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액션, 전쟁 / 미국 / 98분 / 개봉 1960.07.28, 1964.08.21 감독 : 딕 파웰 Dick Powell 출연 : 로버트 미첨, 쿠르트 유르겐스, 테오도르 바이클, 데이빗 히디슨, 러셀 콜린스, 프랑크 알버트슨, 비프 엘리어트
[상과 하]의 기본 설정은 아주 단순합니다. 무대는 제2차 세계대전 중엽. 미국의 구축함 USS 헤인즈호는 귀환 중인 독일군 U-보트를 발견합니다. 영화의 나머지 러닝타임은 구축함과 U-보트의 쫓고 쫓기는 추적전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상과 하]의 흥미로운 점은 이 두 적수를 다루는 방식입니다. 물론 할리우드 전쟁 영화니까 끝에 가서 미군이 (대충) 이깁니다. 골수 나찌들을 놀리는 농담들도 좀 있고요. 하지만 그걸 제외하면, 이 영화엔 분명한 편가르기나 선악 구분이 없습니다. 미국 측의 머렐 함장이나 독일측의 폰 스톨베르크 함장은 모두 괜찮은 사람들이고 훌륭한 리더이며 실력있는 전문가들입니다. 나머지 승무원들에게도 편가르기의 흔적은 보이지 않습니다. 부상에 고통스러워하고 죽음의 위협에 겁먹는 건 양쪽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영화는 마치 체스 게임 중계 같습니다. 머렐이 한 수를 두면 카메라는 U-보트로 내려갑니다. 그러면 폰 스톨베르크가 한 수를 두고 카메라는 다시 구축함으로 올라가죠. 이들의 전쟁은 길고 신중하게 진행되는 두뇌 게임입니다. 그리고 이게 바로 [상과 하]라는 영화가 주는 재미의 핵심입니다. 이 영화에는 파괴적 사디즘이 이상할 정도로 결여되어 있습니다.
영화는 잠수함 추적전 말고도 뭔가 다른 걸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상과 하]는 어느 정도 반전 영화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어떻게든 전쟁이라는 파괴 행위 속에서 화해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싶어하는 듯 합니다. 막판에 목숨을 걸고 침몰하는 U-보트의 생존자들을 구출하는 머렐의 행동이 대표적인 예죠. 그러나 이런 접근법 때문에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실제 상황을 센티멘털리즘으로 커버했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영화의 분위기는 필요 이상으로 낙관적이에요. 그런 결말은 관객들의 기분을 좋게 해주긴 해도 조금 가짜같고 위선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진짜로 반전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면 정공법을 취하는 편이 더 나았을 거예요.
머렐 역의 로버트 미첨과 폰 스톨베르크 역의 쿠르트 유르겐스는 모두 인간적이고 공감가는 연기를 보여줍니다. 캐릭터만 따진다면 인간적인 갈등을 더 많이 보여주는 유르겐스 쪽이 더 좋군요. 이 지친 직업 군인의 캐릭터는 은근히 [특전 U-보트]의 헬리겔 함장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02/11/26) DJUNA 이 영화는 58년도 아카데미 특수 효과상을 수상했습니다. 요새 보면 초라하죠. 장난감 배들을 물통 안에 넣고 찍은 거니까요. 그래도 그냥 형편없는 특수 효과와 당시 전문가들이 제한된 기술로 만들어낸 특수 효과가 주는 감흥은 좀 다른 듯 합니다. 아카데미 특수효과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