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받는 영혼
千秋六臣鷺梁墳(천추륙신노량분)-천추(千秋)의 사육신은 노량진에 무덤 있고
大韓守靈孔雀眠(대한영령공작면)-대한을 지킨 영령들은 공작봉(孔雀峰)에 잠들었네!
爲國忠情無貴賤(위국충정무귀천)-나라위한 충정에는 귀하고 천한 것이 없는데
華藏杜鵑哭何事(화장두견삼월곡)-화장산(華藏山) 두견새는 무슨 일로 울고 있나
*국립묘지 산 이름이 화장산(華藏山)이다.
농월(弄月)
죽은 영혼까지 신분 차별하는 국립묘지는 평등해야 한다 !
미국은 기독교(청교도)가 원주민에 대한 만행(蠻行)으로 세운 국가로서
그 후유증이 지금까지 인종 차별의 역사로 얼룩진 나라다.
태생적으로 인종 불평등 미국의 역사적 사명은 자유와 평등이 국시(國是)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인종평등을 부르짖고 민주주의 모범국가로 몸부림치는 미국도 현실에서
흑백갈등이 구석구석에서 나타나고 있다.
링컨의 게티즈버그연설이 민주주의의 요체(要諦)를 역설한 것이라면,
링컨의 스프링필드 연설은 인종차별폐지를 주장한 것이다.
“흑인은 확실히 피부색에 있어서 우리와 같지 않다. 다른 여러 가지 면에서도
우리와 같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자신의 손으로번 빵을 그의 입에 넣는
권리에 있어서는 흑인도 백인도 그리고 다른 모든 사람도 평등하다”
이렇게 링컨 미국대통령은 인종평등을 역설하였다.
이런 살아생전의 인간 불평등도 죽고 나면 시신(屍身)은 평등한 것이다.
미국의 알링턴 국립묘지는 장군 및 사병의 차별 없이 1.36평 묘역에,
장지(葬地) 신청이 들어오는 순서대로 평장(平葬)한다.
*평장(平葬)-봉분(封墳)을 만들지 않고 평평(平平)하게 매장(埋葬)하는 것.
케네디 대통령도 이곳에 묻혀 있다.
20평 묘역에 부부와 죽은 두 자녀, 그리고 동생 로버트 케네디까지 묻혔으며
아무런 치장 없이 묘비에 이름만 새겼다.
독일 통일의 기반을 닦은 빌리 브란트 총리는 시골 공원묘지에 일반인과 같이
묻혀 있으며, 이름만 새긴 비석 앞에 1평정도 잔디를 심어 놓았을 뿐이다.
독일 점령 하에 있던 프랑스를 구한 영웅 드골 대통령 역시 유언에 따라 조촐한
가족장을 치른 후 고향의 공동묘지에 묻혔다.
그런가 하면 흑묘백묘(黑猫白猫)론으로 유명한 중국의 “작은 거인” 등소평은
화장(火葬)해서 유골을 바다에 뿌리라고 유언했고 그렇게 실행됐다.
(2016.08.03. 조선일보 기사)
필자는 역사유적지 답사가 취미라서 서울 국립현충원 국립묘지를 간혹 간다.
국립서울현충원(國立─顯忠院)의 뜻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영령(英靈)들이 안장되어 있는 국립묘지”
라고 설명되어 있다.
국립묘지를 찾을 때 마다 나는 경건함 대신에 국립묘지가 마치 살아있는
현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자연 순리에 역행 하는 인간”의 부질없는 욕망에
고소(苦笑)와 경멸감(輕蔑感)마저 느낀다.
사람은 살아있을때는 생존 투쟁이기 때문에 신분과 계층 부(富)와 명예의 구분이
있기 마련이다.
인간이 이렇게 경쟁하며 살다가 “죽음”이라는 문을 통과하면 전부가 평등하다.
죽은 시체에 부자라고 비단옷으로 수의(壽衣)를 입혀도,
가난하다고 헌 누더기로 시체를 둘둘 말아도 시간이 지나면 모두 썩어 흙으로 변한다.
死卽其魄化散歸土(사즉기백화산귀토)라
죽으면 넋(魄)은 흩어지고 썩은 육체는 흙으로 돌아간다.
落葉歸根(낙엽귀근)이라
나뭇잎이 떨어지면 썩어서 흙이 있는 뿌리로 돌아간다는 이치다.
이것이 죽음을 통하여 평등(平等)이라는 본연(本然)으로 돌아가는
자연이치(自然理致)다.
대통령도 재벌도 미인도 항우장사도 숨이 멈추면 시체가 된다.
설사 영혼이 있다 치더라도 죽은 후의 영혼이 살아있을때의 인간세상의 질서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
영혼(靈魂)은 인간이 종교라는 이름으로 만든 허구(fiction虛構)다.
설사 영혼이 있다 하더라도 죽은 후에도 살아있을때의 대통령 장군등 계급 신분을
묘지에 까지 주장한다는 것은 대단히 슬프고 부질없는 욕심이다.
실제로 국립묘지에 묻혀있는 높은 분들 묘지를 그 가족들을 제외하고
보통 국민들은 그다지 존경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
다만 눈으로 보이는 관광의 대상물 정도로 여기는 것 같다.
위에 설명하였지만 국립묘지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영령(英靈)”이 묻힌 곳이다.
