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만 마제트는 길맨턴 아카데미라는 작은 부락 출신으로 그 지역은 뉴햄프셔 호수 지방 남쪽 끝의 선쿠크 언덕 사이에 자리 잡고 있었다. 1860년에 태어난 허만 마제트는 푸른 눈에 갈색 머리카락을 지닌 예의바르고 튼튼한 소년이었다. 그는 마을에서 “가장 똑똑한 아이”로 알려졌는데, 학교 친구들 상이에서 그는 약간 이상한 아이로 통했다. 허만의 아버지는 성경을 독실하게 믿었고, 특히 잠언서 13장 24절, ‘매를 들지 못하는 자는 그 자식을 미워하기 때문이다’라는 구절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다. 그는 아들을 사랑했고, 가혹하고 일정한 매질을 가하는 방식으로 아들에 대한 자신의 헌신을 보여주었다.
허만 마제트는 어린 시절 내내 혼자 있기를 좋아했고 다른 아이들을 기피했다. 그에게는 친구가 한 명 있었는데, 그보다 나이가 조금 많은 톰이었다. 그런데 톰은 비참하게 죽었다. 허만과 함께 버려진 집을 탐험하던 중 2층 계단에서 뛰어내린 것이다. 허만은 그 장면을 똑똑하게 목격했다. 그는 톰의 바로 뒤에 서 있었고, 굳이 손을 뻗지 않아도 친구의 등을 붙잡을 수 있을 만큼 가까웠던 것이다.
부분적으로는 그의 예민한 특성 때문에, 또 부분적으로는 특이한 성격 때문에 허만은 종종 동네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중 특히 그에게 지울 수 없는 인상을 준 사건이 있다. 어느 날 아침 허만보다 나이가 많은 학교 친구 두 명은 마을 의사가 왕진을 하러 사무실을 비울 때를 기다렸다가 허만을 불러냈다. 그들은 허만을 발로 차고 끌고가 사무실의 어둑한 구석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의사가 쇠 받침대 위에 세워 놓은 해골 위로 그를 밀어 넘어뜨렸다. 친구들은 발작하는 소년의 얼굴에 해골의 손가락을 덮어씌웠고, 바닥에 엎어져 비명을 지르는 허만을 내버려두고 달아났다.
역설적이게도 허만이 평생 해부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때의 끔찍한 경험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열한 살 때 이미 남모르게 해부학을 실험했다. 처음에는 개구리, 도마뱀, 나중에는 토끼, 고양이, 길 잃은 개까지 그 대상이 되었다.
뉴잉글랜드는 허만 마제트의 야심을 채우기에는 좁았다. 그는 버몬트에서 1년간 대학생활을 한 뒤, 앤 하버에 위치한 미시간 대학에 편입했고, 1884년 의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 무렵 허만은 보험회사에서 수천 달러를 떼어먹는 법을 익힌 사기꾼이 다되어 있었다. 그의 수법은 간단했다. 가공의 인물 앞으로 생명보험을 든 다음, 시체 하나를 구하고, 그 시체가 피보험자라고 우겨서 보험금을 타내는 방식이었다. 물론 그런 계획이 성공하려면 시체를 확보할 수 있어야 했다. 그런데 그 점에 관한 한 그는 이미 꽤 능숙했다.
1886년에 허만 마제트는 시카고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무렵 그는 익명을 썼는데, 결국에 그는 닥터 헨리 하워드 홈스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몇 달 후 쾌활한 성격의 닥터 홈스는 잉글우드 교외의 고급 주택가에서 약제사의 조수로 일을 했다. 약국은 홀튼이라는 늙은 과부의 소유였다. 1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홀튼 부인은 느닷없이 사라졌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친척 집에 가셨어요” 젊고 잘생긴 약제사 조수는 궁금해하는 손님들에게 그렇게 대합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그는 조수가 아니었다. 1887년에 나온 도시 인명록에는 잉글우드에 위치한 그 약국의 새 주인의 이름이 H.H. 홈스로 기재되어 있었다.
오래지 않아 약국에서 거둬들인 매상 덕분에 홈스는 약국 건너편 공터에 새로 근사한 집을 지었다. 새로 지은 건물은 한 가지 면에서 그의 주인과 흡사했다. 겉보기에는 특이한 점이 없었으며, 부유하고 멋져보였다. 그러나 그 멋진 외양의 이면에는 광기와 공포가 혼재한 미궁의 영역이 펼쳐져 있었다.
홈스는 새로 지은 건물을 성이라고 불렀다. 성 내부에는 100개가 넘는 방들이 비밀 통로와 가짜 벽돌로 연결되어 있었고, 환기구와 함정문이 감추어져 있었다. 어떤 방들은 석면으로 채워 방음장치를 해두었고, 문에 구멍을 뚫어 홈스가 엿볼 수 있게 만든 방도 있었다. 한편 가스 파이프가 연결되어 있는 방도 많았으며, 홈스는 자신의 방에서 어떤 방이든 독가스를 채우도록 조절할 수 있었다. 건물의 2층과 3층에서 지하실로 이어지는 낙하장치가 설치되었고, 지하실에는 홈스의 연구실이 있었다. 연구실은 해부용 탁자와 수술 도구들, 그리고 사람이 들어갈 만큼 큰 아궁이가 놓여 있었다.

