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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여자 스크랩 연극 `나는 너다`를 관림하고..
라일락香 추천 0 조회 19 15.05.11 12:26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연극 ‘나는 너다’를 관람하고

 

서거 105주년, 이제는 제대로 알아야 할 영웅, 안중근은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 역에 이토 히로부미를 향한 여섯 발의 총성이 울린 지 벌써 105년이 흘렀다. 1910년 3월 26일은 안중근이 차디찬 뤼순 감옥에서 31세의 나이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그의 의거와 서거 105주년을 맞이해, 그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에 비해 우리가 안중근에 대해 아는 것은 너무나 단편적인 사실 뿐이었다.

 

지난 연말에 보게 된 ‘나는 너다’ 연극은 살기 위해 죽고자 한 대한의군의 중장 ‘도마 안중근’의 생과 사, 그의 차남 안준생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지금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가를 되짚어보며 인간의 당위성과 존엄성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이었다.

 

 

안중근은 1907년 이전에는 교육운동과 국채보상운동 등 계몽운동을 벌였고 그 뒤 러시아에서 의병활동을 하다가 단지동맹이라는 비밀결사를 조직한다. 1909년 초대조선통감이었던 이토 히로부미를 조선침략의 원흉으로 지목하고 하얼빈 역에서 이토가 코코프체프와 열차에서 회담을 마친 뒤 러시아 의장대를 사열하고 환영군중 쪽으로 가는 순간 권총을 쏘아 3발을 명중시켰다. 이이서 하얼빈 총영사 가와카미, 궁내대신 비서관모리, 만철 이사 다나카 등에게 중경상을 입힌 뒤 ‘대한민국만세’를 외치고 현장에서 체포되었다.

 

안중근은 단순히 이토 히로부미를 쏘아죽인 항일 운동가가 아니라, 한국의병 참모중장이라고 자신을 밝히고, 이토가 대한의 독립 주권을 침탈한 원흉이며 동양평화의 교란자이므로 대한의용군사령의 자격으로 총살한 것이며 개인의 자격으로 사살한 것이 아니라고 거사동기를 밝힌다. 동아시아 평화공존을 주장했던 그는 일본 측에 인계되어 뤼순 감옥으로 옮겨져 취조를 받게 된다. 여러 차례의 재판을 받는 동안 “나는 의병의 참모중장으로 독립전쟁을 했고 참모중장으로서 이토를 죽였으니 이 법정에서 취조 받을 의무가 없다”라고 재판을 부정하고 전쟁포로로 취급하여 줄 것을 요구했다.

 

재판과 수감기간 그의 논리 정연한 언행과 강하고 날렵한 눈빛으로 자신의 정당성을 밝히자 국내외에서는 변호모금운동이 일어났고 무료변호를 자원했으나 인본인 관선변호사 미즈노와 가마타의 변호조차 허가하지 않고 1910년 2월 14일 사형선고를 받고 3월26일 뤼순 감옥에서 사형당하고 만다.

 

시간도 장소도 알 수 없는 어느 막막한 공간,

한 남자가 이곳을 떠돌며 헤매고 있다. 안중근의 막내아들 안준생.

그는 이토 히로부미의 아들에게 굴욕적으로 절을 했다는 이유로 친일파, 변절자라 불리며, 아버지의 이름에 먹칠을 했다고 가족과 자손들에게 몰아세워진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 대한의군의 훈련장.

한치 앞도 장담할 수 없는 정국 속에 대한의군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인다.

안중근은 동료들을 다독이고 단지동맹을 맺어 대한 독립을 향한 행보를 더욱 굳건히 한다.

1909년 10월26일, 그는 하얼빈에서 이토의 저격에 성공한다.

현장에서 일본순사에게 붙잡혀 사형선고를 받게 된 안중근은 의거의 의미를 지키기 위하여 항소 한번 하지 않고 대한 독립을 당당히 외치며 죽음을 택한다.

영웅의 뒤에 남겨진 이들은 각자의 후회 속에 황천을 떠돈다.

범 같은 아버지 밑에 개 같은 아들로 평생을 떠돈 준생이 외친다.

‘나는 살아남은 죄밖에 없다’고.

‘가족을 버리고, 아들을 버리고 ‘민족’을 택했던 당신은 누구십니까’라고…

이에 그림자처럼 준생의 뒤를 따라다니던 아버지의 혼이 답한다.

이 모든 것은 ‘너를 위해서’라고

오랜 미망 속에서 깨어난 준생은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를 외친다.

