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크리스토퍼 피오릴로(Christopher Fiorillo, 43세) 교수의 논문(가치의 두 차원: 도파민 신경세포는 보상적인 가치에는 반응하나 처벌에는 반응 없어(Two Dimensions of Value: Dopamine Neurons Represent Reward but not Aversiveness)이 8월 2일자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다.
뇌 속 뉴런 (neuron, 신경세포)의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 가운데 하나인 도파민(dopamine)은 인간 및 동물의 자발적인 움직임, 동기부여, 처벌과 보상의 인식, 기분, 학습, 기억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도파민계 뉴런을 포함해 가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신경세포(value-sensitive neurons)들은 외부에서 오는 자극(stimuli)의 ‘좋다’ 혹은 ‘나쁘다’ 등 가치(value)를 평가하고 그에 따른 행동을 유발한다.
기존의 신경과학 연구에서는 도파민계 뉴런들이 가치를 일직선상에 연속으로 배열된 하나의 차원으로 표현할 것으로 간주되었다. 마치 빛의 강도를 어두운 것(dark)에서부터 점점 더 밝게(bright) 나타내듯이 나쁘다(bad)와 좋다(good)처럼 서로 상반된 가치가 양 끝에 배치되고 그 중간은 단계별 가치가 지속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일차원적인 직선으로 가치가 표현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도파민의 경우 부정적인 것과 긍정적인 것을 모두 다 나타낸다고 여겼다.
하지만 이번에 피오릴로 교수가 발표한 동물실험 연구결과에 따르면 도파민 뉴런들은 보상적인(reward, 긍정적인 것) 가치에는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쓴맛이나 불쾌감과 같은 처벌적인(aversiveness, 부정적인 것) 가치에는 둔감했다. 이는 보상과 처벌이 일직선상에 배열된 연속적인 가치가 아니라 별개의 범주에 속하는 가치임을 뜻한다.
도파민 뉴런은 보상(reward) 자체보다 실제 받는 보상이 기대된 (predict) 보상에서 벗어나는 정도 (보상예측오류, reward prediction error) 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알려져 있다. 예상하지 않았던 보상 혹은 기대했던 것보다 더 큰 보상을 받았을 경우 도파민 뉴런의 활동이 증가하지만 (activation), 기대했던 보상이 없거나 또는 예상보다 더 적은 보상에는 도파민 뉴런의 활동이 평소보다 억제되는 (inhibiting) 현상을 보인다.
만일 도파민 뉴런이 가치를 보상과 처벌을 양쪽에 둔 일직선으로 표현한다면, 예상했던 처벌보다 더 심한 처벌(예를 들어 예기치 못한 짠 소금물)을 받았을 경우 예상보다 적은 보상에서처럼(예상했던 것보다 더 작은 보상을 받았을 때) 도파민 뉴런이 억제되어야 하나 실험 결과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이처럼 도파민계 뉴런이 처벌에 반응하지 않는다면 예상보다 더하거나 덜한 처벌을 나타내는 또 다른 종류의 뉴런들 존재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신경전달물질이 반응하는 4 종류의 가치를 발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보상 받는 것(reward-On), 보상 받지 못하는 것(reward-Off), 처벌 받는 것(aversive-On), 처벌 받지 않는 것(aversive-Off). 이 가운데 도파민은 예상보다 더 큰 보상을 받는 것(reward-On)만을 나타냅니다. 나머지 3 종류의 가치에 반응하는 신경전달물질은 아마 별도로 존재하리라 봅니다,” 라고 피오릴로 교수는 말했다.
흥미롭게도 뇌 속에는 도파민과 여러 면에서 유사한 세 종류의 신경전달물질(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아세틸콜린)이 존재하는데 이들이 나머지 세 종류의 가치를 신호하는 신경전달물질일 가능성이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지난 2009년 바이오및뇌공학과의 첫 외국인 교원으로 KAIST에 부임한 크리스토퍼 피오릴로 교수는 2000년 미국 오레곤 보건대학(Oregon Health & Science University)에서 신경과학(neuroscience) 분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스위스 프리부르대학(Fribourg University)과 영국 캠브리지대학(University of Cambridge)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피오릴로 교수는 KAIST로 옮기기 전 미국 스탠포드대학에서 도파민 뉴런의 보상예측에 대한 시간적인 정밀성(The Temporal Precision of Reward Prediction in Dopamine Neurons)에 대하여 2008년 Nature Neuroscience에 논문을 발표하는 등 우수한 연구성과를 낸 저명한 신경생리학자(neurophysiologist)다. 주요 연구 분야는 원숭이를 실험에 이용해 신경세포기능을 연구하는 신경생리학(neurophysiology), 컴퓨터 모델링을 활용하는 계산신경과학(computational neuroscience)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