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아파 미안하다 내가 더 오래 살 것 같아 미안하다 퀭한 눈 마주 쳐다볼 수 없어 미안하다 오늘도 세 끼 다 먹고 와 미안하다 화장실 간다 하고 맛있게 담배 피우고 와 미안하다 또 오겠다 하고 두어 달 사이 나간 부의금 꼽아보고 있어 미안하다 죽어가는 겹동백 입술 농염해 보여 미안하다 매운 잡탕 소주 한 잔 간절해지고 있어 미안하다 체면도 없이 또 환장할 봄 가운데로 걸어 나가고 있어 미안하다
느닷없는 높새바람에 꽃잎 휘날린 날 넌 지금 가서 내년 봄이면 꼭 오지만 난 언젠가 가면 다시 오지 않을 멍텅구리 바보 꽃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0.03.16 19:29
첫댓글 시가 좋아요.
글 쓰는 분들이 가정을 이루었네요.
좋은 시 잘 감상합니다~~
지금가서 내년에 꼭 오지만
난 언젠가 가면 다시 오지 않을
멍텅구리 바보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