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챔버 싱어즈 (5월 16일 오렌지 힐 교회) 미주 선교 공연을 보고.
음악박사 진정우 jwjin@sbcglobal.net
김동현 지휘자가 이끄는 코리아 챔버 싱어즈의 공연은 남가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합창지휘자들(성가대지휘자 포함) 에게는 참으로 많은것을 깨우쳐 주는 의미 있는 연주회였다. 그러나 한편, 일반 음악 애호가나 비전공자들에게는 그저 그런, 별로 큰 감동을 주지 못했으리라 사료된다. 왜냐면, 20여명의 소규모 챔버 앙상불이 표현 할 수 있는 음악이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니면 세세한 음악적인 테크닠을 감별할 수 있는 귀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음악적인 예민한 귀를 가진 전문가들 에게는 아주 유익한 음악회였다고 본다.
헨델의 “Prepare The Hymn" 으로 시작한 이곡에서는 동시대 (바로크)음악가인 바하의 음악과 비교할 때 소리의 질감이나 색채감에서 전혀 다른 헨델 특유의 따듯한 음색과 대위법적 선율, 그리고 악구 처리가 엿보였으며, 특히 바로크적인 melisma 구사, 즉 개개의 음이 튀거나 날카롭게 때리는 듯 한 창법 (낭만시대의 빠른 passage 구사)이 아닌 flowing accented melisma를 구사하는 테크닉이 놀라웠다.
이 후의 연주곡들은 거의가 현대성가 (한국성가 포함) 로 짜여져 있었는데, 현대성가곡들의 특징은 우선 스케일이 작고 질감이 얇으며 음역과 다이내밐 폭이 좁은것 인데 소규모 챔버 콰이어가 연주하기 안성마춤 이라 하겠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김동현 지휘자의 선곡하는 안목이 우선 돋보인다.
일반적으로 대가와 소가의 차이는 소품연주를 잘 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려있다. 세계 최고의 프리마돈나인 Joan Sutherland 가 부른 ”Home Sweet Home" 이나, Marilyn Horne 이 부른 “금발의 제니” 를 보라. 중 고등학생 수준이면 제법 완성도 높은 연주를 할 수 있는 곡이지만, 소가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그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코리아 챔버 싱어즈가 연주한 현대성가곡들이 scale, register, dynamic range 등이 제한되어 있었으나 그 속에서 섬세하고 미세한 차이와 변화를 이번 연주에서 마음껏 표현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작은 폭 안에서 pp 와 ff 의 대비, legato 와 non-legato 의 대칭적인 처리, tone color 의 명암 대비, 정확히 계산된 steady tempo 등 기술적인 면과, rhythmic vitality, good intonation, 조금도 과장이 없는 musical gesture, 완벽한 발란스 에서 오는 각 성부간의 교차감 이나 안정감, 억지가 아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phrasing 처리, 산만하거나 흐트러지지 않은 tone control, 높은 음역에서 보여준 mesa voce technique, 정확한 가사전달 (diction) 등 음악적인 면 (음악성을 말함)이 매 곡마다 내재하고 있었으며 이런 미세한 음악적인 요소들을 밖으로 끌어내어 청중들에게 전달하고저 최선의 노력을 다한 지휘자의 리더쉽과 musicianship 이 한층 돋보였다.
무반주곡인 Russell 의 "Lamb of God" 과, 아카펠라로 시작하여 뒤에 반주가 따라 나오는 곡인 “Kumbaya" 와 ”God Is So Good"에서 보여준 안정된 intonation 은 전문합창단이 아니고서는 보기 힘든, 훌륭한 발성 technique에서 기인되는데 "pitch settle placement" 가 작은소리 에서도 동일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이 놀라웠다.
아무튼 이번 공연은 일반인들에게보다는 전문 합창지휘자 들에게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는 마음을 갖게 하였으리라고 생각할 때, 좋은 선물을 주고 간 지휘자 김동현님께 박수를 보낸다.
평자 : 진정우 박사
*UCLA Ph.D. in Music
*전, UCLA 및 California State University Pomona 음대 교수
*조수미 L.A. 데뷔공연, Glendale Symphony Orchestra 지휘
*ASCAP 등 미국내 유수한 음악상 수상
*현, L.A. Seoul Chorale 및 Gloria Women's Choir 상임지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