細煎茶 꽃을 애석해하다 -서거정 무슨 일로 꽃을 급하게 날려서 / 有底風花急 봄이 당당히 돌아가려 하는고 / 堂堂春欲歸 어느덧 푸른빛이 어둑어둑해라 / 居然綠已暗 갑자기 붉은 꽃들이 드물어졌네 / 忽爾紅正稀 고기는 올라와 수면을 불어 가고 / 點水魚吹去 제비는 숲 속을 박차고 나는구나 / 穿林燕蹴飛 가련해라 쇠하고 병든 나그네는 / 可憐衰病客 유독 이 꽃향기가 애석할 뿐이네 / 獨此惜芳菲 두보의 〈성서피범주(城西陂泛舟)〉 시에 “고기는 잔물결 불어 가선 그림자 흔들리고, 제비는 나는 꽃을 박차서 무연에 떨어지네.〔魚吹細浪搖歌扇 燕蹴飛花落舞筵〕”라고 하였다. 《杜少陵詩集 卷3》 춘만(春晩) -서거정 청춘이 한번 가면 만회하기 어렵고말고 / 靑春一去挽難回 수없이 나는 꽃잎 눈처럼 어지러이 쌓이네 / 無數飛花亂雪堆 적은 비에 못 둑의 풀은 빽빽이 자라는데 / 小雨池塘草如織 기나긴 해에 때로 제비가 있어 왕래하누나 / 日長時有燕子來 목천(木川) -서거정 서원의 주연 파할 제 아직 이른 아침이러니 / 宴罷西原尙早朝 목성으로 돌아오는 길은 다시 머나멀구나 / 木城歸路更迢遙 검은 산은 아득해라 구름이 절을 가렸고 / 黑山漠漠雲遮寺 푸른 물은 하 맑아라 물이 다리를 쳐 대네 / 綠野粼粼水拍橋 늙어 가매 자못 벼슬 재미 적음을 알겠고 / 老去頗知官況少 술이 깨니 나그네 정은 처량하기만 한데 / 醒來無乃旅魂銷 해 저물어 공관에 드니 거처가 조용하여라 / 晩投公館簾櫳靜 떨어진 개지 날린 꽃이 모두가 적적하구나 / 落絮飛花共寂寥 용두산(龍頭山) 절벽의 봄꽃 -서거정의 밀양 십경 중에서 용두산 꼭대기에 봄이 한창 아름다워라 / 龍頭山上春正好 산 가득 철쭉꽃에 봄기운이 한창일세 / 躑躅滿山春意鬧 하룻밤 내린 좋은 비가 흡사 진국술 같아 / 一夜好雨如酒醇 온 산 꽃이 만발하여 타는 듯이 붉은데 / 花開已遍紅似燒 그 뉘 집 젊은이는 금장니를 장식하고 / 誰家少年錦障泥 술병 차고 동서남북을 쏘다니며 노는고 / 携壺遊賞東復西 날 저물어 돌아오니 춘색은 얼굴 가득고 / 日暮歸來春滿面 무수히 날린 꽃잎은 말발굽에 엉기었네 / 無數飛花襯馬蹄 춘강곡(春江曲) -김세렴 1 연파에 눈을 대고 가는 배를 바라본다 / 極目煙波望去舟 춘강의 송별은 어느 때나 없어지나 / 春江送別幾時休 시름 겨워 도리어 원앙새가 부러워라 / 愁多却羡鴛鴦鳥 벽류에 둥둥 떠서 둘이 갔다 둘이 오네 / 雙去雙來泛碧流 2 봄 강에 해가 뜨자 안개도 걷히는데 / 日出春江煙霧收 마름 따는 노래 곳곳마다 물가에서 들려오네 / 菱歌處處起芳洲 봄바람은 시름 겨운 나의 뜻 모르고서 / 東風不解愁人意 지는 꽃 날려보내 객의 배에 접근하네 / 吹送飛花近客舟 3 버들숲에 바람 많고 서산에 해 기우니 / 楊柳風多西日斜 봄 강이라 어디멘들 꽃이 아니 날아드리 / 春江何處不飛花 먼 나그네 더구나 긴 언덕에 배를 매니 / 行人且近長堤泊 길섶의 높은 다락 거의 다 술집일레 / 夾路高樓盡酒家 4 봄 강이라 보슬비 백구는 날아들고 / 春江雨色白鷗添 갈순은 돋아나고 이끼는 비단인 양 / 蘆笋初生水苔縑 해 저물자 돛단배 포구에 당도하니 / 日暮客帆浦外至 누각에선 일시에 주렴을 걷어 올리네 / 一時樓上捲珠簾 5 손 보내는 높은 누에 봄밤이 깊었는데 / 送客高樓春夜深 해문의 비바람 큰 강이 자욱하네 / 海門風雨大江陰 매화곡 처량하다 옥적 소리 들려오니 / 更吹玉笛梅花曲 만 리라 나그네 고향 생각 어찌하리 / 無那行人萬里心 금악가(金樂歌) -상촌 신흠 좋은 나무엔 앵무새가 깃들고 / 珠樹棲鸚鵡 은빛 못엔 푸른 물결 출렁이는데 / 銀塘漾綠波 상아 침대엔 수놓은 주렴 걷히었고 / 象床褰繡箔 가선은 미인의 얼굴을 가리었네 / 歌扇掩嬌娥 바람을 임해 가벼운 나비 희롱하고 / 臨風弄輕蝶 난간에 기대 나는 꽃을 붙잡노니 / 倚檻捉飛花 누가 저 달을 마냥 둥글게 할꼬 / 誰令月長滿 다만 봄이 언뜻 지나침이 시름겨운데 / 只愁春易過 저문 날에 어느 집 자식은 / 日暮誰家子 얼룩말로 푸른 수레 끌고 가는고 / 斑騅控碧車 정시회가 광릉으로 돌아가려 한다는 말을 듣고 짓다[鄭時晦欲歸廣陵 聞而有述] 신흠 삼월이라 광릉 땅에 꽃잎 져서 날리는데 / 廣陵三月已飛花 한강의 외론 돛에 석양빛이 비끼었네 / 漢口孤帆落日斜 초가집 새로 엮어 마을을 조성하고 / 新結茅茨分洞府 산사슴과 어울리어 생애를 꾸리려 하네 / 欲隨麋鹿作生涯 들밭에서 이슬비에 밭갈이 소 재촉하고 / 平坡細雨催耕犢 못가에선 노는 고기 낚싯대에 올라오리 / 曲渚游魚上釣叉 온 세상 사람들은 바쁨 속에 늙어가니 / 擧世盡從忙裏老 그대 같은 즐거움은 자랑할 만하고말고 / 似君行樂獨堪誇 산중의 즉흥[山中卽事] 4수 -신흠 유유한 뜬세상에 일곱 자 이 내 몸은 / 浮世悠悠七尺身 일찌감치 영고 성쇠 티끌처럼 여기었네 / 早將榮落等微塵 항아리는 가난하여 곡식 없음 개의찮고 / 不嫌甁甔貧無粟 문장 솜씨 노련하여 신묘함이 기쁠 따름 / 唯喜文章老有神 한가히 들구름과 골짜기에 머무르고 / 閑與野雲棲谷裏 버드나무 길을 따라 시냇가에 당도하네 / 偶隨堤柳到溪濱 인생살이 백년 세월 이제 절반이 넘어 / 人生百歲今强半 꾀꼬리 울고 꽃 피는 또 한 봄이 서글프네 / 惆悵鸚花又一春 이(二) 버들개지 날리고 살구 열매 맺으려는데 / 柳已飛花杏欲仁 개인 날씨 남쪽 시내 푸르고도 깨끗하네 / 乍晴南澗綠粼粼 산중의 높은 베개 꿈을 가끔 이루는데 / 山中高枕時成夢 이 세상 어느 뉘와 참다움을 얘기할꼬 / 世上何人可語眞 땅이 외져 진기한 풀 자라는 게 즐거운데 / 地僻喜逢瑶草長 뜨락 비어 들새들이 노니는 게 보일 뿐 / 庭空唯見野禽馴 시내 다리 저쪽에는 짚신 아니 밟으니 / 芒鞋不踏溪橋外 세속 먼지 연잎옷을 더럽힐까 두렵다네 / 却怕荷衣染俗塵 삼(三) 청고한 초가집이 조용한 게 흐뭇한데 / 瀟洒茅茨愜靜便 갈건 차림 오피궤에 한가로이 앉아 있네 / 葛巾烏几坐蕭然 제비 물어간 진흙 자국 움푹 패여 들어가고 / 銜來燕子晴泥凹 원앙 멱감은 푸른 물결 둥글게 퍼져 나가네 / 浴罷元央碧浪圓 한 골짝을 이미 얻어 만년 계획 이루니 / 一壑已專成晩計 남은 생애 오로지 장수 누림 기쁠 따름 / 餘生唯喜保長年 해중 선산 도솔천은 모두 허무한 말 / 海山兜率俱虛語 바로 이 그윽한 생활 지상 신선 그 아닌가 / 卽此幽居是地仙 사(四) 강해의 은거 생활 백발이 침범하는데 / 江海棲遲白髮侵 오가는 사람 없어 사립문이 쓸쓸하네 / 蓬門寥落廢招尋 많은 곤경 겪은 사람 참된 성품 빗나가고 / 人經多難違眞性 중년 무렵 생기는 일 즐거운 마음 적다네 / 事到中年少快心 가까스로 살아나서 약골 아직 남아 있어 / 萬死尙餘殘骨在 한평생에 감사한 건 깊으신 성상 은혜 / 一生惟荷聖恩深 소요하며 긴긴 날을 보내봄도 무방하니 / 何妨杖屢消長日 소나무며 계수나무 이제 이미 우거졌네 / 松桂如今已作林 병이 많음[多病] -상촌 신흠 병이 차차 많아지니 세속 인연 싫증이 나 / 自從多病厭塵緣 언제나 문을 닫고 낮잠이나 잔다네 / 掩戶尋常事晝眠 비가 조금 오려는지 산 그림자 침침한데 / 小雨欲來山影晩 낙화가 수도 없이 술독 앞에 흩날리네 / 飛花無數落撙前 중국 장수의 시를 차운함[次天將韻] -서애 류성룡 영특한 이름 이로부터 사해에 진동하는데 / 英名從此動夷華 나라에 바친 정성 깊어 집 돌보지 않네 / 許國誠深不顧家 기특한 공 세워 돌아가는 날에 / 辦得奇功歸去日 압록강 봄나무에 정히 꽃 날리리라 / 鴨江春樹正飛花 덕은관(德恩館)에 홀로 앉아서 -교산 허균 먼 산이 창에 들어 눈썹 끝을 에웠는데 / 遙山朝戶拱眉尖 남녘 하늘 바라보니 높은 처마 툭 트였네 / 矚眺南天敞畫簷 세월은 하도 바빠 봄은 하마 가버리고 / 節序堂堂春已去 술상은 볼품없어 뜻이 도로 싫어지네 / 杯盤草草意還厭 처진 대 연기 엉겨 난간 앞에 나란하고 / 煙籠嚲篠齊丹檻 나는 꽃 바람 띠어 주렴에 흩뿌리네 / 風蹴飛花洒綉簾 만 리라 이별 회포 참자도 못 참으니 / 萬里別懷裁不得 구름 밖에 솟아나는 밝은 달을 기다릴 밖에 / 待看雲外吐瓊蟾 진부(珍富)에서 자다 -교산 허균 관리가 되고 보니 산부와 같아 / 作吏猶山府 공명이 더디다고 탓하지 않네 / 功名不恨遲 운소에서 내린 봉지(封地) 받으니 / 雲霄迎賜履 온 산해가 건유에 드는군그래 / 山海入褰帷 한길엔 나는 꽃이 가득도 한데 / 驛路飛花滿 산마루엔 어두운 안개 불어나누나 / 山村暝靄滋 역(驛) 사람 거의가 다 구면들이라 / 郵人皆舊識 찾아와 잔 권하며 위로를 하네 / 來慰勸深卮 남전일난옥생연(藍田日暖玉生煙)의 칠자(七字)를 운으로 삼아 무산(巫山) 장옥랑(張玉娘)에게 유증(留贈)하다 허균 비단 치마 물에 비쳐 쪽빛을 빼앗았고 / 羅裙照水色挼藍 해장술 낯에 올라 붉은 기운 갓 익었네 / 卯酒入面紅初酣 요쟁을 골라타며 강남을 꿈꾸는데 / 瑤箏閑品夢江南 시름을 따지는 양 봄 제비는 종알종알 / 評愁語燕春喃喃 가슴 앞에 속절없이 의남초(宜男草)는 달렸는데 / 胸前空帶翠宜男 한없는 이별 정은 삼월이라 삼질일레 / 無限離情三月三 흰 옥을 누가 져다 남전에 심었는고 / 誰將白玉種藍田 군자는 덕을 견줘 곧고 굳다 일컬었네 / 君子比德稱貞堅 아침 햇빛 내리쬐니 붉은 연기 뭉게뭉게 / 朝暉下燭生紫煙 보배 기운 무지개라 구천에 찬란하구나 / 寶氣成虹絢九天 그대 위해 환 만들어 가슴 앞에 달아주니 / 爲君作環繫胸前 행여나 형산에서 까치에게 던지리다 / 遮莫抵鵲荊山巓 새우 수염 문 발에 아침 해 쬐이는데 / 蝦鬚簾箔烘朝日 바람은 꽃을 날려 보슬에 적시누나 / 風送飛花沾寶瑟 홍조는 뺨에 돌고 눈시울은 거풀지니 / 紅潮暈頰眼生纈 반룡이라 금굴슬을 반이나 벗었구려 / 半脫盤龍金屈膝 석 달이라 봄빛도 어느덧 가버리니 / 春光九十轉頭失 강랑은 부질없이 채필만 바쁘구려 / 漫思江郞勞彩筆 향기 짙은 수 이불에 원앙새 다사롭고 / 香濃綉被元央暖 보채 누운 베개 밑에 검은 구름 어지럽네 / 寶釵落枕玄雲亂 붉은 촛불 훌치어라 바람은 장막 걷고 / 絳燭搖紅風捲幔 경루라 서쪽에는 은하수가 나직쿠나 / 瓊樓西畔低銀漢 새 울고 달이 지니 밤은 장차 반이로세 / 鳥啼月落夜將半 무산이라 십이봉에 봄꿈은 짧구려 / 十二巫山春夢短 원망 어려 목이 막힌 옥통소를 불어대니 / 雛鸞怨咽參差玉 복사 뺨에 추위 스며 가만히 한속(寒粟)이네 / 寒勒桃顋生暗粟 단장 흐린 낡은 눈썹 끊겼다 이어지고 / 粧褪殘眉山斷續 은 병풍에 새벽이라 붉은 촛불 눈물짓네 / 銀屛向曉啼紅燭 침상에서 일어나 난간에 함께 의지해 / 起來同凭闌干曲 봄 물에 목욕하는 원앙을 탐내 보네 / 貪看春水元央浴 꽃 떨어진 대제에 봄 물이 불었는데 / 花落大堤春水生 미인은 새벽이자 양양성을 벗어나네 / 佳人曉出襄陽城 다홍치마 풀싸움 꽃 밟고 거닐면서 / 紅裙鬪草踏花行 고운 노래 불러라 피리 쌍쌍 화답하네 / 艶歌吹和雙鸞笙 백마는 울어대라 붉은 고삐 감아쥐니 / 驕嘶白馬擐紅纓 버들 밖의 낭군님네 도리어 정이 들어 / 柳外郞君還有情 옥섬돌 이슬 방울 맑은 연기 젖었는데 / 瑤階露華濕晴煙 모란 머리 무거워 바람 앞에 조누나 / 牧丹頭重當風眠 붉은 치마 폭마다 홍전으로 만들어라 / 霞裙葉葉裁紅牋 미인은 자다 일어나 어깨를 가지런히 / 美人睡起齊香肩 먼 하늘에 채란이 소식을 부쳐오니 / 彩鸞消息寄遙天 반도는 열매 맺어 삼천 년이 지났다고 / 蟠桃結子三千年 퇴지 효이두(退之效李杜) -이익 성호사설 한퇴지는 일생을 두고 이백과 두보를 사모하여 본받았다. 그러나 이백에게 비하면 풍신(風神)이 부족하고, 두보에게 비하면 기골(氣骨)이 부족하다. 이백의 시에, 회오리바람이 오봉 눈을 흩날리니 / 回颷吹散五峯雪 이따금 나는 꽃이 동정에 떨어지네 / 往往飛花落洞庭 하였는데, 한퇴지의 시는, 충풍이 불고 불어 하늘 밖에 떨어지니 / 衝風吹破落天外 백주에 나는 비가 낙양에 뿌리누나 / 飛雨白日灑洛陽 하였으니, 본뜨다 안 된 것이요, 두보의 시에는, 비대는 소슬하여 바윗돌이 우뚝하고 / 悲臺蕭瑟石巃嵸 애학은 숲이 엉겨 바람소리 우렁차네 / 哀壑杈枒浩呼洶 하였는데, 한퇴지의 시는, 산은 거세고 골은 벌어져 서로 뱉고 삼키곤 하니 / 山狂谷狼相吐呑 성낸 바람 끊임없어 어찌나 요란한지 / 風怒不休何軒軒 하였으니, 이도 본뜨다 안 된 것이다. 이러므로 그 시에, 이태백ㆍ두자미의 문장을 보면 / 李杜文章在 광렴이 길고 길어 만 길이로세 / 光燄萬丈長 아지 못게라 어리석은 아이 떼들은 / 不知羣兒愚 일부러 비방하고 헐뜯는 건지 / 那用故謗傷 하루살이 큰 나무를 흔드는 격이라 / 蚍蜉撼太樹 스스로 요량 못함 가소롭기만 / 可笑不自量 하였으니, 이는 실지인 것이다. 왕안석(王安石)은, “한퇴지가 이백보다 낫다.” 하였고, 구양수(歐陽脩)는 “한퇴지가 두보보다 낫다.” 하였으니, 그들이 이미 한퇴지도 못 알아보았는데, 어떻게 이ㆍ두를 알아볼 수 있었겠는가? 