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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의 근원인 원자, 이 세상 모든 것은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다면 원자는 대체 어떻게 생겼을까? 그리고 얼마나 작을까? 사진은 벨기에 브뤼셀의 아토미엄 박물관이다. <출처: (cc) Gregg Tavares at flickr.com>
망사로 된 천을 두 장 겹쳐 놓으면 재미있는 무늬가 나타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촘촘한 간격으로 짜여진 방충망 같은 망사 종류는 실 사이의 간격이 충분히 넓어 빛을 잘 통과시킨다. 그래서 방충망을 통해 창밖의 물체를 보는 데 별 불편함이 없다. 때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방충망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거의 반투명한 방충망을 두 장 이상 겹쳐놓으면 그 전엔 보이지 않던 무늬가 나타난다. 심지어 보는 방향을 바꾸거나 방충망의 위치를 움직이면 마치 그림자처럼 넓은 무늬가 요동치며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그림자와 같은 얼룩 무늬를 무아레(moiré) 패턴이라고 한다.
무아레 무늬는 망사 실의 세밀한 격자 간격보다 훨씬 크고 변화도 다양하다. 가로 세로가 일정한 간격으로 짜여진 망사나 빗살 구조의 격자 간격에 비해, 무아레 무늬의 간격은 훨씬 넓을 뿐 아니라, 원 격자가 미세하게 움직이면서 역동적인 모양이 나타나기도 한다. 일정한 간격으로 배열된 빗살 무늬 모양의 직선들은 약간만 방향을 비틀어서 겹쳐도 본래 빗살보다 넓은 간격의 어두운 그림자를 새로 만들어낸다. 이렇게 일정한 간격을 띤 무늬가 겹쳐져서 원 간격의 주기보다 더 큰 무늬를 만드는 현상을 무아레 간섭이라고 한다.
무아레 무늬는 같은 주기의 격자가 겹쳐질 때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격자 간격의 차이가 아주 작은, 두 개의 격자가 겹쳐지면 선명한 무아레 무늬를 만든다. 이제 1 센티미터 간격으로 평행한 직선을 그어 만든 빗살 무늬를 생각해보자. 이 빗살 무늬 위에 다시 0.9 센티미터 간격으로 새로운 직선이 그어진 무늬를 올린다면, 직선 간의 간격이 0.1 센티미터씩 차이가 나기 때문에 매번 조금씩 어긋나던 새로운 줄 간격이, 10번째 되는 직선이 9 센티미터 떨어진 지점에 있는, 즉 본래 줄 간격으로 9번째 직선과 정확히 일치하는 모양이 된다. 이렇게 1 센티미터와 0.9 센티미터 간격의 빗살 무늬 두 개가 겹쳐질 때 나타나는 무아레 무늬의 주기는 1 센티미터나 0.9 센티미터가 아니고, 0.9 센티미터 격자 주기의 10배 크기인 9센티미터가 된다.
무아레 무늬가 생기는 원리는 측정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쓰이기도 한다. 측정의 기준이 되는 격자의 간격, 즉 주기를 정확히 알고 있다면, 측정하려는 대상이 되는 격자의 간격은 그 차이가 아무리 작아도 정밀하게 잴 수 있다는 말이다. 앞에서 0.9 센티미터 간격의 빗살 무늬에 간격의 차이가 0.1 센티미터인 또 다른 격자를 겹칠 때 나타나는 주기가 원 주기의 10배인 9 센티미터라가 되는 것을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이제 반대로 생각해보면, 무아레 무늬 주기가 9 센티미터라는 것은, 곧 격자 주기 차이가 0.1 센티미터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무아레 무늬의 주기는 격자 주기 차이에 반비례한다는 점에 유의하자. 격자 주기의 차이가 1백분의 1, 즉, 0.01 센티미터라면, 무아레 무늬의 주기는 100배 큰 99 센티미터로 커질 것이다. 어미자와 아들자를 이용해 정밀하게 눈금을 구분한 버니어 캘리퍼스가 바로 이 무아레 무늬의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물론 0.01 센티미터 정도의 간격 차이를 측정하는 것은 현재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앞선 글 [우리는 얼마나 작은 물체까지 잴 수 있을까?]에서 논의한 것처럼, 가시광선 영역의 빛의 파장보다 작은 0.5 마이크로미터 이하의 길이는 광학현미경으로도 측정할 수 없기 때문에 무아레 무늬의 원리는 아주 작은 물체의 측정에 상당히 유용하다.
