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계속.....
학과 특성화 회의를 한다고 총장과 소회의실에서 회의가 있었다. 서남교수가 속해있는 과도 불려갔다. 먼저 준비해온 자료를 가지고 학과장이 발표하자 이어서 총장의 지시가 이어졌다. 총장의 말과 행동에는 투표에서 진 여파인지 어딘가 의기소침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막상 말을 꺼내자 오랜 고위 관료출신의 관록에서 나오는 그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
“2018년 학령인구 현격한 저하를 대비해서 기관평가를 실시하고 있는데 이 평가에서 우리대학이 꼭 들어가야 합니다. 들어가지 못하는 대학은 재정제한대학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남교수는 총장이 하는 말을 메모하다가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을 꺼내기 위해 미리 밑 작업을 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무엇을 말하려고 저렇게 사슬이 길지' 하는 생각을 하는데 총장의 말은 계속되었다.
“저의 노력과 능력부족의 소치로 이번일이 생겼습니다. 저는 사심 없이 준비했습니다만 교수들이 저를 믿지 않은 것 같습니다.”
천삼교수와 서남교수는 사심 없다는 말에 밑에서 무언가 콱 밀고 오는 느낌을 받았다. 서남교수는 ‘입에 침이나 바르고 거짓말해라’라는 말이 곧바로 입 밖으로 튀어 나오려는 것을 참았다. 총장의 말은 계속되었다.
“저는 이번 일로 마음에 상처가 생겼습니다. 이사장도 마찬가질 겁니다. 이사장은 이 대학에 400억 원을 투자했습니다. 대학의 수익용 재산도 70억 원에서 90억 원으로 올리라고 해서 올렸는데 다시 200억 원으로 올리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 일로 이사장은 본전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너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고 자신의 교육철학을 펼칠 수 있도록 마음껏 밀어주면 좋겠습니다. 나머지 재산도 대학으로 돌려 수익용 재산을 올리는데 무리가 없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야! 요놈아! 본전? 교육철학 좋아 하네, 교육에 교자도 모른 악덕 사채업자 출신새낀데, 나머지 재산? 돈 한 푼 없는 껍데기인줄 우리가 모르는 줄 알어? 지금 너 무슨 흉계를 꾸미고 있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회의를 끝내고 나오는 서남교수의 마음은 화장실에 갔다가 밑을 닦지 않은 느낌이었다.
충효관쪽으로 향하던 천삼교수가 서남교수에게 말했다.
“대학에 넣은 돈이 투자인 줄 아는 모양입니다?”
“대학 설립할 때 넣는 돈은 말 그대로 출연금입니다. 그래서 한번 넣으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교회를 지을 때 헌금을 엄청 많이 냈다고 그 교회가 자기 것입니까? 출연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출연금과 교비는 함부로 쓰면 횡령과 배임이 됩니다. 최근 보도된 서안대학과 미명학원 사건이 그 예입니다.”
“그렇다면 투자금하고 출연금도 구별 못하는 사람이 교육부 고위관리였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이게 바로 이 나라 교육행정의 단면이지요.”
이날 저녁에는 동정리역 근처의 술집에서 이참한 교수, 황성호교수들이 모여 술 한 잔씩을 기울이고 있었다. 술이 한순배 돌자 이참한 교수가 오늘 자신의 IT디자인학부에서 있었던 말을 꺼냈다.
“총장이 오늘 회의에서 말하는데 이사장이 이 대학에 400억 원을 넣었다고 해서 내가 400억 원이요? 라고 물었더니 얼른 말을 돌렸습니다.”
“그게 사실이면 말을 돌릴 필요가 있나요?”
“그런데 더 웃기는 말은돈을 내서 출연했기 때문에 이사장을 오너라고 말합니다. 교육부 고위관료를 지냈으면서 하는 말입니다. 오너라는 것은 소유자라는 말인데 학교라는 것이 얼마를 넣었던지 얼마를 주고 샀던지 출연하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공익을 앞세운 학교법인이기 때문에 단지 법에 따라 교비를 집행하고 운영해야 하는 것입니다. 본전을 생각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한다면 회사를 차려서 돈을 벌어야지 어떻게 대학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소유로 생각하고 운영합니까?”
“그런 잘못된 발상자체는 다른 데에서 느낄수 있습니다. 오늘 회의에서도 조금 흘러 나왔습니다만 우리대학 브랜드학부를 2개로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예, 그 말을 했지요!”