홈즈의 'The Castle' 호텔
홈스는 성으로 이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코너라는 이름의 시계 수리꾼을 불러들였다. 코너에게는 조각처럼 멋진 아내 줄리아와 사랑스러운 딸 펄이 있었으며, 홈스는 건물의 약국 안 구역에 시계 점포를 열게 해주었다. 얼마 뒤 매력적인 닥터 홈스는 줄리아를 연인으로 삼았다. 그녀가 홈스 때문에 임신하게 되자, 화가 난 코너는 자신의 짐을 꾸려서 그곳을 영원히 떠났다. 그렇지만 홈스는 아직 아버지의 책임을 질 만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는 줄리아를 초기에 낙태시켰고, 그 과정에서 그녀를 죽였다. 한편 어린 펄 역시 마취시켜 죽였다.
1893년에 시카고 만국 박람회가 열리자 도시 내에서 괜찮은 숙소를 찾기가 어려웠다. 홈스는 관광객들에게 방을 세놓기 시작했다. 그들 대부분은 두 번 다시 그곳에서 나오지 못했다. 이 기간 동안 지역의 의과대학에서는 닥터 홈스에게서 정기적으로 사람의 해골을 공급받았다. 대학은 괜찮은 해부 표본을 얻기가 무척 어려웠기 때문에 따로 의문을 제기하지도 않았다.

홈스의 호텔의 현재 모습
홈스는 결국 자신과 공범인 벤 피첼을 죽인 후 체포되었다. 평소처럼 시체로 보험사기를 치려다가 똑똑한 수사관들에게 붙잡힌 것이다. 시카고에 있는 그의 ‘살인의 성’에서는 끔찍한 것들이 발견되어 미국 전체에 충격을 던져주었다. 홈스는 자신의 사기를 감추기 위해 피첼의 세 자녀까지 살해했음이 드러났다. ‘사탄’(홈스는 즉각 그렇게 불렸다)의 재판은 19세기 최고의 범죄에 관한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유죄가 확정되자 그는 27건의 살인을 자백했는데, 치안 당국은 그의 손에 죽은 사람이 50명에 달할 것으로 믿었다.

홈스의 공범 벤 피첼
홈스와 잭 더 리퍼의 일치된 경력 때문에 어떤 범죄 애호가들은 이들 두 사람을 대서양을 사이에 둔 쌍둥이로 간주하기도 한다. 그러나 소름끼치는 이중생활을 해온 젊고 잘생긴 의사라는 점에서 홈스는 단지 빅토리아 시대 괴물의 미국판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가 실제 살았던 인물이라면 틀림없이 홈스와 동일했을 것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첫댓글 고맙습니다..근데, 살인마들중에서는 천재들이나 비상한재주(?) 를 가진 사람들이 많은듯, 그 수많은 방을 전부 자신의 방에서 컨트롤 가능하게 만들다니..그것도 100여년전에요..>.<
살인마 아무나 되는거 아니죠. 원래 미친 사람과 정상인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말도 있죠. 선택의 기로에서 어느 길을 가느냐에 따라 그 사람은 사이코패스 살인마가 될 수도 있고 천재 예술가가 될 수 도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