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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소금염장은 실패한걸까!
풍성한 어장에서 나오는 게나 생선들을 미처 다 못먹어 소금에 재는 염장법들은 제게는 전설같은 이야기였습니다. 어린시절 한 번도 체험하지 못한 요리법들이 주는 신비감. 그런 동화가 내 밥상위에 펼쳐지길 기대하면서 꼭 한 번 만들어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농부의밥상'이라는 책을 보면, 모항에 사는 시인 박형진의 밥상에 이 소금게장 이야기가 나옵니다.
봄꽃게를 오래두고 먹는 저장방법으로 통통한 꽃게를 등딱지를 떼어낸 후 그 안에 소금을 듬뿍 재여서 차근차근 항아리 속에 묻어두고 한 달을 숙성하면 여름내내 냉장보관 하지 않아도 되는 고소하고 짭조롬한 소금꽃게가 탄생한다고 합니다. 냉장시설이 없던 우리 조상님들이 쓰던 멋진 저장방법이었던거죠!
오로지 소금꽃게를 만들어보고 싶어 딱 한달전 순희님에게서 봄꽃게를 주문한 후 구매후기에 소금꽃게를 해보겠다고 말씀드리니 모두들 새로운 도전에 열광하며 응원해주셨어요. (아주 심술맞은 참존님이랑 혜수민님만 빼구요~ㅎㅎ)
박형진님이랑은 달리 저는 등딱지를 벗기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너무 짜서 먹기가 힘들지 않을까요? 그냥 통째로 소금 속에 푹 파묻어 그늘진 곳에 한달간 놓아뒀습니다. 그리고 7월4일 오늘 드디어 쿵쾅거리는 맘으로 소금독을 열어봤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소금에서 게를 꺼낼 때 지나치게 가벼운 거예요!
서둘러 게뚜껑을 열어보니 아....이럴수가!!
꺅!! 게살들이 다 없어져 부럿어요!!
수분이 모두 다 빠져나가 게장이 아니라 쫀득한 게장아찌가 되어있는 거였어요! 그래도 상하지는 않은 걸 다행스러워하며 젤리같이 붙어있는 살들을 섬세하게 다 파냈습니다.
옛 어르신들이 만들어드시던 소금게장을 먹어본 적이 없어 이게 성공인지 실패인지는 분명히 알수가 없지만 이정도로 수분이 빠져버려 게가 가지는 풍미가 사라져 버렸다는 건 맛을 살려내는 일에선 분명 실패인 것 같습니다.
뭐가 문제인지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 우선 맛객님에게 연락을 취해봅니다. "맛객님! 저 소금게장 만들었는데 실패했어요. 조잘조잘 조잘조잘~~ "
그러자 맛객님이 아주 심드렁한 목소리로 대꾸합니다. "소금에 한달이나 저장하면 아무래도 수분이 빠지죠. 일주일 정도가 딱 좋았을건데요"
완벽하게 파내고 남은 빈껍질,,,
안타깝게도 이론과 실전의 차이를 실감하지만... 소금게장이 제맛을 낼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보려 합니다. 나의요리실패기는 영원히 이어질지도 모르지만 이 도전을 멈출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여기서 대반전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충격이었지만 밥 한그릇 퍼 와 염장게살을 먹어보니 상상할 수 없는 놀랄만한 맛이었습니다. 깊은맛, 입안에 짝짝 붙는 개미가 있어 이게 진정 발효의 묘미이구나 싶었다는. 지금도 수분이 좌악 빠진채 찰진 맛이 입안에 감도는 게 느껴집니다.
오래전 바닷가 사람들이 먹던 소금게장이 이 맛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내가 만난 이 순수한 맛도 바다의 향기와 아주 가까이 있었다는 걸 알 것 같습니다. 내가 원하던 동화의 식탁을 아무래도 저는 만난 거 같습니다^^
게장 레시피 하나 더 추가! 우리가 간장게장 만드는 방법과 똑같이 하되 간장대신 소금만 달여서 붓는 방법입니다. 준비물은 딱 두가지, 꽃게와 소금만 있으면 됩니다!
일반 간장게장은 간장부터 시작해 재료가 많이 들어가다보니 느끼하고 단맛이 강한게 큰 단점입니다. 그리고 보관기간도 짧은 편이구요. 하지만 소금장에 담그면 아주 깔끔한 맛을 즐길 수 있는데다 소금에 절여진 것이라 살이 쫀득쫀득하며 간장보다 보관이 오래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맛에 왕도가 없기에 어떤 것이 더 맛있다 할 수 없으나 진한 양념에만 길들여진 우리 식탁에 이렇게 원초적 생명력을 불어넣어줄 조리방법도 가끔은 괜찮겠다 싶습니다. 두어마리 실험해 보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소금염장게장 1.게를 깨끗하게 씻고 물기를 빼 놓는다 2.작은 단지에 소금을 두텁게 깔고 그 위에 게 한 칸, 소금 한 칸, 차근차근 소금을 두텁게 먹이며 쌓는다. 3.서늘하고 그늘진 곳에 일주일쯤 뒀다가 꺼내먹는다.
