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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cyclopedia of World Literature
in the 20th Century Vol. 4
Supplement and Index
(Prederick Unger Publishing Co. 1975)에서 번역.
SF문학의 계보와 갈래에 대해서는 사람들마다 의견이 구구하지만, 대체로 유토피아 문학과 환상 문학은 SF 와 독립시켜 다룰 수 있는 별개의 장르로 인정된다. 물론 작품 하나를 놓고는 엄격한 분류가 무의미한 것도 사실이다 . 아래의 글은 영미 SF문학의 역사에 대한 하나의 견해로서 번역, 소개하는 것이며, 우리가 단지 참고하기 위한 목적으로는 비교적 잘 정리된 내용이다.
20세기의 기록된 형태의 SF는 석기시대의 사람들이 밤에 으르렁거리며 위협하던 들짐승들로부터 그들 자신을 보호해 주는 불을 꺼지지 않게 지킬 수 있도록, 자신들을 깨어 있게 하기 위해 이야기하던 전설-초자연적인 존재에 대한 이야기-의 현대판이다. 하 지만 그 초자연적인 존재들은 20세기의 소설에서 과학기술시대에 걸맞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과학적 사실, 가정, 가설, 추측 등 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다.
작품들마다 소설의 3요소 - 시간, 공간, 인물 - 중 적어도 하나는 비현실적이다. 시간적 배경은 미래도, 과거도, 또는 어떤 초 현실적인 시간도 될 수 있다. 장소는 은하 사이, 우주, 그리고 바다 깊은 곳과 지구내부까지 포함해 어떤 곳이든지 좋다. 인물은 사람, 기계, 인조인간, 동물, 로봇, 물리적인 시공간에서 진화되어 나온 여러가지 모양의 생명체 중 하나일 수 있다.
SF는 흔히 흥미를 위해 쓰여진다. 그러나 진지한 작가들의 손에 의해 쓰여지면 사회비판이나, 향수, 건전한 경고, 앞에 무엇이 놓여 있는가에 대한 묵시적인 전망, 교훈, 희망과 낙관주의적인 표현 등등 전통적으로 진지한 작가들의 관심사였던 것들에 대한 매개물이 된다. 있었을 법한 것, 그리고 있을 법한 것들이 SF 작가들의 중요한 관심사이다.
역사가들은 SF의 개성적인 주제와 형식을 그리스의 풍자가인 루시안(Lucian)이나 메리 W. 셸리(Mary W. Shelley)의 [프랑켄슈타 인(Franken- stein, or The Modern Prometheus)]과 같이 초기 SF의 예로 간주되는 어떤 19세기의 작품들에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찾아내지만, 대부분의 비평가들은 H.G. 웰즈(H.G. Wells)의 초기 작품들과 프랑스 작가인 줄 베르느(Jules Verne)의 여러 이야기들의 총칭인 [색다른 여행(Les voyages extraordinaires)] 이 현대 SF의 시작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웰즈와 베르느는 서로 다른 전통을 만들었고, 이것은 1960년대까지 분리된 채로 남아 있었다.
웰즈는 언제나 인간 전체의 도덕적인 상태에 대한 안목을 가지고 SF의 주제들을 이용했다. 이것은 생물학, 천문학적 환타지인 [ 투명인간(The Invisible Man)], [최초로 달에 간 사나이(The First Men in the Moon)], [신들의 음식(The Food of the Gods)] 등에 나타나 있다. 그의 SF는 무제한의 발전이라는 개념과 외계의 것으로 생각되는 모든 생명체를 지배하려는 자기중심적인 강요에 도전하는 도덕주의자 의 글이다. 웰즈의 도덕적 깊이와 민감함을 잘 보여주는 예는 [우주전쟁(War of the Worlds)]이다. [우주전쟁]에서는 인간과 외계인과의 생명의 본질은 같다는 생각이 나타나 있기 때문에 독자들은 외계인들이 인간과 완전히 성 질이 다르다고 생각하지는 않게 된다. 악의 개념을 인간자신으로부터 분리해 괴물에 주입시키는 것에 반대하여 웰즈는 처음으로 SF에 우주적 일치와 연민이라는 관념을 도입하는 데 성공했다. 그의 작품들은 또 성찰과 예언의 도구이기도 했다.
