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퍼거 증후군의 원인과 강점
이주현 (소아정신과 전문의, 아이나래 정신건강 클리닉 원장)
아스퍼거 증후군의 원인
1. 유전적 요인
아스퍼거 증후군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많은 경우에서 유전적 요인이 명백히 중요합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 ASD)의 일부입니다. 가족 연구는 자폐증과 아스퍼거 증후군이 종종 커다란 한 가계 내에 존재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초기 후뇌(hindbrain,소뇌,뇌교,연수 포함함 ) 발달의 조절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서 중요하다는 몇몇 근거들이 있습니다. X 염색체, 15번 염색체, 2번 염색체, 7번 염색체에 있는 유전자들이 여러 연구에서 주목되어졌습니다. 아스퍼거 증후군 또는 고기능 자폐의 가족 중에 준(準)임상적인 변이(subclinical' variant)- 흔히 가벼운 증상을 보여 본인이나 가족에 의해 간과되는 자기중심성, 경직된 사고, 완벽주의, 사교에 관심은 많으나 재능은 부족함)가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부모나 친척 중 한 사람이 어릴 적 비슷한 징후를 지녔다면 아이를 관찰하는 데 굉장한 도움이 됩니다. 그들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외로움을 느끼고 누군가에게 오해를 받는 순간, 그들은 한때 자기들도 같은 기분을 느꼈음을 말해 줄 수 있습니다. 단 부모나 친척이 자신들이게도 같은 증상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부끄러워하거나 당황하지 말아야 합니다.
2. 초기 뇌손상
아스퍼거 증후군 아이들의 과거력에서 태아시기, 출생 시, 출생 후 첫 수년간 뇌손상을 일으킬만한 요인이 많았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의심이 되는 손상이 아스퍼거 증후군의 원인인지 또는 기저의 유전적 요인으로 태아가 이상발달을 하도록 소인이 되는지 결정하는 것은 종종 불가능합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와 관련된 위험인자로는 난산, 미숙아, 과숙아, 저체중, 조기양막파열, 임신 중 산모의 알코올남용, 산모의 나이가 많은 경우가 있습니다.
3. 특정 뇌부위의 기능 이상
아스퍼거 증후군에서 전두엽이나 측두엽의 기능이상을 보여주는 증거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것은 일련의 신경심리학 실험과 뇌영상 기술을 활용한 연구들에 의해 제기되고 있습니다. 추정능력을 시험하는 작업 (mentalising tasks- 공감, 다른사람의 인지적, 정서적 관점을 필요로 하는 작업)을 시행하면서 PET등 뇌활동을 보는 검사를 시행한 결과 특히 좌측 전두엽(브로드만 영역 8/9)이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않는다는 것을 규명되었습니다. 그 외 감정을 담당하는 변연계 (limbic system Brodmann area 24)의 크기와 대사 감소가 관찰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비언어적 학습장애(NLD)로 불리는 증후군과 유사한 오른쪽 대뇌반구피질 기능이상의 징후가 발견되기도 합니다.
4. 신경생리학적 소견
신경생리적 요소을 보면, 경한 정신 지체가 때때로 동반되기도 합니다. 간질은 일반인구보다 약간 더 흔하고 자폐증보다는 휠씬 적습니다. 자폐증이 양족 뇌손상에 의한 적인 반면 아스퍼거 증후군은 하쪽 뇌손상에 의해 발현된다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특별한 뇌파 소견이나 청각유발전위, 뇌척수액 소견이 보고되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임상적으로 의심이 되면 자기공명영상법(MRI)나 갑상선 기능 검사를 실시합니다.
5. 성별의 차이
아스퍼거 증후군은 남자에서 5:1~ 15:1의 비율로 더 흔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성별에 따라 임상양상의 차이가 있습니다. 남자아이들은 여자아이들에 비해 들쑥날쑥한 기능 차이로 인해 휠씬 더 큰 사회적 결함을 지니는 경향이 있고 죄절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성향이 있습니다. 여자아이들은 종종 특별한 관심이 강렬하거나 눈에 잘 띄지 않기도 합니다. 여자아이들은 이상하기보다는 미성숙한 것처럼 보이곤 하고 다른 아이들을 관찰한 뒤 그대로 뒤따라합니다. 그러나 그들의 행동은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지거나 자발적인 것은 아닙니다. 비록 여자아이들은 병원을 찾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드물지만, 침묵 속에서 고통받고 있을 확률은 남자아이들보다도 높습니다.
