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미니 컨트리맨은 가족이 함께 탈 수 있다. 정원 5인승에 나름 트렁크까지 있지만, 가족을 오래 태우기엔 좁다.
트렁크는 넉넉하지 않았다. 유모차를 싣고 이것저것 짐을 싣다보면 트렁크가 좁다고 느껴졌다. 괜히 '무슨 유모차가 이렇게 크냐'며 엉뚱한 걸 탓하기도 했다.
그 차로 언제, 어디든 떠날 수 있게 사용하려면, 공간을 잘 비워둬야 했다. 어디 교외로 드라이브라도 나가려 할 때에는 차에 싣고 다니던 이런저런 물품들을 미리 집에다 올려둬야, 가족들의 짐을 실을 수 있었다.
때문에, 가장 입장에서 이 차를 타고 부모님을 뵈러 멀리 고향에 가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웠다. 아이와 함께 뒷자리에 앉은 아내에게 괜시리 미안해 하는 일이 잦았다.
여기까지는 1세대 컨트리맨 얘기다. 이번에 등장한 2세대는 그런 부담을 한결 덜어냈다. 지금까지 등장한 미니 중 가장 사이즈가 크다. 왜이렇게 크냐는 소리를 들었던 1세대 컨트리맨보다 휠베이스는 7.5cm, 길이는 20cm나 길어졌다. 한 체급 위로 올라간 셈.
1세대 컨트리맨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차체가 참 크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역대급으로 커진 2세대에서는 그 때만큼 충격이 오지 않는다. 이제 미니는 '어느 정도 큰 차를 만드는 회사'라는 인식이 퍼졌고, 솔직히 SUV 이 정도 크기는 돼야 한다는 기대감도 작용한 듯 하다.
커진 덩치만큼 성장도 쑥쑥
많은 이들이 미니가 미니하지 않다는 아쉬움을 드러내지만, 미니 입장에서는 커진 게 좋다. 콩만한 차만 만들어서는 양적 성장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작 미니를 산 사람도 몇년 타다 파는 게 현실이었기 때문에 덩치에서부터 변화를 주는 게 질적성장도 꾀할 수 있다.
이제 컨트리맨 같은 SUV도 나오고 클럽맨 같은 MPV도 나오고, 해치백 처럼 작은차도 등장하고, 여기에 문짝을 추가한 5도어까지 라인업을 채우고 있으니, 더 많은 사람들이 미니를 사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가족이 생기면 미니를 팔지 않아도 된다.
이런 변신은 판매량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니는 지난 해 우리나라에서만 8,632대를 팔았고, 세계시장에서는 36만대나 팔렸다. 프리미엄 브랜드 중에서는 세계 5번째다. 이 정도면 BMW가 왜 미니를 식구로 남겨뒀는지, 왜 그저 아이코닉한 작은 차가 아니라 온 가족이 탈 수 있는 큰 차로 만드는 지 알 수 있다.
덩치가 커지면서 얼굴도 바뀌었다. 1세대 컨트리맨은 악동 이미지가 강했던 반면, 신형은 한결 점잖다. 미니 브랜드가 그저 톡톡 튀는 아이코닉한 컨셉트에서 세련된 이미지로 변신하면서 컨트리맨의 얼굴도 그에 맞게 좀 진정시킨 듯 하다.
한결 넓어진 실내
이번에 만나본 2세대 컨트리맨은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을 안을 수 있게 됐다. 차에 타보니 좌우 폭이 한결 넓어진게 느껴진다. 나와 옆사람 사이 거리도 좀 더 멀어졌다. 덕분에 시트 사이 센터스택에 수납공간이 더 생겼고, 좌우 도어 포켓도 부피를 키워 더 많은 물품들을 넣을 수 있게 됐다.
이래저래 운전환경이 한결 쾌적해진 것이 만족스럽다. 다만, 가운데 커다란 원형 센터페시아를 중심으로 한 디자인은 (컨트리맨은 세부 형상이 좀 다르지만) 미니 3도어, 클럽맨을 통해 자주 봐왔던 터라 눈에 익었다.
중요한 것은 뒷좌석이다. 일단 다리 공간이 넓다. 휠베이스가 7.5cm나 길어진 탓에 다리 공간이 이전보다 훨씬 여유롭다. 1열시트를 앞으로 최대한 당기면 엉덩이를 좀 앞으로 빼고 늘어지게 않아도 다리 공간이 한뼘 정도 남는다.
다리 공간 뿐만 아니라 등받이 각도도 한결 편안해졌다. 정확한 등받이 각도를 재보지는 않았으나 분명 각도 조절이 된 느낌이다. 1세대보다 자세가 보다 편안하다.
트렁크도 넓어졌다. 기본 공간은 450리터(2열시트 접으면 1,309리터)로 국산 2리터 중형세단 수준에 근접한다. 2열시트를 앞으로 13cm가량 당길 수 있고, 4:2:4폴딩 기능을 지원하기 때문에 더 넓게 공간을 쓸 수 있다.
아쉽게도 폴딩 시트는 트렁크쪽에서 시트를 접을 수 있게 해주는 레버가 없다. 뒷좌석을 모두 접으려면 각 등받이에 있는 고리를 일일이 세번 당겨야 하는 점도 불편하다. 다시 세우는 과정 역시 그리 친절하지는 않다.
