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동물과는 달리 옷을 입는다. 서양에서는 아담과 이브가 無花果 잎으로 몸의 일부를 가린 것이 옷의 시작이라 하고, 중국에서는 軒轅氏(헌원씨)가 처음으로 옷 입는 법을 만들고, 天子가 입는 옷을 제정하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옷을 입게 되었을까? 그 이유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實用性이고, 다른 하나는 裝飾性(장식성)이다. 실용성이란 寒暑(한서)를 막고, 외부의 위험에서 몸을 보호하자는 것이고, 장식성이란 몸을 아름답게 꾸미겠다는 것이다. 문화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은 이 가운데 장식성에 좀더 무게를 둔다. “옷이 날개”라는 속담은 이러한 현상을 반영하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 속담은 “못 입어 잘난 놈 없고, 잘 입어 못난 놈 없다”고까지 한다. 옷은 이렇게 신분이나 지위를 상징하는가 하면, 입장, 성품, 기분 등 인간적인 모든 것을 드러낸다.
곤룡포나, 朝服, 철릭(天翼), 더그레, 綠衣紅裳 등은 신분이나 지위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옷이다. 이들은 각각 왕, 관원, 무관, 사간원의 喝道(갈도)와 의금부의 羅將, 새색시 등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으로 “옷”이란 말이 들어가는 것에 “갑옷, 굿옷, 꼬까옷, 날개옷, 누비옷, 대창옷, 때때옷, 바깥옷, 안옷, 자비옷” 따위가 있다.
“갑옷”은 말할 것도 없이 戰服이다. 따라서 戰士를 환기한다. 이는 史劇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것으로, 화살이나 창검을 막기 위해 쇠나 가죽의 미늘을 붙인 옷이었다. 중국에서는 周나라 때에는 가죽으로, 漢 나라 이후에는 쇠로 만들었다. 우리나라의 조선시대에는 鏡幡甲(경번갑), ?子甲(쇄자갑), 水銀甲(수은갑), 柳葉甲(유엽갑), 紙甲(지갑), 皮甲(피갑) 등의 여러 가지가 있었다.
“굿옷”은 광부들이 구덩이 속에서 일할 때 입는 옷이다. 이는 “굴의 옷”이란 의미의 “굴-ㅅ-옷”에서 “ㄹ”이 탈락된 말이다. “꼬까옷”이나 “때때옷”은 물론 알록달록 곱게 지은 어린이의 옷이다. “날개옷”은 신선의 옷, “누비옷”이나 “자비옷”은 비유적으로 僧服을 나타낸다. “대창옷”은 향리가 입던 웃옷이다. 이는 두루마기에 큰 소매가 달린 것이다. “바깥옷”과 “안옷”은 內外服이 아닌, 바깥식구와 안식구의 옷을 가리킨다. 곧 각각 남녀의 옷을 가리키는 말이다.
“관례옷, 깃옷, 도량창옷, 장옷, 큰옷, 팥죽동옷, 활옷” 따위는 어떤 입장, 특히 입는 때와 관련이 있는 옷들이다.
“冠禮(관례)옷”은 혼례식이 끝난 뒤 신부가 시부모를 뵐 때 입는 옷이다. 노랑 저고리와 다홍치마에 남색 스란치마를 받쳐입고, 목도리를 한 뒤에 원삼을 덧입고 족두리를 쓰고 龍簪(용잠)을 꽂는다. 冠禮란 오늘날의 成人式에 해당하는 것이다. 儒敎에서는 본래 스무 살에 관례를 하고, 그 뒤에 혼례를 하는 것이나 早婚의 풍습이 성행하여 혼례와 겸하게 되었다.
관례옷을 혼례식이 끝난 뒤 입는다고 하는 것은 저간의 사정을 반영하는 것이다. 관례옷은 특히 새색시가 혼인 며칠 후 시부모를 뵈는 풀보기날 신부가 관례를 하고 입는 옷을 가리킨다. “풀보기”란 凝粧盛飾(응장성식)을 풀어 버리고 간단한 禮裝을 하고 뵙는다는 뜻의 말이다. 곧 “풀다(解)”와 “보다(見)”가 합성된 말이다. 그러기에 이를 漢字語로는 解見禮(해현례)라 한다.
“깃옷”은 羽衣만이 아닌, 특수한 의미를 지닌다. 卒哭 때까지 입는 생무명의 喪服을 가리킨다. 우리의 독특한 상복 차림이다. “도량창옷”은 불교계에서 두루마기를 일컫는 말이다. 道場에서 입는 창옷이란 말이다. “창옷”은 “소창옷”의 준말로, 중치막 밑에 입는 웃옷으로, 두루마기같이 생겼으나 소매가 좁고, 무가 없다.
“장옷”은 “장옷 쓰고 엿 먹기”란 속담에 보이는 그 “장옷”이다. 이 속담은 僞善을 풍자한 것으로, 겉으로는 가장 점잖고 얌전한 체하면서 남이 보지 않는 데서는 좋지 못한 행실을 한다는 뜻을 나타낸다. 여기 “장옷”이란 부녀자가 나들이할 때 얼굴을 가리기 위해 머리에서부터 내려쓰던 옷이다. 말하자면 인도나 이란 등지의 여성들이 얼굴을 가리는 숄로 사용하는 차도르(chador) 같은 것이다. 이해조의 신소설 驅魔劍(구마검)에는 다음과 같은 용례가 보인다.
“그때 마침 장옷 쓴 계집 하나이 그 광경을 목도하고 그 사람의 얼굴을 넌짓 보더니 장옷 앞자락으로 제 얼굴을 얼핏 가리고 행랑뒷골로 들어가더라.”
“큰옷”은 예식 때 입는 웃옷이고, “팥죽동옷”은 어린 아이들의 동지빔이다. “팥죽동옷”은 자줏빛 또는 보랏빛의 동옷으로 그 빛깔이 동지 팥죽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동옷”은 남자가 입는 저고리, 胴衣를 가리킨다. “자주-동의”, “보라-동의”라 하지 않고 “팥죽-동옷”이라 한 발상이 흥미롭다.
“활옷”은 공주나 옹주의 대례복, 또는 새색시가 혼인할 때에 입는 예장을 가리키는 말이다. 붉은 비단으로 圓衫처럼 지었고, 가슴과 등과 소매 끝에 모란꽃의 수를 놓았다. 최명희의 “혼불”에는 이 활옷의 아름다운 모습이 잘 그려져 있다.
“다홍 비단 바탕에 굽이치는 물결이 노닐고, 바위가 우뚝하며, 그 바위틈에서 갸웃 고개를 내민 불로초, 그리고 그 위를 어미 鳳과 새끼 봉들이 어우러져 나는데, 연꽃ㆍ모란꽃이 혹은 수줍게, 혹은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있는 신부의 활옷은, 그 소맷부리가 청ㆍ홍ㆍ황으로 끝동이 달려 있어 보는 이를 휘황하게 하였다.”
이 밖에 “나들이옷, 비옷, 우장(雨裝)옷, 자리옷, 출입(出入)옷” 따위도 입장, 곧 입는 때와 관련이 있는 옷들이다. “나들이옷”이나, “출입옷”은 “외출복”이란 일방적 표현이 아닌, 나고 든다는 양방의 표현을 한다는 것이 특징적이다.
옷이 성품이나 기분을 나타낸다는 것은 입은 옷의 종류나 색깔, 옷매무새 등이 드러내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경험하고, 또 활용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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