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호 NGO] 박원순 변호사, “교회 헌금 왜 사회로 다시 나오지 않나?”
“교회 건물 짓는 일만 중단해도 사회 양극화 해결 도움될 것”
•최소란 (withhim@newsnjoy.or.kr)
•승인 2006.03.24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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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연대,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가게에 이어 최근 '희망제작소'를 새롭게 시작해 국내 시민운동을 이끌어가는 박원순 변호사. ⓒ뉴스앤조이 신철민
참여연대·아름다운재단·아름다운가게에 이어 최근 ‘희망제작소’를 새롭게 시작해 국내 시민운동을 이끌어가는 박원순 변호사(51)는 성경의 희년사상에서 1% 나눔운동의 원리를 발견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눈에 비친 교회의 모습은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해 가진 것을 내놓고 나눔과 섬김을 실천하기보다, 더 높은 교회 건물을 짓고 날로 대형화·권력화된 모습이라고 한다. 그는 교회가 가진 다양한 자원과 인프라를 활용해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해 적극 나설 것을 주문했다. 2월 24일 높은뜻숭의교회에서 박원순 변호사를 만났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1% 나눔운동을 구약성서의 희년사상에서 착안했다고 들었다.
50년 만에 토지를 과거의 주인에게 되돌려주고 노예를 해방하는 희년사상은 인간이 만든 부정·불의를 회복시키는 종교적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기에, 상징적으로 자기가 가진 것의 1%를 남을 위해 나누자는 것이다. 100명이 모으면 100%니까 국민적 운동이 될 수 있다. 물론 1%라는 말은 그 전에도 있었다. 우리가 기부와 관련해서 대중적인 용어로 보편화시킨 것이다. 여성재단은 0.1% 운동, 환경재단은 기업의 총수익 중 만분의 일을 내는 ‘만분 클럽’이 있다. 1%가 조금씩 응용되고 있다. 교회도 십일조를 드리는데, 대부분의 교회에서 십일조를 받아 건물을 짓고 사회로 다시 나오지 않는 게 문제다. 미국에서 아름다운재단을 설립했는데, 사람들이 이미 교회에 헌금을 내기에 더 이상 낼 여력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뉴욕이나 LA에는 3000만 달러 정도를 들여 지어지는 교회도 많다. 결국 건물로 가는 것이 하나님의 정의에 맞는 것인가 생각이 든다.
교회가 건물에 집착하는 것은 기득권을 포기하지 못해서다.
교회가 커지면 자연히 권력화된다. 목사님도 돈을 많이 내는 사람, 권력자와 친구가 된다. 그들의 입장에서 세상을 보고 말하고 행동하게 된다. 이념적 갈등도 그렇다. 민주주의, 삶의 질, 화합과 같은 누구나 동의하는 원칙에 천착하게 되면 갈등과 분쟁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그런데 큰 교회들은 이념적 갈등을 중재하기보다 어느 한쪽 주로 돈 있고 힘 있는 쪽의 일방에 서 있다. 과거 교회가 면죄부를 팔았는데 그것은 천국을 파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당시 그것이 문제가 있음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었음에도 감히 가톨릭의 권위에 도전하지 못해서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루터가 교회개혁을 주창한 것이다. 교회조차도 세속적인 권력이 되어버리면 개혁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런 위험성에 대한 감수성을 갖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교회(개혁을) 외부에서 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내부에서 주체적으로 해야 하고 감동적인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게 하루아침에 하기에는 더디지만, 좋은 모델들을 끊임없이 만들어가면 결국은 변하지 않겠는가.
심각한 사회적 양극화 해결을 위해 교회가 실천할 수 있는 것을 제안해달라.
사회적 양극화 문제를 정부가 돈으로만 해결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한여름 뙤약볕 가뭄에 소나기 한번 오는 것에 불과하다. 제대로 일하는 NGO·NPO 활동이 활발해져야 한다. 미국의 어느 도시는 기업들과 부유층이 외곽으로 나가고 도시가 슬럼화되자, 교회와 NGO와 협력해 도시를 살기 좋은 곳으로 다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아름다운재단은 빈곤층에게 가난의 고리를 끊기 위해 ‘마이크로 크레딧’(소액 대출)을 통해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예전에 사당동에 피자가게를 냈는데, 가게 앞에 있는 교회 목사님의 도움으로 교인들이 전부 피자를 사먹어 장사가 잘 되었다.
