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레께레멘또 (El Requiremento, 1513)
엘 레께레멘또 즉, 침략국 스페인의 ‘요구사항’(The Requirement)인 이 문서는 스페인의 법사 후안 로페즈 드 팔라시오스 루비오스(Juan Lopez de Palacios Rubios)가 작성했다. 그는 영토 점령과 군주제의 신적 권한을 전적으로 옹호하는 법률전문가였다.
(참조. 실제로 이 문서를 처음 낭독한 사람은 신임 파나마 총독이었던 군사탐험가 페드라리아스 다빌라였다. 1513년 그라나다에서 무어인들과 싸웠을 때였다.)
엘 레께레멘또는 페르디난드 왕과 그의 딸 후아나 여왕의 이름으로 작성되었는데 신세계 영토의 소유와 거민 압제에 대한 종교적 법적 정당성을 명시하는 문서였다. 실제로 멕시코 해안에 상륙한 스페인 군대의 정복자는 인디오들 앞에서 스페인어로 이 문서를 낭독했다. 인디오들이 도통 알아듣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지역의 거민들에게 스페인의 권한과 반항 시의 엄중한 징벌을 고지한 것으로 간주했다. 심지어는 한밤중 잠든 마을 어귀에서, 낮에는 가청거리에서 벗어난 곳에 서서 스페인어로 기계적으로 읽어내려갔다. 침략으로 인한 피와 죽음에 대해 아무런 죄가 없음을 알리는 의도하고 가정된 행동의 수단이었다.
(Cf. Documents of Colonization: The Requerimiento, 1513, FEATHERFOLK NOTES, http://featherfolk.wordpress.com/2008/10/22/documents-of-colonization-the-requerimiento-1513)
이 ‘요구사항’은 왕과 집행자들을 아메리카 원주민에 대한 살육과 정복, 노예사냥 등 만행의 도덕적 법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주려는 면죄부 같은 상징적인 낭독에 불과한 ‘식민지 문서’였다. 천인공로할 무자비한 찬탈과 약탈의 방조한 세력은 분명 교황과 카톨릭 교회였다. 짧지 않은 왕의 문서를 낭독함으로써 전쟁을 포고하는 만행이었고, 그런 만행을 정당한 행위로 자위하게 만든 문서였다. 엘 레께레멘또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 “왕이신 돈 페르난도, 그리고 카스티야와 레온의 여왕이며 그의 딸인 나, 도나 후안나, 야만스런 민족들의 정복자, 그분들의 종들인 우리는 너희들에게 알리노니, 살아계시고 영원하신 우리 주 하나님, 하늘과 땅, 한 남자와 한 여자를 지으시고 그들로부터 너희들과 우리, 세상의 모든 사람들, 우리 앞에 그리고 우리 뒤에 온 모두가 그 자손들이었고 지금도 그러하다. 하지만 세상이 창조된 후 오천년이 흘러 이 남자와 여자로부터 태어난 수많은 이들에 대해, 하나로는 스스로 버틸 수가 없기에, 어떤 사람들은 이런 길로, 어떤 사람들은 다른 길로 갔으며, 수많은 왕국과 지방으로 나뉘어졌다. 이 모든 나라들 중에 우리 주 하나님은 성 베드로라고 불리는 한 사람에게 사명을 맡김으로써 세상 모든 사람의 주와 수장이 되고, 모든 사람이 그에게 복종하고, 어디에 살든지, 어떤 법, 종파, 믿음 체제 아래에 있든지, 그 모든 인류의 수장이 되라는 부름이었다. 또한 그로 하여금 세상을 다스리기에 가장 적합한 로마의 상좌에 앉게 하셨고, 세상 어디에서도 그의 상좌를 둘 수 있고, 모든 그리스도인, 무어인, 유대인, 이방인 그리고 모든 종파의 사람들을 재판하고 다스릴 것을 명하셨다. 이 사람은 교황(Pope)이라고 불리었는데 즉 모든 사람이 존경하는 위대한 아버지, 통치자이시다. 당대에 살았던 모든 이들은 성 베드로에게 복종했고, 그를 주, 왕, 우주의 최고로 삼았을 뿐만 아니라, 그를 뒤를 따르는 자들을 교황(pontificate)으로 선출하여, 지금까지 지속하고 있으며 세상 끝날까지 지속될 것이다. 