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 하나 없이 계절마다
신비의 수채화를 그려내는 자연의 손길이
고요하게 그러나 순수하게
그 빛깔만으로도 많은 것을 말해주고
그 향기만으로도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4월의 끝자락에서
30년 전의 꿈 많던 고교시절로 돌아가
존경하옵는 은사님과 내,외빈을 모시고
이 영광의 자리를 함께 할 수 있어
이 벅찬 기쁨을 어찌 표현하여야 할지
수 많은 단어만 스쳐갑니다.
돌이켜 보면
30년이라는 세월이 까마득하지만
3년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꼿꼿한 칼라에 검정색 쓰리보단 교복을 입고
청운의 꿈을 키우던 이곳
마리아동산으로 달려갑니다
월요일 운동장 조회 시
요셉고센라이터 교장선생님의 일장훈시가 생생하고
행진곡에 맞춰 교실로 입장하던 때가
주마등처럼 다가 옵니다
빨간 벽돌의 교실에서 많은 은사님들의 가르침을 받았으며
운동장에서 조순철교련선생님께 열차례를 받고
김영은 체육선생님의 구호에 맞춰 하나.둘,셋 교실로 향하던 그 시절...
아름다움과 엄숙함이 어우러지며 모든 여성상의 최고봉이셨던
고숙희선생님께 국사를 배우던 때가 바로 엊그제 같습니다.
다 열거 할 수없을 만큼 뭉클했던 수 많은 기억을
가슴 한 켠 고이 간직하고 있는데
어느새 머리에는 하얀 서릿발이 내리어
유수와 같은 세월을 실감케 합니다.
교문 입구의 신실한 마리아 상과
본관 뒤 등나무 그늘이 선연합니다
동상을 보며 굳센믿음 슬기로운 실천을 새기고
마리아 동산의 등나무 그늘 아래에 서서 곱게 핀 꽃을 보며
"목련꽃 그늘 아래서..."를 읊조리며 소년시절의 낭만을 키웠습니다.
3년 동안 한결같이
"잘 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우리들의 선생님!
때로는 입시 준비와 취업으로 조급할 때
따뜻하게 다독여 주시던 모습이 그립습니다.
열정과 사랑으로 우리들의 길이 되어 주신 선생님...
그 훌륭한 가르침의 자긍심을 가졌던 그 시절이
애틋함과 뿌듯함의 실루엣이 되어 아롱집니다.
한 컷 또 한 컷 스쳐가는
수정처럼 투명하고 밝은 웃음소리와 정겨운 모습들!
생각하노라면 희열에 젖게 하는
순박하되 최선을 다한 고교시절이었습니다.
이제 우리,
아름다운 추억과 함께 돈독해진 우정으로
30주년 축제의 팡파르를 멋지고 힘차게 울려봅시다!
언제나, 어디에서나
우리들의 정든 학교,
우리들의 인자하신 선생님,
우리들의 좋은 벗으로 영원히 남아주시길 바라면서
모교의 무궁무진한 발전과
은사님의 평강과
결초보은結草報恩을 새겨봅니다
여기 모이신 동창님들과 모든분들의 힘찬 비상을 기원하면서
졸업생을 대표한 환영사에 가름 합니다.
2009년 4월 25일
졸업생 대표 동창회 회장 최춘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