최근 나노과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그래핀은 탄소 원자가 벌집 모양의 2차원 격자를 이루고 있는 물질이다. 그래핀 격자 간의 간격은 0.246 나노미터(1 nm = 1십억 분의 1 미터)다. 방충망 격자의 약 1000만분의 1에 불과하다. 이렇게 작은 격자 간격을 가진 그래핀을 잡아당겨 늘리거나 비틀면 격자가 찌그러지는데 그 크기는 약 0.001 나노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게 작은 변화를 측정할 때 무아레 무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두 장의 그래핀을 겹치거나 그래핀과 비슷한 주기를 갖는 질화붕소층 위에 그래핀을 얹어 놓는 경우, 격자 주기의 차이에 따라 오히려 100배 이상 커진 모양 무늬가 나타나 격자의 변화를 쉽게 감지할 수 있다.
무아레 무늬는 주기성을 가진 격자가 겹쳐서 나오는 모양이기 때문에 어떤 면에선 앞선 글 [소리는 파동의 겹침]에서 다루었던 파동의 특징과 유사하다. 규칙적으로 되풀이되는 모양을 여러 번 거듭해 합친다고 생각해보자. 그려면 주기의 차이에 의해 시각적으로 만들어지는 줄무늬는 파동이 겹쳐지면서 보강 간섭 또는 상쇄 간섭의 형태를 보인다. 예를 들어, 파동의 주기, 즉 파장이 1 센티미터인 파동과 파장이 0.9 센티미터인 파동이 겹쳐진 파동의 모양은 9 센티미터의 파장을 갖는다. 1 센티미터와 0.9 센티미터 간격의 빗살 무늬를 겹쳤을 때 9센티미터 간격의 무아레 무늬가 나타나는 것과 같다. 그래서 무아레 패턴을 간섭 무늬 또는 물결 무늬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무아레 무늬와 파동 간섭 무늬의 다른 점은 무엇일까? 무아레 무늬가 나타나려면 최소한 두 개의 주기성을 가진 격자가 겹쳐져야 한다. 한 격자의 주기성과 어긋나는 다른 주기가 겹쳐지면서 두 격자의 주기 차이에 반비례하는 무아레 무늬의 주기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무아레 무늬는 공간에 일정한 모양으로 펼쳐져 있어 쉽게 관측할 수 있는 반면, 파동의 간섭 무늬는 시간에 따라 계속 진동하기 때문에 그 모양을 보기가 쉽지 않다. 파동의 간섭을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앞선 글 [파장으로 보고, 진동수로 듣는다]에서 언급한, 양쪽 끝이 고정된 기타 또는 바이올린 줄의 진동 모양이나 호수에 퍼지는 파문 정도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렇게 볼 수 있는 것도 파장의 길이가 같은 파동의 간섭일 때만 가능하다.
주기가 다른 파동이 겹쳐 나타나는 현상은 앞선 글 [우리는 얼마나 작은 물체까지 잴 수 있을까?]에서 보여준 맥놀이 현상이다. 예를 들어, 440 Hz와 441 Hz의 소리를 내는 소리굽쇠를 동시에 두드리면, 두 소리 파동이 겹치면서 간섭을 일으켜 1초에 한 번 진동하는 1 Hz의 소리가 난다. 맥놀이 현상은 공간적으로 퍼진 형태가 아니라 시간에 따른 변화이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관측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맥놀이에서 시간을 공간으로 바꿔 생각해 볼 수는 있다. 440 Hz는 1초에 440 번 진동한다는 의미다. 이것을 주기로 바꿔보면, 1/440 초에 해당한다. 마찬가지로 441 Hz의 주기는 1/441 초다. 공간 대신 시간 차원에서 격자를 생각하면, 1/440 초 격자와 1/441 초 격자가 겹쳐진 셈이고, 그 차이에서 만들어진 ‘무아레’ 맥놀이 주기는 격자 주기보다 440배 큰 1 초가 된다고 할 수 있다. 기준을 시간에서 공간으로 바꾸기만 하면, 무아레 무늬의 원리와 완벽하게 같은 원리가 맥놀이 안에 숨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맥놀이나 무아레 무늬가 같은 원리에서 나왔다면, 이런 파동의 간섭 현상을 잘 활용해서 시간적 주기의 차이를 공간적 주기의 차이, 즉 길이로 바꿔 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X선은 0.01~10 나노미터의 파장을 갖는 전자기파다. 독일의 물리학자 뢴트겐은 사람의 몸을 투과할 수 있는 X선의 존재를 우연히 발견했고 그 공로로 1901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뢴트겐은 현재 진단방사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데, 그 이유는 우리 몸을 투과할 수 있는 X선이 지금까지 병원에서 사용되는 가장 중요한 건강진단 도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1890년 호주에서 태어난 영국의 물리학자 브래그는 X선 파장의 크기가 원자 결정 내에서 원자 간의 거리와 비슷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X선의 파장이 원자 간의 거리와 비슷하다면, 원자 격자에서 반사되는 X선 파동의 간섭 무늬로 원자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반사된 전자기파가 퍼지는 방향에 따라 간섭 무늬의 모양이 달라지는 현상은, 무아레 간섭 무늬가 격자 주기의 차이에 의해 생기는 것과 같은 원리다. 간섭 무늬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브래그는 X선이 결정의 격자에 의해 회절되는 현상에서 결정 내부의 원자들의 위치를 구하는 원리를 밝혔고, 그 공로로 1915년 노벨상을 수상했다.