봄눈〔春雪〕 -소재 노수신 남녘에 눈 펄펄 날리는 저녁이요 / 南雪飄颻暮 동풍이 쌀쌀하게 부는 봄이로다 / 東風料峭春 눈송이는 각각 제멋대로 날거니와 / 飛花一任態 기울어진 나무는 한쪽만 하얗구려 / 欹樹半邊新 계곡은 근원 없는 물을 쏟아 내리지만 / 澗注無源水 조수는 한계 있는 나루를 넘지 않누나 / 潮依有限津 다시 그 몇 무리 오리 떼가 더해져서 / 還添幾羣鴨 제멋대로 짐짓 사람을 속이는고 / 恣意故欺人 열마의 시내를 지나며〔閱馬溪行〕 - 송당 조준 하나〔其一〕 시내 버들 날리는 솜은 나그네 옷 떨어지고 / 溪柳吹綿點客衣 너른 모래 다한 곳에 고운 풀 가득 자라 있네 / 平沙斷處亦芳菲 바람 맞으며 사당나무 아래 다리 뻗고 앉아 / 臨風箕踞沙棠下 금란에서 원대한 꿈 꿀 때 문득 떠올려 보네 / 却憶金鑾借箸時 둘〔其二〕 압록강 너른 둑에 봄 물결 흐르고 / 鴨綠平堤春水生 꽃 찾는 행락 길 청명절 다 되었네 / 尋芳行樂及淸明 풍류에는 그 누가 증점과 같겠으며 / 風流誰是同曾點 깊고 얕음 따라 입고 걷는 정 어찌 잊을쏘냐 / 深淺何忘揭厲情 셋〔其三〕 근심 들자 뜻과 기운 더욱 우뚝해지는데 / 憂來意氣轉崢嶸 고운 꽃 핀 서쪽 교외 저문 비도 개네 / 芳草西郊晚雨晴 시냇가 짧은 지팡이 짚는 것 내 일로 충분하니 / 溪上短筇吾事足 시비와 영욕으로 어지러워지기 바라지 않네 / 是非榮辱不須驚 넷〔其四〕 버들 언덕 구불구불 굽이마다 비껴 있고 / 柳岸縈紆曲曲斜 푸른 풀 무성하여 곳곳마다 꽃 날리네 / 綠蕪無處不飛花 동군의 조화 본받으시는 임금을 돌아보니 / 顧君法此東君化 온 백성 집안에 그 어짊 두루 미치리 / 推遍吾仁百姓家 생각나는 대로 절구 여덟 수를 읊다[漫吟八絶] 정축년 -순암 안정복 푸르른 홰나무 그 아래선 시나 읊고 / 綠槐樹下弄長吟 풀 우거진 지당 가의 석양빛을 바라보니 / 靑草塘邊納晩陰 내가 바로 심양처사 도연명 모양일까 / 正似潯陽陶處士 세상 인연은 얕아가고 도심만 깊어가니 / 世緣還淺道情深 그윽하게 살면서 세상과는 인연 끊고 / 幽居不與世相通 천 편이나 시문 쓰며 내노라고 자부하다가 / 手錄千編謾自雄 세상에서 하찮게 보는 꼴을 되려 당하고는 / 還被俗人看厭薄 이제부턴 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살리라네 / 從今如啞復如聾 사년이 더 되도록 이 빈 골에 살고 있는데 / 空谷深居四載强 문전의 거마들은 뭐가 그리도 바쁜건지 / 門前車馬任奔忙 모르겠네 저렇게 분주히 오고 가는 이들이 / 不知去去來來者 이 산옹의 유장한 잠 맛을 알기나 할런지 / 能識山翁睡味長 살구꽃은 떨어지고 풀이 새로 푸르른데 / 紅杏花飛綠草肥 산에서야 하루내내 사립문을 닫고 살지 / 山居盡日掩柴扉 주인도 감정 만은 무딘 자가 아니건만 / 主人不是無情者 웬일인지 속객들이 잘 오지를 않는다네 / 自是俗人來到稀 비가 개자 선선한 날씨 초목이 더 맑아 보여 / 雨後微凉草樹淸 죽장망혜 차림으로 정원을 둘러 본다네 / 芒鞋竹杖繞園行 새가 날건 꽃이 지건 그건 그저 그것이고 / 鳥飛花落渾閑事 콸콸 흐르는 시냇물 그것이라야 제일이지 / 獨愛流泉㶁㶁鳴 산에 비는 지나가고 뉘엿뉘엿 해 지는데 / 山雨過來夕照遲 외밭을 다 매 놓고 두 다리 뻗고 있노라니 / 瓜田鋤畢坐如箕 물고기떼 올라왔다고 애들이 말하기에 / 兒童報道溪魚上 또 한번 실을 꼬아 낚싯줄을 만들었네 / 又試經綸理釣絲 산에 사는 색다른 맛 아는 이가 별로 없지 / 山家奇事少人知 한낮이 다 되도록 사립문은 닫아 두고 / 獨閉衡門日午時 저녁밥 실컷 먹고 할 일이 따로 없어 / 晩飯飽來無箇事 북창 아래 덜렁 누워 태고 시절 꿈을 꾼다네 / 北窓高臥夢軒羲 나가거나 들어앉거나 내가 다 할 탓이지 / 隨遇行藏我自多 흥이 일면 어디 간들 즐거운 음악 없다던가 / 興來無處不絃歌 도연명이 관직을 바라서가 아니었고 / 淵明豈是求官者 장난 삼아 벼슬 한 자리 차지했다가 말았다네 / 聊與世人戱一窠 양산(梁山)에서 정보(鄭誧)의 황산가(黃山歌)에 차운하다. -약천 남구만 임경대 앞의 복숭아나무와 오얏나무 / 臨鏡臺前桃李樹 점점이 꽃이 날려 물결 빛에 비치누나 / 點點飛花映波光 옛 나루터에 가인은 푸르름을 줍는데 / 佳人拾翠古津渡 짝 없이 외로이 걸어가니 이내 시름 끝이 없네 / 獨行無伴愁茫茫 남쪽의 상인과 북쪽의 나그네 이 가운데 왕래하니 / 南商北旅此中度 이것을 보면 그 누군들 방황하지 않을까 / 見此何人不彷徨 곱디 고운 단장은 봄이 아직 저물지 않았고 / 灼灼明粧春未暮 휘날리는 비단 소매는 옥에 향기가 생기는 듯 / 飄飄羅袂玉生香 스스로 말하기를 저의 집은 아무 곳에 있으니 / 自言奴家第幾所 그대 지금 누구의 장원(莊園)에 가시려 합니까 / 君今欲往何人莊 말을 머금고 다하지 않은 채 떠나려 하니 / 含辭不盡且將去 향기가 그윽한 난초와 같아 정이 무궁하여라 / 氣若幽蘭情未央 네 요염함을 좋아하면 장부를 그르치니 / 爾好妖豔誤丈夫 국풍에 광동(狂童)의 미친 짓 풍자한 시 있다오 / 國風有刺狂童狂 내 주머니 속을 더듬었으나 줄 만한 물건 없으니 / 我探囊中無可贈 강 물결에 노니는 원앙새를 배우지 않으리라 / 不學江波野鴛鴦 기로(岐路)에 어찌 떠나가고 머무름 아까워하랴 / 臨岐何用惜去留 채찍을 재촉하며 급히 앞산 등성이를 지나가네 / 催鞭忽過前山岡 송 시승(宋寺丞) 문중(文中) 과 함께 채 규정(蔡糾正) 극경(克敬) 을 찾아가서 박면(朴면)의 시에 차운한 두 수 양촌 권근 봄 지난 동산에 어찌나 해는 긴지 / 春歸院落日何長 바람은 꽃을 날려 담장을 넘어가네 / 風送飛花過短墻 저 보소 제비새끼 취한 사람 업신여겨 / 可是燕兒欺醉客 진흙을 떨구어라 금상을 더럽히네 / 含泥却落汚琴床 가는 곳마다 노래 외치며 잔 높이 드니 / 狂歌到處引杯長 곁사람 손뼉치며 담장같이 늘어서네 / 拍手傍人如堵墻 붓 잡고 시를 썼자 좋은 글귀 없을진대 / 把筆題詩無好句 실컷 취해 방상에 눕는 것만 못하리 / 爭如大醉臥方床 우연히 읊다[偶吟] -완당 김정희 갑작스러운 사이에 절기 바뀌어 / 時候忽已徂 밝은 달과 어울린 가을바람이 / 明月又秋風 가는 구름 감싸인 외로운 회포 / 孤懷攬逝雲 서쪽 동쪽 슬퍼라 근심과 걱정 / 戚戚悲西東 비바람이 날마다 이르러 오니 / 風雨日以至 산천이 간막히어 지척도 천리 / 咫尺間山川 괴화나무 늙어서 높이가 백척 / 老槐高百尺 나는 꽃은 나풀나풀 담장을 넘네 / 飛花過墻翩 꽃을 쥐고 정든님 노래하자니 / 搴花咏所思 풀자도 풀 수 없는 서글픈 마음 / 悵然心莫展 죽순 돌은 유적을 정겨워하고 / 籜石眷幽寂 마름 연은 맑고 옅은 내를 덮었네 / 菱藻冒淸淺 갠 빛을 깨뜨리는 숲 매미 소리 / 林蟬破鮮霽 천지가 한결같이 마음 새로워 / 天地一懷新 맑은 풍경 빠짐없이 모두 모이니 / 澄景畢來集 아득히 생각되네 구중의 티끌 / 緬邈區中塵 때에 미쳐 모름지기 행락할지니 / 及時須行樂 뜬 인생은 너무도 가석하거든 / 浮生足可惜 원하노니 방두의 이웃을 맺어 / 顧結芳杜隣 애오라지 새벽 저녁 노닐었으면 / 聊以數晨夕 실제(失題) 4수 -완당 김정희 맑은 새벽 옛 우물에 양치물하니 / 淸晨漱古井 옛 우물 빛이 붉어 훨훨 타는 듯 / 古井紅如燃 복사꽃 만발한 걸 알지 못하고 / 不知桃花發 단사천 있지 않나 의심을 하네 / 疑有丹砂泉 뭇 꽃다움 시내 집에 비추이는데 / 群芳照澗戶 아침해 조각 노을 불그레하네 / 朝日片霞紅 숲 새는 짓궂어라 꽃잎 쪼으니 / 林禽啄花蕊 이따금 술잔 안에 떨어지누나 / 時時落酒中 약 캐는 길 외딴 곳에 뚫리었는데 / 藥徑通幽窅 등라 얽힌 머름에 구름 쌓였네 / 蘿軒積雲霧 산사람 홀로 앉아 술 따를 적에 / 山人獨酌時 나는 꽃과 더불어 다시 만나네 / 復與飛花遇 시내를 타고 가다 살짝 앉으니 / 緣溪行且坐 인정을 사로잡는 곱고 푸르름 / 芳綠近人情 사랑겨워 근원 깊은 곳에 이르니 / 愛到源深處 꽃과 버들 밝아라 마을이 있네 / 有村花柳明 조시중(趙侍中)이 좌주(座主)를 맞아 잔치를 하였다. 