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향장기수 묘역 '연화공원' 조성 |
실천불교승가회, 시민사회 뜻 모아 영면지 새 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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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뉴스] 이현정 기자 |
2005-05-27 오후 6:3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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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경기도 파주 보광사 고인이 된 비전향장기수들의 유골이 묻힌 영면지가 '통일애국투사묘역 연화공원'으로 새롭게 조성됐다.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 | "동지들이시여! 지금 이 자리, 비록 장엄하고 화려하진 않지만 아늑하고 포근합니다. 정성어린 마음 마음이 모여 만든 동지들의 안식처입니다. 계명산 울울이 푸르르고 연화대 잔디 곱게 펼쳐지리다. 통일된 조국강산에 아름다음으로 보태시리다. 편히 쉬시옵소서" (비전향 장기수 양희철 시 中)
그늘진 산비탈에 비전향장기수들의 비석만이 초라하게 서 있던 경기도 파주시 장기수 영면지가 '통일애국투사묘역 연화공원'으로 새롭게 조성됐다.
작은 정성을 모아 지난 2일부터 연화공원 조성공사를 시작한 '통일애국열사묘역 조성위원회(공동대표 권낙기, 일문)'는 27일 오전 11시, 준공식을 갖고 깔끔하게 단장된 묘역을 공개했다.
비전향장기수들의 모임 '통일광장(공동대표 임방규.권낙기)'과 실천불교승가회(공동의장 효림), 그리고 시민사회활동가들이 한평생 조국통일 운동을 해오다 운명한 비전향장기수들의 유해를 모시기 위해 조성한 이 공원은 약 120평 규모며 35기의 비석을 세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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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막식과 더불어 합동 추모제가 열렸다.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 | 영면지 인근 보광사 주지이자 실천불교승가회 집행위원장인 일문 스님은 보광사 사유지를 연화공원 조성을 위해 흔쾌히 내놓았으며 조성위원들이 십시일반 돈을 보태 묘역을 꾸몄다. 무너진 흙더미가 뒹굴었던 묘역 초입은 평평하게 길이 닦였고 곱게 잔디가 입혀졌다. 입구에는 '불굴의 애국투사묘역 연화공원'이라고 쓰여진 기념비가 위풍당당하게 자리를 잡았다.
들쭉날쭉 안장돼 있던 장기수들의 유해도 이장돼 묘가 고르게 자리잡았다. 비전향장기수 故 손윤규, 정대철, 금재성, 최남규, 정순덕, 류낙진 선생의 묘가 따뜻한 양지로 나와있는 모습을 본 민가협 양심수 후원회 임기란 고문은 "살아생전 탄압 속에서 양심과 소신을 굽히지 않은 선생님들을 영원히 사랑하겠다"며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조성위원회 공동대표인 통일광장 권낙기 공동대표는 "지금은 시대가 좋아져 묘역도 조성했지만 예전에는 비석에 비문조차 마음대로 새기지 못했다"고 가슴아파하고 "이렇게 선생들이 오순도순 몸을 뉘일 수 있는 터전을 만들게 되어 기쁘고 실천불교승가회 등 모든 스님의 뜻을 가슴에 담고 잊지 않겠다"고 사의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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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광장 임방규 공동대표가 '마지막 여성 빨치산' 故 정순덕 선생의 묘비를 쓸어 내리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 | 통일광장 임방규 공동대표는 "우리가 형무소에 있을 때 원치 않게 여러 곳으로 갈라져 살아야 했으나 이번에는 우리의 뜻대로 선생들을 이곳에 모셨다. 결코 헤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단언하고 "언젠가는 우리의 마음의 고향 평양에 동지들을 모시고 갈 것이다"고 다짐했다.
연화공원 조성에 가장 큰 힘을 보탠 일문스님의 감회도 남달랐다. 일문스님은 "항상 영면지를 볼 때마다 너무 초라해 가슴이 아팠다"며 "온갖 고초를 겪으신 우리 선생님들이 이젠 이렇게 정성스럽게 꾸며진 천년고찰의 묘역에서 편안하게 잠드셨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일문스님은 준공식에 앞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보광사 영각전에서 돌아가신 영혼을 위한 '천도제'를 주관하기도 했다.
한편, 비전향장기수들을 뒷바라지해 온 민가협양심수후원회 권오헌 회장은 "이 묘역이 비록 작고 초라하지만 평생 헌신적으로 통일애국운동을 해온 분들을 모신 만큼 이 묘역이 갖는 의미를 어떤 국립묘지에도 비할 바가 아니다"고 의미를 부여했으며, 전국연합 노수희 공동의장은 "전국연합과 범민련이 앞장서 묘역을 조성했어야 했는데 이제야 안식처를 마련해 드려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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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보광사 영각전에서 천도제를 거행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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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공원 기념식수를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 | 통일애국열사묘역 조성위원회는 앞으로 전국에 산개 한 비전향장기수들의 묘역을 차차 연화공원으로 옮겨와 이 공원을 민주주의와 통일의 상징으로 가꿔나갈 계획이다. 또, 매년 4월 1일, 공원에 묻힌 故 손윤규, 정순덕, 류낙진 선생의 기일에 맞춰 정기적인 추모 천도제도 진행한다.
그러나 연화공원은 운명한 비전향장기수들의 임시 안식처일 뿐, 영원한 쉼터는 아니다. 통일광장을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단체들은 남북평화협상 등을 통해 비전향장기수 2차 송환과 함께 유해송환운동을 추진할 방침이다.
통일광장 권낙기 공동대표는 "정세 여하에 따라 유해 송환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먼저 간 '동지' 앞에 술을 따르고 연화공원 조성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통일을 꽃 피울 나무를 심은 이들은 아늑한 공원을 뿌듯한 눈길로 찬찬히 훑어보고 산을 내려왔다. 평소 영면지를 다녀올 때와는 달리 그 발걸음이 보다 힘차고 한결 가벼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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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자:2005-05-27 오후 6:30:57 / 수정일자:2005-05-27 오후 6:3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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