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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문화 2009년 봄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편집주간이신 얼음쇠 님의 양해를 얻어 9회에 걸쳐 연재 할 생각입니다. 글이 조금 길고 재미없긴하지만 찬찬히 읽어 보시면 좋을듯 합니다.
1. 스트로베일 하우스? 스트로베일 하우스(Strawbale House)? 낮선 이름이다. 스트로베일 하우스를 굳이 우리말로 하자면 ‘볏짚으로 집짓기’라 할 수 있다. 스트로(Straw)는 볏짚, 보릿짚을 말하고 베일(bale)은 덩어리를 뜻한다. 소먹이로 묶어둔 볏짚으로 짓는 집을 스트로베일하우스라고 한다. 스트로베일하우스의 역사는 100여 년 전 미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평원 지대인 미국의 네브라스카 주에는 집을 지을 수 있는 나무나 돌이 부족했다. 그곳 사람들은 주로 잔디를 쌓아 집을 지었었다. 목축이 주업이던 그곳 사람들에게는 밀짚을 많이 비축하는 방법을 고안해 내는 것이 최대의 관심사였다. 19세기 말, 그들은 말을 이용해 볏짚을 압축하는 베일러(baler)를 만들었다. 그 기계로 오늘날 우리가 목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각 볏짚을 만들어 내었다. 압축된 베일을 저장해서 임시창고를 만들면서 그들은 스트로베일 하우스를 고안해 내게 되었다. ‘볏짚으로 집짓기’는 전문가가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농부들의 손에 의해 탄생되었다. 쉽게 얻을 수 있는 자재로 부담 없이 창고를 만들다가 탄생된 집이다. 가축을 농업의 보조수단으로만 여긴 우리 선조들이 목축업을 주업으로 했다면 우리나라에서 ‘볏짚으로 집짓기’가 먼저 생겨났을 수 도 있었을 터이다.
시멘트가 대중화되고 나자 콘크리트 주택은 신속하고 저렴한데다 세련되게 지을 수 있다는 장점으로 사람들의 눈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콘크리트 주택이 일반화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스스로 살집을 지었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렸다. 그러나 콘크리트 건물의 취약한 단열 성능을 높이려고 하이샤시 창이 개발되면서 그 동안 느끼지 못했던 유해가스가 실내에 존재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질환이 아이들에게 생겨났다. 완벽한 단열을 위해 만들어낸 기술이 새로운 부작용을 만들어낸 것이다. 현대 과학이 만들어낸 것이 건강을 해친다는 사실이 조금씩 감지될 1980년 무렵, 이 문제의 심각성을 느낀 미국 여성 에티나 스틴(Athena Steen)은 자신의 집을 스스로 짓겠다고 결심했다. 어렸을 때 아버지와 가족들이 어울려 직접 집을 지었던 것을 기억해낸 에티나 스틴은 아버지에게 물어보면서 홀로 집을 짓기 시작했다. 당시의 상식으로는 전혀 이해되지 않는 소재와 방식으로, 그것도 이혼녀 혼자 집을 짓는 것이 기이하고 무모한 시도처럼 보였으리라. 하지만 그녀는 완전하지 않지만 현대 주택보다 훨씬 건강하고 자연스런 집을 지어냈다. 그 일을 계기로 에티나 스틴은 생태 건축 연구에 몰두하게 되었다. 생태 건축 전문가인 빌 스틴(Bill Steen)을 만나 결혼하면서 생태 건축에 대한 연구는 더욱 깊어졌다. 그들 부부는 한층 향상된 생태건축 전문가로 거듭나게 되었다. 20-30년도 채 되지 않는 사이에 서구에서는 스트로베일 하우스가 생태 건축의 한 분야로 당당하게 자리 잡게 되었다. 각양각색의 비전문가들이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시도하고 다양한 경험을 축적한 데 그 이유가 있다. 다양함이야말로 진정한 생명의 원칙이다.
‘볏짚으로 집짓기’에는 몇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는 재료의 생태성이다. 공업 생산에 의한 재료를 온전하게 배제 할 수는 없어도 대부분의 재료를 자연소재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목재의 경우 3~40년의 세월이 흘러야 건축재로 사용 할 수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볏짚은 매년 생산되는 것이라 확보가 용이하고 비용이 저렴하다. 둘째는 단열성이 뛰어나다. 볏짚 뭉치를 통째로 쌓기 때문에 단열과 보온성이 좋아 따로 보온재를 쓰지 않아도 집을 아늑하게 유지해 준다는 것이 커다란 장점이다. 당연히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해서 집을 유지하는데 드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셋째는 통기성이 탁월하다는 점이다. 공기는 안정적이지만 살아 숨 쉬는 벽체 때문에 생활하면서 생기는 각종 냄새를 자연스럽게 배출해 준다. 겨울 내내 청국장을 끓여도 냄새가 남아 있지 않아 집안 공기가 늘 쾌적하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볏짚으로 집짓기’는 값싸게, 생태적이고 기능이 탁월한 집을 지을 방법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볏짚으로 집짓기’는 거대자본에 의해 대량 생산되는 상품이 아니라 스스로 삶을 기획해 만들어 가는 집의 전형이 되기에 충분한 방법이다. 이웃과 함께 주체적으로 삶을 기획해 볼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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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어익후 글이 안보여욤 지기님 ㅠㅠ
우리내 조상님들이 볏짚을 이용하여 집짖는데는 아마 제일일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