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곳에 쓴 글을 옮겨서 반말이네요. 양해바랍니다.
아이즈원의 세번째 미니앨범 Oneiric Diary 2번 트랙이자 타이틀 곡 환상동화.
Oneiric은 몽상적인 이라는 의미에 가장 가까운 형용사이나, 소속사에서는 이를 환상으로 번역해 앨범 명은 환상일기가 됐다.
이 환상일기 속 환상동화의 컨셉이나 가사가 난해하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제목과 가사 속에 많은 힌트가 숨어있다고 생각한다.
1.
Swan 우아하게
Like Swan Swan Swan
Like Swan Swan Swan (MAMA)
우선 곡의 처음과 끝까지 반복해서 등장하는 훅, 거기엔 백조(Swan)가 나온다. 단순히 백조처럼 우아하다는 의미를 보여주기 위해 사용한 단어일 수도 있지만, 환상동화라는 곡명과 연결지으면 하나의 답이 나온다. 바로 안데르센 동화인 백조 왕자다.
사악한 마녀의 모략으로 백조가 되는 마법에 걸린 왕자들, 그리고 그들의 하나 뿐인 여동생 공주. 화자는 그 왕자들처럼 우아하게 되겠다는 걸까?
2.
들어볼래 동화 속에 나올 법한 얘기
우리 둘이 둘이 둘이
만든 비밀 비밀 비밀
이어서, 환상동화라는 제목에 걸맞게, 동화 이야기가 나온다. 다만, 화자는 청자에게 '동화 속에 나올 법한 얘기'를 들어보겠냐고 묻는데. 이는 실제 동화는 아니란 뜻이기도 하다.
즉, 화자가 말하려는 것은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기성 동화가 아니며, 이 동화는 화자와 청자가 만든 약속, 비밀이다.
3.
담아둘래 두 눈 속에 너로 가득해진
작은 세계 세계 세계
그 문이 열리게
그 직후 화자는, 갑자기 자신의 눈 속에 청자로 가득한 세계를 담아 문을 열게 하고 싶다고 말한다. 문을 연다는 것은 통로의 개방을 뜻한다. '지금껏 닫혀있던 세계의 문을 열고 싶다'. '그 세계는 너로 가득한 작은 세계'이다.
그렇다면 화자가 원하는 건 '네가 존재하는 작은 세계의 문을 열어 가고 싶다'는 걸까? 아니다. 단순 문장만 놓고 보면 그렇게 해석할 수 있으나, 전체적인 맥락을 보면 말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세계를 이미 화자는 자신의 두 눈에 담아두고 있는 과거-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담아두고 있다는 건, 화자가 그 세계를 지금 보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니, 청자가 가득한 세계로로 향하는 문을 열겠다는 것이 아니다. 화자가 원하는 건 '네가 가득찬 내 작은 세계의 문을 어디론가 향해 열고 싶다'고 봐야 한다.
4.
날 향한 눈빛에 나 나
점점 더 빠져 들어가
너의 손끝에서 시작되는 걸 Fairy tale
화자는 더 직설적으로 청자에게 고백한다. 네가 날 바라보는 눈빛에 자신이 빠지고 있다고. 너로 인해 자신의 이야기(Fairy tale, 동화)가 시작된다고 말이다.
축약하면, 화자는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존재로 인해 사건을 만들어가고 있으며. 그 사건 자체를 무척 긍정적으로 여기고 있다.
5.
상상했던 모든 순간들이
눈앞에 다가올 그때까지
너를 위한 춤을 춰
우아하게
Like Swan Swan Swan
그러더니 청자를 위해 춤을 추겠다고 한다. 상상했던 순간들을 목도할 때까지 우아하게.
6.
너의 마법에 난 깨어나
Like Swan Swan Swan (MAMA)
청자의 마법에 의해 깨어난다는 화자. 이 역시 특정 동화가 연상된다. 바로 잠자는 숲속의 공주다. 이 동화는 마녀의 저주에 걸려 숲과 함께 잠에 빠진 공주가 왕자의 키스(예언된 마법)로 깨어난다는 줄거리다.
깨어난다는 것은 무척 다양한 함축성을 갖는다. 정말 잠을 자다 깬 것일 수도, 어떤 의미로는 정신적인 각성이나 깨우침일 수도 있다. 어쩌면 비 활성화된 육체의 재 활성화로 볼 수도 있다.
7.
꿈을 꿔 Baby
With You With You With You
마법 덕분에 깨어났다더니, 갑자기 청자와 함께 꿈을 꾼다는 화자. 그렇다면 역시, 아까 꿈에서 깬 것이 아니다. 반대로 꿈을 꾸기 위해 깨어났다는 흐름이다.
8.
지금 여긴 어지러워
모두가 날 다 비웃어도
너와 같은 꿈을 꾸는 꿈 꿀래
우리 바라왔던 곳으로 갈래
정신이 어질하고 모두가 자신을 비웃지만, 청자와 같은 꿈을 꾸는 꿈을 꾼다고 한다. 복잡한 표현이다. 꿈 속의 꿈, 마치 인셉션을 보는 듯 하다. 그렇지만 이 부분을 관통하는 느낌은 힘겨운 현실로부터 도망치기 위한 꿈은 아니다. '모두가 날 다 비웃어도'의 조사 -도 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는 반대로 '너와 같은 꿈을 꾸는 꿈을 꾸면, 모두가 다 날 비웃을 것'임을 뜻한다.