“IT쪽과 자동차 쪽의 2개 학부를 특성화한다면 우리대학 100명의 교수 중 40명이 2개 학부에 있으니까 한 학년 전체 학생 2,000명의 70%인 1,400명을 40명의 교수가 맡습니다. 그러면 나머지 3개 학부에서 나머지 학생 600명을 60명의 교수가 맡게 되므로 이 나머지 3개 학부의 교수들은 강의 시수가 부족해서 남아도는 교수가 많게 됩니다. 오만한은 이 남는 교수들을 자기 마음대로 자르기 위해 지금 수를 쓰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도 총장은 사심 없이 이번 일을 계획하고 진행했다며 더 도와달라고요? 아니 총장 놈이 이런 내용을 모르고 있다는 말입니까? 모르고 있다면 바보고, 알고 교수들을 속이고 있다면 야바위꾼 아닙니까?”
“총장은 잠깐 있다가 가면 그만 이지만 우리는 평생직장이라고 와서 이렇게 고생하는데 결국은 비정규직이 되라는 말입니까?”
교수들은 교육부에서 따온 많은 돈을 어떻게든 연말까지 사용해야 하므로 45명이나 되는 인원이 27인승 리무진 버스 2대를 빌려 2박 3일 일정으로 부산까지 출장을 갔다. 명목은 교원역량강화사업의 교육출장이었고 호텔을 빌려 흥청망청이었다. 정말 나라의 세금이 줄줄 새는 현장이었다.
저녁나절에는 이상한 문자가 돌았다.
“이학부장님!! 연일 교육에 고생 많으십니다. 지난 수요일 총장님과 학부장 간담회를 마치고 나서 학부장모임을 갖고 현상황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서 학부장이 역할을 하자는 의견일치를 보았습니다. 따라서 진행방법은 23~24 양일간 교원인사규정과 연봉제의 토론회를 실시하고, 각 학부별 토론결과를 학부장회의를 통해서 통합 안을 만들고 최종안을 총장님과 논의 후 이사장님의 결심을 받고 교수 개인별 서명으로 최종 확정하는 순서입니다…….”
교수들은 문자를 보는 순간 눈에 불들이 튀었다.
“이거 누가 보낸 거야!”
“언제 학부장들이 우리들의 대표야! 위에서 내리 꽂은 꼭두각시 놈들이 까불고 있네!”
“초등학생들도 투표에서 결정되면 뒤집지 않은데 지들이 뭔데 나서서 뒤집으려고 그래”
" 교수 개인별 서명을 하면 찬성과 반대가 누군지 다 밝혀지겠네..."
"우리의 봉급을 누가 결정을 해"
"앞으로 잘못되면 자기들이 책임을 질건가? 우리의 대표라면 대표라고 확인 각서를 쓰고 후에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각서에다 서명까지 받아야 됩니다."
2박 3일간의 교육출장 중 두번째 날에는 총장이 부산까지 내려왔다. 총장은 대학기관 인증평가가 소위원회에서 통과되었다는 소식을 말했지만 누구나 귀에 담지 않았다. 저녁에는 만찬을 곁들인 술 한 잔까지 하면서 교수들의 환심을 사려고 했지만 그는 이미 양치기 소년에 불과 했다.
교육출장이 끝나고 대학에 돌아오자 교수들 중에서 학부장을 붙들고 따졌다는 말이 여러 군데에서 들렸다. 공격을 심하게 당한 딸랑이 학부장들은 정작 회의를 열기는커녕 따지는 교수들을 만나기가 두려워서 피해 다녔다.
이참한교수는 문화관 쪽으로 가는 장의사교수를 보았다. 이참한교수는 이학부장님이란 문자를 보낸 학부장이 장의사교수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요리조리 피해 다녀서 못 만나다가 지금 딱 본 것이었다. 이참한 교수는 얼른 뛰어가서 장의사교수를 붙잡았다.
“장학부장님! 이상한 문구들이 돌아다니는데 누가 우리들의 대푭니까? 우리가 뽑아야 우리의 대표지! 앞으로 모든 것에 대한 책임을 질수 있습니까? 학부장들 말이야! 엉! 똑바로들 해!”
“그러게 누가 그런 이상한 문구를 보내가지고…….”
상황이 복잡해지니까 자신이 보내놓고도 다른 사람이 한양 말을 돌리는 것을 이참한교수는 참을 수 없었다.
“인생이란 너 같은 찌질이가 철이 들만큼 길지 않아! 그렇게 살다 죽어! 명복은 내가 빌어줄테니까!”
교육사기꾼들 1부 끝
2013.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