브래그가 제시한 X선 결정학 방법의 핵심은 원자 간 간격과 비슷한 파장의 전자기파를 이용해, 주기적으로 배열된 원자에서 반사된 전자기파가 공간에 펼쳐낸 간섭 무늬의 모양으로 원자의 위치를 알아내는 것이다. 무아레 무늬의 주기로부터 원 격자 주기의 차이를 알아내는 것처럼 말이다. 브래그의 X선 결정학 방법은 우리 주변의 거의 모든 물질의 결정 구조를 분석하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심지어 왓슨과 크릭이 밝힌 DNA 이중나선 구조와 같이 주기성이 없는 분자나 DNA 물질도 격자 모양으로 배열한 후 X선 분석을 함으로써 그 구조를 밝힐 수 있었다. X선을 이용한 물질의 구성 원소와 원자 구조에 대한 이해는 현대 과학기술 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하였다.
DNA 원자구조
무아레 무늬나 X선의 간섭 무늬를 이용한 측정에도 한계가 있다. 우선 간섭 무늬를 이용한 측정은 주기적으로 배열된 물체에만 적용할 수 있다. 어느 정도 주기적인 배열을 갖추었다 해도 실제로 격자 간격이 일정하지 않은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빗살 무늬 격자에서 빗살을 만드는 직선의 두께가 일정하지 않아 격자 간격에 오차가 있을 수 있다. X선의 간섭 무늬에서도, X선을 반사하는 원자 자체도 일정한 크기를 가진 하나의 물체이기 때문에, 시간에 따라 요동을 하며 움직이게 되면 결국 격자 간의 주기가 변하게 된다. 주기가 변하면 간섭 무늬도 변형되기 때문에 결국 원자의 위치를 정확하게 찾아내기 힘들다. 이론적으로는 직선의 두께나 원자의 요동까지 고려해 주기성을 정하고 그 차이에서 나타나는 무아레 무늬를 분석할 수 있지만, 규칙적인 주기성이 깨진 결과로 생긴 문제는 확인이 쉽지 않다. 더욱이 모든 물체나 파동이 유한한 공간에 존재하기 때문에 무한히 반복되는 주기성을 가정한 분석에도 역시 무리가 있다.
하지만 측정의 한계를 고려할 때 가장 근본적인 논점은 원자의 위치에 대응하는 점이나, 원자의 배열로 이루어진 선을 얼마나 정확히 정할 수 있느냐는 문제에 있다. X선 간섭 무늬를 만드는 시작점이 원자의 위치이고 빗살 무늬 격자의 간격이 선 간의 간격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측정의 한계를 논의하기 전에 우선 점과 선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길이를 잴 때 쓰는 자에는 일정한 ‘두께’의 선으로 그려진 눈금이 있다. 수학적으로 직선은 무한히 얇고, 무한히 길고 곧은 기하학적 요소라고 정의한다. 여기서 ‘무한히 얇은’ 두께의 선은 크기가 없는 점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실체가 없는 매우 추상적인 개체에 불과하다. 실제로 크기가 없는 눈금은 관측할 수 없다. 그래서 이 눈금은 아무리 얇고 세밀하게 그린다 해도 최소한 원자 한 개 이상의 두께는 가져야 한다. 눈금을 그리기 위해서는 최소한 한 줄 이상의 원자를 늘어 놓아야 하고, 측정할 때 원자 크기 정도의 오차는 생긴다는 말이다. 눈금이 달린 자 대신 빛의 파장을 기준으로 길이를 측정하는 경우를 생각해도 원자 크기의 오차는 어쩔 수 없다. 앞선 글 [우리는 얼마나 작은 물체까지 잴 수 있을까?]에서 설명한 마이켈슨 간섭계를 이용하려해도, 빛을 반사시키는 거울이 필요한데, 이 거울의 면을 최소한 한 층의 원자로는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측정의 한계를 알아보려면 우리가 추상적으로 이해한 ‘무한히 얇은 선이나 면’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하는 데서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원자 크기의 물체를 측정하는데, 최소 원자 한 줄 이상의 눈금이 달린 자로 길이를 측정하는 것은 결코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 그렇다면 원자의 크기는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원자현미경은 뾰쪽한 탐침을 이용해 물체 표면의 원자 위치를 측정하는 장치로, 수천만 배 배율로 원자 단위까지 보여주는 초정밀 측정장치다. 