9.
Don't be afraid
여긴 슬픈 엔딩은 없어 (Oh Anyway)
이 시간이 영원할 거라고 믿어
그토록 힘든 건 화자 본인인데, 갑자기 청자에게 걱정하지말라며 자신감을 불어넣기 시작한다. 이곳에 슬픈 결말은 없으니. 이 시간이 영원할 거라고 믿으라며.
10.
반짝이는 너의 맘 맘
그 빛이 나를 따라와
나의 이야기 속 주인공처럼 Fly away
반짝이는 청자의 마음이 화자를 따라다닌다. 화자는 자신이 만든 이야기 속 주인공처럼 수동적으로 날아가버린다. 이 부분에서 앞서 나왔던 백조(Swan)의 의미가 명확해진다. 화자는 백조거나 백조와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하지만, 이는 기존 동화의 줄거리를 따라 가는 이야기가 아니다. 백조 왕자 이야기나 잠자는 숲속의 공주 이야기가 화자와 청자 사이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청자의 마음이 화자를 빛추고 날아가게 하는 이야기다.
11.
내 눈 앞에 펼쳐진 Paradise
더 새로워진 상상으로 채워가
(Woo) 지금 이 순간이 영원하기를 바라
날아가는 화자는 낙원(파라다이스)을 보게 된다. 그런데 이 낙원은 '더 새로워진 상상'으로 채울 수 있는 공간이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영원'을 염원한다.
이처럼, 환상동화의 가사는 단순하거나 쉽지 않다. 그러나 분석을 토대로 차분히 전체 맥락을 이어보면, 다음과 같이 공통적인 요소들을 찾을 수 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바로 환상(꿈, 상상했던 순간, 낙원)과 동화(비밀-깨어나-비웃어-Fly away-영원)다. 아이즈원의 환상동화. 그건 꿈꾸는 자의 줄거리이고, 아직 실현되지 않은 환상이다. 그리고 환상은 갈망하는 자가 만들어낸다.
아이즈원은 청자에게 말한다. 자신의 우리의 비밀은 마치 동화 같다고. 비밀은 곧 상호간의 약속이다. 다른 이는 모르는. 즉, 두 사람만 아는 사실로 서로의 유대감을 확인한다.
사실, 지금 아이즈원은 '자신의 작은 세계'가 청자로 가득한 순간을 보고 있다. 그리고 잊지 않고 기억하려 한다. 작은 세계가 더 커질 수 있는 건, 통로의 문을 열고 나아가는 거겠지만. 그러려면 청자, 즉 자신의 비밀친구인 위즈원(WIZ@ONE, 팬클럽 명)과 열정이란 열쇠와 힘이 필요함을 알기 때문이다.
알기 때문에, 그리고 강렬하기 때문에. 아이즈원은 자신들에게 시선을 주는 위즈원에게 함께 빠진다. 위즈원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동화가 이어짐을 고백한다. 마법사인 위즈원의 힘 덕분에 숲속에 잠든 공주처럼, 위기에서도 일어설 수 있음을 말한다.
일어선 후에도 현기증으로 어지럽다. 그럴 수 있다. 그런데도, 위즈원과 같은 결말을 꿈꾸는 이상 더는 흔들리지 않으리라, 아이즈원은 다짐한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이제 더는 슬프지 않을테니까. 여러분을 영원히 위해 춤출 거니까."
동화가 이어지는 동안, 아이즈원은 위즈원을 향해 춤을 추고, 위즈원과 함께 춤을 춘다. 동화의 엔딩, 새드 엔딩의 반댓말 해피 엔딩에 도달하기 위해.
위즈원의 염원이 아이즈원에게 닿아, 백조처럼 하늘 높이 날아 오를 때. 아이즈원의 동화는 바라왔던 환상의 절정에 달한다. 그러나 거기서 끝이 아니다. 환상, 그러니까 아이즈원과 위즈원의 꿈은 서로가 그렇게 계속 공존하는 거니까.
아이즈원은 화려한 춤을 추지만, 화려하고 싶다고 하지 않았다. 박력있는 멜로디를 부르지만 위압적인 존재가 되겠다 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을 지켜봐주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하고 약속하고 있다. 곁을 계속 지키겠다고. 노력하겠다고.
이처럼, 환상동화의 가사를 해석해보면 알 수 있다. 환상동화는 단순히 그럴듯한 낱말로 포장된 이야기나 소모적인 노래가 아니다. 이 역시 아이즈원의 진심이 담긴 팬송이다.
첫댓글 너무나 장문의 주접이라 머라하질 못하겠음 ㅋㅋㅋㅋ
쓰면서 눈물 찔끔 흘렸읍니다...감사합니다.
소속사:아 그렇구나
????!
ㅋㅋㅋㅋ 죄송해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