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선호하는 서울의 관광명소 1위, 연인들이 '프러포즈'하기에 좋은 장소 1위
미사여구나 수식어가 불필요한 서울의 관광 명소가 있다.
바로 남산이다.
특히 N서울타워(남산타워)는 서울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1975년 8월 완공된 이래 40년 가까운 세월동안 서울의 한 가운데에서 랜드마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N서울타워와 함께 남산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것이 바로 남산 케이블카다.
명동역에서 내려 5분 가량 걸어가면 케이블카 승강장이 나타난다.
원래 남산의 터줏대감은 바로 이 케이블카였다.
N서울타워가 1975년에 준공된 것에 비해 케이블카는 그보다 13년이나 빠른 1962년에 완공되었다.
남산 케이블카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객용 케이블카다.
케이블카는 605m의 선로를 초속 3.2m의 속도로 달리며 사람들의 설렘과 기대, 추억들을 실어날라왔다.
올해로 41년 째.
반세기 가까운 시간동안 서울의 중심부를 지켜온 남산 케이블카가 위기를 맞았다.
서울특별시의 철거 계획 때문이다.
서울특별시 측은 지난 해 말, 수송능력의 부족을 이유로 남산 케이블카를 2014년께 철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실제로 남산 케이블카는 한 시간에 왕복 500명의 사람 밖에 수송하지 못 한다.
배차간격이 10분인 케이블카 한 대에 48명이 탑승할 수 있다.
또한 케이블카 인근에 주차시설이 부족하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도 이유로 들었다.
케이블카가 사라지는 대신 스키장에서 볼 수 있는 곤돌라 리프트가 인근 예장공원에 생길 계획이라고 한다.
서울시 측은 기존 발표를 통해 케이블카가 곤돌라 리프트로 교체될 경우 시간당 두 배 이상의 인원 수송이 가능할 것으로 밝혔다.
지금처럼 저 작은 케이블카에 48명이 꽉꽉 채워져 꼼짝달싹 못한 채 이동해야하는 불편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케이블카 철거 계획을 살펴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꼭 편리하고 효율적이어야만 하나?
우리는 그동안 지나치게 "빠르고 편리하게"라는 생각에 매몰되어 왔던 것은 아닌가.
남산 케이블카가 처음 생긴 1962년과 현재의 우리나라를 비교하면 기적이라는 말이 모자랄 정도로 많은 성장과 변화가 있었다.
1인당 국민소득은 약 13,400원에서 약 25,590,000원으로 1900배 증가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원하는 사람과 언제 어디서든 실시간으로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게 됐다.
편지를 보낸 뒤 며칠 씩 답장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경제는 물론 삶의 질도 수천, 수만 배 성장한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행복은 경제나 생활의 질이 성장한 만큼 성장하지 못 했다.
자살률, 노인자살률, 학생자살률, 연간 근로시간, 산재사망률, 고아수출률 이 모든 영역에서
우리나라는 OECD 1위를 달리고 있다.
항상 남들보다 부지런히 일하고 "빨리빨리"를 외치며 일해 온 결과 치고는 초라한 현실이다.
남산 케이블카가 곤돌라 리프트로 대체된다고 해도 남산을 관광하는 사람들에게 큰 변화는 없다.
케이블카만 철거될 뿐 N서울타워나 기타 시설들은 그대로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남산을 오르는 시민들 중 상당수는 버스를 이용한다.
오히려 곤돌라 리프트가 케이블카 보다 많은 인원을 수송함으로써 편리함이 증대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지난 40년 간 케이블카를 타 봤거나 지켜보며 사람들이 가졌던 감정은 사라질 것이다.
케이블카가 처음 만들어질 당시 케이블카를 타봤던 아이가 어른이 된 후 자신의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다시 탔을 때의 감동은 더 이상 겪을 수 없는 추억이 된다.
2005년 MBC에서 방영한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봤던 케이블카 씬의 설렘은 과거의 기록으로 남게 된다.
남산 곳곳에서 사람들의 추억이 묻어났다.
사람들은 '사랑의 자물쇠'를 채웠고 전망대 안에서는 타일에 사진과 글을 새겨 벽에 붙여놓기도 했다.
전망대 안에서 편지를 쓴 뒤 빨간 우체통에 넣으면 며칠 뒤 써 놓은 주소로 편지를 보내준다.
이처럼 남산은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적 감성을 느끼게 해주고 있었다.
산 정상이기에 더 이상 올라갈 수도,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는 공간
남산은 그래서 사람들로 하여금 서울을 둘러보고 서로를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공간이었다.
달려가는 사람은 앞만 바라보고 달려야 넘어지지 않고 빠르게 전진할 수 있다.
반면 천천히 걷는 사람은 비록 속도는 느릴지언정 주위를 둘러보고 분위기를 만끽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남산은 "빠르게 빠르게"를 외치는 시대에 "천천히 둘러보라"며 시민들의 발길을 붙잡는 곳이었다.
내년이면 철거 될 남산 케이블카를 타면서 과연 "빠르고 편리하게"가 옳은 정답일까를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