최근에는 다양한 측정기술을 적용한 주사탐침현미경(SPM; Scanning Probe Microscope)이라는 장비를 이용해 다양한 형태의 원자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 SPM 측정의 최대 장점은 X선 결정학에서는 필수적인 원자의 주기적 배열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원자 크기의 거리에서, 탐침과 물질 표면 원자 간의 전류나 힘을 측정하기 때문에 탐침의 위치만 정밀하게 조정할 수 있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아무리 탐침의 위치를 잘 조정해서 측정한다고 해도 SPM의 측정 결과에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SPM 현미경으로 찍은 이미지를 잘 보면 몇몇 원자의 위치는 구분이 되지만 구체적으로 각 원자의 모양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또 이미지의 모양이 각 원자의 모양을 보여 준다기보다 주기성을 나타내는 파동의 간섭 무늬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측정하는 표면의 온도가 높으면 원자가 진동하기 때문에 측정 장치의 탐침에 붙은 원자나 물체 표면의 원자 모두 요동치며 움직인다. 그래서 SPM으로 측정된 원자의 모양이 확실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온도를 절대온도 0도에 가까운 극저온으로 낮추어 측정하면 다소 낫겠지만, 그래도 한계는 여전하다. 어쩌면 측정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원자의 모양을 기대하는 우리의 생각이 잘못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 원자의 모양은 어떻게 생긴 걸까? 19세기 말, 과학기술이 발달하기 이전에는 원자는 공 모양의 구라고 추측되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가 제시한 고전적인 원자의 개념과 기하학적인 모양이 결합한 상태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과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지금도 19세기 이전의 직관적 개념에 머물러 있을지 모른다. 20세기 초 양자역학이 정립되기 전까지 최고 수준의 과학자가 이해한 원자의 모형은 양전하를 띤 핵 입자 주위를 음전하를 띤 전자가 공전하는 것이었다. 그 때까지 입자 운동에 대한 최고 지성의 직관은 태양과 지구의 모델이었기 때문에 태양을 핵 입자에, 공전하는 지구를 전자에 대입하여 미세한 크기로 축소한 모양의 개념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식의 단순한 공 모양 원자 모형은 SPM 이미지에서 보이는 간섭 무늬를 설명하지 못한다. 설사 전자가 핵 주위를 공전한다고 인정한다 해도 문제는 마찬가지다. 엄밀히 말하면 SPM에서 측정하는 것은 원자 그 자체라기보다 핵 주변에 분포된 전자 구름에 의한 전류 또는 힘이기 때문이다.
점, 선, 면은 수학적으로 정해지는 개념이고 모두 추상적인 직관에 불과하다. 우리가 측정하고 경험하는 자연계에서는 점에 대응하는 물체의 존재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선과 면에 대응하는 물체 역시 없다. 크기가 없는 점이나 무한히 얇은 선을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데카르트는 물체의 위치를 좌표 위의 점으로 표시했고, 뉴턴은 그 물체의 움직임을 기술하기 위해 시간에 따른 위치 변화를 운동 법칙으로 정리하였다. 뉴턴 시대에 관측한 운동의 대상은 태양계의 행성과 위성, 그리고 돌이나 사과와 같이 커다란 물체였기 때문에 ‘측정된 물체’의 위치와 그 물체를 ‘대표하는 점’의 위치를 구분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20세기 이후 측정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측정된 물체의 위치’와 그 물체의 ‘추상적인 점의 위치’가 동등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겨났다. 다시 말하면 특정 위치의 점으로 대변되는 ‘입자’의 속성이 우리가 측정하는 원자나 전자와 같은 물체에 적용될 수 있는지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고전적인 점 입자의 개념과 측정 장치에 담겨있는 입자와 파동의 속성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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