5. 심리 사회적 요소
사라져야 할 오해 중 하나는 아스퍼거 증후군이 부적절한 양육, 학대 혹은 무관심의 결과라는 생각입니다. 불행히도 부모도 처음에 아이의 행동이 자신들의 양육이나 성격 탓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자신들이 아니라 아이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친척, 친구 그리고 남들이 이것을 잘못된 양육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아스퍼거 증후군은 뇌조직이나 구조의 기능 이상 때문에 나타난 발달장애임이 명확히 입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심리적 사회적 요인은 한 개인의 능력을 중대한 핸디캡(handicap)이 없는 삶으로 유도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아스퍼거 증후군 아이들와 가족 모두에게 있어 조기진단, 정보, 심리적 지지, 교육적 중재는 고통을 줄이고, 장기적인 면에서 핸디캡의 정도를 낮출수 있습니다. 이는 사회적으로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태도를 바꾸고 더 이해해주는 것의 효과입니다. 아스퍼거 증후군를 가진 아이들은 매우 작은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심한 정신과적 좌절로 반응할 수 있습니다.그리고 많은 심리학적 문제들은 2차적으로 가지게 됩니다. 한 연구에서 보면 가족, 교사, 동료들이 이 병을 모르는 경우보다 아는 경우에 훨씬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더 적절한 요구를 하게 되고 더 현실적인 기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불행히도 여전히 이런 문제를 진단하는 것을 아이에게 낙인찍는 것으로 주장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사실 한국 사회의 현실 속에서는 그러한 면도 있습니다. 물론 저도 아이들에게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진단명을 직접 알리는 것은 반대합니다. 하지만 아스퍼거 증후군의 진단을 못하게 되는 것은 시각, 청각의 결함에 대한 적절한 진단을 못하는 것과 비슷하거나 더 심한 문제일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 대한 집단따돌림 등은 치유하기 어려운 마음의 상처와 자살과 같은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가족이나 교사들이 아스퍼거 증후군의 핵심 증상에 대해 이해하고 아이들의 구체적인 문제점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적절한 가이드를 제공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합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의 강점
실제로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모든 아동, 청소년, 성인들은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는 인상과 반대로 강점과 능력을 가집니다. 이들 중 일부는 실제적으로 증후군 그 자체라는 측면에서 보여질 수 있는 반면에 다른 부분들은 개인의 독특한 인격의 맥락에서 가장 잘 이해되어집다.
1. 일반 지능
아스퍼거 증후군의 가진 아이들의 지능은 일반인구보다 높거나, 평균에 속합니다. 일반적으로 지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는 많은 어려움- 사회적 상호작용의 문제, 다른 사람들을 통한 새로운 지식의 추구 능력의 부족, 언어와 의사소통의 특이성, 속도와 운동 조절의 문제, 주의력 결핍-이 뚜렷함에도 불구하고 차이는 대단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아스퍼거 증후군을 유발하는 비정상적인 발달 패턴이나 뇌 변이가 없었더라면 일반 인구에 비해 훨씬 더 높은 잠재 지능을 가졌을 수 있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아스퍼거 증후군에서 부모들이 매우 지적이거나 또는 매우 재능있는(‘gifted’) 부모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에서도 이야기되어질 수 있습니다. 아스퍼거 자신도 이러한 연관 관계를 제안했습니다. 이러한 것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높은 지능은 종종 분명한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의 장점/강점이고 반드시 알아야하고 잇점을 얻어야하는 부분입니다. 사회적 어려움에 밑줄을 그으며 강조하고 사회적 기술을 개발하는데 모든 돈을 투자하는 대신에 지적 능력을 강조하여야만 하고 이것은 자신감를 강화시킵니다. 비록 비언어적 영역에서 낮은 능력을 보이는 경우에도 일부 언어능력은 엄청나게 강할 수 있습니다.
2. 서번트 능력(‘savant’ abilities)
아스퍼거 증후군의 특정 영역의 특별한 관심(narrow patterns of interest)은 강박적인 양상을 포함한, 종종 뛰어난 기계적 기억 능력 (rote memory skills)과 이어져 특정분야에서의 방대한 지식과 특별한 능력으로 이끌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능력이 지적 기능의 전반적인 수준에 비해 기대되지 못할 정도로 특별히 뛰어날 때 종종 석학(碩學)=서번트 능력(‘savant skills’)라고 불리워집니다. 자폐증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동식 소 우리 개발로 돈도 벌고 대학교수가 된 템플 그랜딘은 자신의 특별한 관심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다음과 같이 적고 있습니다.
