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 사람이 보낸 철병(鐵甁)을 얻어서 차(茶)를 끓여보다>
2011년 7월 4일(월)
화윤차례문화원 창원차향회 월례회
센 불에 강한 쇠 녹여내어
속을 파 둔하고 단단한 것 만들었네
긴 부리는 학이 돌아보는 듯
불룩한 배는 개구리가 벌떡거리는 듯
자루는 뱀 꼬리 굽은 듯
모가지는 오리목에 혹이 난 듯
입은 작은 항아리처럼 우묵하고
다리 긴 솥보다 안전하구나
내 문원의 재주는 없으면서
한갓 문원의 병1)만 얻었더니
오직 낙노2)를 부르는 것만 생각하고
이미 주성3)에게 중독되는 것은 끊었다
비록 양자강의 물은 없으나
다행히 건계4)의 차는 있으니
이리 오너라 하고 사내종을 불러
차가운 우물물 길어오게 하여
벽돌 화로에 손수 달이니
밤 누각에 등불이 환하다
처음에는 마치 목이 멘 것 같더니
점점 생황 같은 노래도 짓네
삼매에 들어 손이 이미 익숙해졌으니
칠륵인들 어찌 이 맛에 견주랴
이것으로 족히 낙을 삼으니
어찌 날마다 술에 취하랴 |
猛火服悍鐵 맹화목한철
刳作此頑硬 고작차완경
啄長鶴仰顧 탁장학앙고
腹脹蛙怒迸 복창와노병
柄似蛇尾曲 병사사미곡
項如鳧頸癭 항여부경영
窪却小口甀 와각소구추
安於長脚鼎 안어장각정
我無文園才 아무문원재
徒得文園病 도득문원병
唯思喚酪奴 유사환낙노
已止中酒聖 이지중주성
雖無揚江水 수무양강수
幸有建溪茗 행유건계명
試呼平頭僕 시호평두복
敲汲寒氷井 고급한빙정
塼爐手自煎 전로수자전
夜閣燈火炯 야각등화형
初如喉聲哽 초여후성경
漸作笙韻永 점작생운영
三昧手已熟 삼매수이숙
七勒味何幷 칠륵미하병
持此足爲樂 지차족위락
胡用日酩酊 호용일명정 |
1) 문원의 병 : 사마상여를 가리킴. 사마상여가 소갈병(消渴病)이 있었다. *현대의학의 당뇨병
2) 낙노 : 맛이 뛰어난 차의 별명. 명(茗)·천(荈)·가(檟) 외에 감후·청우·불야후 등의 별칭이 있다.
3) 주성 : 술을 말함. 청주는 성인(聖人), 탁주는 현인(賢人)을 뜻한다.
4) 건계 : 중국 복건성에 있는 차의 명산지로 뒤에 차의 이명(異名)으로 불렸다.
▶이규보(李奎報, 1168~1241) : 고려시대 문신, <동명왕편> <국선생전> <청강사자현부전> <백운소설> 등의 산문과 8천여 수의 시, <한림별곡>의 '이정언·진한림의 쌍주운필(雙走運筆)'의 주인공, 주필(走筆)이란 옆에서 운을 부르고 경각에 시를 지어 수십 운을 계속해내는 일종의 문인들의 놀이로서, 최충헌의 군문(軍門)에서 문인의 기상을 드높인 사건, 무신집권의 변혁기에도 문장경국대업(文章經國大業)을 신봉함, 영물시(咏物詩)를 지어 존재하는 만물의 구체적인 아름다움을 통해 그의 실존의 밑바탕이 되는 물세계(物世界)와의 조화를 일깨워줌. |
첫댓글 차 우리는 멋이 전해지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