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3세기 무렵에 쓴 『주례(周禮)』에 오늘날 젓갈의 의미로 해석되는 해(醢), 자(鮓), 지(鮨) 같은 문자가 발견되는데, 해(醢)는 술, 누룩, 메주, 식염을 침장원(沈藏源)으로, 동물이나 날짐승, 생선의 고기를 염장 발효시킨 식품이다. 장(醬)과 해(醢)를 같은 제조기술로 보고 사용하는 원료가 다른 것으로 구분한다.
우리나라에서 젓갈에 관한 최초의 문헌기록은 『삼국사기(三國史記)』8권 신라본기(新羅本紀) 제8 신문왕 3년(683) 2월의 기록으로 왕비를 맞아들이는 절차에서 쌀, 술, 간장, 된장, 육포등과 함께 젓갈(醢)이 언급되고 있고, 고려시대의 문헌을 조사한 것을 보면 어육장해(魚肉醬醢)와 식염만을 사용하는 지염해(漬鹽醢)가 주종을 이루며 식해류(食醢類)도 사용된 기록이 있다.
중국 송나라 사람이 고려를 보고 쓴 『고려도경(高麗圖經)』에 기록된 것으로는 ‘신분의 귀천을 가리지 않고 상용하던 음식이 젓갈’이라는 기록에서 젓갈이 주요 식품으로 고려시대에 일상 반찬이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의 젓갈과 관련 자료들에는 『오례찬실도(五禮攢室圖)』, 『세종실록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 같은 관선 문헌과 유희춘의 『미암일기(眉巖日記)』와 오희문의 『쇄미록(瑣尾錄)』 같은 민선 문헌이 있는데 이것들은 조선시대의 젓갈류의 종류와 식용 배경을 살펴보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이때 식염만을 사용하는 지염해(漬鹽醢)를 주종으로 하여 뱅어젓, 새우젓, 조개젓, 굴젓이 흔히 사용되었으며, 일부 식해류도 상용되었다.
젓갈 제조방법에 대해서는 조선중기 홍만선이 저술한 『산림경제(山林經濟)』와 서유거의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 『음식디미방』에 염해법(鹽醢法), 주국어법(酒麴魚法), 어육장법(魚肉醬法), 식해법(食醢法) 네 종류를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중에서 식염만을 사용하는 염해법과 밥과 채소를 혼합하여 발효하는 식해법만이 우리나라에서 전통 계승되었다.
젓갈 종류
어류
가자미젓, 강달이젓, 고노리젓, 고등어젓, 갈치젓, 까나리젓, 꽁치젓, 능성어젓, 눈치젓, 대구젓, 도루묵젓, 도미젓, 돌치젓, 동태젓, 등피리젓, 다포리젓, 매가리젓, 멸치젓, 모챙이젓, 민어젓, 반지젓, 뱅어젓, 밴댕이젓, 송애젓, 뱀장어젓, 병어젓, 아그대젓, 열치젓, 웅어젓, 자리젓, 전어젓, 정어리젓, 준치젓, 황숭어젓 등
조개류
굴젓, 바지락젓, 조개젓, 멍게젓, 소라젓, 고동젓 ,어리굴젓, 아시리젓, 해래기젓, 다숙젓, 삿갓조개젓, 오분자기젓, 피조개젓 등
연체류
꼴뚜기젓, 굴젓, 낙지젓, 대합젓, 동죽젓, 맛젓, 모시조개젓, 바지락젓, 백합젓, 소라젓, 오분자기젓, 오징어젓, 어리굴젓, 조개젓, 한치젓 등
갑각류
갈게젓, 겟가제젓, 고개미젓, 곤쟁이젓, 꽃게젓, 농발게젓, 능갱이젓, 대하젓, 돌게젓, 바다게젓, 육젓, 자젓, 중하젓, 참게젓, 청게젓, 털게젓, 토하젓, 피앵이젓, 화란게젓, 하황발이젓, 부새우젓, 새우젓, 새우맛젓, 새우액젓, 새하젓, 쌀게젓, 오젓 등
조선시대의 젓갈 담그는 법은 소금에만 절인 것, 소금과 술에 기름과 천초 등을 섞어서 담근 것, 소금과 누룩에 담근 것, 소금·엿기름·찹쌀밥 등을 섞어서 담근 것 등 크게 넷으로 나눌 수 있다. 조선시대 문헌에 수록된 젓갈에는 다음과 같은 종류가 있다.
