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노가면극은 관노들이 춤과 몸짓으로 놀았던 국내 유일의 무언가면극이다.
강릉단오제 기간 중에만 놀았고 제의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 학계에서는 독립적인 가면극으로 보기 보다는
굿에서 극으로 전환하는 초기 민속극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가면극의 기원과 역사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어려운 것처럼 관노가면극도 그 기원을 알기 어렵다.
관노가면극을 추론할 수 있는 두가지 기록이 있는데
허균의『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와 『증수임영지(增修臨瀛誌)』이다.
『성소부부고』에 "갖은 잡희(雜戲)로" 라는 기록으로 가면극이 존재하였을 가능성을 내비쳤고
향토지『증수임영지』에는 "창우배들의 잡희"로 표현되어 훨씬 구체적이다.
창우는 광대라고 하는데 원래 의미는 가면을 쓰고 놀이를 하는 사람을 뜻한다.
하지만 잡희가 있었고 가면을 쓰고 놀았다는 '창우배' 기록뿐이지 가면극의 내용을 파악할 수는 없다.
임동권은 강릉단오제를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하기 위해 1966년 작성한 보고서에서
가면극의 연희자는 관노들이라고 밝히고 있다.
강릉단오제에서 관노들에 의해 연희되는 관노가면극은 음력 5월 1일과 단옷날 대성황사 앞에서 공연하였는데 가면극의 시원은 알 수 없으나 한말에 전승이 끊어졌다고 기록하고 있다.
관노가면극이 오늘날과 같은 형태로 비교적 정형성과 안정성을 갖추게 된 것은 1980년대 무렵부터라고 할 수 있다.
등장인물
장자마리
장자마리라는 이름의 정확한 의미는 알 수 없다. 공연이 시작되면 맨처음 등장하는 인물로 청회색 삼배 푸대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려쓰고 있으며 배에는 대나무로 만든 둥근 테를 넣어서 배가 불룩하다. 포가면이나 '포쓴놈'으로도 불렸다. 머리에는 계화를 꽂았고 눈과 입, 코만 뚫어 놓았다. 옷에는 말치라는 해초와 곡식을 매달았다. 계화는 신비스럽고 고귀한 존재라는 상징성과 제액과 벽사라는 의미를 지닌다.
극에서의 역할은 마당닦이로 공연장의 부정을 가시고 양반광대와 소매각시를 돕는 역이다. 장자마리의 춤사위는 마당을 쓸듯이 추는 마당닦이춤과 도리깨춤으로 마당을 넓게 하려는 의도로 추는 춤이다.
또한 서로 힘을 자랑하고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행위를 보여주는데 생산을 즉, 풍농ㆍ풍어를 관장하는 곡수신을 연상할 수 있다. 때문에 토지지신의 현신으로 보기도 한다.
양반광대
양반광대는 흰 얼굴의 미남형, 청의도포에 부채,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 수염 등 전형적인 양반의 면모이다. 하지만 하급관리인 나장이 쓰는 꿩털을 단 검은 깔대기 모양의 전건을 쓴 양반은 외적인 면에서 이미 정상적이지 못하다. 하지만 타지역 가면극의 양반탈에 비한다면 크게 비판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극중에서는 소매각시를 재물로 유혹하여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호색한으로 비쳐지지만 극 전체를 이끌며 화합과 화해라는 단오제의 이상을 실현한다.
양반광대 가면의 머리에는 꿩 털이 달려 있다. 농악대가 앞세우고 다니는 농기 끝에는 꿩 털이 달려있다. 그곳에 꿩 털을 다는 이유는 깃발에 신이 강림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관노가면극에 대한 문학적 해석이나 근원설화와의 상관성을 연구하면서 양반광대를 국사성황신의 현신으로 보고 있다.
