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옥선의 저력은 소나무에서
판옥선은 한국 전통 선박이 가지는 고유의 특성도 고스란히 물려 받았다. 판옥선을 비롯한 한국의 전통 배는 기본적으로 주재료로 소나무를 사용한다. 배 앞부분의 이물비우 등 높은 강도가 필요한 부분은 상수리나무나 졸참나무 같은 참나무 계통의 나무를 사용했지만 배 밑바닥의 저판, 좌우 측면의 삼판, 주갑판인 포판 등 선체의 대부분은 소나무를 사용했다.
한국의 소나무는 평균적으로 옹이가 많고 굽어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불규칙적인 목질의 특성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배를 만들 때 판재를 두껍게 가공해야만 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한국 전통 배들은 두께 12~18cm의 두꺼운 판자를 사용했고 최종 가공도 다소 투박한 약점이 있었다. 그러나 소나무 중 선박 제조에 많이 사용한 적송의 굴곡강도는 526~977kg/㎠에 달하고, 브리넬 경도도 2.20~5.80에 달해 일본 전통선박에 주로 사용하는 삼나무나 전나무에 비해 기본적으로 강도와 내구성이 우수했다. 이러한 선박용 목재의 특성 차이는 함포전과 우발적 충돌에서 조선의 판옥선이 일본 군함에 비해 우위를 누릴 수 있는 밑바탕이 됐다.
한국 환경에 특화된 군함, 판옥선
판옥선을 비롯한 한선은 함수 모양이 평면이었다. 이 때문에 선체 저항이 커서 속도가 느린 편이었다. 또한 판옥선은 배 밑바닥이 평평한 평저선(平底船)인 탓에 흘수가 작아 배가 직진할 수 있는 능력(Directional Stability)이 떨어진다.
이런 단점 때문에 평저선은 연안이나 내륙 하천에서 주로 사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해에서 이 같은 평저선 구조는 큰 장점을 발휘할 수 있었다. 배 밑바닥이 뾰족한 첨저선은 썰물 때 갯벌 위에서 넘어질 수밖에 없지만, 평저선은 안전하게 바닥에 내려 앉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배 바닥이 뾰족한 첨저선에 비해 평저선은 원시적인 배로 간주된다. 하지만, 평저선은 우리나라의 해양환경에 맞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선택한 구조였기 때문에 그 같은 특성은 오히려 장점으로 부각됐다.
일본의 대표군함 세키부네
임진왜란 당시 일본의 군함에는 아타케부네(安宅船, 아다케), 세키부네(関船), 고바야(小早) 등 세 종류가 있었다. 이 중에서 제일 큰 군함은 아타케부네였지만 임란 초반만 해도 비중이 크지 않았고, 고바야는 30여 명 정도의 인원만 탑승하는 소형 선박이었다. 때문에 임진왜란 초반에 집중적으로 벌어진 해전에 주로 활약한 일본 군함은 세키부네였다. 세키부네는 일본에서 흔히 야마토형 군선(大和型 軍船)의 대표적 존재로 간주할 만큼 일본인의 자부심이 서려 있는 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