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3번
폭풍과 같은 감정에 휩싸이고 싶을 때. 대신 그 후폭풍은 책임질 수 없는 마력의 음악.
96년도 작 영화... 한 천재 피아니스트의 이야기를 다룬 <샤인>이라는 작품이다.
그 피아니스트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을 완벽하게 연주한 후
정신분열증에 걸리고 만다. 그 예술가의 일대기에 모두가 완전히 매료되었다.
라흐마니노프는 러시아 사람이며,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을 들어본 적이 있다면
그와 비슷한 분위기가 있다는 것을 알수 있으며 차이코프스키를 회고하는 풍을 가졌던
음악가이다. 차이코프스키의 곡보다는 조금 더 묵직하고 남성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듯하다.
이 음악의 그림은... 상당히 우중충한 날씨, 곧 비가 쏟아질 것 같은 크고 무거워 보이는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이다. 재미있는 것은, 가끔씩 강렬한 햇빛이 너무나 따사롭게
비춘다는 것이다. 잿빛 먹구름과 햇빛의 조합이 갖가지 감정을 한데 넣고 뒤섞는다.
그 감정들이 뒤엉켜서 커다란 솜뭉치가 되고 음악이 끝나면서 그 응축된 솜뭉치가
마음 밖으로 펑하고 튀어나간다. 그제야 비로소 날씨가 갠다.
그래서 이 음악은 위대하다. 들을 때는 온 몸과 마음의 귀가 열려 닫힐 줄을 모르고,
다 듣고 나면 후폭풍으로 온갖 감정들이 해소가 된다.
1악장 후반부 감정선
1악장 중후반부에 폭풍처럼 피아노 독주가 진행되고 난 후 관악기가 종류별로
순서대로 한 대씩 합류하는 부분은 정말 압권이다. 이 곡의 흐름상 피아노의 폭주는
예상됐던 바이지만, 그 격정의 감정을 한 번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풀어주는
부분이 바로 포인트이다.
피아노 건반이 하프인 척 하는 동안 그 위에 플루트 하나가 멜로디를 얹는다.
그다음엔 오보에, 그다음엔 클라리넷, 그리고 호른, 순서대로 바통을 터치하듯이.
1악장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최고의 브릿지 감정이다.
2악장과 3악장의 연결
2악장은 끝나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2악장과 3악장의 구분이 모호하다.
쇼트트랙 팀 경기를 본 적이 있는지? 마지막 주자가 탄력을 받아서 결승선에 도달할 수
있도록 그 전 주자는 힘껏 마지막 주자의 엉덩이를 밀어준다. 마지막 주자는 결승선을
향해 내달리고 그 전 주자도 관성에 따라 반 바퀴정도 함께 트랙을 돌게 된다.
그런 힘, 피날레를 장식하려는 힘이 2악장에서부터 페이스 조절을 하며 주욱 이어진다.
마지막 폭주
악마의 곡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마지막 피아노의 폭풍 연주는 혼을 쏙 빼놓는다.
기관차가 내달리다가 폭주를 시작하며 공중으로 솟아올라 하늘까지 달린다.
그러면서 승객들에게 천상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 곡은 감정의 폭과 깊이가 매우 큰 곡이다. 가볍게 배경음악으로 스쳐 듣기에는
무거운 곡이기도 하고 부담스럽기까지 하다. 그래서 한 번 쯤 시간을 내서 제대로
들어보기를 추천한다. 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혹은 꺼내놓기 무서워서 감춰두었던
감정들을 밑바닥까지 긁어 꺼내 보여줄 것이다.
감정의 후폭풍을 감당할 준비가 되었다면, 망설임 없이 음악을 GO해보자.
첫댓글 멋진 연주입니다.
늦가을 첫눈이 내린 날에
잠시 머물고 갑니다.
감사 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