심리학자와 상담전문가들은 나의 이상한 관심을 없애고 싶어 했지만 칼록 선생님은 그것을 협소한 집착으로부터 끌어내 평생 가는 직업의 기반이 되도록 지평을 넓혀주었다. 오늘날 나는 전 세계를 돌며 주요 도축 공장에서 사용되는 사육장과 이동식 우리를 설계하고 있다. 만일 심리학자가 이동식 소 우리에 대한 나의 집착적 관심을 없애는 데 성공했다면 아마 지금쯤 나는 어딘가에서 시시한 연속극이나 보면서 무료하게 지내고 있을 것이다.
3. 에너지
아스퍼거 증후군 아이들이 타인에게 느리거나 게으르거나 또는 활동량이 적다고 인지되기도 합니다. 일부 적은 그룹에서는 특히 그들이 매우 강한 관심을 가지게 되거나 동기부여가 높을 때, 매우 높은 에너지 수준을 보입니다. 이것은 지적, 신체적 성취의 측면 모두에 해당됩니다. 매우 높은 에너지 레벨을 보이는 이들 중 일부는 다른 사람들에게 일중독(workholics) 또는 경조증(hypomania), 심지어 조증(mania)처럼 인지됩니다. 하지만 드문 경우에서 실제로 양극성 정동장애가 동반되기도 합니다.
4. 완벽주의
일부 아스퍼거 증후군 아이들에서 지속성과 완벽주의가 관찰됩니다. 반면에 어떤 아이들은 부주의한 것처럼 보이고 또 다른 일부 아이들은 양 극단을 왔다갔다 합니다. 매우 완벽주의적이거나 혼합된 그룹에서 기술적이거나 학문적인 일 뿐만 아니라 그들의 정확성에 대한 극단적인 요구로부터 큰 이득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5. 느린 성숙 –느린 노화?
아스퍼거 증후근을 가진 사람들은 천천히 성숙되고 동시에 천천히 늙는 것처럼 보입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그들은 실제 나이보다 어려 보인다. 그들은 손과 얼굴은 중년까지 마치 사용하지 않은 것처럼 놀랄 만큼 부드럽습니다. 하지만 어린이였을 때는 심각하게 보였거나 어른처럼 보였을 것입니다. 이들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종종 어떻게 그다지도 젊고 순진하고 아이 같은 심지어 아기처럼 보여집니다. 얼굴표정에 의한 비언어적 의사소통의 부족은 아스퍼거 증후군의 일부이며, 이것이 이러한 인상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물론 호르몬이나 성장인자의 부적절한 발달이 또 다른 설명일 수 있습니다.
유리잔이 좋은가? 쇠그릇이 좋은가?
저는 첫 진료 시간에 부모님들께 항상 “책상 위에 유리잔과 쇠그릇이 있다고 합시다. 아래로 떨어진다면 유리잔은 깨어질 것입니다. 유리잔이 좋은가요? 쇠그릇이 좋은가요?”하는 질문을 드립니다. 부모님들이 “유리잔은 쉽게 깨어지기 때문에 쇠그릇이 좋다”는 대답을 하시면 저는 “분위기 좋게 와인을 마실 때는 유리잔이 더 좋지 않을까요?” 반문합니다. 그리고 다음의 말을 덧붙입니다. “하지만 유리잔을 쇠그릇처럼 다루어서는 안되겠지요. 유리잔은 깨어지는 특성을 보완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겠지요.”
아스퍼거 증훈군을 가진 아이들은 유리잔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자신만의 빛깔과 특성을 가지고 자기의 날개를 펼칠 수 있도록 치료자, 부모, 교사 모두가 더 공부하고 믿고 견디고 사랑해야 되겠지요.
첫댓글 도움이 되는 글입니다.. 저의아들의 경우는 아빠와 할아버지가 아스퍼거증상이 있긴한데
어떤 카페에 가보니 모계유전이라고도 하고,,,, 부계인지 모계인지 헛갈리네요.
하지만 저희친정쪽은 별로 그런사람이 없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