1세대에서는 트렁크에 유모차를 세로로 싣는게 불가능했지만 이제는 세로로 넣고, 옆에 20리터급 캐리어까지 놓을 수 있다. 트렁크 바닥 패널의 쓰임새도 더 좋아졌다. 패널을 들어올리면 추가 공간이 나타난다. 좌우 벽에 패널을 고정하는 장치가 있어 사용하기 편해졌다.
20cm나 길어진 탓에 미니 치고는 '너무 크다’는 의견이 있을지 모르겠다. 잘 생각해보면 그건 ‘미니는 작은 차’라는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거다. 2세대 컨트리맨은 4,299mm에 불과하다. 길이가 4,450mm인 GLA보다 한참 작다. 사실은 그 동안 너무 작았던 거다.
경쾌한 중저속 발진감, 안정된 주행 감각
본격적으로 운전대를 잡았다. 이날 받은 차는 '미니 컨드리맨 쿠퍼D 올4’다. 최고출력 150마력, 최대토크 32kg.m를 내는 4기통 2리터 엔진이 차체를 이끈다.
이전보다 출력이 38마력(토크는 6.2kg.m) 높아졌기 때문에 1세대 컨트리맨보다 가속이 시원하다. 0-100km/h가속이 8.7초로 빠른 편은 아니지만 3단 중저속에서 탄력받았을 때의 발진감은 경쾌하다.
여기에 조합된 8단 스텝트로닉 변속기는 민첩하게 움직인다. 최근 등장하는 싱글 클러치 변속기의 변속속도가 상당히 빨라졌기 때문에 일상 주행에서는 굳이 듀얼클러치를 쓸 이유가 없다. 컨트리맨에 적용된 변속기는 신속하게 변속해주기 때문에 추월상황에서도 변속 시점 만큼은 신속하게 챙겨준다. 변속충격은 4천 rpm에 넘지 않는 이상 거의 느끼지 못했다.
소음 억제에도 공을 들인 게 느껴진다. 이전보다 훨씬 조용하다. ‘부드럽다’는 표현이 느낌을 전달하는데 더 적합하겠다. 컨트리맨에 장착된 B47 디젤엔진은 태생이 디젤이라 진동, 소음이 어느 정도 있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걸 운전자에게 전달하는 느낌이 한결 부드럽다. 시속 140km/h 이상 정속 주행 상황에서는 풍절음도 크지 않다.
컨트리맨은 넓고, 조용하고, 가속 성능도 향상되는 등 전반적으로 다 좋아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안정감'이다.
이전 세대 컨트리맨은 미니 3도어 해치백을 기준으로 삼았을때 '2세대 미니 3도어’ 라인이다. 이 때까지만 해도 자동차의 순수함을 살려뒀다. 이런 저런 장치가 개입해서 나를 든든하게 뒷바라지 하는 느낌보다는, 그저 미니의 설계상 혹은 물리적인 기본기에서 우러나오는 주행감각이 강했다.
하지만 3세대에서는 시동을 걸고 출발하는 순간부터 컨트리맨과 나 사이에 뭔가 많은 것이 개입하는 느낌이다.코너링, 가속, 감속하는 매 순간마다 내가 좀 더 차를 안정되게 몰 수 있도록 하체 어딘가에서 부지런히 움직여 준다. 핸들링도 가볍게 노는 일 없이 묵직하면서도 부드럽다.
서스펜션은 이미 3세대 미니 3도어가 나올 때부터 많이 부드러워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여성 소비자들도 무리 없이 미니를 다룰 수 있는 수준이다. 국산차 승차감을 기대하는 소비자라면 딱딱하다고 느낄 수는 있겠다.
시승 중 핸들을 잡아돌렸던 급코너에서는 차가 슬쩍 미끄러지려 하자 바로 DSC와 ABS가 기대보다 빨리 개입해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도록 도왔다. 사륜구동인 탓에 비가 많이 내린 젖은 노면에서도 안정감이 돋보였다.
전기 유압식으로 바뀐 사륜구동을 좀 더 느껴봤으면 좋겠다 싶었던 찰나, BMW 드라이빙 센터 오프로드 코스로 이동했다. 미니 컨트리맨은 반복적으로 세바퀴만 접지된 상황을 매끄럽게 주파했고, 차체가 측면으로 30도이상 기울어져도 별일 아니라는 듯 코스를 소화했다. 급경사 구간에서는 밀림 방지 장치가 없음에도 정차 시 차가 뒤로 밀리지 않았다.
차를 보내며
신형 컨트리맨은 국내에 네 가지 등급으로 출시됐다. 미니 컨트리맨 쿠퍼D(4,340만원) / 쿠퍼D 올4(4,580만원) / 쿠퍼D 올4 하이트림(4,990만원) / 쿠퍼SD 올4(5,540만원) 등이다.
좀 더 싼값에 구입 가능했던 이전 모델을 생각하면 가격이 다소 올랐다. 사실 이게 소비자들에게는 가장 민감하다. 여기서 기본모델 기준으로 약 600만원 내외의 돈을 보태면 메르세데스-벤츠 GLA도 바라볼 수 있다.
잘 생각해야 할 것은 컨트리맨의 ‘변화폭’이다. 단순히 크기로만 놓고 보면, 차가 20cm나 길어진 것은 그냥 한 체급을 뛰어넘었다는 얘기다. 여기에 안정적인 기본기와 여러 추가된 요소들을 감안하면 수긍할 수 있는 가격이다.
유례없는 SUV 인기 속에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자동차 시장. 과감한 변신으로 새 도전장을 던진 컨트리맨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