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용되는 권리침해 제도 개선의 길을 열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권리침해제도 개선을 약속하다.
요즘 인터넷 권리침해 제도에 대한 블로거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공들여 쓴 기사가 ‘권리침해’ 신고 하나로 삭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블로거 기사로 인한 명예훼손 여부에 대해 어떤 증빙 자료가 첨부되지 않아도 그저 ‘신고’ 하나만 하면 기사가 사라져 버리는 것입니다.
권리침해 제도로 인해 인터넷에서 벌어지고 있는 언론통제 현실은 현재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인지, 독재국가인지 분간이 되질 않습니다.
만약 블로거가 판단을 잘못해 해당 기사로 인해 기사에 언급된 기업이나 제3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었다면 당연히 기사를 쓴 블로거가 책임을 져야할 것입니다. 블로그 기사로 인해 피해를 본 당사자는 검찰과 법원을 통해 권리침해 사실을 충분히 밝힐 수 있습니다. 그러나 권리침해 신고로 삭제되는 기사들은 많은데, 그 기사로 인해 검찰에 고발되었다는 이야기는 별로 들리지 않습니다. 이는 블로그 기사로 인해 들통난 자신들의 불법이나 치부를 감추기 위해 권리침해 제도를 악용하여 기사를 삭제해왔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 인간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과 함께한 6시간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과 블로거들과의 간담회가 있었습니다. 이는 지난 주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블로거들과의 간담회에 이어 열린 자리였습니다. 이 자리에 모인 10명의 블로거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공격의 대상이 될게 뻔한 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서 쉽지 않은 자리였을 것입니다.
▲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과 블록들과의 간담회 현장입니다.
이 날 임태희 의원에게 쏟아진 질문들 내용도 ‘이재오 전 의원 귀국 ’ ‘4대강 정비 사업’ ‘언론인 구속 및 언론탄압’ ‘고착된 남북관계’ ... 등 대부분이 현 시국의 가장 민감한 사안들이었고, 말 한마디가 꼬리를 물고 오해를 확산시키는 현 정치 풍토에서 야성이 강한 블로거들과 자리를 함께 한다는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임의원도 이 점을 인식하였는지 간담회 시작에 앞선 모두 발언에서 고심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미디어를 만나서 각 분야의 소통을 주도적으로 하고, 많은 기회를 열어주는 여러분을 뵙고, 저도 기대를 많이 하면서 나왔다. 언론은 참 조심하는데 물론 조심하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편안한 자세로 대화하고 싶다.
특히 정치인들은 어찌 보면 자기 말에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답답한 면이 있을 것이다. 오늘은 가급적 그렇게 하지 않겠다.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YES, NO라 말하지 못하는 점에 대해서는 양해해 달라. 오늘은 툭 터놓고 얘기하도록 하겠다.
이날도 네티즌들과 소통이 부족한 한나라당의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했습니다. 시작 전에는 임태희 의원에게 득보다 실이 많을 것 같은 자리였지만, 정치인의 허세보다 블로거들의 질문에 솔직함과 진지함으로 대답한 임의장의 자세로 인해 블로거들에게 호의를 얻어낸 자리가 되었습니다.
▲ 블로거들과 간담회를 진행한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
오후 6시 30분에 식사를 하고, 7시 20분부터 시작된 간담회가 예정된 시간을 무려 2시간이나 넘겨가며 11시가 지나서야 끝이 났습니다. 장장 4시간 동안 이어진 간담회 동안, 그리고 자리를 이동하여 12시 30분에야 마무리 된 티타임까지 임태희 의원은 단 한번도 자리를 뜨지 않고 블로거들과 함께 진지하고 즐겁게 현안에 얽힌 이야기들을 주고받았습니다. 덕분에 밤 늦게 택시타고 집에 돌아오는 출혈(?)과 수고를 해야했지요.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의 간담회에는 전병헌 의원이 보좌하여 3시간여 동안 진행했었는데, 임태희 의원은 6시30분부터 티타임으로 이어진 12시30분까지 무려 6시간에 걸쳐 홀로 10명의 블로거와 상대하는 맷집과 열의를 보여주었습니다. 비록 한나라당의 정책들을 공감할 수 없지만, 정치적 견해를 떠나 꽃미남(?) 임태희 의원의 인간성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 임태희 의원, 권리침해제도 개선을 약속하다.