독곡(성석린)이 그 자리에서 축하하는 시를 지었는데, 선비를 보면 바야흐로 좌주의 어짊을 아나니 / 得士方知座主賢 시중이 시중 앞에 헌수하도다 / 侍中獻壽侍中前 하늘이 좋은 비를 내려 가객을 머무르게 하고 / 天敎好雨留佳客 바람은 꽃잎을 날려 춤추며 연석에 떨어지게 하도다 / 風送飛花落舞筵 -용재총화에서 은거하며 즉흥으로 짓다〔幽居卽事〕 -용헌 이원 신새벽에 세수하고 오사모(烏紗帽)를 쓴 뒤에 / 淸晨盥櫛戴烏紗 달팽이처럼 조그만 이 초가에 앉았네 / 坐此茅茨一殼蝸 술통에 술 내리니 빗소린가 의심하고 / 酒滴槽床疑有雨 뜰 나무에 눈 날리니 꽃잎이 날리는 듯 / 雪飄庭樹作飛花 창가에서 붓을 들어 그대로 시를 쓰고 / 明牕點筆仍題句 시내에서 얼음 깨어 스스로 차 끓이네 / 碧澗敲氷自煎茶 손이 오면 화를 내며 다시 문을 닫고서 / 客至從嗔還閉戶 근래에는 게을리 살며 조용함을 좋아하네 / 年來過懶愛無譁 춘별곡(春別曲) 5수. -월사 이정귀 산해관(山海關)의 우사(寓舍)에 한 협객이 술 파는 창기(娼妓)와 친압하여 며칠 머무는 동안 여색에 빠져 이별에 연연하는 태도가 자못 있기에 희롱삼아 읊었다. 나는 꽃 어지러워 춘심을 흔드는데 / 飛花撩亂漾春心 정 머금고서 이별주를 찬찬히 따른다 / 別酒含情細細斟 다시금 비파를 잡고 거울을 마주하고 / 更把琵琶向菱鏡 님을 위하여 〈백두음〉을 퉁기어 보누나 / 爲君彈作白頭吟 말없이 잔 멈추고 푸른 머리를 돌리니 / 脈脈停杯轉翠鬟 이별 시름 술과 함께 어여쁜 얼굴에 올라라 / 離愁和酒上嬌顔 취한 뒤에는 다시금 부용 장막에 들어가니 / 酣來更入芙蓉帳 종일토록 운총마는 버드나무에 매여 있구나 / 盡日雲驄繫柳閑 첩의 사랑은 여라 덩굴처럼 얽혔건만 / 妾意纏綿若女蘿 낭군의 마음은 가볍게 흔들리는 버들꽃 / 郞心飄蕩似楊花 이별 앞에 훗날의 기약을 맺고저 하여 / 臨分要結他時約 눈물 가리우고 천천히 금봉차를 뽑는다 / 掩淚徐抽金鳳釵 반월 모양 쇠잔한 화장에는 눈물 흔적 / 半月殘粧浥淚痕 매미 날개 같은 적삼은 구겨진 푸른 구름 / 蟬衫斜嚲蹙靑雲 정녕코 이별하는 천 겹의 한이여 / 丁寧離別千重恨 단지 양대의 하룻밤 은혜뿐이었지 / 只是陽臺一夜恩 이별길에서 은근히 다시 옷을 당기며 / 別路慇懃更挽衣 이르노니 지난 밤 언약을 저버리지 마오 / 謂言莫負前宵約 돌아오실 적 기둥에 기대 새로 단장하고 / 歸來倚柱理新粧 공후를 가지고 다시금 영랑곡을 지으리 / 箜篌又作迎郞曲 유지사(柳枝詞) 5수 -월사 이정귀 영롱히 붉은 해가 발 사이로 떠오르자 / 玲瓏紅日上重簾 금압 향로에 침단향을 차례로 넣는구나 / 金鴨沈檀次第添 멀리서 생가 소리 들리자 별원으로 돌아가서 / 遙聽笙歌歸別院 천천히 깁 부채 잡고서 화장 거울을 매만진다 / 緩拈羅扇理粧奩 따스한 유소장 안 눈썹 그리기도 귀찮아 / 帳暖流蘇懶畫眉 시녀를 불러 앞 연못으로 가서 거닐도다 / 喚來雙小步前池 문득 꽃받침 나란히 마름꽃이 핀 것 보고 / 忽看並蔕菱花發 도로 궁중으로 들어가 임금께 보고하누나 / 却入宮中報上知 삼월이라 가벼운 적삼은 녹색 모시로 만든 것 / 三月輕衫裁綠紵 곱게 눈썹을 새로 그리고 되똥되똥 걸어가누나 / 新調蛾黛步伶俜 따라다니는 시녀가 작은 배를 밧줄로 끌어서 / 相逐女郞拖小艇 꽃 사이를 뚫고 목란이 핀 물가를 지나간다 / 穿花却過木蘭汀 봄바람이 불어 버들가지에 일렁이는데 / 搖蕩春風楊柳枝 그림도 고운 다리 서쪽에 석양이 지누나 / 畫橋西畔夕陽時 꽃잎이 어지러이 흩날려 봄은 꿈 같은데 / 飛花撩亂春如夢 서글퍼라 물가에 낭군은 아니 돌아오네 / 惆悵芳洲人未歸 고운 여인의 누각에 펄럭이는 술집 깃발 / 樓上佳人颭酒旗 동풍이 불지 않아 버들가지 늘어졌어라 / 東風不動柳絲垂 적막한 주렴 안에서 이별의 시름에 젖어 / 離愁寂寞重簾閉 꾀꼬리 지저귀는 줄도 도무지 모르누나 / 百囀鶯聲渾不知 장현 아래 인가에서 짓다. 울산의 서쪽 삼십여 리쯤에 있다[長峴下人家在蔚山西三十餘里] -점필재 김종직 울 밖엔 붉은 복사꽃 두어 그루 대가 서있고 / 籬外紅桃竹數科 내리는 빗발 사이로 복사꽃이 나는데 / ����雨脚間飛花 늙은 농부는 쟁기 지고 아이는 송아지를 타라 / 老翁荷耒兒騎犢 자미의 시에 나오는 서엄의 인가같구려 / 子美詩中西崦家 지산(芝山)으로 이사와 살면서 시냇가에 제방을 쌓은 다음 그 위에 복숭아나무를 심고는 인하여 희롱 삼아 절구 한 수를 짓다. 지산 조호익 육백 년의 세월 동안 종적이 기이터니 / 六百年中蹤跡奇 단지 두세 가지만이 흘러 전해 내려왔네 / 流傳只在兩三枝 냇물 막는 나의 속뜻 괴이하게 생각 마소 / 慇懃莫怪防溪水 골짝 가득 꽃 나는 줄 남 모르게 함일세 / 滿洞飛花未可知 연위사(延慰使)로 가는 현옹(玄翁)의 시에 차운하다 2수 -청음 김상헌 시름 성의 포위를 풀 계책 전혀 없거니와 / 愁城無計解重圍 나그네 옷 전당 잡혀 술 취함도 괜찮으리 / 一醉何妨典客衣 새끼 제비 그 역시도 봄 늦은 걸 알고서는 / 燕子亦知春事晩 꽃 스치고 비 젖으며 온 맘 다해 나는구나 / 掠花霑雨盡情飛 날리는 꽃 지는 버들 분분하여 어지럽다 / 飛花落絮亂繽紛 소낙비에 거센 바람 불어 들판 어둑하네 / 急雨顚風野外昏 외론 객관 쓸쓸하여 찾아오는 객 없기에 / 孤館悄然無客到 병든 이후 사흘 동안 문도 열지 않았다오 / 病來三日不開門 고원(高原) 객사(客舍)의 판상(板上)에 있는 시의 운에 차운하다 2수 청음 김상헌 맑은 새벽 말 몰아서 저녁까지 몰았거니 / 淸晨驅馬到西暉 역말 길의 검은 먼지 흰옷에 다 묻었구나 / 驛路緇塵染素衣 다섯 차례 변경 나와 무슨 일을 이루었나 / 五度出關成底事 