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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남부에 자리 잡은 동서양대학교는 성안고등학교를 운영하던 지역 유지가 설립하여 개교한지 17년째 되는 학교였다.
당시에는 대학을 설립하는 출연금이 부족할 경우 부동산으로 출연하고 후에 그것을 매각해서 충당할 수 있었다. 그러나 동서양대학교는 설립 때 부동산으로 많이 넣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아직 꽃 몽우리도 생기기 전인 개교한 해에 터진 IMF의 여파는 동서양대학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부동산의 폭락은 물론 매매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는 심각했다. 은행에서 대출받은 부동산이 많았기에 대출을 더 늘릴 수도 없었다.
또 하나의 잘못은 개교첫해 700명이던 입학정원을 다음해 2,100명으로 늘린 것이었다. 이미 개교할 때까지 많은 돈과 부동산을 넣은 상태에서 곧바로 늘어난 학생 수에 맞게 강의실과 기자재를 확충해야 하는 때에 IMF는 치명타가 되었다. 교육부에 인맥을 이용해 무리한 증원을 인가받은 결과는 결국 자금 압박을 견디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고 말았다. 단지 빚을 청산해주는 조건으로 전모씨에게 학교법인을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동서양대학교와 성안고등학교를 넘겨받은 전모이사장은 돈만 생각하는 전형적인 학교재벌이었다. 전모씨의 전횡과 횡령은 후에 지상파 방송은 물론 모든 매스컴에서 나올 정도였다. 최근에는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수천억 원의 교비를 빼서 옮겨 놓은 것이 발각되기도 했다.
그 후 재단은 바뀌고 바뀌어 5번째에 오만한이 동서양대학교를 거머쥐었다. 성안고등학교는 4번째 이사장이던 김모씨가 다른 사람에게 매각해버렸기 때문에 대학교만 양수받았는데 이 때문에 대학교만 양도 받은 오만한은 비싸게 샀다고 투덜대곤 했다.
오만한은 사채업을 하다가 M&A로 한 회사를 삼켰는데 그것이 종자돈이 되었다. 그 회사를 매각한 170억 원에다 자신이 가진 돈을 보태 동서양대학교를 인수했는데 경영은 그의 이름이 말해주듯이 오만함 그 자체였다. 오만한의 다른 재산으로는 방그라데시에 인조 모피공장을 가지고 있는데 유럽의 불황 여파로 골칫거리가 된지 오래였고, 국내의 조그만 금속 회사마저도 신통치 않았다. 지금 오만한이 기댈 대라곤 선불 현금장사로 생각하는 대학뿐이었다.
투표는 국제관 3층에서 있었다.
투표소가 이사장의 집무실 근처에서 하게 한 것은 교수들을 은연중 압박을 하기 위해서라며 투덜거리는 교수도 있었다. 실제로 투표장 근처에는 법인국장은 물론 짤방교수, 이생김교수 등 딸랑이 교수들이 초조하게 서성이는 것이 보였다. 투표하러 갔던 교수들은 그 모습을 보고 별로 기분이 좋지 않게 생각했다.
투표를 마치고 온 윤천삼교수가 최서남교수의 연구실에 들렸다.
“교수님! 서안대학교도 사학비리가 터진 것 같은데요. 법인이 부담해야 할 30억 원을 교비회계로 지급한 혐의랍니다. 전현직 이사장이 구속되고 사무처장도 기소된 것 같습니다.”
“아! 그거 나도 보도를 들었는데요, 이사장이라고 해서 교비를 함부로 쓸 수 있는 것 아닙니다. 함부로 쓴 돈이 5억 원 넘으면 그냥 횡령이 아니고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횡령죄가 됩니다. 그런데 그게 요즘 떠들썩한 미명학원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미명학원과도 관계가 있다구요?”
“예! 서안대학에서 연금, 건강보험료, 세금, 이사장 법인카드대금, 운전기사 급여, 수익용 토지 부지조성공사비, 리모델링 공사, 대학 연수원 부지매입 등에서 70억 원의 비자금을 만들어서 미명학원을 매수한 것입니다.”
“어! 그런 방법이면 이거 우리 동서양대학교에서 돈 빼내는 방법하고 똑 같은데요!!!”
“예 신종 수법들입니다. 법인에서 부담해야할 연금이나 건강보험료, 세금 등은 적게 내거나 내지 않아도 교수들은 알 수가 없습니다.”
오만한이 이런 방법으로 돈을 빼갔다는 것을 교수들은 아직 모르고 있었지만 천삼교수와 서남교수는 진즉부터 교묘한 방법으로 돈을 빼내갔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불법 비리의 파이가 커지도록 입을 다물고 있었다.
미명학원을 매수하면서 수십억 원을 주고받았기 때문에 준 사람은 배임 증재로 받은 사람은 배임 수재가 되어 구속되었다. 이렇게 대부분 뒷돈을 주고 운영권을 넘기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학교의 운영권을 넘겨주는 대가로 돈을 받으면 사립학교법 위반이었다. 이렇게 불법을 저질러도 서류상으로 이사회에서 이사의 과반수만 바꾸면 운영권이 넘어가기 때문에 뒷돈이 오고간 내역을 밝히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천삼 교수는 자신의 연구실로 돌아온 후 인터넷을 뒤져 서남교수가 말했던 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렇지만 서안대의 각종 공사를 수주하며 이사장과 짜고 돈을 빼냈던 건설업자인 박명길이 동서양대학교와 관련있는 성안고등학교를 양도 받으면서 40억 원을 건넨 것은 몰랐다.
검찰은 미명학원을 수사하면서 인지한 동서양대학교와 같은 법인안에 있었던 성안고등학교는 물론 다른 사학법인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고 있었다.
2012.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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