내가 언급한 권위와 상좌에 앉아, 세상의 주이신 성 베드로를 계승한 교황께서 이 섬들과 땅들을 이미 언급한 왕과 여왕, 그들의 후계자들, 영주들에게, 너희들이 원한다면 알 수 있지만, 이미 앞에서 거론한 내용에 관해 기록한 여러 문서들에도 포함된, 이 영토에 속한 모든 것들을 주셨노라. 고로 하사받은 왕족은 이 제도와 티에라 피르메(Tierra-firme : mainland 즉 ‘본토’를 의미하는데, 파나마 해협에서 남아메리카 북부까지를 가리킨다. 즉, 대서양의 위치에서는 최서단의 지역에 해당된다.) 영토의 왕과 여왕이 되신다. 이에 해당되는 지역 대부분과 섬들은 점유되고, 앞의 사실들을 접하면 지체없이 왕가를 아무런 거부함도 없이 진심으로 주와 왕으로 섬겨야 한다. 더불어 그들은 왕과 여왕께서 거룩한 신앙을 가르치도록 보내신 사제들을 받아들여 따르고 있으며, 이들 모두는 자유 의지로, 어떤 보상이나 조건도 바라지 않고, 그리스도인들이 되었기에, 왕과 여왕께서는 기쁨과 인자함으로 그들은 받아들이셨고, 그들을 신민과 신하로 대우할 것을 명하셨는데, 너희들에게도 동일하게 의무를 부과하노라. 그러므로 자애심으로 너희에게 묻고 요청하노니, 우리가 알려준 것들을 살피고, 시간을 두고 숙지하고 숙고해서, 전 세계의 지배자와 최고 권력으로서 카톨릭 교회(the Church)를, 교황으로 불리는 최고 사제를, 왕과 여왕 도나 후아나의 이름을, 이 섬들과 티에라 피르메의 최고 군주와 왕으로서의 직위를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이 신앙의 사제들(these religious fathers)이 앞에서 열거한 것들을 너희들에게 전하고 포교하도록 양도하기를 바라노라. 너희들이 그렇게 한다면 평안할 것이고, 왕과 여왕을 섬기게 될 것이며, 우리는 왕실의 이름으로 너희들을 사랑과 연민으로 받아들이는 동시에 너희들과 너희들의 아내와 자녀들과 토지를 놔 둘 것이고 노예가 아닌 자유로운 상태로 너희들이 좋아하고 최고로 여기는 일들을 자유롭게 하며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진리를 듣고, 제도의 나머지 거주민들 대부분이 이미 그랬지만, 너희들 스스로 거룩한 카톨릭 신앙으로 개종하기를 원할 때까지는 그리스도인으로 돌아서도록 강요하지 않을 것이다. 이외에 왕과 여왕께서는 너희들에게 많은 특권과 면제를 하사할 것이고 너희들에게는 많은 혜택이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너희들이 이를 따르지 않고 악의적으로 지연한다면, 분명하게 밝히건대 하나님의 도움을 힘입어 우리는 너희 영토에 무력으로 들어가 전쟁을 감행할 것이고 교회와 왕과 여왕에게 굴복하게 하고 너희에게 멍에를 씌울 것이다. 너희와 아내와 자녀들을 잡아다가 노예로 삼을 것이며, 왕실이 명하는 대로 팔거나 처분해버릴 것이다. 그리고 너희의 물품을 탈취할 뿐만 아니라 복종하기 않거나 주인으로 모시기를 꺼리거나 대어들고 저항할 시에는 모든 파괴와 피해를 입힐 것이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죽음과 손괘는 너희들의 책임일 뿐, 왕과 여왕, 우리들, 우리와 함께 온 무사들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이제 우리는 너희들에게 이것을 밝혔고, 이러한 요청(this Requisition)을 했으므로, 바라건대 지금 여기에서 문서로 증거를 공증할 것을 요청한다. 그리고 이 자리에 있는 나머지 사람들은 이 요청(this Requisition)의 증인들이 되어 줄 것을 바라는 바이다.
” * 가증스럽고 비열하기 그지 없는 카톨릭 중심의 학살과 만행이었다.)
교황이 승인했고, 카롤릭 교회가 동조했고, 그 신자들로 구성된 군대의 만행이었다. 교황, 베드로, 신앙, 그리스도인, 교회, 믿음, 사랑이라는 성경 언어를 들먹어가며 만행을 저질렀다. 살인, 실륙, 강간, 방화, 수탈, 파괴...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