아득해라 육십이 년 나의 평생 그르쳤네 / 悠悠六十二年非 맘 쓸쓸히 외론 객관 석양 속에 기대이자 / 悄然孤館倚斜暉 지는 버들 날리는 꽃 객의 옷에 어지럽네 / 落絮飛花亂客衣 궁궁이 풀 땅 가득해 봄은 이미 깊었건만 / 滿地蘼蕪春已晩 눈에 뵈는 풍광 되레 고향 같지 아니하네 / 風光猶是故鄕非 사계서원(沙溪書院) 상량문 중에서 -청음 김상헌 어기영차 들보 머리 북쪽 향해 떡 던져라 / 兒郞偉抛梁北 꽃잎처럼 날리는 눈 치자꽃이 날리는 듯 / 白雪飛花亂薝葍 샘물 길어 차 끓여서 산사람과 마시면서 / 汲泉烹茗餉山人 밝은 창가 궤안 기대 태극 이치 담론하네 / 棐几明窓談太極 시골 어떤 사람의 환갑잔치에 차운하다 -청장관 이덕무 구준이 넘실넘실 늙은 백성 먹이니 / 衢樽湛綠酺耆民 시골에 퇴로한 신하에게 임금 은혜 미쳤네 / 恩遍鄕隣退老臣 가랑비 산들바람은 춘삼월 좋은 시절이요 / 鳩雨燕風三月候 누런 얼굴 허연 머리는 백 년 살 몸일세 / 梨顔蒜髮百年身 즉시에 나이대로 잔치 열어 상늙은이 맞아들이고 / 卽開毛宴邀黃耈 일제히 축수하여 임금님께 바치누나 / 齊祝頤期獻紫宸 알겠다 내년 봄에 이 모임을 다시 가지면 / 此會明春知更設 나는 꽃은 으레 한데 모여 자리가 될 테지 / 飛花依例聚爲茵 학곡(鶴谷) 홍공 서봉(洪公瑞鳳)의 호 의 시에 차운하여 김 사군 사의(金使君士毅) 치원(致遠) 에게 주다 택당 이식 나랏일로 애태우며 눈코뜰새없는 몸 / 草草從王事 어떻게 멍에 벗을 길은 없을까 / 何方可稅車 먼 길 나그네 아직도 반 남은 길 / 征人猶半道 역정(驛亭)의 나무들 벌써 꽃이 휘날리네 / 驛樹已飛花 오랜 이별 끝에 처음 마주 대한 옷깃 / 久別初携袂 서로들 몰라보게 모습이 쇠했구려 / 衰容各減華 술잔 대신 청담으로 노닐다 보니 / 淸談敵醇酎 긴긴 해도 어느새 서산 마루 기우누나 / 永日忽西斜 늦은 봄도 다 저물어 갈 무렵 택풍당(澤風堂)에 앉아 있으려니 산속이 적막한 가운데 사람 소리는 들리지 않고 학동(學童) 두 명만이 옆에 시립(侍立)하고 있었는데, 이때 맑고 아름다운 풍광(風光) 속에 꽃과 버들도 활짝 피었는지라, 나 역시 울적하게 보내던 끝에 생기가 슬슬 느껴져 막걸리 두 사발을 벌컥벌컥 들이켜고 보니, 선기(禪機)가 물씬 풍겨 나오는 소 장공(蘇長公)의 이른바 공산무인 수류화개(空山無人水流花開)의 노래 가사가 홀연히 떠오르면서 마음이 흐뭇하게 합치되는 것이었다. 이에 그 운을 나누어서 여덟 수의 시를 지어 보았다. -택당 이식 봄날의 경치도 이제 다 끝나 가고 / 春事已云末 떠돌다 돌아오니 산이 더더욱 허전하네 / 客歸山更空 바위의 꽃 아름다운 맑은 대낮에 / 巖花美淸晝 훈풍 머금고서 시냇가 버들 흔들흔들 / 溪柳含和風 그리고 누대 앞의 자그마한 연못 하나 / 樓前一小池 위에서 퐁퐁 샘물 솟아 채워 주누나 / 上有流泉通 동물 식물 모두가 활짝 활개 펴는 때 / 動植皆得意 휘황한 여름의 계절 이제 도래하는도다 / 天時屬昭融 내 마음 어쩜 이리 마냥 흐뭇한지 / 余心適獲怡 여기에서 지친 몸 안식을 취하리라 / 於焉息勞躬 이(二) 가느다란 골짜기 물 졸졸 흐르고 / 涓涓谷中水 나무숲 끝에 줄지어 서 있는 산봉우리 / 簇簇林表山 푸른 구름 뭔가 뜻이 있는 듯 / 靑雲似有意 높은 산 사이를 맴돌며 떠도누나 / 繚繞高嶂間 허공 중에 일어나는 솔바람 소리 / 松風起寥廓 새들 노래 역시 맑고 깨끗하고녀 / 鳴鳥亦間關 하늘과 땅이 어찌 넓지 않다 하랴마는 / 乾坤豈不廣 봄 경치 왜 이리 쉽게도 시드는지 / 節物易向闌 쓸데없이 괴로움만 자초한 나의 인생 / 人生浪自苦 오래도록 떠돌다가 이제야 여기 돌아왔네 / 久客方言還 삼(三) 진달래 피었다가 다시금 지고 / 山榴開又謝 늦복사꽃 그야말로 활짝 피는 때 / 晚桃正披敷 문 열고 나가서 하늘을 보니 / 出戶視天宇 봄의 풍광 연무(煙霧) 속에 보일 듯 말 듯 / 煙景疑有無 나무숲 잎사귀들 점점 더 짙푸르고 / 林葉漸葱蒨 예쁜 새들 너도 나도 벗을 불러 모으누나 / 好鳥鳴相呼 쾌활음에 떠오르는 새로운 시상(詩想)이요 / 新詩快活吟 촌 막걸리 재촉하는 제호려 소리로세 / 村酒提壺蘆 방에 들어가면 있나니 어린 자식 / 入室有幼子 손님 맞을 하인 하나 없는 가난한 집 / 應門無僕夫 경물(景物) 보고 흔연히 깨달아지는 점이 있어 / 欣然悟物象 술 한 잔 가져와라 명령하였네 / 且命一酌㪺 사(四) 오늘 날씨 역시 좋기도 좋을씨고 / 今日好天氣 산과 물 제각각 청신한 모습 뽐내도다 / 山水自淸新 산이 깊은지라 새들도 돌아와 날개 접고 / 山深有歸翼 고요한 물속에 물고기들 잠겨 노네 / 水靜有潛鱗 삼라만상 모두가 자신의 뜻 이루는 때 / 群物各自遂 내 집에도 똑같이 봄빛이 어리도다 / 我宇同一春 적막이 감도는 북쪽 창가 아래 / 寥寥北窓下 좌우에 어지러이 널려 있는 도서(圖書)들 / 左右圖史陳 즐거워라 화기로운 사시의 운행 / 樂哉四時和 저 멀리 천고의 옛사람을 생각하네 / 念彼千古人 오(五) 오늘은 어쩐지 마음이 편치 못해 / 玆辰意不愜 지팡이 꽂아 놓고 흐르는 물 바라보네 / 植杖臨逝水 지나간 봄 생각하면 서글퍼지는 마음 / 慨然念徂春 향기로운 꽃들도 이젠 볼 수 없게 됐네 / 芳華行已矣 술 단지에 남은 술 없는가 물어보고 / 榼中問餘瀝 책상 머리 옛글을 괜히 뒤적인다네 / 床頭披古史 예와 지금 시대는 비록 달라도 / 古今雖不同 자기 뜻대로 한세상 살아가는 건 마찬가지 / 行藏皆自己 그래서 헌원씨(軒轅氏)나 우순씨(虞舜氏) 시절에도 / 所以軒虞世 나무에 둥지 틀고 숨어 산 사람이 있었다오 / 亦有巢居子 육(六) 꽃들 다치지 않게 울타리 꽂아 놓고 / 揷籬護花卉 도랑 틔워 골짜기 물 끌어 왔나니 / 疏渠分澗流 산꿩들도 내 앞에서 재롱 부리고 / 山鷄戱我前 사슴의 무리 찾아와서 나와 벗하리 / 麋鹿是我儔 가난한 집 모든 일이 그저 졸렬할 뿐 / 貧家百事拙 아직껏 서쪽 땅 밭 갈지도 못하였네 / 尙不理西疇 내가 한가한 걸 이웃집 아이 눈치채고 / 隣童知我閑 종일토록 머물면서 글자 물어 본다마는 / 問字終日留 책도 내팽개친 쇠한 이 늙은이 / 我衰廢文字 너희들 요구 어떻게 맞춰 주리요 / 何以副汝求 칠(七) 그윽한 골짜기엔 울울창창 소나무숲 / 蒼蒼幽澗松 언덕길 따라서 타는 듯 붉게 핀 꽃 / 灼灼緣岸花 아름답고 추한 것들 각자 직분(職分) 있거니 / 妍醜各有分 꽃 피우고 시들면서 번갈아 서로 뻐기누나 / 衰榮迭相誇 수레와 말 치달리는 서울 한복판 / 京師車馬地 뻔질나게 드나드는 고관대작(高官大爵)의 집 / 冠蓋公侯家 산골에서 호미 잡은 이 늙은이도 / 山中把鋤翁 