그 반면, 줄 베르느는 사실상 사회적인 내용 없이 그 대신 다소 좁은 국가주의의 발로로 그의 재능을 발명과 새로운 고안에 쏟 으면서 이야기들을 써 나갔다.
베르느의 소설들은 많이 알려져 있다. [기구에서의 5주일(Cinq Semaines en ballon)], [지저여행( Voyage au centre de la terre)], [지구에서 달로(De la terre a la lune)], [해저 2만리(Vingt mille ligues sous les mers)], [80일간의 세계일주(Le tour du monde enquatre-vingts jours)] 등 이다. 이 소설들의 장점은 정확한 세부묘사이다. 베르느는 잠수함, 비행기, TV같은 발명품들을 놀랄만큼 정확하게 예측해 냈다.
하지만 웰즈와 베르느가 비교적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SF 소설에서의 풍부한 상상력에 대한 가능성은 20세기 전반까지 인정받 지 못했다. 웰즈와 같은 작가의 영향으로 과학 그 자체는 흥미있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게 되었지만 기존문학체제의 편견은 웰즈 뿐만 아니라 이 분야에 손을 댄 다른 작가들을 이 분야에서부터 밀어내었다. 이 작가들 중에는 [야간 우편으로(With t he Night Mail)]을 쓴 키플링(Rudyard Kipling), [잃어버린 세계(The Lost World)]의 코난 도일(A. Conan Doyle), [우주의 방랑자(The Star Rover)]의 잭 런던(Jack London) 등도 포함되어 있 다.
1920년대에 SF가 미국에 출현했을 때, SF는 단편의 형태로 출판되었고, 서부소설, 추리소설, 괴기소설 등과 같은 특수한 부류의 소설들과 같이 취급되어 팔렸다. 이러한 소설들을 출판하는 데 가장 성공한 사람은 바로 휴고 건즈백(Hugo Gernsback)이다. 매 년 주어지는 휴고상은 그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것이다. 그는 소설들을 <어메이징 스토리즈(Amazing Stories) >, <과학과 발명(Science and Invention)>, <사이언스 원더 스토리즈(Science Wond er Stories)> 등의 제목을 가진 잡지의 형태로 내놓았다. 이런 류의 출판물은 SF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의 편견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고, SF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주류(mainstream)" 소설이라고 부르게 된 것으로부터 SF를 더욱 멀리 떨어뜨려 놓았다.
과학소설, 즉 Science Fiction이라는 일반적인 명칭은 이 시기에 미국의 휴고 건즈백이 <사이언스 원더 스토리즈>의 1929 년 6월호에서 처음으로 사용한것이다. 점차로 편집자들, 작가들, 독자들도 이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보다 이전에 사용된 용어들은 SF라는 장르가 시사하는 개념이 얼마나 다양한 것인지 보여주고 있다. "별난 여행(extraor dinary voyages)", "과학적인 공상소설(scientific romances)", "과학적인 환타지(scientific fantasies) ", "발명 이야기(invention stories)", "독특한 이야기(different stories)", "불가능한 이야기( impossible stories)", "유사과학적인 이야기(pseudo - scientific stories)", "과학적인 소설(scientific fiction)", "기묘한 과학적 이야기(weird-scientific stories)", "초과학(super science)" 등이 그것 이다. 이 장르의 본질과, 이 장르와 과학과의 관계에 대한 혼란은 접어두고라도 이런 명칭들은 당시 미국에서는 웰즈의 관점보다 베르느의 관점이 우세했다는 것을 분명히 나타내 주고 있다.
1938년부터 1971년까지 <어스타운딩(Astounding)>지를 편집했던 존 캠벨(John W. Campbell)의 편집기간 동안 단편 SF에 있어서 기술과 내용상의 중요한 발전이 있었다. 캠벨은 논리를 중시했고 허술한 구성의 이야기나 눈이 튀어나온 괴물(BEM : Bug-Eyed Monster)에 대한 이야기 같은 것은 퇴짜놓았다. 1939년을 즈음해서 <어스타운딩>에 실린 소설의 작가 중에는 나중에 뛰어난 SF 작가가 된 반 보그트(A.E. van Vogt), 로버트 하인라인(Robert A. Heinlein),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 디어도어 스터젼(Theodore Sturgeon) 등도 있었다.