① 어육장(魚肉醬):각종 수조육류 및 그 알과 물고기 등에 메줏가루와 소금을 끓여 식힌 물로 걸쭉하게 갠 것을 켜켜로 넣고 일년 동안 삭힌 뒤 먹는다. 조선시대 초기의 문헌에 기록되어 있다. 그 기원은 훨씬 상대인 것으로 추정된다.
어육장을 담글 때에는 쇠고기(혹은 노루·양·토끼 등) 10여 근에 소의 양과 염통 각 3근을 넣고, 그 위에 각종 생선류를 내장·비늘·머리·꼬리를 잘라내어 물기 없이 해서 담는다.
그 위에 문어·낙지·전복·홍합류를 잠깐 데쳐서 걸어 말려 담는다. 그 위에 꿩·닭을 담고 매켜마다 메줏가루를 얹고 천초·생강 등을 섞어 담은 뒤에 감천수(甘泉水)를 끓여 흰소금을 풀어 식혀 붓는다. 메줏가루 1말이면 소금 7되의 비율로 하였고, 항아리는 잘 봉한 다음 볏짚을 덮어 땅에 파묻어두고 익힌다.
② 식해:생선을 밥과 소금·고춧가루·엿기름 또는 누룩으로 버무려 담근 것이다. 고추는 조선시대 중기 이후에 도입되었다. 그러므로 그 이전에는 천초·박하와 같은 향신료를 썼다.
대합식해의 경우에는 찹쌀밥·엿기름·천초 등을 버무린 것에 물기를 빼서 잠깐 말린 대합을 섞어 담근다. 여름에는 4일 정도, 겨울에는 5, 6일간 익혔다가 쓴다.
③ 청어젓:청어에 켜켜로 소금을 얹어 절인다. 특히, 물기가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방어같이 큰 생선은 썰어서 담근다.
④ 생굴젓:항아리에 굴을 넣고 층층이 소금을 뿌려 담근다. 이때 숭어·조기·밴댕이 등을 함께 절였다가 삭은 다음 생선류만을 꺼내 잘게 썰어 넣으면 뼈가 모두 연화(軟化)된다고 한다. 단, 이것은 장기 저장용에 한해서 허용된다고 주의하고 있다.
⑤ 자하젓:전복·소라·오이·무 등을 미리 절였다가 소금기를 약간 뺀 다음 자하와 함께 담근다. 이 젓갈은 지금의 새우젓보다 반찬으로서 더 뚜렷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는 이러한 젓갈들이 대부분 단용(單用)으로 만들어진다.
⑥ 게젓:염탕해법(鹽湯蟹法)·조해법(糟蟹法)·주해법(酒蟹法)·장해법(醬蟹法) 등이 있다. 염탕해법은 소금물을 끓여 여기에 게를 담그고 하루 뒤에 다시 소금물을 끓여 감나무잎이나 나뭇가지를 덮는다.
조해법은 게 30마리에 술지게미 5되, 소금 2근, 초와 술 각 반근을 담가 7일간 익힌다. 주해법은 게 30마리를 깨끗이 씻은 뒤에 반나절이나 하루쯤 말려서는 볶은 소금 1근, 백반가루 1냥5돈, 술 5되에 담갔다가 익은 뒤에 건져 게 1마리에 통후추를 1알씩 게딱지 속에 넣고 딱지를 덮은 위에 후춧가루를 뿌려 다시 담가둔다.
장해법은 게 100마리이면 간장 5되, 후춧가루 2냥, 술 1말에 담근다. 고기를 끓인 장조림 간장에 천초 등을 섞어 담그기도 한다.
조선시대에는 젓갈의 종류가 현재보다 다양하였다. 젓갈을 담글 때 술이나 누룩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미루어 젓갈은 주조법(酒造法)에서 연유한 것으로 추측된다.
현존하는 어리굴젓처럼 고춧가루를 이용한 것이 없는 것은 고춧가루의 이용이 지금보다 적었음을 알려주는 것이라 하겠다.