옛날에 그런 경험 없지 않다만 / 舊日相經過 군자라면 소리가 있어야 하고말고 / 君子有素履 고량 문수(膏粱文繡) 따위는 진정한 영화가 아니로세 / 文繡非榮華 팔(八) 학(鶴)이 갇혀 사는 일 생각이나 할 수 있소 / 仙禽不思縶 정녀는 중매쟁이 필요없는 법이라오 / 靜女匪求媒 발을 한 번 삐끗 잘못 들여놓았다가 / 此地一蹉跌 금년에야 비로소 돌아올 수 있었는데 / 今年始歸來 침상 위에 병든 몸 계절의 변화도 못 느낀 채 / 病枕昧節候 서재의 휘장도 잠깐 걷어올렸다오 / 書帷暫褰開 향기로운 풀들 벌써 길을 뒤덮고 / 芳草已被逕 못 가 누대엔 온통 날리는 꽃이파리 / 飛花滿池臺 활짝 터진 마음으로 우수와 고뇌 씻고서 / 曠然洗愁苦 홀로 읊는 노래 정녕 유유하고녀 / 獨咏良悠哉 영월(寧越)의 김 태수(金太守) 수현(守玄) 에게 부치다. -택당 이식 문밖의 길거리는 먼지만 자욱 / 門外陌塵冥 창가에 기대어 곤하면 졸다 깰 뿐 / 窓間困睡醒 멀리서도 알고말고 우리 김 태수 / 遙知金太守 금강정에 드높이 누워서 지낼 줄을 / 高臥錦江亭 나루터엔 푸른 물결 평온도 하고 / 綠浪平官渡 날리는 꽃잎 가득할 동헌의 뜨락 / 飛花滿訟庭 원님으로 은자(隱者)의 취향 아울러 누리리니 / 眞兼吏隱趣 관사(官舍)가 그야말로 신선의 집이겠소그려 / 公館卽雲扃 홍택방(洪澤芳) 영(霙) 의 집에서 권자정(權子淨) 오(澳) 을 만나 조금 술을 마셨는데, 권(權)이 강사신제(江舍新題)라는 목탕경(睦湯卿)의 시를 읊기에, 붓을 달려 이에 화운하다. -택당 이식 저녁 늦게 중서성(中書省) 대문을 빠져나와 / 晚出中書掖 한가로이 정위의 집을 찾아갔다가 / 閑過廷尉門 우연히 만나게 된 제천(堤川)의 친구 / 偶逢堤縣友 광릉 마을에서 오셨다구요 / 來自廣陵村 가랑비에 석양빛도 묻혀 버리고 / 細霂埋斜照 대청 난간 날리며 지나가는 꽃 이파리 / 飛花過小軒 우리 앉은 자리는 티끌 세상 저 밖인 듯 / 翛然塵事外 세 나그네 한 바가지 술잔을 주고받네 / 三客一匏尊 채지(採芝)에게 주다 -[최숙생(崔淑生)] 푸른 산만 보이고 마을은 안 보이니 / 只見靑山不見村 어부가 무릉도원 찾을 길이 없구나 / 漁郞無路覓桃源 동풍에게 내 정녕히 부탁하여 말하노니 / 丁寧爲報東風道 날리는 꽃 따라서 동구문 밖 가지 마소 / 莫逐飛花出洞門 차운하여 오 부사(吳副使)와 작별하다 - [김인손(金麟孫)] 이별할 제 모두 취해 오사모는 삐딱하고 / 臨分盡醉側烏紗 긴 길은 구불구불 해는 이미 기울었네 / 長路高低日已斜 봄비는 정이 많아 가는 길 질게 하고 / 好雨多情知滑道 봄바람은 이별 슬퍼 꽃잎을 흐트리네 / 輕風惜別解飛花 가는 봄 가는 손님 멈추게 하려 하나 / 留春縱欲兼留客 대궐과 집 그립다니 어쩌면 좋으리오 / 戀闕其如又戀家 한번 가면 중국 땅 멀어서 아득하니 / 一去茫茫遼薊遠 은하수 어느 곳서 신선 뗏목 물어보나 / 銀河何處問仙槎 서울로 가는 이계헌(李季獻)과 작별하다 -[이달] 이별의 뜻은 절로 가눌 수 없고 / 別意不自制 이별의 정은 정말 가슴 아픈데 / 別情良可嗟 바닷가서 나그네로 오래 떠돌고 / 海隅爲客久 변경에서 사람 자주 전송하누나 / 關外送人多 언덕에는 꽃잎이 흩날리우고 / 野岸飛花樹 봄 다리엔 물결이 일렁이는데 / 春橋水上波 이내 신세 자규와 같은 처지라 / 猶同子規鳥 뿌린 눈물 나뭇가지 적시이누나 / 灑淚濕林柯 해운대(海雲臺) -신유 고운이 독학처럼 예서 유유히 가 / 孤雲獨鶴去悠悠 요슬 안고 천 년을 선계에서 놀았다네 / 瑤瑟千年紫洞遊 지금 옛 대엔 동백나무만 남아서 / 唯有古臺冬柏樹 온 종일 나는 꽃이 가는 배를 쫓는구나 / 飛花終日逐行舟 성현의 한도 십영 중 푸르른 남산이 구름 사이에 우뚝 서 있고 / 南山積翠雲間高 얼기설기 돌 비탈길은 다리처럼 뻗쳤는데 / 縈山石磴跨如橋 온화한 동풍을 타고 높은 봉우리에 올라 / 東風邀我上層巘 두 술통 열어서 새 포도주를 마시노라니 / 酒開雙榼新葡萄 성중의 장춘오엔 가무 소리 떠들썩하고 / 城中歌舞藏春塢 날리는 꽃은 흩어져 천 가호에 쏟아지누나 / 飛花散作千家雨 석양이라 돌아가는 길엔 취흥이 도도해 / 夕陽歸興醉滔滔 스스로 서퇴 잡고 타고를 막 두드려대네 / 自把犀椎擊鼉鼓 사제에서 비를 맞으면서 구호하다〔沙堤冒雨口號〕 -성현 필마 탄 긴 방죽에 버들 빛은 쌕쌕한데 / 匹馬長堤柳色新 비처럼 날린 꽃잎이 행인을 스치는구나 / 飛花如雨撲行人 그 누가 알랴 일개 도롱이 쓴 나그네가 / 誰知一箇披蓑客 성안의 오만 봄 경치를 다 읊조린 줄을 / 吟罷城中萬象春 관음굴 앞 시냇가에서 달을 대하여 술을 마시다〔觀音窟前溪對月飮酒〕 -성현 천마산 아래 크나큰 총림 앞에 이르러 / 天磨山下大叢林 시인이 술잔 대하여 밤 깊도록 앉았노라니 / 對酒騷人坐夜深 나무 가득 날린 꽃은 취한 눈에 어른거리고 / 滿樹飛花迷醉眼 반공중 바람 소리는 속된 맘을 씻어주네 / 半空靈籟滌塵襟 한 바퀴 외론 달은 황금병이 솟아오른 듯 / 孤輪月聳黃金餠 만 겹 산봉우리는 벽옥잠이 둘린 듯하네 / 萬疊峯回碧玉簪 거문고 가져다가 급히 타지 말지어다 / 莫把繁絃勤一抹 못 안에 수룡이 있어 울어댈까 두렵구려 / 潭中恐有水龍吟 독불견〔獨不見〕 -성현 지작루에 구름이 모두 걷히고 / 雲開鳷鵲樓 봉래전에 두둥실 보름달 뜨자 / 月滿蓬萊殿 군왕께서 맑은 밤의 놀이 즐기고 / 君王淸夜遊 육궁이 다투어서 시중을 드네 / 六宮爭侍宴 노랫소리 공중에서 울려 퍼지고 / 歌吹落半空 웃음소리 제비를 놀라게 하네 / 歡笑驚棲燕 봄바람이 흩어지는 꽃잎을 날려 / 東風吹飛花 슬프게 우는 나의 얼굴을 치네 / 來撲悲啼面 지척의 장문궁에 있으면서도 / 長門咫尺地 침묵한 채 홀로 보지 못하는구나 / 默默獨不見 귀성하는 형백을 전송하다〔送亨伯歸省〕 -회재 이언적 이곳에서 그대 집이 가깝다는 것을 아니 / 知君到此近庭闈 문에 나와 기다리실 부모님 뜻 어길쏜가 / 閭望方勤詎忍違 멀리 나와 혼정신성(昏定晨省) 못한 지가 오래인 몸 / 自歎遠遊多曠省 내일은 또 부절 들고 서쪽으로 가야 하네 / 明朝移節又西歸 양친이 다 계신 집에 햇살이 한가롭고 / 具慶堂前麗景遲 마당 가득 목란나무 정히 향기로우리라 / 滿庭蘭樹正芳菲 멀리서 상상컨대 좋은 날에 잔치 열면 / 遙知勝日開筵處 흩날리는 꽃잎들이 색동옷을 감싸리라 / 萬點飛花繞彩衣 강가의 늦봄〔江上暮春〕 -간송 조임도 술잔 잡고 봄을 붙잡아도 봄은 머무르지 않으니 / 把酒留春春不留 날리는 꽃잎 저물녘 강물에 떠서 흐르네 / 飛花付與暮江流 내년에도 여기에 봄이 응당 돌아오리니 / 明年此地春應返 모름지기 꽃 만발한 날 마음껏 