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이머가 되기로 결심했을 때 집에서 반대는 없었나요? ▶처음에는 부모님께서 반대하셔서 몰래 리그에 출전하기도 했습니다. 성적도 내고 주변에서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많이 이해해주시고 도와주십니다. -스타크래프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아버지께서 게임을 대단히 좋아하셔서 딸 셋에게 모두 스타크래프트를 가르쳐주셨어요. 그런데 셋 중에서 제가 게임에 깊게 빠져 프로게이머를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그것 때문에 아버지가 많이 속상해하시기도 하고 후회하시기도 했어요. 그래서 부모님께 더 효도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 인터뷰를 진행하는 장소는 어디인가요? ▶STX SouL의 숙소입니다. 제가 합숙하고 있는 곳이에요. 많은 분들이 제가 출퇴근한다고 생각하시는데, 저 합숙하고 있어요(웃음). -미모 비결이 궁금합니다. 성형을 한 곳은 없는지? ▶전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면서 제가 예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얼굴이 예뻐야 팬들에게 사랑받는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실력으로 보여드려야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집안이 엄격해서 저나 제 동생이나 성형한 곳은 한 군데도 없습니다. 가끔 피부과를 다니는 것이 전부에요. -숙소 생활을 하면 방은 어떻게 쓰나요? ▶감독님께서 많이 배려해주셔서 저만 방 하나를 따로 씁니다. 팀원들은 여러명이 방을 같이 써서 불편할텐데 제게만 특혜가 주어진 것 같아 미안할 때가 많아요. 배려해주신 만큼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감독님께도 정말 감사드려요. -슈퍼파이트에서 변은종 선수와의 경기 이후 달라진 점이 있나요? ▶경기 이후보다는 경기를 준비하면서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프로의식도 많이 생겼고, 개인적으로 성숙해질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팀 내 랭킹전에서의 승률은 어느 정도나 되나요? ▶아직은 하위권입니다. 예전에는 1승도 거두지 못하던 때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간간히 몇 승씩 거두고 있습니다. 저희 팀 선수들이 잘하기도 하지만 제 노력이 더 필요한 것 같아요.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서지수 선수의 APM이 궁금합니다. ▶저는 여성 선수지만 APM 만큼은 남성 선수들과 비슷하거나 더 빠르다고 생각합니다. 평균 300정도 되고요, 가장 빠를 때는 400정도 됩니다. -프로게이머 중 친하게 지내는 선수가 있다면요? ▶같은 팀 선수 중에서는 동갑인 김남기 선수와 친하고, 다른 팀에서는 오영종 선수나 최연성 선수와 자주 이야기를 나누는 편입니다. 그런데 그 선수들도 저와 친하다고 생각할지는 의문이네요(웃음). -숙소에서 키우는 강아지 '미코'는 잘 크고 있나요? ▶너무 잘 크고 있습니다. 쾌활하고 잘 짖어서 팀원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걱정되기도 하는데요, 저희 팀원들이 워낙 착해서 강아지도 잘 봐주고 싫은 내색도 하지 않아서 고마울 때가 많아요. -게임 외에 다른 취미는 없나요? ▶예전에는 시간 날 때 미니홈피를 꾸미거나 미국 드라마를 보기도 했는데 요즘엔 그럴 여유가 없네요. 그냥 강아지와 산책하는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연습만 합니다. -여성 프로게이머로서 느끼는 어려움이 있다면? ▶숙소 생활을 처음 시작하면서는 많이 외로웠어요. 제가 내성적인 편이라서 궁금한 것도 잘 못 물어보고 그랬는데, 환경에 적응하다보니 팀원들과 생활하는 것도 익숙해졌고 제가 하는 일이 즐겁습니다. -게임을 하는 데 남성과 여성의 선천적인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분명히 두뇌구조는 다르다고 알고 있는데, 게임을 할 때 그런 걸로 차이가 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제가 아직까지도 노력을 게을리 해서 성적이 나오지 않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숙소에서 가장 잘 해주는 선수는 누구인가요? ▶상익오빠가 많이 챙겨주고, 남기도 동갑이라서 그런지 말도 많이 걸어주고 그래요. 나머지 동생들은 제가 많이 받은 만큼 더 잘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팀 내에서 모범적인 선수가 되고 싶어요. -남자친구는 있나요? ▶없습니다. 그렇지만 많이 외롭거나 하지는 않아요. 게임이 더 좋거든요. 저는 사랑보다는 일인 것 같아요. -다이어트는 해 보셨는지?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스무살 때 까지만 해도 정말 안 먹어서 마른 체형이었는데, 이제는 음식 없으면 못 삽니다. 체중계에 올라가는 것이 무서워서 1년째 몸무게를 안 재봤어요. 여자는 운동으로 살을 빼야 몸매가 예뻐지는 것 같아요. -학창시절에 별명이 있었는지? ▶별로 알리고 싶은 별명은 아니지만 원래 피부가 좀 까만 편이어서 필리핀 여사라는 별명이 있었어요. 저와 친한 친구는 몽골 여사였고요. 중학교 때의 별명인데, 고등학교 시절 부터는 프로게이머를 하느라 친구들과 연락을 잘 못 했습니다. -은퇴 후 해설이나 캐스터 등을 할 의향은? ▶말주변이 없어 방송 일은 힘들 것 같아요. 그보다는 감독이나 코치 같은 코칭스태프로 e스포츠에 남고 싶습니다. -동생과 함께 연예계에 진출할 계획은 없는지? ▶동생이 처음 연기자의 길을 걷겠다고 할 때 저는 반대를 했습니다. 지금 프로게이머를 하면서도 알려진 직업이기 때문에 많이 조심하고 있는데, 연예인의 경우는 더 조심스러워야 할 것 같아요. 