SF에 중요한 발전들, 즉 정확한 과학적 지식, 소설적 논리와 질서에 대한 자각 같은 것들은 이런 잡지들에서부터 비롯되었다. 게다가 초기의 잡지에 실린 소설들은 지금은 잘 알려진 ESP(Extra Sensory Perception : 초감각적 지각)라든가, 빛보다 빠른 여 행을 가능하게 해 준 워프항법(space-warps), 초공간을 이용한 이동, 나란한 세계와 통하는 문이라는 아이디어, 다른 별이나 행 성과의 충돌, 우리가 알고 있는 생명체와는 다른 생명체, 반중력기구, 로봇 등의 묵시적인 협정항목들이 갑작스럽게 많이 생겨날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이런 항목들은 1950년대 초반 이후에야 구체화되고 눈에 뜨일 만한 수로 소설 속에서 전개되었다.
캠벨의 잡지는 현재까지도 라는 이 름으로 계속되고 있다. 아직도 출판되고 있는 중요한 SF잡지가 몇 가지 더 있다. <갤럭시(Galaxy)>, 그리고 < The Magazine of Fantasy and Science Fiction>이다. 또한 아시모 프가 1970년대부터 을 내고 있는데 이 잡 지는 와 같은 출판사에서 나오고 있다. 우수한 SF 작가들 중 많은 수가 이 출판물들을 위해 짧은 소설들을 쓰고 있다.
1920년대와 1930년대에 영국에서는 잡지 형태의 SF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H.G. 웰즈로부터 비롯된 SF의 전통은 열렬한 웰 즈의 지지자인 스태플든(W. Olaf Stapledon)에 의해 계승되고 범위면에서 확대되었다. 웰즈보다는 훨씬 덜 알려졌지만, 스태플든 은 SF 작가들 사이에서 견줄 데 없는 거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진지하고 학구적인 영국의 철학자이자 리버풀대학(Liverpool University)의 문학, 산업사(industrial history), 심리학, 철학강사로서 그는 그의 넓은 인도주의적 전망을 덜 추상적인 언어로 표현하려고 SF를 쓰기 시작했다.
그의 뒤를 따른 우수한 SF작가들 중 대다수와 같이 스태플든은 인간의 본성과 미래 등과 같이 궁극적인 문제를 가지고서 설득력 있고 어지러울 정도로 빈정대는 말투로 글을 썼다. 이렇게 볼 때 그의 가장 중요한 두 SF작품인 [최초의 인간, 최후의 인간( First and Last Men)]과 [별들의 창조자(The Star Maker)]에서 보이는 것은 웰 즈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궁극적인 미래에 대한 비관적 생각이 그대로 확대된 것이다.
스태플든은 일반적인 서술방법, 즉 대화나 개인성격묘사와 같은 방법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배경에 과거와 미래, 전 범위의 우 주역사가 포함되게 하는 데 주력했다. [최초의 인간, 최후의 인간]에서 인류는 18가지 종(species)의 변화를 거쳐 수백만 년 미래로 옮겨진다. [별들의 창조자]에서 시간적 배경은 더욱 광대해진다. 우주 자체의 역사가 소재이고, 인류의 전체적인 무용 담은 단지 하나의 에피소드에 불과할 뿐이다. 우주역사의 매시대마다 스태플든은 그 시대의 특별한 기술적, 사회학적, 생물학적 발전을 보여주고, 그것들이 파괴적인가 또는 도움이 되는가에 대해 심사숙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게 소개하는 아이디어들 중 많은 수가 뒤에 다른 작가들에 의해 전개되고 장편의 형태로 다시 쓰여지게 된다.
1940년대와 1950년대는 SF 평론가들이 미국 SF의 르네상스기라고 부르는 기간이다. 이것이 가능했던 원인 중 첫번째의 것은 전 체적으로 볼 때 작가들이 지적으로 대담해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작가들이 사용하는 시간과 공간의 차원이 이전에 없었던 크기로 확장되었다. 광년, 은하사이의 공간, 영겁의 시간 등이 당연한 것처럼 사용되기 시작했다. H.G. 웰즈의 뒤를 따른 스태플든이 영국에서 이런 일에 선구적인 역할을 했고, 미국에서는 하인라인과 아시모프가 이런 맥을 따라 각기 작품활동을 했다.
