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저널리즘'의 씁쓸한 뒷모습.

[올리버]

JTBC의 질주가 무섭다. MBC, KBS, SBS, EBS 모두 매출이 크게 줄고 있지만 JTBC는 2016년 탄핵 국면 이후 방송매출이 56% 증가해 3,111억 원을 기록했다. 타 종편채널도 압도하고 있다. 시청률도 강세다. 지난 23일 닐슨코리아가 발표한 종편시청률 1위는 5.352%를 기록한 JTBC^JTBC 뉴스룸이다.

경쟁사인 MBN^MBN뉴스가 3위, 채널A 뉴스룸이 4위,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이 6위였다. 최근에는 JTBC드라마 'SKY캐슬'이 사회적인 반향(反響)을 일으키며 시청률 고공행진을 하고 있으니 이 보다 좋을 수는 없겠다.

JTBC의 오늘을 만든 것은 홍석현 전회장의 방송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와 막대한 투자도 한 몫했지만 또 한사람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손석희(63) JTBC 대표이사다. 홍석현이 삼고초려해서 데려온 인물이다.

손석희가 누구인가. 그는 전문가 1천명이 꼽은 시사저널의 '2018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라는 제목의 기획특집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부문 1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그 이전에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이 늘 1위였지만 14년 연속 1위는 손석희 외에는 전례가 없다.

그는 JTBC로 옮기면서 보도채널에 대해서는 외압 없이 전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그는 이름값을 했다. 2016년 대한민국의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집어삼킨 '최순실 국정논단 의혹'에서 '의혹'을 벗겨내고 국민들을 촛불 현장으로 이끌었다. 그 이면에 손석희와 JTBC '뉴스룸'이 있었다.

물론 '국정농단' 보도를 JTBC가 처음 한 것은 아니다. 그해 7월 TV조선은 미르재단을 설립하면서 대기업으로부터 수백억원을 끌어 모았고 그 과정에서 청와대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의 개입이 있었다고 단독 보도했다. 2개월여 후 한겨례는 한발 더 나아가 미르ㆍK스포츠재단 의혹에 '최순실'의 이름을 등장시켰다. 결정적인 한방은 JTBC가 날렸다. 최순실 씨의 국정개입 '의혹'은 10월 24일 "JTBC 취재팀이 최 씨의 컴퓨터 파일을 입수해서 분석했다"는 손석희의 멘트로 '기정사실화' 됐다. 이튿날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사과를 통해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며 의혹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박근혜 정권 붕괴의 시작이었다.

손석희가 JTBC에 합류한 지 6년여가 지났다. 뉴스룸과 JTBC의 높은 시청률은 손석희식 리더십의 결실이다. '손석희'라는 이름 세 글자는 이제 '정론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 했다. 언론인 영향력 1위는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하지만 사장 취임 초 "건강하고 합리적인 시민사회편에 서겠다"던 손석희도 어느새 '언론권력'으로 변했다. 그것도 아주 사소한 차량 접촉사고 때문에 드러났다. JTBC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손석희는 2년전 밤 10시쯤 과천 주차장에서 후진하다가 견인차량과 가벼운 접촉사고를 냈고 차에 긁힌 흔적도 없었지만 자비로 배상했다'는 것이다. 이 정도도 뉴스거리가 될까 싶다. 그런데 이를 취재하려던 프리랜서 기자를 폭행했다는 의혹과 함께 폭행 사건이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JTBC에 자리를 제안했는가 하면 회삿돈 수억원을 투자·용역비로 주겠다고 김씨 측에 구체적으로 제안했던 것으로 보도됐다. 뭔가 찔리는 구석이 있었을까. 당시 프리랜서 기자가 녹취한 손석희의 발언을 들으면 마치 코가 궤인 것처럼 안스러울 정도다. 이 때문에 세간에는 동승자에 관한 숫한 소문과 추측이 나돌고 있다. 도저히 밝힐 수 없는 사연이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양측이 고소하거나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으니 언젠가는 밝혀질 일이다.

안타까운 것은 손석희의 대응방식이다. 그는 자신이 앵커로 진행하는 저녁 뉴스를 시작하면서 "드릴 말씀은 많으나 사실과 주장은 엄연히 다르다"고 말했다. 순간 귀를 의심했다. 사건 한쪽 당사자인 앵커가 자신의 일방적인 입장을 밝혔다면 방송을 사유화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또 이번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JTBC에 일자리를 제공하고, 법인 돈을 주려 했다. 공사(公私) 구분을 못한 것이다.

이번 사건이 이슈가 된 것은 그가 가장 영향력있는 언론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과연 '정론의 아이콘'인가. 정찬경PD(김어준 뉴스공장 PD)는 '손석희 저널리즘'이라는 책에서 손석희의 장점에 대해 "잘생겼다. 엄청난 능력이다. 오디오도 엄청 안정감을 준다. 그리고 모던하다. 또 하나는 이게 제일 중요한 건데 안 바꿔먹은 거다. 뉴스하고". 출세를 위해 뉴스를 이용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난 손석희가 날카롭고 지적인 외모에 뉴스전달능력도 뛰어나지만 가끔 촌철살인의 멘트도 앵커로서 큰 덕목이라고 본다. 하지만 그가 자신을 위해 뉴스를 이용한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솔직히 진실을 밝히든가 이번 사건이 명명백백 밝혀질 때까지 집에서 쉬면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영향력 1위 언론인이 추잡한 의혹에 휩싸이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참으로 씁쓸한 일이다.

/네이버블로그<박상준 인사이트>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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