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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접귀비, 심사정, 18세기, 간송미술관***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여정은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색깔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나이 먹은 우리 세대가 자칫 추상적일 수 있는 여정을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정신을 옮겨 담은 그림과 마주하기 위하여 찾아가 보는 일이다.
이 그림의 제목은 <봉접귀비 蜂蝶貴妃>다. 그린 이는 조선 제일의 꽃그림으로 유명한 현재 심사정이다.
현재는 겸재 정선과 관아재 조영석과 더불어 '삼재(三齋)'로 불리는 조선 후기를 주름잡은 작가였다.
중국풍의 그림을 우리 입맛으로 요리해내는 솜씨가 뛰어났고, 안정감 있는 배치와 부드러운 채색으로
사랑스런 가작을 남겼다. 그의 꽃그림은 한마디로 꽃보다 아름답다. 꽃을 그리는 마음이 꽃보다
아름다울 때, 꽃은 그린 이의 마음씨에 향기를 선사한다.
그림을 보면, 양귀비가 허리를 낭창낭창 비틀며 예쁜 짓한다. 저 교태 넘치는 S라인을 보라.
탐스러운 꽃송이가 제 짝인 듯 날아드는 호랑나비, 그리고 꽃잎에 내려앉아 달콤함을 누리는 벌,
나비는 꽃에서 꽃가루를 옮기고 벌은 꽃에서 꿀을 얻는다. 짧지만 황홀한 사랑이다.
자연에서 벌어지는 벌과 나비의 꽃 차지는 이토록 정겹고 도탑다. 인간의 애정전선은 흐렸다
갰다 변덕스럽고 시기와 욕심으로 어그러지지만, 풀벌레의 사랑은 한결같은 사랑, 그 자체다.
주는 쪽은 다함이 없고 받는 쪽은 모자람이 없다. 하여 자연이 중매한 사랑은, 그 사랑이 아름답다.
동물과 식물을 소재로 한 우리 전통화는 이제나 저제를 가리지 않고 인기가 높다.
무엇보다 집안의 장식품으로 딱 어울리며 소장하고 싶다. 이런 그림을 뭉뚱거려
"화훼(花卉) 초충(草蟲) 영모(翎毛)화"라고 부르는데 화훼는 꽃과 풀, 초충은 풀과 풀벌레,
영모는 날짐승과 길짐승을 이르는 용어다. 이들 모두가 더불어 사는 자연의 친숙한 생명체 아닌가.
누구나 다가갈 수 있고 알아먹기도 쉬운 동물화요, 식물화이기에 나이와 성별 가리지 않고
옛사람은 이런 그림들을 소장하기를 원했고, 돌려가며 감상하기나 다른 이에게 즐겨 선물했다.
옛 그림이 흔히 그렇듯이 동물화와 식물화에도 고유의 상징성은 약방 감초처럼 끼어든다.
이를테면 고양이와 나비 그림은 아무 탈 없이 오래 살라는 주문이고, 잉어와 쏘가리와 게를
그린 그림은 과거에 합격하여 벼슬을 차지하라는 덕담이며, 석류나 포도그림은 자손만대에
걸쳐 집안이 융숭하라는 기원이다. 방 안을 꾸미는 장식적 효과에다 소재에 담긴 풍성한
상징은 동식물화의 내구연한이 길 수밖에 없고 인간의 사랑을 받는 이유가 됐다. |
첫댓글 탐화 봉접인들 가는봄을 어이하나,.... ㅎㅎ
그림이 좋읍니다, 잘봤읍니다,
넘 아름답고 사랑스런 작품이네요
잘 감상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름답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