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비소츠키
‘Fastidious Steeds(야생마)’
<사관과 신사>로도 유명한 테일러 핵포드 감독의 1985년작, 86년 국내 개봉작 중 흥행 1위를 차지한 영화 <백야(White Nights)>는 라이오넬 리치의 <세이 유 세이 미(Say You Say Me)>라는 대단한 히트곡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그해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타며 자격 논란을 빚었던 이 음악보다(왜냐하면 영화 내내 한 번도 쓰이지 않다가 엔드 크레딧이 올라갈 때 비로소 흘러나왔기 때문에 이것을 영화음악으로 보아야 하는가 하는 논란이 있었으므로) 미하일 바리시니코프(니콜라이 로드첸코 역)가 발레극장에서 홀로 춤추는 장면과 그때 흘러 나왔던 소련 가수의 가슴을 쥐어뜯는 듯한 노래가 더욱 인상적이었다는 사람이 많았다. 실제 소련에서 미국으로 망명한 발레리노였던 바리시니코프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배우 니콜라이 로드첸코를 연기하며 보여준 현란한 춤실력은 그 이후로도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고, 뭇여성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물론 남자들은 이 영화를 통해 처음 영화에 데뷔한 잉그리드 버그먼과 로베르토 로셀리니 감독 사이에서 태어난 이사벨라 로셀리니(헬렌 미렌 역)로 인해 가슴이 설레겠지만.) 이때 바리시니코프가 보여준 춤동작은 이후 CF에도 사용되는 등 대단한 인상을 남겼고, 상대역을 맡았던 그레고리 하인즈의 탭댄스 역시 이 영화를 찾게 되는 즐거움 중 하나였다.그토록 인상적인 장면에 쓰였던 노래는 우리에게 흔히 <야생마>로 잘 알려진 블라디미르 비소츠키의 노래였는데 잘 아시다시피 살아 생전에 단 한 장의 음반도 출반하지 못한 가수였던 비소츠키의 노래를 국내에서 구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웠다. 한때는 소련의 유명한 합창단인 소련적군합창단(Red Army Chorus)의 음반을 구입하는 것조차 적성국의 고무 찬양 및 내통 혐의로 발전할 수 있는 중죄에 속하던 시절이므로 설령 음반이 있다고 해도 구하기 어렸을 것이다. 한때 라이센스 음반이 나온 적 있었는데 그 음반에는 이 곡이 들어 있지 않았다고 한다. 블라디미르 비소츠키는 1938년 스탈린의 숙청 작업이 서서히 절정에 이르던 시기에 태어나 1980년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며 "악의 제국"이란 비난을 듣던 시기에 돌연 심장마비로 세상을 등진 가수이다. 그의 공식적인 직함은 모스크바 드라마 극장 소속의 배우로 햄릿과 돈 주안 등의 작품을 올렸고, 생전에 26편의 영화를 찍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는 소련 민중들이 사랑하는 시인이자 가수였다. 비소츠키는 중증 동맥경화에 시달리는 소련 사회와 입으로만 인민을 부르짖는 정부 관료들을 향해 날카로운 비판과 함께 고단한 사람을 이어가야 하는 민중들에 대해서는 그들의 삶을 위로하는 노래를 불렀다. 그는 단 한 장의 공식 앨범도 발표하지 못했지만 그의 노래는 복제 테이프들을 통해 대학과 공장, 음악 클럽 등으로 퍼져나가 소련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의 사후에 등장한 고르바초프는 "비소츠키 거리"를 지정하고 그를 기념하는 동상을 세워 그의 뜻을 기렸다.우리나라에서는 이 곡 외에도 (Song About Migration of souls), (Lyrical song), (variations on gypsy themes) 등이 함께 인기를 얻었다. 우리는 흔히 이 곡을 <야생마>라고 알고 있지만 원래의 뜻은 "뒤로 가는 말" 혹은 "뒷걸음 치는 말"이라고 한다.뒷걸음 치는 말나는 벼랑과 아슬아슬하게 맞닿은 협곡을 지나간다. 나는 내 말에 박차를 가하고 매섭게 채찍질한다.숨이 가빠 바람을 마신다. 안개를 삼킨다. 나는 길을 잃고 죽음의 황홀경에 빠질 것 같다.말아, 천천히, 조금만 천천히 가자꾸나. 너는 내 채찍 소리가 듣기 싫겠지.내 운명의 말은 자기들 기분 내키는 대로 움직인다. 내겐 생명의 시간이, 일을 마칠 시간이 없다.나는 내 말에게 물을 먹이고 내 노래를 마치리라.그리고 잠시나마 그 강가에 머물며 숨을 돌리리라.나는 죽어간다. 한 포기 이삭처럼 폭풍우 나를 쓰러뜨리리. 새벽에 썰매가 나를 눈 속으로 끌고 가리.말아, 부탁하자, 조금만 그 걸음을 늦출 수 없겠니.마지막 피난처에 도달할 때까지는 내 최후의 날을 늦춰다오. 말아, 천천히, 조금만 천천히 가자꾸나.너는 내 채찍 소리가 듣기 싫겠지.내 운명의 말은 자기들 기분 내키는 대로 움직인다. 내겐 생명의 시간이, 일을 마칠 시간이 없다.나는 내 말에게 물을 먹이고 내 노래를 마치리라. 그리고 잠시나마 그 강가에 머물며 숨을 돌리리라. 신에게 초대받으면 우리는 지체하지 않고 도착해야 한다.천사들은 왜 그토록 적의에 찬 분노를 노래하는가? 종은 왜 끝없이 오열하는가?나는 내 말에게 울부짖는다, 속도를 좀 늦춰줄 수 없느냐고.말아, 천천히, 조금만 천천히 가자꾸나.너는 내 채찍 소리가 듣기 싫겠지.내 운명의 말은 자기들 기분 내키는 대로 움직인다.내겐 생명의 시간이, 일을 마칠 시간이 없다.나는 내 말에게 물을 먹이고 내 노래를 마치리라.그리고 잠시나마 그 강가에 머물며 숨을 돌리리라.말들아, 좀 천천히..좀 더 천천히! 너희들에게 명령하는 채찍과 회초리가 아니다. 왜 나에게 이러한 야생마들이 주어졌을까? 끝까지 못살았고, 나는 마지막까지 노래를 부를 수 없었다. 나는 말들을 노래하리라. 못 다한 노래를 부르리라. 절벽 끝에 단 한 순간이라도 멈춰서서… 우리는 성공했어요.. 하나님 초청으로 가는 손님이 늦을 수 없어요 왜 천사들이 저런 흉한 소리로 노래를 부를까요? 내가 통곡할 때, 새종 너는 왜 울고 있느냐? 나는 왜 말에게 썰매를 빨리 끌지 말라고 소리치는가? (정확한 노래 가사는 아니지만 대충 이런 뜻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