저는 일자리 창출 효과 없는 ‘4대강 정비 사업’의 문제, ‘권리침해제도’ 개선 그리고 ‘쓰레기시멘트’ 문제에 대하여 질문을 하였습니다. 특히 이 날 간담회에서 임태희 의원은 잘못 운영되고 있는 권리침해 제도에 대하여 국회에서 공청회 등을 열고 개선을 하겠다고 약속함으로써 값진 소득을 거둔 자리가 되었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권리침해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권리침해 신고를 당해 깡그리 삭제된 제 블로그 화면을 보여주었습니다. 한두 개의 기사가 아니라 블로그 한 페이지에 있는 모든 기사가 삭제되어 있으니 임태희 의원만 아니라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 시멘트업계에서 권리침해 신고를 하여 제 블로그 기사들이 깡그리 삭제가 된 모습입니다.
이게 언론의 자유가 있다는 대한민국에서 가능한 일일까요? 그러나 분명한 현실입니다.
깡그리 삭제된 제 기사를 보고 놀란 임태희 의원이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습니다. 임태희 의원은 도대체 어떤 근거에 의해 이런 일이 가능하냐고 물었습니다. 마침 제 뒤에 앉아 있던 보좌관이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의 2항 - ‘정보의 삭제 요청’에 의해 30일 동안 임시로 삭제하는 것이라 설명을 하였습니다.
악용되는 권리침해제도에 대해 놀란 임태희의원이었지만, 그저 의례적인 놀람에 그치지 않고 해결방법을 찾으려는 임의원에 적극적인 태도가 저뿐만 아니라 함께한 모든 블로거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그 정도로 심각한지 처음 들었다. 그런 정도라면 가을에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 할 때 기업문제를 제기하는데 다 블라인드 되겠군. 권리침해 요소 있다고 인터넷에 유포 안 되도록 한다면 이는 과도하게 운영하는 것 같다. 알권리와 인격권간의 충돌이 생긴 것 아닌가.....
한쪽에서 문제제기 한다고 무조건 없애면... 이럴수록 절차에 대해서 투명하게 해야 한다.
행정부 나름에서 엄하게 운영하게 하면서 생긴 문제 같다. 그러나 그 운영이 설득력 있게 보이지 않는다. 시스템이 잘못 운영되는 것 같다. 정보보호 관련 법 시행의 취지는 그런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명백한 인격권 침해 있거나 명예훼손 있거나 자살에 이르고 회사가 망하거나, 책임성을 강화한다는 것인데, 저것은 과도한 개입인 것 같다.
그것은 문제가 있으니 저 문제만을 대상으로 해서 국회에서 공청회나 토론회를 해서 필요하면 법을 고치겠다.
임시 조치된 ‘30일 뒤엔 어떻게 되냐’는 임태희 의원의 재차 이어진 질문에 제가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습니다.
30일 동안 권리침해 신고 당사자가 명예훼손 등의 증명을 하지 못하면 기사가 다시 회복된다.
그러나 기사가 삭제되었다가 30일 만에 살아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이미 기사가 메인에서 사라져 버리고, 시기적으로 지나간 일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명백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자신들의 비리와 불법을 가리기 위해
무조건 권리침해 신고를 하여 기사를 삭제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다.
30일 동안 임시 삭제 조치되는 불합리함에 대해 임태희의원이 명쾌한 답을 하였습니다.
“그러면 30일 후에 과도하게 조치했다고 하면 행정조치를 하는 기관 등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 아무 보상도 없이 아니면 그만이다 식으로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창만 준 것이지 방패를 안 준 것이다. 섣불리 블라인드 처리를 하면, 섣불리 처리한 것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 행정기관이 하는 것은 무조건 선이라면 그것은 공정하지 않다.”
이 때, 간담회를 진행한 정운형 태터앤미디어 대표가 “그래서 지난 주 정세균 대표와의 간담회 기사도 삭제된 것이냐?”고 말을 거들었습니다.
“ 요즘 시멘트 ‘시’자만 들어가도 시멘트기업들이 권리침해 신고하여 삭제되고 있는데, 아마 오늘 임태희 의원님과 이야기 나눈 것도 기사를 쓰면 바로 삭제될 것이다”라고 이야기 했더니 모든 사람이 한바탕 웃고 말았습니다.
▲ 장장 4시간 동안 이어진 간담회 자리였지만, 4시간도 짧게 느껴진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국민의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권리침해 제도에 대해 임태희 의원이 다음과 같이 적극적인 개선의 의지를 표함으로써 ‘권리침해 제도에 대한 질문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공론화를 시켰으면 좋겠다. 한쪽에는 수단을 주고 한쪽에는 공들여서 기사 올렸는데 블라인드 처리됐는데 이건 불공정하다고 본다. 무조건 삭제 해달라고 받아들이는 것도 문제다.
권리침해제도에 대해서 AS를 하겠다.
이는 개인의 권리침해 문제를 떠나서 뉴미디어 쪽을 고사시킬 수 있는 법이다.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수 있다. 이 이슈 가지고 국회에서 토론하자."