1940년대에 이런 대담한 생각을 담은 소설의 성질을 잘 나타내는 고전적작품중 하나가 아시모프에 의해 쓰여졌고, 결국 [파운데 이션(Foundation)], [파운데이션과 제국(Foundation and Empire)], [제 2 파운데이션(Second Found- ation)]의 삼부작으로 출판되었다. 이 소설들의 뒤에 깔린 기본적인 생각은 "심리역사학(psycho history)"의 개념이다. 심리역사학이란 것은 아시모프 작품에 나오는 주요인물 중 한명인, 지금으로부터 수천년 뒤, 은하제 국 안의 한 국가주(nation-state)에 사는 해리 셀던(Hari Seldon)에 의해 발전된 심오한 통계과학으로, 정확한 방정식 표현을 사 용해 인간대중의 행동을 이론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복잡한 수학적 수단이다.
이 초사회학(supersociology)을 사용함으로써 셀던은 그가 살고 있는 은하제국이 3만년 동안의 쇠퇴-암흑기-를 겪고 결국 멸망 하리라는 것을 계산해 낼 수 있게 되었다. 셀던은 이 재난의 전개를 막고 더 좋은 결말로 이끌기 위헤 여기에 개입할 것을 계획 한다. 그는 "파운데이션(Foundation)"이라 불리는 특별히 선택된 사람들의 집단을 두 개 만든다. 두 집단의 존재가 모 두 알려져 있는 데 반해, 제 1 파운데이션은 공개적으로, 제 2 파운데이션은 비밀리에 활동하게 된다. 두 집단 모두 조심스럽게 - 셀던은 그 둘이 "은하의 서로 다른 끝"에 위치하고 있다고 일부러 애매하게 설명했다 - 위치가 선정되었고, 제국의 멸망 후 얼마 있지 않아서 그들은 더 강하고 더 오래 지속될 제 2 제국(Second Empire)을 위한 기초가 될 위치에 있게 된다.
셀던의 사후 오랫동안 그의 계획은 잘 진행되었다. 그러나 그것도 뮬(Mule)이 끼어들기 이전까지였다. 뮬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가진 심리적 돌연변이인간(psycho-mutant human being)이고 이 뮬이 심리역사학 방정식에 새로운 인자로 끼어든 것이다. 이 일로 인해 제 1 파운데이션은 붕괴했지만 제 2 파운데이션은 여전히 비밀스럽게 활동했다. 삼부작의 세번째 권은 제 2 파운데이션이 다시 활동을 개시하고 돌연변이 폭군을 무찌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기간동안 아시모프가 또 한가지 중요한 기여를 한 것은 그의 로봇소설들을 통해서이다. 이중 가장 잘 된 작품인 [강철도시( The Caves of Steel)]에서 그는 그의 로봇소설 중 가장 뛰어난 특색과 파운데이션 삼부작에서의 미 래사회에 대한 추측을 결합시켰다. 이 소설은 추리소설적인 구성을 갖추었고, 인구과잉으로 북새통이 된 미래의 도시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아시모프는 이 사람들이 어떻게 해서 그들이 살도록 되어있는 강철동굴에 순응하게 되는지를 묘사하는데 있어서 매우 뛰어난 상상력을 발휘하고 있다. 어떤 비평가들은 [강철도시]를 파운데이션 시리즈보다 더 뛰어난 작품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이 르네상스기의 또 다른 중요한 인물인 로버트 하인라인은 지속적인 명료성과 문장력, 상을 탄 많은 단편과 장편소설에서의 신 념에 있어서 누구와도 비교될 수 없다. 그는 흥미진진한 구성의 대가였고 그의 주인공을 통해 사회, 정치, 종교, 성 문제에 대해 정통이 아닌, 때로는 주제넘기까지 한 의견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주저하지 않았던 작가였다. 웰즈나 스태플든의 도덕적 진지함 에 비해 하인라인의 사상과 의견은 격식에 구애받지 않았고,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사투리로 된 생기있는 대화에 의해 나타내어 졌다. 이러한 대화는 그의 환상적인 이야기에 사실성을 부여하는 주된 방법 중의 하나였다.