많이 외롭고 힘들 겁니다. 동생이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 저는 연예인으로서 재능도 꿈도 없어요.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에 자부심을 느꼈을 때는 언제인가요. ▶연예인들을 자주 접하시는 분들이 연예인 사인은 받아본 적 없어도 제 사인은 받고 싶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그럴 때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매력이 있나보다 생각했어요. 그리고 여성부 스타리그를 우승했을 때 부모님께도 인정받고 주위 분들이 인정해주셨을 때도 많이 기뻤습니다. -프로게이머를 포기하고 싶은 적은 없었나요. ▶제가 성적을 내지 못하고 힘들 때 스타크래프트 커뮤니티에서 저와 관련된 글을 보고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우울증 증세를 보였던 적도 있어요. 어머니께서 그렇게 힘들면 차라리 프로게이머를 그만두라고 하셨어요. 인신공격성 비방글은 정말 괴롭습니다. 자제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앞으로도 프로게이머로서 최선을 다 할 겁니다. -스타크래프트 커뮤니티는 자주 들르시는지. ▶1년 전 쯤에는 자주 들렀는데 최근에는 자주 안 갑니다. 예전에는 저를 비난하거나 놀리는 글이라도 그냥 보아 넘겼는데, 날이 갈수록 정도가 심해지더라고요. 상처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더는 안 들어갑니다. 제 기사 정도만 보고 있어요. -지금까지 해 온 경기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아직까지 멋진 경기를 보여드리지 못해서 그런지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경기는 없고요, 제가 많이 부족했지만 변은종 선수와의 슈퍼파이트 경기를 준비하면서 많이 배웠기 때문에 그 경기를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홍진호 선수와의 WCG 예선전에서 승리했을 때 기분은 어땠나요. ▶그 때 제가 이긴 것은 이미 과거의 일이고, 홍진호 선수는 그 때의 슬럼프를 극복하고 다시 성적을 냈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그 승리에 취해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어쨌든 홍진호 선수는 대단한 선수고 저는 그 때 운이 좋았던 것 뿐이니까요. -여성부 스타리그가 비정기적으로 열리는 것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 ▶이벤트성이라도 좋으니 정기적으로 열리기만 한다면 여성 게이머들에게는 정말 좋은 소식이 될 것 같아요. 제게 메일이나 쪽지 등으로 게이머가 되는 길을 묻는 여성분들도 많이 계신데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에요. 제가 잘 해야 여성리그가 더욱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할 겁니다. -혹시 케스파컵에 출전하시나요? ▶이번 케스파컵에는 출전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제가 팀 내에서 인정받는 선수가 될 때 감독님께 로스터에 넣어달라고 조를 거에요. 지금은 제가 그럴 수 있는 위치도 아니고, 정말 필요한 선수의 자리를 하나 뺏는 셈이 되기 때문에 팀을 위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제 스스로 만족할만 한 경기력을 갖췄을 때 케스파컵이든 프로리그든 로스터에 들어갈 겁니다. -스타크래프트 이외에 즐기는 게임은? ▶가끔 집에 가면 언니, 동생과 함께 카트라이더를 해요. 원래 제가 제일 잘 했는데 이번 설에는 초등학생인 친척동생에게도 완패했어요. 이제 아이템전으로 간간히 이기는 정도입니다. -여성게이머들 중 친하게 지내는 선수는? ▶영미언니와 종미언니 정도네요. 경기장에서 만나면 인사하는 정도고 아직 따로 사석에서 만나본 적은 없어요. 대회장에서 만나면 대화도 많이 하는 편인데 다들 바쁘다보니 밥 한끼 같이 먹을 시간이 없네요. -꼭 상대해보고 싶은 선수가 있다면요? ▶제가 예전에 임요환 선수와 도진광 선수의 경기를 보고 프로게이머로서의 롤모델로 삼았거든요. 임요환 선수는 제가 존경하는 선수인 만큼 꼭 한번 붙어보고 싶은 상대입니다. 경기에서 감동을 받은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어요. -아이디가 토스걸인데, 테란을 선택한 이유는요? ▶프로게이머를 처음 시작할 때 프로토스로 시작했는데 저그전이 너무 어려운거에요. 제가 여자 선수들 중에서는 손이 빨랐던 편이라 바이오닉을 사용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테란으로 전향하게 됐어요. -프로게이머로서 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저는 아직까지 실력이 부족하고 너무 큰 목표를 세우기에는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최선을 다하고 열정적으로 연습에 임해 팀에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팀의 1승카드가 되는 것이 제 꿈이자 목표입니다. -마지막 인사 부탁드립니다. ▶바쁜 와중에 인터뷰에 찾아오셔서 질문도 해 주시고 응원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올해는 꼭 원하는 목표를 이뤄서 여러분께 불가능은 없다는 것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저는 예쁜여자가 아닌 멋진여자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인터뷰를 통해서 제게 가지고 계셨던 편견들을 완화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너무 감사했고, 즐거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