간담회를 마치고 티타임 자리로 이동하는 동안 ‘이번 간담회는 실제적인 성과가 큰 자리였다’라고 여러 블로거들이 이구동성으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지난번 정세균 대표와의 간담회에서는 똑같이 권리침해 제도에 문제점이 지적되었지만, 인터넷을 억압하는 이명박 정부의 대해 비난과 의례적 답변만 들었지, 실제 당 차원에서 개선을 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여당과 야당의 힘의 차이를 떠나 문제를 대하는 진지함에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임태희 의원과의 간담회가 의미 있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임태희 의원의 권리침해 제도 약속은 립서비스로 그치지 않았습니다. 어제 오전 임의원 보좌관으로부터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의원실에서 만나자는 전화가 왔습니다.
간담회를 한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바로 전화가 온다는 사실에 제 스스로 놀라웠습니다. 오늘은 그동안 권리침해 이유로 삭제된 자료를 들고 국회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어제 메일함을 열자 한통의 낮선 편지가 들어왔습니다. 어~라! 임태희 의원이 보낸 안부 편지였습니다. 블로거들과의 간담회가 의미 있었고, 깊이 새겨듣겠다는 인사였습니다.
집권여당의 정책위의장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대형 언론이거나 정치부 기자들이 아닌 블로거들과 장장 6시간을 함께 해준 것도 고마운데, 먼저 안부 메일까지 보내다니....
혹시 임의원이 아니라 보좌관이 보냈다 할지라고 애프터서비스까지 하는 태도에서 소통하고자 하는 임태희 의원의 노력을 볼 수 있었습니다.
▲ 임태희 의원이 간담회에 참여한 블로거들에게 보낸 메일.
비록 짧은 내용이지만, 바쁜 일정으로 보내는 정치인에게는 쉽지않은 일임에는 분명합니다.
임태희 의원의 모든 대답이 마음에 든 것은 아닙니다. 4대강정비사업처럼 한나라당과 정부의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관례적인 대답들도 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정치인의 한계는 인정해야겠지요. 그러나 미네르바 사건에서는 ‘구속은 너무 심한 것 아니냐’ 라고 대답하는 등 정부 정책의 잘못들에 대해 솔직한 견해를 밝히기도 하였습니다.
☐ 악용되는 권리침해 제도 개선의 길이 마련되길
지난 3년여 간 쓰레기시멘트 문제 해결을 위해 달려왔습니다.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를 통해 문제점을 지적하였고, 지금 감사원 감사까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명백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권리침해 신고로 기사가 삭제 당해왔습니다. 권리침해제도가 기업의 불법과 비리를 감추는 도구로 악용되어 온 것임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 환경부 국정감사 내용을 쓴 기사 조차 권리침해 신고로 삭제되었습니다.
▲ 부산항으로 수입된 일본 유해 폐기물에 대한 기사도 권리침해로 삭제가 되었습니다.
권리침해제도가 얼마나 악용되고 있는지 명백히 보여주는 사례라 할 것입니다.
이렇게 기업의 불법과 잘못에 대한 고발 기사 조차 쓸 수 없다면 이 사회는 어찌 될까요?
임태희 의원과의 만남을 계기로 악용되는 권리침해 제도를 개선하는 길이 마련되길 소망해봅니다.
잘못된 기사 내용으로 인한 명예훼손은 검찰과 법원을 통해 해결의 길이 있습니다. 권리침해 제도는 단지 기사를 삭제하는 도구로 악용되어 국민의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악법에 불과합니다.
☐ 블로거들의 동참을 호소합니다.
그동안 많은 블로거들이 부당한 권리침해 신고로 인해 기사를 삭제 당해왔습니다. 지금 심의기구가 아니라 검열기구가 되버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권리침해 제도 개선을 위해 여러 언론인권 관련 시민단체들이 공동 대응을 모색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여기에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도 악용되는 권리침해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하였으니 무언가는 달라지는 성과를 만들어 내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권리침해 제도의 잘못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저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례들이 있으면 더 효과적일 것입니다. 그동안 권리침해 당해 기사가 부당하게 삭제되었다가 30일 후에 슬그머니 살아난 경험을 한 블로거들의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삭제당한 기사 내용이나 사례를 제 메일(cbs5012@hanmail.net)로 보내주십시요. 사례를 모아서 잘못된 권리침해제도를 해결의 길을 열도록 하겠습니다.
삶의 다양한 현장에서 목소리를 전하는 블로거들의 기사는 ‘오늘 보다 더 밝은 대한민국’ 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그러기 위해서는 인터넷 상에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할 것입니다. 함께 힘 모아 블로거들의 입을 막고, 나라 발전을 저해하는 권리침해제도 개선의 길을 열어가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