놀아야지 / 須趁芳辰滿意遊 중선암〔中仙巖〕 -강한 황경원 산 어귀에 해 저물어 가니 / 山門日云夕 소나무길 이미 어둑어둑하네 / 松路已蒼蒼 그윽하고 깊숙하니 풍경은 고요하고 / 窈深景方寂 따스하고 화창하니 날도 좋아라 / 暄和辰又良 꽃 핀 나무들 그윽한 돌계단을 둘렀고 / 榮木周幽磴 날리는 꽃잎 멀리 향기를 흩뜨리네 / 飛花散遠香 맑은 물속 비친 돌은 정말 하얗고 / 粼粼石正白 세찬 시냇물은 찰랑찰랑 울리네 / 激澗鳴鏗鏘 김공이 이곳 선암을 사랑하시어 / 金公愛仙巖 지팡이 짚고 시냇가에 이르셨지 / 杖屨臨谿旁 층층 봉우리 빽빽하게 솟았는데 / 曾峰鬱岧嶢 아직도 금옥 같은 문장이 남아 있네 / 尙留金玉章 오원이 외조부를 이어서 / 吳子承外祖 좋은 옷에다 명당을 꿰었지 / 嘉服綴明璫 구름 속 나무 사이로 나를 이끌어 / 携我雲木間 신령스런 경계에서 함께 노닐었네 / 靈境共翺翔 높직한 산이며 흐르는 시냇물을 / 高山與流水 마음껏 노닐며 미칠 듯 즐거웠지 / 游踐喜欲狂 아 저 검은 티끌 속 나그네들은 / 彼哉緇塵客 분주하여 기를 떨치지 못하는구나 / 奔走氣不揚 김 문간공(金文簡公)의 이름은 창협(昌協)이다. 배우는 자들이 농암선생(農巖先生)이라 부른다. 운석정에 오르다〔登雲夕亭〕 -황경원 어둑어둑 무성한 그늘이 짙어지더니 / 曖曖繁陰重 어느새 저녁 기운이 이르렀구나 / 不知夕氣進 날리는 꽃은 하얀 돌에 흩어져 내리고 / 飛花散白石 놀란 여울물은 천 길이나 솟구치네 / 驚瀨凌千仞 깊숙한 푸른 숲은 그윽하고 / 窈窕靑林幽 치솟은 붉은 절벽은 가파르네 / 嵯峩丹壁峻 외론 정자에서 지는 해를 아쉬워하다 / 孤亭戀日曛 울적해져 희끗한 귀밑머리 쓰다듬네 / 心惻撫衰鬢 함안의 동헌 시에 차운하다〔次咸安軒韻〕 -금계 황준량 창이 초승달을 품어 반쯤이나 환한데 / 窓孕新蟾一半明 대숲에서 읊조리노라니 새가 이름을 부르는 듯 / 竹林吟伴鳥呼名 오늘 아침에 다시 높은 누대에 올라 바라보니 / 今朝更上高樓望 비 가득한 성에 백리가 뽕밭 삼밭이라네 / 百里桑麻雨滿城 평생 육신의 부림 받아 헛되이 경영하였으니 / 百年形役浪經營 우주에서 어떤 이가 큰 이름 세울 수가 있을까 / 宇宙何人立大名 늦도록 푸른 송죽은 눈 속의 달을 머금는데 / 晩翠松篁含雪月 가볍게 나는 꽃과 버들 솜은 처마에 둘렀네 / 輕飛花絮繞簷楹 석 달 봄날 병중에 외로운 신하는 멀리로 와 / 三春病裏孤臣遠 많은 일에 마음 써서 양쪽 귀밑이 하얗네 / 萬事心頭兩鬢明 산속의 새는 백성의 일 급한 걸 알지 못하고 / 山鳥不知民事急 푸른 숲 약한 바람 부는데 시끄럽게 지저귀네 / 綠林風軟奏繁聲 성곽 남쪽의 봄날〔郭南春日〕 -동강 신익전 비 온 뒤라 남쪽 연못엔 푸른 물결 일렁이고 / 南池雨後綠生漪 바람에 날리는 꽃잎이 버들가지에 부딪치네 / 風送飛花撲柳絲 매혹시키는 봄빛에 사람은 절로 늙어 가는데 / 春色媚人人自老 흰머리 더욱 늘어남을 어찌 견딜 수 있으리 / 可堪霜鬢映華滋 낙엽〔落木〕 -무명자 윤기 빈산에 가을바람 맑은 소리 휘감으니 / 空山寥亮動秋聲 낙엽 소리 우수수 절로 따라 울리누나 / 落木蕭蕭也自鳴 춤추는 나비처럼 바람에 팔랑이고 / 巧如舞蝶隨風竝 날으는 꽃잎처럼 다투어 떨어지네 / 忙似飛花到地爭 장안(長安)에 가득하자 무본(無本)이 읊었고 / 滿長安處吟無本 동정호(洞庭湖)에 떨어질 때 굴평(屈平)이 원망했지 / 下洞庭時怨屈平 해마다 재촉하여 사람 머리 세게 하고 / 歲歲催人成白首 봄이 오면 저는 다시 의구히 잎이 피네 / 春來依舊葉還生 기미년 입하에 비로소 꽃이 피었기에2절 〔己未立夏始花偶成 二絶〕 -무명자 윤기 옛사람들이 한식에 날리는 꽃잎을 읊었는데 / 昔人寒食詠飛花 금년에는 입하가 되어서야 꽃이 피었네 / 立夏今年始見葩 알겠노라 봄의 신이 가득 참을 사양해 / 料得東皇辭盛滿 부러 여름 신에게 꽃 피우게 하신 줄을 / 故敎炎帝領繁華 이 늙은이 앓아누워 삼춘을 보내던 차 / 老夫呻囈過三春 새로 핀 꽃가지가 눈에 들어 반갑구나 / 忽喜花枝照眼新 고마워라 봄의 신이 적막한 신세 딱히 여겨 / 多謝東君憐寂寞 은근이 머무르며 나을 날을 기다려주시다니 / 殷勤留待病蘇辰 삼가 큰형님의 시를 차운하다〔敬次伯氏韻〕 -문곡 김수항 비 온 뒤라 원림에 녹음이 생겨나고 / 雨後園林生綠陰 발 너머 숨은 새는 사람 짝해 지저귀는데 / 隔簾幽鳥伴人吟 봄은 얕은 꿈 따라 벌써 자취 없고 / 春隨殘夢已無跡 바람은 꽃잎 흩날리니 누가 막으련가 / 風散飛花誰復禁 오궤는 잠 불러오기에 가장 알맞고 / 烏几最憐宜引睡 소금은 알아줄 친구가 필요 없도다 / 素琴非爲要知音 한가롭게 살기에 찾는 이 적어 좋아만 지니 / 閒居漸喜經過少 사립에 풀빛 우거지는 걸 놔두노라 / 一任柴門草色侵 3월 그믐날 감회가 있어 당시에서 한치요의 시를 차운하다〔三月晦日有感 次唐詩韓致堯韻〕 -김수항 사립을 한낮에도 닫은 채 황혼에 이르니 / 荊門晝掩到黃昏 고요해라 한가한 뜰에 비 지나간 흔적이여 / 寂寞閒庭過雨痕 오랜 성곽에 날린 꽃잎 덧없이 땅에 지고 / 古郭飛花空委地 앞 계곡에 드리운 버들은 마을 감추려는 듯 / 前溪垂柳欲藏村 삼춘이 훌떡 지나 온통 꿈같은데 / 三春轉眄渾如夢 만사는 말없이 애간장만 끓누나 / 萬事無言只斷魂 동으로 백운산 바라보자 산 빛이 가까우니 / 東望白雲山色近 십 년의 돌아갈 꿈이 전원에 엉기누나 / 十年歸夢繞田園 대흥사에서 구담을 지나 박연 폭포로 향하다〔自大興寺過龜潭向朴淵〕 -미산 한장석 흰 바위 맑은 여울은 동으로 서로 흐르고 / 素石淸湍東復西 천 봉우리 영괴가 사람을 헤매게 하네 / 千峯靈恠使人迷 날리는 꽃잎 만 점이 절 길에 있고 / 飛花萬點招提路 산새가 울고 또 우네 / 山鳥一啼又一啼 성여신의 계서록 중 흐르는 물은 거문고 곡조 전하고 / 流水傳琴曲 흩날리는 꽃잎은 술잔에 떨어지네 / 飛花落酒杯 봄바람 부는 날 석양 아래에서 / 春風斜日下 마주하니 회포를 풀기에 좋구나 / 相對好懷開 서평군 정자〔西平君亭子〕 -삼산재 김이안 서평의 정자가 맑고 그윽한 곳에 잠겼는데 / 西平亭子鎖淸幽 담장 속 날리는 꽃잎이 물을 따라 흘러오네 / 墻裏飛花逐水流 몇 번이나 돌아가려다 걸음을 다시 멈추었나 / 幾度欲歸還更駐 저물녘 봉우리에 산새들 우는 소리 들리누나 / 數禽聲在晩峰頭 발연에서 돌아오는 길에 아름다운 곳이 있어 잠시 쉬다〔鉢淵歸路得佳處小憩〕 -김이안 남여 타고 깊숙한 일만 솔숲 돌아 나오니 / 籃輿轉出萬松幽 어여뻐라 꽃잎 떠가는 물가에 앉았도다 / 坐愛飛花泛綠流 서글퍼라 저녁 산새 길손을 보내는 소리 / 怊悵暮禽啼送客 한 떨기 채운봉으로 얼마나 고개 돌렸는지 / 彩雲一朶幾回頭 채운(彩雲)은 봉우리 이름이다. 