소매각시
노랑저고리에 다홍치마를 입고 있다. 하얀 얼굴에 반달형 눈썹을 가지고 있으며 연지ㆍ곤지를 하고 있다. 젊은데다가 곱고 예쁜 얼굴이다. 머리에는 비녀를 꼽고 있으며 손수건을 가지고 있다. 소매각시가 노랑저고리에 다홍치마를 입는다는 것은 색의 상징성으로 보아 젊고 매력적인 여성임을 의미한다.
소매각시는 양반광대의 상대역이며 여자주인공이지만 양반광대의 호색을 풍자하기 위해 설정된 인물이다. 양반광대를 따르고 시시딱딱이의 유혹에 흔들리지만 결국 자살소동이라는 지혜로서 화해를 이끌어 낸다.
양반광대를 국사성황신의 현신으로 보았듯이 소매각시는 국사성황의 사자인 호랑이에게 물려간 정씨녀로 보고 있다. 소매각시는 국사여성황의 현신이라는 것이다.
시시딱딱이
시시딱딱이는 장자마리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다른 가면극에서 볼 수 없는 명칭이다. 베로 만든 청회색 장의를 입고 있으며 소매는 넓고 베 한필로 네겹의 띠를 맨다. 최근 공연에서는 외투형식의 검은 옷을 입었다.
노옹들은 얼굴에 오색 칠을 하고 코는 울뚝불뚝, 입은 한자 오푼은 째졌고 방상씨와 비슷하다고 고증하고 있다. 칼은 버드나무나 복숭아나무로 깎아서 벌건 칠을 했다고 하였다.
극중에서는 양반과 소매각시의 사랑놀음에 끼어들어 훼방하고 양반에게서 소매각시를 빼앗으려하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한다. 결국 소매각시의 자살소동을 지켜보면서 양반을 설득하고 둘의 화해를 돕는 역할을 한다.
시시딱딱이는 여러 문헌과 고증대로 벽사신이다. 험한 모습으로 무섭게 비쳐 홍역 등 질병이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벽사신으로 창해역사, 또는 여역신으로 보고 있다.
줄거리
관노가면극은 출연진들이 괘를 앞세우고 공연장에 입장하고 장자마리가 등장하면서 연희가 시작된다. 먼저 장자마리가 나서서 공연이 열리는 마당의 부정을 씻고 터를 다듬는다. 양반광대는 소매각시를 보자 한눈에 반하여 재물을 동원하여 구애한다. 완강하던 소매각시가 호응하자 서로 사랑하는 춤을 추며 퇴장한다. 이어서 등장한 시시딱딱이는 호쾌한 춤사위를 선보이며 서로 힘을 자랑한다.
시시딱딱이는 양반광대와 소매각시의 사랑을 질투하며 훼방을 놓기로 모의하고 밀고 잡아당기고, 위협을 하여 결국 둘 사이를 갈라놓는다. 소매각시는 시시딱딱이와 춤을 추고 이를 본 양반광대는 크게 노하며 애태운다. 장자마리까지 나서서 소매각시를 찾으려는 양반광대를 돕지만 불가항력이다. 기회를 노리던 양반광대가 시시딱딱이를 내쫒고 소매각시를 찾아오지만 질투에 사로잡혀 정절을 의심한다.
이에 소매각시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지만 외면당하자 양반의 수염에 목을 매 자살소동을 벌인다. 양반은 죽은 줄 알고 괫대로 가서 빌고, 소매각시는 죽은 척하고 있다가 살아난다. 양반을 속인 것이다.
소매각시는 양반광대에게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고 서로의 오해를 풀어 줌으로서 관용과 해학으로 이끌어 화해와 화합이라는 공동체 이념을 구현하고 있다. 수염으로 목을 매고 죽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관객들은 알고 있다. 하지만 양반광대의 어리숙함, 또는 양반이 속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죽음조차 희극적으로 풀고 있다.
내용출처 : (사)강릉단오제위원회(http://www.danojefestival.or.kr/contents.asp?page=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