이외에도 교회가 가진 인프라를 활용해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나올 수 있다. 지난해 아름다운재단이 117억 원을 모금했는데, 교회의 재정은 그에 못지않을 것이다. 교회들이 건물 짓는 것만 중단해도 엄청난 일을 할 수 있다. 먼저 내 것을 다 챙기고 남을 챙기려 하면 부족하다. 교회가 좀 희생해서 남을 돕겠다고 하면, 정부보다 훨씬 큰 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적 양극화뿐 아니라 심리적으로 겪는 상대적 빈곤도 심각하다. 심리적 양극화를 줄이는 것은 교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성경의 희년사상에서 1% 나눔운동의 원리를 발견해 우리 사회에서 나눔과 순환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 박 변호사는 원래 희면 사상의 토대였던 교회의 오늘 모습을 어떻게 바라볼까. ⓒ뉴스앤조이 신철민
아름다운가게를 교회에서 운영하는 곳도 5군데나 된다.
아름다운가게를 하겠다고 나선 목사님들은 다 열린 목사님들이었다. 교회에 아름다운가게가 들어가면 많은 사람이 교회로 모이고 교회와 친해지게 된다. 몇 교회는 가게 옆에 카페도 같이 만들어 그야말로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커뮤니티 처치'가 된다. 교회가 따로 성을 쌓고 신자 아닌 사람은 못 오는 곳이 아니라 동네 사람들 누구나 올 수 있게 하자는 뜻이 있는 분들이었다. 교회 다니는 분들은 자원활동을 한다. 그 가게는 우리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것이 되는 것이다. 전국 아름다운가게가 공유하는 전략이나 영업 방침이 있긴 하지만, 실제 운영도 지역 사람들이 다 하고 수익도 거기서 나눈다.
시민운동단체의 맏이 격이었던 서울YMCA가 최근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다. 어떻게 보나.
서울YMCA의 여성 참정권 문제는 나도 이해가 안 된다. 설사 과거의 원칙이었다 하더라도, 시대 변화에 따라 바뀌어야 할 게 있다. YMCA가 맨 처음 야구단도 만들고 신선한 모습을 보였는데, 지금은 너무 대형화·권력화되어 있다. 물론 다른 지역 YMCA는 여전히 훌륭하다. 참여연대도 시대의 아젠다를 잘 만들고 그것을 잘 주창했기에 국민의 지지를 받았지만, 이제 그 아젠다의 일부는 고루한 것이 되었을 수도 있다.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아젠다를 만들어야 하는데, 옛날의 자기 것에 집착하고 변화할 줄 모른다면 아무리 초기에 개혁적인 단체였다 하더라도 문제가 있는 것이다. 새로워진다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은 변화되는데 나만 가만히 있으면 그것은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더 고루해지는 것이다. 더 나은 가치와 진리를 찾아 가는 것이 바로 구도자의 삶 아닌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교회의 납세 문제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만약 교회가 헌금을 받아서 건물을 짓는 데 쓰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로 다시 내보내 자선사업을 한다면, 그것은 정부가 하는 일과 똑같은 것으로 인정해 세금을 감면하는 게 마땅하다. 그런데 지금 교회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교회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아름다운가게도 일반 장사하는 곳과 똑같이 10% 부과세를 꼬박꼬박 낸다. 하지만 우리는 공공성 있는 일을 한다고 본다. 교회도 사람의 영혼을 대하는 곳이기에 공공성이 있다. 그런데 교회의 세금을 얘기하는 것은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기 때문 아닌가.
“예수님 오시면, 저 높은 교회 건물 부수라고 하지 않을까”
높은뜻숭의교회 사역자 페스티벌서 강연…“이 사회를 천국과 닮은 세상으로 만들자”
▲ 박원순 변호사는 교회가 가진 다양한 자원과 인프라를 활용해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해 적극 나설 것을 주문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성경의 희년사상에서 1% 나눔 운동의 원리를 발견해 우리 사회에서 나눔과 순환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 박원순 변호사는 원래 희년사상의 토대였던 교회의 오늘 모습을 어떻게 바라볼까. 최근 목회자의 세금 납부와 교회의 재정 투명성 등 교계의 민감한 이슈를 과감히 꺼내놓고 있는 높은뜻숭의교회(김동호 목사)가 지난 2월 24일 제직자 세미나에 박원순 변호사를 초청해 교회가 사회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언을 들었다.