송산의 갠 눈〔松山晴雪〕 -소호당 김택영 소나무 꺾이고 대나무 눌리도록 몇 겹이나 내렸나 / 松摧竹壓幾重重 함박눈이 간밤에 높고 푸른 산에 내렸네 / 快雪前宵過碧崧 산꼭대기엔 바람이 때로 일어나니 / 頂上天風時一起 날리는 눈꽃 만가로 흩어져 들어가네 / 飛花散入萬家中 쌍계의 버들〔雙溪楊柳〕 봄바람이 하룻밤에 모랫가로 불어올 제 / 春風一夜來沙際 흰 돌의 빨래터엔 여기저기 비단 빠네 / 白石磯頭散浣紗 푸른 강물 넘실넘실 성 안으로 흘러들고 / 綠水融融入城去 몇 그루 버드나무 정히 버들개지 날리네 / 數株楊柳正飛花 당(唐)나라 육창(陸暢)의 〈경설(驚雪)〉 시에 “하늘은 어찌 그리 공교로워 물을 바꿔 눈꽃을 날리나〔天人寧許巧 翦水作飛花〕”라고 했고, 송(宋)나라 범성대(范成大)의 〈춘후미설일숙이청(春後微雪一宿而晴)〉 시에 “봄이 아직 봄 머금은 꽃을 터트리지 않았는데, 청녀가 먼저 눈꽃을 날리네〔東君未破含春蕊, 青女先飛翦水花.〕”라고 하였다. 그믐날에 또 비가 내리다 2수 〔晦日又雨 二首〕 -암서 조긍섭 자욱한 찬 비가 저무는 봄을 전송하고 / 濛濛寒雨送春歸 바람 멎자 꽃잎들 모두 옷에 달라 붙네 / 吹斷飛花共著衣 약속이나 있는 듯 괜스레 우두커니 섰는데 / 似有佳期空佇立 황혼이 벌써 물 서쪽 사립문에 내려앉았네 / 黃昏已到水西扉 병든 아우가 갑자기 어린 여종 데리고 돌아가니 / 病弟俄將幼婢歸 빈한함과 이별의 고통에 눈물이 옷깃을 적시네 / 貧寒別苦一沾衣 산길에 정녕코 온 몸이 다 젖을 텐데 / 山蹊定爾通身濕 누구 집에 가서 대 사립문을 두드릴까 / 知向誰家叩竹扉 삼가 차운하다 두흥 [伏次 斗興] -옥담 이응희 봄이 저물어갈 제 산모퉁이와 물가에 / 春晩山隅與水涯 구경하는 마음 좋은 경치가 서로 맞아라 / 賞心佳景兩相宜 고운 풀 찾아가서는 깔개 삼아서 앉고 / 行尋細草仍成藉 앉아서 나는 꽃 세며 세월 아까워하노라 / 坐點飛花爲惜時 가는 해는 머리 위에서 멈추지를 않으니 / 白日不留頭上影 시름겨운데 손에 쥔 술잔을 어찌 사양하랴 / 淸愁何讓手中巵 근래에 시낭이 넉넉하심을 자못 알겠노니 / 近來頗覺詩囊富 시 읊으시는 회포를 좁은 소견에도 알겠다오 / 多少吟懷寸管知 백마강 가는 길에〔扶江途中〕 -옥오재 송상기 나부의 봄빛에 나그네 시름하니 / 羅浮春色使人愁 지는 버들 솜, 휘날리는 꽃잎 강나루에 한가득 / 落絮飛花滿渡頭 장사치 배는 바람 따라 달리려 하고 / 賈客帆檣風欲趁 백제왕 누각에는 강물만 부질없이 흐르네 / 濟王臺殿水空流 번화함은 끝났지만 유적은 남았고 / 繁華有限餘陳跡 글은 짓지 못했어도 유람은 마음껏 하네 / 詞賦無成故倦遊 내일은 수레 몰고 어디로 가야 하나 / 明發征車更何向 바닷가 구름 낀 나무 있는 서주라네 / 海天雲樹是西州 옥전현에서 눈 내린 뒤에 길을 나서다〔玉田縣雪後發〕 -용담 박이장 섣달 눈이 처음 녹고 밝은 해가 빛나니 / 臘雪初消霽日暉 그림 같은 시골 마을 멀리 아련하네 / 畫中村落遠依俙 눈 덮인 숲속에서 갈 길을 잃었는데 / 瓊瑤萬樹迷行路 이따금 날리는 눈송이가 나그네 옷깃을 스치네 / 往往飛花打客衣 당시 집구로 답답함을 떨치다 -운양 김윤식 봄 성안에 꽃잎 날리지 않는 곳 없고 / 春城無處不飛花 안개 낀 버들은 바람에 나부껴 언덕을 스치네 / 烟柳風絲拂岸斜 길가의 명리객에게 물어보나니 / 借問路傍名利客 말 타고 이제 가면 뉘댁으로 들어가는가 / 馬蹄今去入誰家 조 부장의 환벽정에 쓰다〔題趙部將環碧亭〕 -월정 윤근수 뉘엿뉘엿 희미한 해는 바위 벼랑으로 져가고 / 冉冉微陽下石屏 날리는 꽃은 어리저이 숲 속 정자에 이르는데 / 飛花撩亂到林亭 노닐던 사람들 다 떠나가고 사립문을 닫으니 / 遊人過盡衡門掩 수많은 저녁 산만 마주한 채 푸르도다 / 無數晩山相對靑 삼월의 풍광 어린 두약 우거진 물가에 / 三月風光杜若洲 정자 한 채 깨끗하게 맑은 물가에 임해 있어 / 一亭蕭灑枕淸流 석양녘에 말없이 홀로 기둥에 기대자니 / 斜陽不語獨依柱 꽃다운 풀 아득하여 객수를 일으키네 / 芳草迢迢生客愁 겹겹이 청산에다 굽이굽이 시내 흐르고 / 数疊靑山幾曲溪 언덕에 꽃 물가에 풀 길은 높고 낮은데 / 岸花汀草路高低 봄 깊은 뜨락에 아무도 오지 않고 / 春深院落無人到 하루 종일 산새들만 여유롭게 울고 있네 / 盡日幽禽自在啼 마포 지주 이 찰방 예성 에게 주다〔贈麻浦地主李察訪 禮成〕 -월정 윤근수 일흔 살 늙은이가 살 집을 물으러 왔으니 / 七十衰翁來問舍 남은 생이 얼마라고 또 영리를 구하는가 / 餘生幾許且營求 속세에서 부질없이 산수 취향 품고 있으니 / 塵埃謾抱煙霞癖 응당 고사께서는 웃음을 그치지 않으리라 / 應被高人笑未休 언덕 위 날리는 꽃이 나그네 두건에 떨어지는데 / 岸上飛花點客巾 방초 찾으니 문득 사수 가의 봄과 같아라 / 尋芳還似泗濱春 온 강의 물고기 새들아 괴이하게 여기지 말라 / 一江魚鳥休相怪 지주께서 지금 막 이웃해 살라 허락했느니 / 地主如今許卜隣 〈태허루에서 왕 연장과 함께 읊다〔太虛樓同王年長賦〕〉-황홍헌(黃洪憲) 가랑눈 속 금 봉황이 추녀마루에 올랐는데 / 霏微金爵上觚稜 우뚝 솟은 누각에 올라 난간에 기대 굽어보네 / 高閣崚嶒頫檻凭 옥 나무에 눈꽃이 날리니 이내가 축축하고 / 瓊樹飛花嵐氣濕 눈썹처럼 비낀 먼 산에 바다 구름 피어나네 / 遠山橫黛海雲蒸 하늘이 말끔하니 일만 집에 빛이 생기고 / 天空萬宇虛生白 수위가 떨어지니 일천 강에 얼음이 얼 듯 / 水落千江凍欲凝 띠 풀고 투호하며 애오라지 함께 어울리나 / 緩帶投壺聊共適 휘호는 중선의 〈등루부(登樓賦)〉에 부끄럽다오 / 揮毫猶愧仲宣登 《皇華集 卷35 太虛樓同王年長賦》 지규식의 하재일기 중에서 강동위북몽사빈(江東渭北夢思頻) / 강동과 위북의 꿈을 자주 꾸니 만효임종절각건(謾效林宗折角巾) / 부질없이 임종을 본받아 각건을 꺾네. 금일난언천하사(今日難言天下事) / 오늘 천하의 일을 말하기는 어려우니 모년유작권중인(暮年猶作卷中人) / 모년에는 오히려 책을 읽는 사람이 되리. 장간호조명우세(將看好鳥鳴于世) / 장차 좋은 새가 세상에 우는 것을 보리니 위석비화감각춘(爲惜飛花減却春) / 날리는 꽃을 안타깝게 여겨 봄을 줄이네. 려곽행몽불하의(藜藿幸蒙不遐誼) / 못난 사람이 다행히 멀리하지 않는 정의를 입어 교아시불만상진(敎兒始拂滿床塵) / 아이들에게 비로소 평상의 먼지를 떨어라 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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