소금물게장 1. 이왕이면 활게를 깨끗하게 씻어 준비한다 활게라야 소금물을 부어주면 숨을 토해내 잡물질을 깨끗하게 토해내기 때문. 없으면 냉동게라도 괜찮음~ 2. 소금을 짭짤하게 넣고 팍팍 끓인다(소금농도는 취향에 따라) 3. 식힌 후 부어주고 하루 지난 후 한번만 더 달여 부어준다. 소금물은 재활용하지 않는다. 게의 이물질을 깨끗하게 토하게 해준 역할이므로 버려야함~
소소는 오늘도 열공중입니다. 더 맛난 음식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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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에 1표요
여잔 신비로움이 있어야해서 ㅎㅎㅎㅎ
여러분들 상상보다 한수위입니다
귀염 잘잘하고요 넘 이뽀요
해반닥하게 이쁜게 아니라 뜯어볼수록 더 이쁘다에 옛날10원 겁니다
에이~~쏘가리님은 소소님 보시고 비공개거심 어떡해용~~더 궁금하게 만드시는 멘트만 날리시구!```
맞어요 참좋은 세상님의 글을 봐서라도 공개 해야 합니다
소소님 얼굴 공개 강력하게 요구 합니다
저도 차도녀 좀 보고 싶습니다
저는 맨날 폭잠녀(푹잠고고 일어난 여자) 보다보니 차도녀 보고싶습니다
소소님은 빨리 공개하라 !!
저는 한 달 이상 인내하며 서서히 익어간 저 꽃게보다 훨 부족한 사람입니다.
평범한 저를 궁금해하지 마시고 제가 공들여 올린 제 글을 좀 봐주세요~!
자투리 시간 이용해서 저거 쓰느라 며칠이 걸렸다니까요 ㅎㅎ~
에이...쏘가리님... 뜯어봐서 이쁜건 벨로 안이쁜건디...지도 그란디...
재청,,이구만요,,ㅎㅎ~~
미혼인 분이 얼굴 공개하는 게 어디 쉽겠습니까!
음식을 바라보고 평해주는 게 회원끼리 서로 더 존중하는 방법 같습니다...
멋있어요..그 깊은 맛이 보이네요..최고!!!
리반 아저씨의 새우젓샌드위치보다 더 파격적인 음식은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ㅎㅎ
눈팅만 마시구 가끔씩 글도 올려주세요~
정말 저 꽃게는 애정이 가는 음식이예요. 잊혀져가는 우리 음식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에서 쓴거라서요^^
고수님도 실패라고 하신글에 놀라서 클릭했어요 깊은맛을 즐길수 있었으니 다행이구요 옛맛을 아시는분이 계셨으면 좋겠네요 함께 올린 귀한레시피 담아갑니다
글을 올리진 않지만 음식에 대해 일가를 이룬 분들이 우리방에 꽤 계신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어설픈 음식을 올리면서 전 그분들과 서로 소통하고 싶었습니다.
잃어버릴지도 모를 옛맛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이거저거 도전하게 되지만 늘 부족합니다 ^^;
언제나 열심이시구 도전 정신에 감탄 합니다 ~~ 그 아무도 맛 보지못한 쫀득 쫀득한
게 짱아치 ㅎㅎ 소소님만 아는 맛 ㅎㅎ 글도 재밌구요 잘 보고갑니다
비교대상이 없어서!! 혹시 내가 세상에서 처음으로 발견한 음식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며
게살을 먹었답니다 ㅎㅎ 절대 따라하진 마세요^^
후기 올렸군요,암튼 맛이 좋았다니 .. 가을엔 꼭 해봐야겠어요.^^*
발효음식을 즐기는 분이라면 한두마리 만들어 맛보는 것도 독특하고즐거운 체험일 것 같아요.
전 참 맛있어서 다 먹어버린 지금도 혀끝에 그 맛이 맴도는것 같아요.
시간이 지날수록 더 그러네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시골 할아버지댁은 지리산을 끼고 있는 곳이라 바다가 멀어서 할아버지 어린 시절엔 생선이 귀한 탓에 간고등어나 간갈치 외엔 못먹고 자라셨대요. 그런 이유때문에 연세 드셔서 생선이 흔한 시절이 됐는데도 짭짤하고 꼬리한 간고등어나 간갈치를 젤 좋아하셨던 것 같아요. 맛보다 그리움이 더 깊은 탓이겠죠..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소금염장게장 꼭 따라해보고 싶습니다. 게장은 양념이든 간장이든 다 좋아하거든요. ^^
(까망하늘님이 만드시면 나보다 백배는 더 잘 만들텐데 어쩌지~~
담부턴 레시피 숨겨놓고 혼자서 주물럭거림서 몰래 만들어야지ㅋㅋㅋ)
삭제된 댓글 입니다.
담에는 만들어서 가져다 드리면 꼭 잡수셔야 해요!
실패라는말 취소하게 만들어 드려야지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