이날 박 변호사는 “나는 교회에 나가지 않기에 비기독교인이지만, 예수님의 위대한 생애에 감동하는 사람이기에 기독교인이라고 할 수도 있다”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고통 받는 민중과 함께 했던 예수를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교회에 대해서는 일반 모금보다 훨씬 많은 헌금을 받아 큰 건물을 짓는 데에 관심을 쏟고 있다고 거듭 비판했다. 또 “이 세상을 천국과 닮은 세상으로 만들려는 운동에 동참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천국에 갈 생각을 할 수 있겠느냐”며 교회가 사회 양극화 해소 등에 적극 나설 것을 강조했다.
고통받는 민중과 함께 한 예수
박 변호사는 대학시절 학생운동을 하다 감옥에 들어갔을 때 김동리의 <사반의 십자가>를 읽었다며, 예수님과 강도 바라바를 비교한 이 책을 토대로 “이스라엘 민족의 해방을 꿈꾸고 실천하다 로마군정에 의해 강도로 몰린 바라바와 달리 유대 민중과 함께 했던 예수님의 길은 국가의 독립이라는 세속적 가치와 차원을 뛰어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또 <세기의 재판>이란 자신의 책을 쓰기 위해 예수님의 재판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다며, 당시 가장 고통스러운 형벌로 꼽히는 십자가형은 예수님의 유대 민중을 향한 희생을 보여준다고 봤다.
그는 오늘의 교회와 목회자들이 예수님의 정신을 배우기보다 당시 큰 성전을 지어놓고 고통 받는 민중들에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던 제사장들에 더욱 가깝다고 지적했다. “예수님은 오늘 많은 목사들이 가르치는 것처럼 세속을 내버려두고 천국에 가는 것만을 목적을 두지 않았다”며 “예수님은 그 시대 구체적인 현장의 사람들을 위해 사셨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이 세상을 천국과 닮은 세상으로 만들려는 운동에 동참하지 않고 어떻게 천국에 갈 생각을 할 수 있겠느냐”며 교회가 현실 사회의 개혁에 나서야 하는 당위성을 각인시켰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교회들이 많은 헌금을 받아 건물 건축이나 해외 선교에 쏟아 붓는 것도 비판했다. 그는 “1년 동안 국민이 내는 기부금의 2/3 이상을 교회나 절이 가져가는데, 그게 다시 세상을 위해 쓰이는가?” 하며 제기했다. “교회가 해외 선교사를 대거 보내고 많은 돈을 보내지만, 오히려 하나님의 이름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제3세계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갖고 그들을 돕는 일에 쓰는 게 바로 하나님이 바라시는 일이 아닐까” 하는 지적이 이어졌다. 더 나아가 “예수님이 이 땅에 다시 오시면 제일 먼저 저 끝없이 올라가는 교회 건축물을 보면서 ‘교회 부숴라’는 말씀을 하시지 않을까?” 하며 다소 ‘과격한’ 말도 나왔다.
자발적 가난의 가치 제시
박 변호사는 교회가 큰돈을 들여 건물 짓는 데 쓰지 않는 몇 교회들을 긍정적인 사례로 제시하면서 이를 자발적 가난의 가치와 연결 지었다. 그는 “저도 변호사로 돈 많이 벌던 시절이 있었는데, 80년대 민주화운동으로 감옥에 간 사람들을 변호하면서 세상을 다시 보게 됐고, 다행히 돈 버는 인생의 궤도 열차에서 내리게 됐다”며 시민운동으로 들어선 인생을 고백했다. “돈이 없으면 불편하고 굴욕적일 때도 있지만, 지금이 훨씬 행복하고 보람 있다”며 “교회가 건물을 갖지 않으면 불편할 때가 많지만 훨씬 의미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명동성당을 예로 들어, 교회가 해야 할 사회적 역할에 대한 기대를 전했다. 박 변호사는 “과거 권인숙 성고문 사건 변론을 맡았을 당시 정부와 언론의 철저한 은폐 속에 진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는데, 김수환 추기경을 찾아갔는데 김 추기경이 권 양을 위로하는 편지를 써주고 그게 기사화되면서 국민이 사실을 믿게 됐다”며 김수환 추기경이 현실 개입을 많이 했기 때문에 가톨릭 신자가 꾸준히 늘었다고 봤다. 또 그는 “명동성당은 고난에 처한 사람이 찾아들어가는 ‘추녀’와 같은 상징적 의미가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최근 명동성당이 입구에 텐트 친 사람들에 대해 경찰에 퇴거 요청을 했는데, 명동성당에서 텐트가 사라지면 명동성당의 정체성을 잃는 것이다”고 했다. “교회는 아무리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더라도 그곳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을 지지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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