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음료가 날개 돋친 듯이 팔려 나가던
1984년 8월,
국내 유명 청량 음료 회사와 주류 제조 회사에
거액을 주지 않으면 극약을 넣어 소비자를 대량 살상시키겠다는
협박 편지가 날아들어 전국을 긴장시켰다.
이로부터 4개월 만에 다시 유명 식품 회사에 협박 편지가 날아들었다.
이에 경찰은 지난 5월 일본에서 발생한
'모리나가(森永)제과 독극물 협박사건'의 모방 범죄가
한국에 상륙한 것이 아니냐며 우려 속에 수사를 시작하였다.
이들 식품 회사에
협박장이 날아든 것은 1984년 12월 27일부터였다.
이날 해태제과와 농심라면에 협박장이 날아들었고,
다음날인 28일 똑같은 내용의 협박 편지가 삼양식품에 날아들었다.
그러나 먼저 협박 편지를 받은 두 회사는
내용이 알려지면 회사가 타격을 입게 된다고 판단,
쉬쉬하며 다음날인 12월 28일 범인의 요구대로
그들이 지정한 계좌에 각각 3천만 원씩을 입금시켰다.
다음날인 12월 29일 범인은 해당 은행에 나타나 6천만 원에 대한 인출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은행측은 "거액 인출은 하루 전에 예약되어 있어야 한다"며
지급 정지된 사실을 알려 주었다.
범인은 1985년 1월 7일 두 회사에 다시 협박장을 보내
지급 정지를 해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사건이 표면화된 것은 1월 22일
서울 잠실에 거주하는 이(李) 아무개 어린이가 가게에서
구입한 과자를 먹고 구토 증세를 보이면서부터였다.
당시 이 어린이에게 과자를 사 준 할머니가 이상히 여겨
과자 봉지를 확인해보니 그 안에 "이 과자에는 독극물이 들었으니 먹지 마라.
손해 배상은 만든 회사로 청구하라"는 경고문이 들어 있었다.
해태와 농심 두 회사와 달리 삼양식품은 이 사실을 바로 경찰에 알렸다.
공개 수사를 시작한 경찰은 수사 개시 5일 만인
30일 주민의 신고로 의외로 쉽게 범인을 잡았다.
범인 신길현은 사기 전과 1범으로 재일 교포를 상대로
공사 하청을 해주겠다며 3천만 원씩 두 번이나 사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 결과 대학을 중퇴한 것으로 드러난 범인은
오퍼상과 영어 강사를 거쳐 학원과 건재상을 운영해 오다가
사업 부진으로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수사에서 효력을 보인 것은 은행 창구 직원의 기억을 바탕으로 제작한 몽타쥬였다.
이 몽타쥬가 범인 얼굴과 거의 동일하게 제작돼
이를 본 시민이 쉬 제보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