휴고상을 탄 하인라인의 네 작품은 그가 1960년대에 얼마나 인기가 있었는지를 나타내 줄 뿐 아니라 그의 다양한 재능을 보여준 다. 1956년에 그는 [이중성(Double Star)]으로 첫 상을 탔다. 이 소설은 그가 즐겨 사용하는 강하고 능력있고, 매 우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남자인물을 주동인물로, 또 주인공으로 쓰는 좋은 예이다. 또한 성격묘사와 구성에 있어서 상상력의 다 재다능함을 보여주는 매우 훌륭한 예이기도 하다. 주인공은 배우인 로렌조 스미드(Lorenzo Smythe)인데 이 사람은 분장과 흉내의 천재이다. 그가 은하제국의 중요한 정치가 역할을 해내도록 설득받았을 때 그는 곧 그의 일이 그가 허락한 두시간짜리 역할보다 매우 길고 어딘가에 깊숙히 개입되는 역할이 되리라는 것을 알아챘다. 스미드는 더러운 정치적 속임수가 본질적으로 바뀌지는 않았지만 사용된 무기는 더 강력하고 정교해졌다는 것을 알아내게 된다.
대담한 SF인 [우주의 전사(Starship Troopers)]는 군국주의에 바탕을 둔 미래사회를 훌륭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이야기에서는 길들여진 사관에게 필요한 교훈을 배우게 되는 이동 보병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야기의 전제에 있어서 [우주의 전사]보다 더 모순된 것은 아마도 하인라인이 쓴 소설 중 특히 대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잘 알 려진 소설일 [이상한 나라의 이방인(Stranger in a Strange Land)]이다. 이 소설에서 주인 공인 밸런타인 마이클 스미스(Valetine Michael Smith)는 화성에서 실종된 두 우주비행사의 아들이다. 그는 화성인의 "둥지 (nest)"에서 자라면서 물체를 사라지게 하는 법이나 염력, 매우 이교적인 성적 가치(sexual values) 등을 배웠다. 그가 지 구에 도착한 뒤 이질적인 사회에서 첫 한달을 숨어지낼 동안 그의 보호자이자 선도자였던 사람은 부자이고 유별난, 매우 강인한 중년의 노총각인 쥬발 하쇼우(Jubal Harshaw)였다. 쥬발로부터 그가 할 수 있는 일을 배운 뒤 밸런타인은 자신의 길을 걷는다. F osterites라고 불리는 광신적 종교조직에서, 그리고 이동오락장(traveling carnival)에서 그는 지구인의 본성에 대한 교훈을 배 우게 된다. 밸런타인은 결국 그 자신의 종교, 세계교회(the Church of All Worlds)라는 것을 만들어서 그 안에서 자신이 젊은 시 절에 화성에서 배웠던 능력과 삶의 자세를 사람들에게 가르친다. 그의 '교회'는 결국 밸런타인이 언제나 그의 상징적 아버지였던 쥬발에게 횃불을 넘겨주고 자신은 광란하고 있는 군중들에게 순교당한 것처럼 보였을 때 승리하게 된다.
하인라인의 뚜렷한 의견과, 인간의 본성에 관한 본질적으로 권위주의적인 가설과, 겉보기에 인간적인 가치를 결합시키려는 그의 어설픈 시도가 [이상한 나라의 이방인]의 인기를, 1960년대 젊은이들의 반문화운동에 깔려 있는 있을법한 모순에 대한 중요한 표현으로 만들었다.