[플레이디비 발췌]

 

대외적으로 영웅이었던 아들을 둔 강인한 어머니와 영웅의 아내였지만 남편의 빈자리를 혼자 감당해야 했던 그의 부인, 그리고 아버지의 부재로 궁핍과 빈곤의 악순환을 되풀이하며 살아가던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끝내는 민족의 반역자로 낙인찍힐 수밖에 없던 안준생의 이야기는 다시금 우리의 아픈 역사를 말해주고 있었다.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하루아침에 영웅의 아들이 되어버린 안준생은 그의 어머니와 누이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 되어 중국에서 사업가로 활동하게 되었다. 그러나 1939년 10월 7일 만선시찰단의 일원으로 한국을 방문을 했는데, 이토 히로부미의 위패를 봉안한 박문사에서 사죄하는 등에 친일행위를 벌인다. 10월 16일에는 조선호텔에서 이토 히로부미의 차남 이토 분키치를 만나 사죄하고 만다. 자신을 지켜주지 못한 조국을 반항하고 가족의 생계를 위한다는 목적에 손을 잡은 행위였지만, 죽은 고인의 영혼들과 친인척들 그리고 조국으로부터 안준생은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로 낙인찍는다.

 

우리는 안준생을 변절자나 친일파라고 손가락질하고 돌팔매질 할 수 있을까. 정작 우리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으면서 당신의 목숨을 버리라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안준생은 자신의 죽음은 개죽음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자신의 형이 어린 나이에 독 뭍은 과자를 영문도 모르고 먹고 죽은 것을 지켜보았고, 안중근 장군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본인들에게 받았던 핍박과 고통을 겪어보지 않았던 우리가 그 마음을 어찌 안다고 할까. 연극 ‘나는 너다’는 안중생의 고통을 가슴으로 통찰하게 만들었고, 분명 이 나라는 그를 지켜주지 못하고 변절자로 만들어버린 우리의 책임을 반성해봐야 할 듯하다.

 

독립운동가 안중근의사만 기억하고 있었지, 매국노가 되어버린 그의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모르고 있었다. 김구 선생님조차도 죽기전까지 안중생의 이름을 외치며 그를 죽여야 하며 핍박받아 마땅할 인간이라고 치부했으며, 사람들은 그를 보고 범부에 견자라며 호랑이 부모에 개 같은 아들이라며 손가락질 해댄다.

 

“영웅의 아들도 영웅이어야 하는가?

아버지는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쳤지만 가정은 버려졌다.

내 형이 독살당하고 내 가족이 핍박받는 삶 앞에 나 또한 아버지를 따라 가정을 버리고 국가를 택할 수 있으리오” 라며 절규한다.

   

 

연극대본을 보고 망설였다는 송일국의 마음처럼 사람들의 시선은 늘 위대한 사람에게만 집중되게 마련인데 ‘나는 너다’는 고통 받았을 또 다른 사람에게 조명을 맞추고 심리적 무게도 삶의 한 부분임을 인정하고 연극으로 대중에게 보여 주는 내용은 심심한 반항을 일으킨 작품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독립운동가의 아들과 안중근을 둘러 싸여 고초를 당했을 가족들 그저 살아남은 죄밖에 없다는 심오한 울림이 아직까지도 귓가에 남아있다.

 

송일국은 이 작품에서 안중근의사와 그의 아들 안준생 역의 1인 2역을 맡았다. 독립운동가 김좌진 장군의 증손자로, 대한, 민국, 만세의 삼둥이 아빠로 더 잘 알려진 친숙한 이면에 안준생의 애환과 슬픔에 몰입하기도 하고 안중근의 단호하고 강렬한 독립투사의 면모를 잘 보여 주어 가슴이 뭉클한 시간이었다.

 

독립운동가의 아들이 일제치하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독립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항소도 하지 않고 죽음을 당당하게 맞이한 안중근, 그런 아버지처럼 목숨을 버렸다면 안준생도 우리는 위인으로 기억하고 있을까? 일제의 지속적인 감시와 핍박 속에서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을 대신한 아버지의 영혼이 곧 아들의 마음인 것이다. “나는 곧 너다”

자신의 목숨을 버리고 그러한 삶을 선택한 것은 다 너를 위해서라는 아버지의 따뜻한 음성, 안중근 역시 한 아이의 아버지였던 것이다.

 

사랑하는 대한의 자식들에게 완전한 독립을 이룬 땅에서 자유롭게 살게 하고자 하는 아버지의 마음, 그분들의 목숨과 가족의 희생을 바친 대한민국에서 우리들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깊이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연극을 보고 리포트를 작성해 보면서 조금씩 둔해져 가는 일제 강점기의 뼈아픈 역사를 되새기고 반성의 기회가 되는 시간이었다.

오래 전 기억을 다시금 더듬어 보며... 4년전... 이때만 해도 젊었다~

  2015.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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