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희교수
원광대학교 인문대학 예술학부 국악 전공 김금희 교수
성장 과정
김금희는 군산시 창성동 산동네에서 자랐다. 집에서 가까운 골목에 '군산 국악원'이 있었고, 10살 때 입문하여 소리, 무용 등을 벗으로 여기며 성장한다. 당시엔 군산에 부자가 많이 살았는데, 부잣집 어른들도 국악원에 다녔다. 그는 부잣집 어른들이 장난삼아 '금희야 노래 한번 해봐라!'라고 할 때가 가장 싫었다. 우리 소리가 푸대접받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
어린 김금희는 동네로 영화와 TV 드라마를 촬영하러 오는 배우들을 종종 봤다. 처음엔 인기연예인을 구경하는 것이 신 나고 좋았다. 그러나 차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못사는 동네이기 때문에 촬영하러 온다는 것을 알면서는 창피한 생각마저 들었다. 성장해서는 가난한 사람이 모여사는 동네도, 국악의 천시도 일제강점기 후유증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최란수, 안숙선 명창 등에게 사사 받은 김금희는 스물아홉 되던 해(2002) 제10회 서울전통공연예술경연대회에서 최연소 대통령상을 받아 일찍이 명창 반열에 오른다. 2007년 8월에는 우즈베키스탄에서 2년마다 개최되는 제6회 국제전통음악제(50개국 1500여 명 참가)에 한국대표로 참가, 영예의 1등을 차지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상금 7000불 중 5000불을 우즈베키스탄 난치병 아동들 치료비로 쾌척해서 그곳 언론에 대서특필됐던 김금희. 그는 '서양은 저·고음을 한 음악인이 소화하지 못하고 소프라노, 바리톤, 알토 등으로 하모니를 이루는데, 한국은 한 사람이 최저에서 최고음까지 넘나드는 게 경이로웠다'는 심사위원 9명의 심사평을 듣고 자부심과 함께 판소리가 왜 세계무형유산으로 유네스코에 지정(2003년)됐는가도 깨닫는다.
김 교수는 "일본 사람들이 우수하고 다양한 우리의 전통문화를 없애려고 '조선 문화 말살정책'을 펼치는 과정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소리(唱)가 기생과 함께 술 마실 때나 부르는 '안방문화'로 전락했다"면서 "해방은 됐지만, 대부분 사람들 정신은 일본에 지배받던 일제강점기 민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김 교수는 "동·서양의 모든 음악은 기악과 성악으로 나뉜다"며 "서양과 한국 음악을 굳이 나눈다면 서양음악은 양(陽)의 성질을, 한국음악은 음(陰)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음의 성질을 지닌 한국 음악은 혼과 혼이 만나 어우러지면서 여운이 길게 남아 빠른 장단임에도 슬프고 찡한 기분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한국 음악'을 아악(정가·정악)과 민속악(민요)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아악은 궁중을 중심으로 발전한 음악으로 종묘, 문묘, 조회 등 다양한 궁중행사에 사용되거나 일부 상류층에서 연주하던 격조 높은 음악이라 한다. 아악(雅樂)은 임금도 바른 음악을 들어야 정신수양이 되어 나랏일도 올바르게 살필 수 있다는 뜻에서 정가(正歌) 혹은 정악(正樂)으로 불리기도 했다. 아악은 궁중 제사에 사용하는 '제례악', 궁중연회 때 사용하는 '연례악', 군대나 임금의 거동에 사용되는 '군례악'으로 구분된다.
민속악은 아악에 대칭되는 개념으로 상민층 및 개인, 광대 등 특수 계급에서 연주되던 곡이다. 고상한 품위나 격식보다는 흐드러지고, 먹고, 마시는 등 사람의 감정을 자유롭고 솔직하게 나타낸 밀도 깊은 음악이라 한다. 민속악에는 시나위, 무악, 민속무용곡, 농악, 독주, 산조 등이 있다.
김 교수는 "옛날 서민들, 특히 한량들은 신이 나면 막걸리 한 잔 마시고, 멋진 시조도 읊고, 소리도 하는 등 풍류를 즐겼고, 광대들은 줄도 타고, 접시도 돌리면서 흥겹게 살았는데, 임금은 아무리 신 나고 좋아도 참으면서 선(善)과 도(道) 닦는 음악만 들어야 했으니 참 재미없게 살았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판과 소리가 합해 만들어진 '판소리'는 부채를 든 소리꾼 한 명이 한 사람(고수)의 반주로 긴 극 이야기를 노래와 아니리, 발림을 함께 엮어나가는 한국의 전통 음악이다"고 말했다. '판'은 많은 사람이 모인 가운데 씨름이나 굿 등이 벌어지는 공개된 장소를 뜻한단다. 혼자 어떤 일을 벌이는 장소엔 '판'이라는 말을 붙이지 않는다고.
예로부터 전해지는 판소리 열두 마당(바탕)은 <춘향가>, <심청가>, <흥보가>, <수궁가>, <적벽가>, <변강쇠가>, <옹고집타령>, <배비장타령>, <무숙이타령>, <장끼타령>, <가짜 신선타령> 등으로 짜여있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외설적인 내용이 담긴 일곱 마당은 사라지고, <춘향가>, <심청가>, <흥보가>, <수궁가>, <적벽가> 등 다섯 마당은 현재까지 내려오고 있다.
판소리 다섯 마당에는 '삼강오륜'의 뜻이 담겨있다 한다. 판소리 가운데 예술성이 가장 돋보이는 <춘향가>는 '부부유별', 슬픈 내용이 많아 여성 소리꾼이 즐겨 부르는 <심청가>는 '부자유친', 형제 우애가 바탕인 <흥보가>는 '장유유서', 용왕과 신하들이 등장하는 <수궁가>는 '군신유의', 중국 소설(삼국지)의 일부를 판소리로 엮은 <적벽가>는 '붕우유신'을 나타낸단다.
판소리(중요무형문화재 제5호)는 '소리', '아니리', '발림'(너름새), '추임새' 등 4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이중 노래(唱)를 뜻하는 소리와 중간마다 상황을 설명하는 아니리, 부채를 접었다 펼쳤다 하는 몸동작 발림은 소리꾼이 하고, '잘~한다!', '얼씨구!' 등의 추임새는 관객이나 고수가 넣어주면서 멋들어지게 조화를 이룬다.
발림 동작에 필요한 부채는 시각적인 효과를 더해주며 이면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소리꾼이 더울 때는 시원한 바람을, 얼굴을 가리는 가리개가 되기도 하며, <심청가>에서 심 봉사가 길을 걷는 모습을 노래할 때는 지팡이가 되고, <흥부가>에서 흥부가 박 타는 모습에서는 톱이 되고, <적벽가>에서 조조가 활시위를 당기는 대목에서는 화살이 된다는 것이다.
잘 부르시는 노래 - 사랑가, 사철가, 배띄워라(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