[달은 무정한 여왕(The Moon Is a Harsh Mistress)]으로 하인라인은 네번째 휴고상 을 탔다. 이 책의 대부분은 정치적 과학과 혁명의 역학을 다루고 있다. 달에 있는 범죄자 식민지가 지구의 착취에서 벗어나 하인 라인이 "합리적 무정부상태(rational anarchy)"라고 부르는 것에 기초를 둔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계획을 짜고 그 계 획을 실행에 옮기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SF 르네상스기에 나타난 또 한 명의 중요한 작가는 제임스 블리쉬(James Blish - William Athling, Jr.의 가명)이다. 그는 하인 라인이나 아시모프와 같이 1940년대에 잡지를 통해 글쓰는 일을 시작했다. 블리쉬의 가장 훌륭한 작품은 SF의 고전으로 널리 인 식되고 있는 [양심의 문제(A Case of Cons- cience)]이다. 이 책은 원죄의 개념에 의해 초 래된 딜레마에 기초를 둔 철학적, 신학적 주제를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소설의 구성은 대단히 지성적인 파충류가 살고 있는 행 성을 탐구하기 위해 보내진 예수회 생물학자가 중심이 되어 있다. 그 생물학자는 그들(파충류들)의 매우 순수한 도덕적 천성 때 문에 생긴 인간성에 대한 특이한 심리학적 위협이 행성의 파괴를 정당화할 수 있는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언뜻 보기에 불가 능해 보이는 이 역설 뒤에 있는 논리가 블리쉬가 조심스럽게 전개시킨 성격묘사의 문맥에서는 강렬하고 설득력이 있다.
블리쉬는 또 SF 4부작으로도 유명하다. 이 4부작은 총칭으로 [공중도시(Cities in Flight)]라 불리는데, 여기에는 [지구인, 고향에 오다(Earthman, Come Home)], [별을 가진 사람들(They Shall Have Stars)], [시간의 승리(The Triumph of Time)], [별을 위한 삶(A Life for the Stars)]이 포함되어 있다. 이 소설들에서 사건과 배경의 전개는 매우 광대하다. 이들을 하나 로 묶는 개념은 모든 도시들-우주선뿐만이 아니라-이 "spindizzy field"로 알려진 반중력을 이용한 동력에 의해 은하 간의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오키(okies)라고 불리는 이 도시들은 그들이 은하의 구석구석까지 제공해야 하는 모든 서비스들을 파는 것을 매개로 해서 경제적으로 서로 경쟁한다.
이 기간 동안 나온 중요한 책들 중에는 프레드릭 폴(Frederik Pohl) 과 C.M. 콘블러스(C.M. Kornbluth)의 [우주상인(The Space Merchants)], 디어도어 스터젼(Theodore Sturgeon)의 [인간을 넘어서(More than Human )] 등도 있다. [우주상인]은 광고제일주의의 흥정과 착취에 대한 우수한 풍자이다. [인간을 넘어서]는 한 무리의 돌연변이 어린이들로 구성된 공생체가 어렵게, 점진적으로 생성되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어린이들 각각은 인간신체의 각 부분과 같 이 이 공생체에서 한 부분의 일을 맡아서 할 수 있는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 작품은 세계 환상문학상을 받았다.
1940년대와 1950년대의 미국 SF계에서 또 한 명의 중요한 작가인 레이 브래드버리(Ray Bradbury)는 특색 있는 산문체의 문장을 사용했고 성격묘사를 민감하게 잘 해냈다. 이런 특질들 덕분에 그는 하인라인, 아시모프, 블리쉬 등이 이룩하지 못한 주류문학세 계로부터 인정을 받게 되었다. 브래드버리의 느슨하게 묶여진 단편집인 [화성연대기(The Martian Chronicles )]는 그의 단편작품들의 좋은 예이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지구에서 화성으로 향하는 일련의 탐험대들 중 한 그룹의 탐험대원 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각각의 그룹은 품고있는 기대에 따라 서로 다른 화성의 모습을 보게 된다. 본래 단편작가이긴 하지만 브 래드버리는 중요한 장편소설들도 썼다. 가장 잘 알려진 작품 중 하나인 [화씨 451도(Fahrenheit 451)]는 그가 항 상 사용하는 주제, 즉 위협당하나 결국 승리하는 상상력이라는 주제를 잘 다루고 있다.
아더 C. 클라크(Arthur C. Clarke)는 오늘날 가장 잘 알려진 영국의 SF 작가이다. 그의 가장 좋은 작품들 중 많은 수가 1950년 대에 쓰여졌다. 이중에 [유년기의 종말(Childhood's End)]이 들어있다. 문체와 형식의 연습을 통해 클라크는 인류 가 더 나은 존재, 오버마인드(Overmind)로 진화한다는, 그리 독창적이지 못한 소재를 새로운 각도에서 다루었다. 우리가 아는 형 태의 인류, 이 인류가 다른 존재로 변하는 인류의 멸망과정에서 인물들이 겪는 경험, 그들의 열망과 상실 등이 감동적으로 그려 져 있다. 클라크는 1960년대 미국에서 아폴로호 발사 때의 해설 때문에, 그리고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과의 공동작업이 었던 영화 [2001년 우주여행(2001 : A Space Odyssey)] 때문에 더욱 널리 알려졌다.
