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즐거움과 자신감으로 충만하여 달릴 수는 없을까? 본격적으로 마라톤을 시작한지 4년째에 접어든 달리기에 대한 의문의 현주소다. 서울에서 수원 영통으로 이사온뒤 출근시간, 하루의 가용시간등을 고려하여 선택한 운동이 달리기 였다. 새로운 도시에 대하여 알아보기도 할 겸 아침에 한시간 일찍 일어나 집근처를 뛰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점차 아파트 사이의 골목길에 익숙해지고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해 갔다. 또한 거의 매일아침 뛰는 거리를 일정하게 반복하면서 점차 달리기에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처음에는 평일날 아침 1시간의 조깅이 전부였으나 얼마가지 않아서 주말에는 힘이 다할 때까지 긴 거리를 뛰는 재미에 푹 빠지게 되었다. 매번 주거리가 갱신되고 자신감과 보람도 그만큼 커갔다. 어느날 육교난간에 붙어있는 마라톤대회 현수막을 보고 풀코스 완주라는 큰 꿈을 갖게 되었다. 2003년 내내 마라톤완주 목표가 머리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드디어 2004년 3월 눈덮인 한강고수부지에서 하프마라톤 완주를 시작으로 2006년까지 21번의 풀코스 완주를 기록 하였다. 그러나 어느새 3년을 넘게 달리면서 지난해 부터는 서서히 마라톤에 대한 의문이 일기 시작하였다. 마라톤 일정이 다가오면 마음은 주도적이라기 보다는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압박을 받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마라톤에서 정면으로 마주쳐야하는 자신과의 싸움이 도전이 아니라 버거운 부담으로 느껴지기 시작하고 마라톤 완주에 대한 의미가 퇴색해 가면서 그동안 자신있게 말하던 행복한 달리기 대하여 의문을 갖기 시작하였다. 마라톤은 즐거움 인가? 왜 꼭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해야 하나? 마라톤은 나에게서 어떤 의미 인가? 친구 A는, 짧은 기간동안 너무 많은 대회에 참가하였기 때문이라 하였고, 친구 B는 관록을 쌓아가는 과정이라 하였다. 과연 그럴까? 지금 나는 마라톤 참가횟수를 조금 줄였지만 여전히 달리고 있다. 그런데 매번 뛰기전에 내면으로부터 깊은 갈등을 느끼고 있다. 완주후에 갖게되는 자신감 그리고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의 느낌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막상 출발선에 서기까지의 도전하는 자세는 전에 비하여 크게 달라졌다. 달리기에 대한 열정이 식어가고 있는 증거일 것이다. 나는 달리기에 대하여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 하였다.
왜 달리기를 시작하였는가?
그것은 정신적 육체적인 건강 그리고 활기찬 삶을 원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끝에는 자신감과 행복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것은 4년전 내가 달리기를 시작할 때 깊은 내면으로부터 올라온 목적 이었다. 마라톤을 시작한 첫해에 6번의 풀코스를 완주한후 나는 자신감과 열정을 앞세워 이번에는 런닝시간 단축에 욕심을 내기 시작 하였다. 운동량은 계속 늘어갔고 기록시간도 연신 단축 되어갔다. 주변의 여러 사람들이 관심있게 지켜봐주고 덕분에 으쓱한 기분을 느끼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상태가 지속될수록 달리기는 더 이상 내면의 즐거움이나 자신감이 되지 못하였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게되고 무엇인가를 보여주고자 하는 마음이 일면서 멈추지 못하는 구르는 돌이 되고 말았다. 마라톤 완주라는 결과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이제 달리기는 단지 반복되는 하나의 행동모멘텀(Performance Momentum)이 되었던 것이다. 이제는 의식적으로 라도 달리기의 본래 목적을 되돌아 보아야 했다.
왜 마라톤을 완주하는가?
달리기는 건강, 활기, 자신감, 그리고 행복의 근원 이다. 마라톤은 달리기의 연장이었고 완주라는 목표가 추가 되어 있을 뿐이다.
달리기의 목적을 성취하는데, 마라톤완주 목표를 달성 하는데 어떤 변수들이 있는가?
예전에 즐겁게 달리는 동안 나의 시선과 생각이 집중되고 있던 것들을 찾아보기 시작 하였다. 홀가분한 느낌이 그중 하나 였다. 달리는 동안에는 뛰고 있다는 사실에 집중함으로써 선택을 강요받는 수 많은 생각과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세상구경을 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였다. 출발점에서 결승점으로 뛰어가면서 바라보는 계절의 변화, 달라져 가는 주변 풍경, 건물, 도로, 사람들 모습… 그리고 다른 도시에서 느끼는 또다른 풍경들… 중요한 것에 집중하고 깊이 성찰함으로써 앞일을 가늠해 보는 시간이 되기도 하였다. 또한 평상시에 산만하던 정신이 깨끗하게 정리되는 시간 이기도 하였다. 홀가분함, 세상구경, 깊은 성찰… 등은 마라톤 완주라는 목표를 달성하고 건강, 활기, 자신감 그리고 행복이라는 달리기의 본래 목적을 성취해 가는데 있어서 핵심변수들 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지난 일요일 런닝복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섰다. 의식적으로 달리기의 본래 목적을 떠올림으로써 내면으로부터 올라오는 달리고 싶다는 열정을 느낄수 있었다. 달리는 동안 내내 홀가분한 느낌, 주변풍경의 달라져가는 모습,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중요 이슈에 대한 성찰… 에 집중하였다. 예전에 완주 결과에 초점을 맞추었을때는 뛰는 발걸음에 숫자를 붙이고 그 숫자의 증가에 따라서 달린 거리와 남은 거리를 마음속으로 측정 하였었다. 처음 숫자를 세기 시작할 때에는 아득하다는 생각이 달리기에 대한 즐거움을 반감 시켰고, 점차 숫자가 늘어남에 따라서는 남은 거리에 조급해 지면서 쉽게 지쳐갔었다. 그러나 이번 달리기에서는 의식적으로 목적을 생각함으로써 달리기에 대한 열정을 다시 찾았고 달리는 동안에는 내내 핵심변수에 집중함으로써 뛰어야 하는 거리에 대한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건강과 활기와 자신감을 되찾고 행복하고자 다시 마라톤 출발선에 선다.
첫댓글 케내의 마리톤 선수처럼 즐거워서 달리다 보면 좋은 일이... 친구도 그런 성실함이 멋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