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유언장 글씨체는 서예체로서 다음처럼 형식 분석(내용 분석 X)이 가능하다.
1) 일러스트레이팅(스타일화 혹은 서예화) 되어 있다. 즉, 멋을 부리면서 쓰는 인공적 글씨체다. 한국 여느 디자인학과 일러스트레이션 전공(타이포 or 캘리그래피 수업) 한 학기만 들으면 금방 따라 배우는 그런 종류의 글씨체다.
2) 각 문자의 네모 공간을 힘 있게 벗어나는 척하면서 네모의 경계를 착착 잘 지키고 있다. 질서를 중시하는 가부장적인 필체다. 글을 써 내려가면서 잉크는 줄어들지만 힘은 더 강해진다. 공무원 군인 경찰 등 칼을 휘두르는 금속성 성질을 가진 필체다.
3) 얼마나 글을 손으로 자주 써왔는지는 모르겠으나, 줄이 없음에도 라인이 전혀 흐트러지지 않았다. 종이의 공간과 글의 공간 디자인이 서로 동일하다. 2차원의 선과 3차원의 공간이 정체성을 가졌다. 자기가 무슨 글을 쓰는지 잘 알고 있다.
4) 내용의 장을 바꿀 때, 감성과 기억을 명료하게 구분한다. (감사드린다. 미안하다)
서체가 명쾌하되 절도가 있으며 남에게 무얼 가르치려는 성향이지만 마치 금속 같은 폭력성이 서체에 나타난다.
박원순 시장이 그런 분이었나?
밑의 평상시 글씨체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 두루뭉실거리고 자유로우며 자기고집이 있는 서체다. 서체의 스타일은 근본이 같지만 힘도 다르다. 박시장이 멋드러진 서체를 좀 배운 다음부터 서예화 된 글을 쓰기 시작했나? 그래도 자살을 앞두고 그리 힘과 멋을 부릴 수가 있나? 뭐 아무튼...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전 한국 일러스트레이션 학회장 신항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