이 기간동안 또 한 명의 중요한 영국작가는 존 윈덤(John Wyndham)이다. 그는 문명의 멸망이라는 주제를 다룬 SF 소설로 유명해 졌다. [트리피드의 공포(Day of the Triffids)]는 콜리어(Collier)의 잡지에 연재되어 즉시 성공을 거두었고, 오랫동안 인기를 지속했다. 멸망하고 있는 런던의 모습이 매우 생생하고 흥미롭게 그려졌다. 윈덤은 또 미드 위치라는 마을의 여인들을 수태시키는 외계인들의 이야기인 [미드위치의 뻐꾸기(The Midwich Cuckoos)]도 썼다.
1960년대에 어떤 SF 작가들이 의식의 흐름(stream of consciousness), 활자상의 기교, 다다이즘의 요소같은 혁신적인 소설적 기 법을 그들의 작품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보통 이 작가들은 현재의 사회학적, 심리학적 여건에 기초한 미래의 모습에 이전의 작가 들보다 더 관심을 보였다. 또, 그들은 대개 미래에 대해 매우 비관적인 견해를 표명했다.
1961년 휴고상, 1965년 네뷸러상 수상자이고 영국 SF 협회장을 지냈으며1958년부터 69년까지 의 문학편집자 였던 브라이언 올디스(Brian Aldiss)는 이 "뉴 웨이브(new wave)"라고 알려지기도 한 실험적인 운동을 주도했던 영국 작가들 가운데서도 가장 재능 있는 편에 속했다. 올디스는 그의 소설 [머리 속의 맨발(Barefoot in the Head)]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이 소설은 뉴 웨이브의 특성을 매우 잘 나타내 주고 있다. 이 책의 특징 중 하나는 각 장 의 끝에 그 장의 내용에 대해 언급하는 시 또는 팝송이 붙어 있다는 것이다. 문장의 유려한 구사는 때로 제임스 조이스(James Jo yce)를 생각나게 한다.
심리화학폭탄에 노출된 뒤 [머리 속의 맨발]의 주인공인 챠터리스(Charteris)라는 세르비아 인은 심하게 중독된 슬라브인들을 위한 검역캠프에서 초병으로 근무하고 있을 동안 성적인 접촉을 통해서 강력한 화학약품을 체내에 흡수하게 된다. 이야기는 챠터 리스가 영국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영국은 이 환각제로 인해 고통을 받는 첫번째 나라가 되는 것이다. 그가 영국에 도 착했을 때 그는 대부분의 사람이 이미 이 환각제에 빠져 있고 사회 전체에 근본적인 변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가 묵고 있던 집의 주인이 그에게 말해 주었다.
"예전 세상은 가버렸지만 그 껍데기는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어요. 머지않은 어느날, 새로운 구세주가 바람처럼 나타나 고, 그 껍데기는 으스러질 겁니다. 아이들은 상상의 푸른 목장으로 뛰쳐나와 소리를 지르며, 맨발로 뛰어다니겠죠."
새로이 모습을 드러내는 세상에서 챠터리스는 그 화학약품이 자신에게 작용해 자신이 사람을 끄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자기자신이 바로 새로운 구세주라는 것을 믿게 된다.
영국의 실험적인 SF 작가중 또 한 명의 중요인물은 J.G. 발라드(J.G. Ballard)이다. 그는 환경에 있어서의 극단적인 재난이 사 람의 인격과 인간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탐구하기 위해 그의 복잡한 화술을 사용했다. [홀연한 바람(The Wind from Nowhere)]에서는 바람 때문에 지구전체가 건조하고 바람만이 세차게 부는 사막으로 변해 버린다. [수장 된 세계(Drowned World)]에서는 그 반대의 일이 일어나 전리층이 태양풍 때문에 파괴되고 세상은 열대늪지로 바뀌 어 버린다. 사람들은 이 늪지 내부에서 자폐적인 생활을 하는 데 점점 익숙해져 간다. [결정 세계(Crystal World) ]에서는 생명체들이 결정화(crystallize) 됨에 따라서 자연은 석화(石化 : petrification)되고 정화(淨化 : purification)된다.
