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올해 주식투자기간이 13년째되는 투자자입니다.
2008년 입사후 2009년부터 방송재편성 관련하여 테마주였던 iMBC를 아무생각없이 매수하면서 주식투자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모두들 그렇게 시작하듯이 천만원이 넘는 첫투자 종목은 50%이상 수익률이 났었습니다. 코란도투리스모가 인기가 있을것같은 느낌으로 쌍용차를 사서 50%이상 수익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메리츠종금증권이 2000원대였을때 미담확약 영업방법으로 매출액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여 3천만원을 투자하여 100%이상 수익이 났었습니다.
이렇게 나름 기업의 매출액이 증가할 것을 예상하고 투자한 두 종목이 소위 작은 대박을 치면서 저는 주식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는 것으로 오해를 하고 본격적으로 더 큰 금액을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부터는 기업가치와 업황을 분석하여(사실 지금 생각하면 분석이라 할것도 없지만) 투자했던 예전의 방식을 버리고 차트와 세력의 매집을 파악하여 세력에 편승하는 매매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카페에 고수분의 글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결과를 떠나서 그분들의 글을 보고 그러한 시도를 해보고 주식의 속성이 어떤지 알수 있는 경험을 하게 해주셔서 이글을 통해 감사를 표합니다.
차트분석과 세력주를 정확히 3년간 분석하고 실험하고 고민하면서 매매하였습니다. 그 바람에 머리카락의 절반이 30대중반이라는 나이에 하얗게 새버렸습니다. 매일매일 퇴근후 5시간 이상 차트와 세력의 매집후 매도하는 방법에 대하여 연구하였습니다.
하지만 연구에 따른 주식 매매 승패는 5:5정도 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주식시장에서 50%승률은 결국 수수료와 세금때문에 마이너스를 초래하더군요.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고민하고 고민한 끝에 심리에서 무너진 제 자신을 보고 주식은 분석도 연구도 아닌 심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되었지요.
그래서 다음번에 선택한 방법은 매매 알람 기법이였습니다. 10회 분할매수를 위해 지정가에 주식어플로 알람을 설정하고, 기계적으로 매수하고, 목표량을 다 매수한 뒤 매도가 알람 설정후 절대 주가나, 주식관련 뉴스나, 회사 관련 어떤 정보도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결과는 대성공... 이러한 방법으로 확실히 100%이상 수익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매일매일 주가를 확인하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고 참았습니다. 한종목당 수천만원 2~3종목 합하면 2억 가까이 되는 금액을 투자하고 매일매일 아무것도 확인하지 않는 것은 사실 인간의 본성을 역행하는 행동이였습니다.
이 방법을 통해 저는 수백억을 가진 자산가가 되는 꿈을 꿀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항상 승자의 취함에 빠져있는 자에게 더 큰 실패를 안겨주지요...
세력주를 분석하여 편승하던 방식이 먹히지 않게 되더군요. 매집이 끝났다고 생각하였으나, 주가는 오히려 30%이상 빠져버리고, 매집 초기라고 생각하였으나 주가는 수백% 급등해버리고...
정말 이런저런 방법을 모두다 써봐도 주식에서 꾸준한 수익을 낼수 없었던 상황이 되니, 단타에 빠지게 됩니다. 1년을 기다려서 매집을 해서 수익을 기다려도, 네이버인기주들은 일주일만에 2배 이상 급등시켜버리니깐요.
차트의 눌림목 정도는 본능적으로 알수있는 감이 있었기에 단타로도 수익이 났었습니다. 오히려 내가 10년간 바보같이 주식을 했었구나라는 후회도 들었죠. 모로가든 서울만 가면된느데, 왜 단타로 빨리 수익을 챙기지 않았을까 하고요.
하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피마르는 단타매매에서 몇번에 실수는 치명적이죠. 특히 직장에서 업무중에는 대응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결재중에 단타칠수는 없으니) 단타매매는 사람을 피폐하게 만들기 시작하더군요. 하루에도 수백 수천이 와따가따하니 이건뭐 도박이더군요...
그렇게 일도 주식도 돈도 마음도 몸도 모두 잃어버리고 나니
' 아... 주식은 나와 맞지 않는구나...' 라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주식으로 지속적으로 수익이 나는 1%의 사람들중에 내가 들어가기는 어렵구나라고요...
그래서 작년 가을쯤에 모든 주식을 매도하고, 13년간 함께했던 영웅문을 삭제하고, 적자인지 흑자인지도 모르겠던 그 남은 돈을 인출하여 용인에 아파트를 전세끼고 하나 사놓았습니다.(부동산 투자도 계속 하던중이었습니다.) 그리고 몇달뒤 수용성으로 시끄러웠고, 투자금 대비 200%의 평가수익이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올해초 우연히 지누스라는 종목이 재상장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15년 전쯤인가 모친이 지누스라는 종목을 거의 최고점에 매수하였는데, 상장폐지가 되었다고 하셨던 기억이 있어서 2~3년에 한번씩 뉴스정도는 보던 상황이었습니다.
모친께 연락하니 몇년전에 이사가시고 나서는 주총이나 회사 관련 안내문도 오지 않아 신경안쓰고 계시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바로 증권사에 전화해서 현재 몇주를 보유하고 있는지 알아보시라고 말씀드리고. 모친의 전화를 기다렸습니다.