또, 소금·누룩가루·천초·파·술을 버무린 데에다 생선을 넣어 담그는 주국어법(酒麯魚法)이 없어진 것은 좋은 양조주의 품귀도 한 요인이겠다. 그러나 우리 나라 사람들의 식성이 보다 담백한 것을 좋아하는 데에서 기인한 것으로 여겨진다.
조선시대 후기에 가장 많이 잡힌 어종은 명태·조기·청어·멸치·새우이다. 이렇게 많이 잡힌 어류는 건조시키거나 젓갈로 만들어서 전국에 널리 유통, 보급하였다. 이러한 어패류의 젓갈은 유류(乳類)가 귀하였던 우리 음식에서 칼슘의 급원식품으로서 요긴한 것이었다.
젓갈은 예로부터 반찬으로 이용되었으며 궁중뿐 아니라 일반 민가의 크고 작은 제사상에도 올랐다. <농가월령가> 8월령에 "북어쾌 젓조기로 추석명일 쇠어보세. "라는 대목으로 미루어 추석 차례상에도 올랐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젓갈은 반찬과 김장용으로 주로 쓰이며 술안주·찌개, 그리고 지방에 따라서는 젓국이 간장 대용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각 지방의 향토음식 가운데 젓갈을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①
서울·
경기도는비웃젓(청어)·조기젓·오징어젓·새우젓 등이다.
②
충청도는 어리굴젓·굴젓·꼴뚜기젓·해피젓(바지락조개)·새우젓·소라젓·실치젓·짜구리젓·밴댕이젓·곤쟁이젓·꽃게젓·박하젓·싸시랭이젓(꽃게의 새끼)·낙지젓·민어아가미젓·무룩젓(소라의 새끼)·까나리젓·홍합젓·생굴젓·멸치젓·조기젓 등이다.
③
강원도는 명태포식해·서거리젓(북어아가미)·명란젓·창란젓·조개젓·방게젓·오징어젓·북어밥식해·도루묵식해·명란식해·멸치식해·햇떼기식해 등이다.
④
경상도는 멸치젓·꽁치젓·성게젓·대구포젓(대구아가미)·대구알젓·호리기젓(꼴뚜기)·조기젓·뱅어젓·굴젓·해삼창자젓·밤젓(전어내장)·갈치속젓(갈치내장)·꿀내기젓·고명굴젓·전복젓·무멧젓·가자미식해·북어식해·진주식해(갈치·조기)·밀양식해(북어·마른오징어)·멸치젓·볼록이젓·장지젓(대구내장) 등이다.
⑤
전라도는 구젓(굴)·고흥석화젓·돔배젓(전어내장)·대합젓·고록젓(꼴뚜기)·황석어젓·갈치속젓·전복창자젓·대합젓·벌떡게장·콩게젓·뱅어젓·조기젓·고노리젓·화란젓·백하젓·밴댕이젓·장대젓·고개미젓·민새우젓·새우알젓 등이다.
⑥
제주도는 자리젓·고등어젓·깅이젓·멸치젓·소라젓·게웃젓(전복창자) 등이다.
⑦
황해도는 까나리젓·묵은굴젓·연안식해·참게젓 등이다.
⑧
평안도는 게알젓·대하알젓·조개젓 (대합)·건댕이젓(곤쟁이) 등이다.
⑨
함경도는 연어알젓·가자미식해·동태식해·도루묵식해·대구젓·창란젓·명란젓 등이다.
젓갈 담그는 시기를 월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1월응 명란젓·창란젓·어리굴젓·뱅어젓 등이다.
② 2월은 어리굴젓 등이다.
③ 3월은 꼴뚜기젓·어리굴젓·곤쟁이젓 등이다.
④ 4월은 꼴뚜기젓·조개젓·조기젓·황석어젓·대합젓·홍합젓 등이다.
⑤ 5월은 조기젓·멸치젓·준치젓·소라젓·정어리젓·병어젓 등이다.
⑥ 6월은 갈치젓·오징어젓·새우젓 등이다.
⑦ 7월은 오징어젓·곤쟁이젓 등이다.
⑧ 8월은 오징어젓·대합젓,
⑨ 9월은 실치젓 등이다.
⑩ 10월은 토하젓·명란젓·장젓 등이다.
⑪ 11월은 전복젓·명란젓·창란젓·어리굴젓 등이다.
⑫ 12월은 굴젓·뱅어젓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