1960년대에 미국에서는 1950년대 초에 절정을 이루었던 전통적인 스타일의 좋은 작품들이 계속해서 발표되었다. 이 오래된 전통 의 가장 좋은 예는 훌륭하게 개념이 정리되어 있는 프랭크 허버트(Frank Herbert) 의 [듄(Dune)]이다. 상당 기간 동안 사 회학과 사막생태학에 대해 연구한 뒤에, 허버트는 감각적인 세부묘사에 있어서 매혹적인 세계를 창조해 냈다. 색깔, 행동, 그리 고 개념적인 혁신 등이 이 책을 대학캠퍼스에서 하인라인의 [이상한 나라의 이방인] 만큼이나 인기있게 만들었다.
로버트 실버버그(Robert Silverberg)의 [유리탑(Tower of Glass)]은 전통적인 서술기교를 사용한 또 하나 의 수작이다. 이 책의 흥미를 끄는 요소는 인간과 다양한 등급의 안드로이드(androids)간의 관계, 그리고 다른 별과 접촉하기 위 해 쓰여지는 전송기인 커다란 유리탑 기술이다. 안드로이드를 만드는 공정을 발명했고, 탑을 건설하고 있는 사람인 시므온 크룩( Simeon Krug)이라는 매우 영향력 있는 경영자의 성격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미국의 SF도 뉴 웨이브의 실험적인 서술기교를 사용하고, 신화에서 소재를 가져오기 시작했다. 1960년대에 실험적인 글을 쓰기 시작한 작가들 중 새뮤얼 델라니(Samuel R. Delaney)는 가장 훌륭한 편이었다. [아인쉬타인 인터섹션(Einstein Inters ection)]은 허구적인 것, 종교적인 것, 그리고 역사적인 신화가 결합되어 있는, 그의 가장 화려하고 복잡한 소설 중 의 하나이다. 신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의식적으로 탐구함으로써 델라니는 의미라는 것 자체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서술 기교를 구사해 자의식적인(self-conscious) 선입견의 예를 보여준다. 이들, 즉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초반의 새로운 SF 작가 들이 그전의 작가들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바로 이러한 것이다. 실제로 의미 자체에 대한 통렬하기까지 한 풍자적 탐구와 함께 기교에 전념한 것은 뛰어난 공상가인 커트 보네거트 2세(Kurt Vonnegut, Jr.)를 감동시켰다. 그는 SF 작가로 시작했고 그 주제와 관점을 사용해 글을 써나가서 결국 세계적인 문호가 되었다.
어슐러 르 귄 (Ursula K. Le Guin)은 휴고상과 네뷸러상 수상작인 [암흑의 왼손(The Left Hand of Darkness)]에서 전통적인 구성과 착상, 그리고 뉴 웨이브의 성격묘사와 문체를 훌륭하게 결합시켰다. 그녀는 전통적인 S F 의 주제-인간이 외계인을 만난다는 것-를 미묘하고도 면밀하게 다루었다. 르귄은 인간과 외계인 사이의 피상적이고 감상적인 이해에서 오는 전쟁을 묘사하는 대신, 그 둘 사이에서 활동하는 인물에 비중을 두었다. 외계행성의 혹독하게 추운 환경이 빼어난 산문체로 정제되어 묘사되고 있다.
르귄의 작품은 미국 SF가 표현되는 사상면에서, 그리고 그 외의 좋은 소설을 이루는 모든 문학적인 요소 면에서 발전을 계속할 것이라는 증거가 될 것이다. 최근에는 르귄과 같은 작가들이 많이 등장해 미래에 대한 단순한 어림짐작-그 어림짐작이 아무리 흥 미롭다 할지라도-을 버리고, 철학과 심리학, 그리고 사회학의 어려운 문제를 포함한 더 복잡하고 모순적인 사상을 택하고 있다. 서술형식과 문체, 인물의 더 완전한 구체화, 이 두 가지에 적어도 같은 비중을 둠으로써 그들은 지난 10여년(역주 : 1965-75년의 기간을 말함)동안 SF의 문학적 기준을 한층 높여놓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