2000주...
모친이 15년전 매수후 상폐당한 지누스의 보유수량이 무려 2000주였습니다. 금액으로 2억...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모친과 힘들게 살아왔던 저였고, 모친 또한 지금 현재도 힘들게 살아가시고 있는 상황이였기에, 이러한 상황은 기적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대한민국 역사상 상장폐지된 주식이 재상장된 경우는 제가 알기로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모친의 주식성향을 잘 알고 있었기에 저는 상장금액보다 40%이상 올랐기에 단기적으로 수익실현하는 것이 맞다고 말씀드렸고 모친도 그렇게 하셔서 2억이라는 돈이 갑자기 생겼습니다.
그리고 자가가 아직 없으셨기에 인천에 24평 아파트를 그 돈에 조금 더 보태어 매수한 상태입니다.
제가 이런 글을 적는 이유는 주식실패에 대한 경고도 아닙니다. 부동산 투자에 대한 종용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말도 안되는 비자발적 장기보유로 인한 대박도 아닙니다.
주식투자에 흠뻑 빠져있었던 수년동안 아들은 훌쩍 커버렸고, 아내는 많이 늙어버렸고, 어머니는 더 작아지셨습니다.
주식투자를 할 때에 마음속으로는 '내가 많은 돈을 벌어야 가족들이 더 행복할 수 있다. 지금은 같이 있어주지 못하지만 꼭 성공해서 몇 배로 행복하게 해줄께...' 라고 다짐했지만, 사실 저는 단순히 주식에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중독되어 있었고, 그 중독을 숨기기위해 가족을 위해라는 핑계를 대고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혹시 여러분중에도 저와 같은 마음으로 가치투자든 기술적 투자든 부동산투자든 장기투자든... 무엇이든 빠져 계시다면, 나도 모르게 커버린 자식들과 나도 모르게 늙어버린 아내와 부모님을 한번쯤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주식투자가 나와 맞지 않는 다는 사실을 알기위해 13년간 많은 댓가를 치룬거 같네요...
왜 워렌버핏이 주식은 팔기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평생 모으는 것이라고 했는지, 어머니의 지누스를 보고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전 워렌버핏처럼 좋은 종목을 사서 기다릴 배짱이 없으니 주식시장과 작별인사를 하고자합니다.
투자하시는 모두들 가정에 평화와 수익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첫댓글 그동안 수고 많으셨고 고생하셨네요...님이 잘못한게 아니라 한국주식시장의 속성 자체가 그래요...몇몇 블루칩들 빼곤...태반이 그런 움직임이죠...마치 아주 비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에서 언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곳에서 운전하는 그런 느낌을 가진 시장이죠...차라리 애시당초 고속도로처럼 뻥뚫린 미국주식으로 하셨으면 훨씬 나았을듯 합니다만...지금 한국주식시장의 속성은 테마주 스윙이나 단타로 찔끔먹고 빠지는게 가장 안전한 형국이라...어차피 앞으로 큰돈 벌기는 어렵습니다.
투명한 기업공개와 합리적인 운영을 하는 기업을 내부자가 아닌 투자자의 위치에서 찾는 것도 굉장히 어렵고, 찾아다고 한들 확실한 믿음으로 장기투자하는 것도 저는 불가능하더군요. 그런면에서는 미국시장이 더 합리적으로 보이기도 하네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0.02.26 17:10
잘하시는 결정이라고 봅니다.진심이 묻어나는 실제 경험으로 쓰신 진솔한 내용 감사드립니다. 좋은 일 많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럭키님도 건승하시기를 바랍니다~!
아직 젊으시고 부동산 투자로 성공하셨고 주식 투자로 인생의 절반은 아셨으니, 앞으로의 인생에는 더욱 행복한 날만 가득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힘이 나네요^^ 봄봄님도 가정에 평화와 행복이 있기를 바랍니다~!
좋은 결과라 축하드립니다.
무엇이 중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욱 더 행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고생하셨어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0.02.26 20:58
글 잘 읽었습니다....더 행복한 날들이 되시길 응원합니다~
어머님의 지누스,,,,부럽습니다^^*~
아~~읽으면서 뭉클한 뭔가가 느껴지네요.
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고생하신 어머니 노후가 행복하셨음 좋겠네요 ^^
마음에 와닿는 글입니다. 사실 요즘 가족의 행복이라는 핑계로 나의 중독을 숨기고 있는것을 느끼고 그렇다고 가족을 행복하게 할만큼의 수익도 나지 않고요... 다시 한번 인생을 생각해 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영화같은 이야기 군요. 잘 되셨으면 합니다
울림이 있는 글이네요. 앞날에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래요.
요즘 제가 겪고 있는 마음과 같네요 ~ 축하드린다는 말을 드리고 싶네요
이런 경우도 있군요.
오랜 투자기간동안의 고심도 잘 느껴지는 글이네요.
저도 2008년부터 투자 시작했는데 시간 참 빠르네요.... 잔고는 생각처럼 잘 늘지 않고 퀀텀점프는 언제 할 수 있을런지 ^^;; 고생 많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좋은 글도 감사합니다.
좋은글 잘 읽었어요~^^
진심으로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