국가를 위해 죽은 영혼들은 국립묘지에서는 꼭 같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
죽고 난 다음에도
대통령의 묘지, 장군의 묘지라고해서 살아생전 청와대처럼 장군의 관저처럼
넒은 자리에 거창한 묘비를 세우고,
일반 사병과 유공자는 다기상(茶器床) 넓이에 비석하나 달랑 세워놓은 차별을 두는
국립묘지는 그 이름의 의미를 상실한 것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국가가 설치하고 관리하는 국립묘지가 죽은 영혼까지
신분에 차별을 두고 있으니 대한민국이 민주국가 평등국가라고 할 수 있는가.
군인은 영관(令官) 이하 장병은 화장하여 1평 땅에 평장(平葬)하고 비석만 세운다.
반면에 장군(將軍)은 8평, 전직 대통령은 80평짜리 넓은 묘역에 매장하고
고급문양으로 조각을 한 비석에 봉분(封墳)까지 호화롭게 만들었다.
어떤 대통령은 사후에 그 가족들과 추종자들이 법에도 없는 “국장(國葬)”으로
해달라고 생떼를 쓴 시문보도도 있었다.
죽은 사람이 국장이나 보통장례를 어떻게 안단 말인가?
고향 땅에 묻히겠다고 스스로 생을 버린 어느 대통령의 묘역은 1000평에 이르고
마을 전체가 사실상 성역화돼 국가보존묘역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한다.
모두 국민 세금으로 만든 것이다.
국립묘지의 묘는 대통령이나 장군이나 그 어떤 국가유공자라도 평등해야 한다.
똑같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영혼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기 때문에
장군이기 때문에
이름 있는 애국자이기 때문에 묘지를 호화롭게 하고
사병이라고, 평범한 시민이라고 묘지를 간단하게 한다면 국민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는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국립묘지에서 신분차별 하는 것은 국가건립정신에
위배된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가족 묘지를 호화롭게 조성하는 것은 비판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국립묘지는 가족묘지와는 다르다.
현충원 국립묘지에는 순국선열(殉國先烈) 묘역이 없다.
우리나라에 외국 국빈이 오면 맨 처음 예를 표하는 곳이 국립현충원이다.
국립현충원은 국가의 대표적인 의전(儀典)시설이다.
우리나라가 광복을 맞이하면서 건국 공로의 1순위인 순국선열(殉國先烈)에 대한
예우 시설을 먼저 만드는 것이 당연한 순리였다.
그런데 광복과 동시에 권력 다툼으로 국론은 좌파와 우파으로 분열되었다.
6·25전쟁이 일어났다.
수많은 군인이 전사(戰死)를 하게 되니 국가는 우선 전사자들을 묻을 장소를
급하게 마련한 곳이 동작동 공동묘지 였다.
현충원 국립묘지는 원래 조선 제11대 왕인 중종(中宗)의 후궁이자
선조의 할머니인 창빈안씨(昌嬪安氏)의 묘소인 동작릉(銅雀陵)이었다.
지금도 국립묘지 제1구역인 이승만 전 대통령 묘소 좌측에 창빈안씨(昌嬪安氏)의
신도비와 묘소가 있다.
6.25 전쟁에서 희생된 많은 군인이 동작동 공동묘지에 많이 묻히게 되니
이름하여 “동작동 국군묘지”가 되었다.
필자가 서울에 처음 올라온 1969년 까지도 “동작동 국군묘지”라 불렀다.
그리고 뒤에 국립현충원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독립운동가 중 생존한 사람들의 주장으로 애국지사의 묘역은 마련하였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의전(儀典)에서 최고의 정신적 예우 대상은 순국선열(殉國先烈)인데
경축일에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은 제일 먼저 하면서
국립묘지에 독립을 위해 목숨을 던진 순국선열(殉國先烈)의 묘역은 없다.
한심한 일이다.
결론적으로 국립묘지의 국가적 의미는 팽개치고
죽어서도 신분 차별을 두겠다는 곳이 대한민국의 국립묘지다.
현충원 법 자체가 평등하게 만들어졌다면 이런 일은 없을 것이다.
호화 분묘를 자랑하고 싶으면 개인 묘지를 쓰면 누가 말할 사람이 없다.
개인 호화묘지도 국토가 좁은 이 나라에서는 지도자로서의 덕행(德行)이라
할 수 없다.
연세대학교 김동길 교수는
“나는 죽으면 연세대병원에 시신을 기증하기로 해놓았습니다.
내 장례식을 절대 치르지 말도록 했고요”라고 하였다.
호화로운 국립묘지에 잠든 대통령은 국가 유공자라하고
시신(屍身)도 묘도 없는 김동길 교수를 나라를 위해 일한 사람이
아니라고 말할 사람이 있겠는가?
조선 인조 숙종때의 문신인 심재(沈梓)의 송천필담(松泉筆譚)에 있는 글에서
物忌太盛(물기태성)-사물(事物)은 크게 성대(盛大)한 것을 꺼리고
神厭至美(신염지미)-귀신은 지나치게 아름다운 것을 싫어한다
고 했다.
살아있는 사람이 허무한 욕망으로 죽은 영혼까지 스트레스 받게 한다.
농월
첫댓글 정말 좋은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