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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교육을 위해 출국한 부인과 자녀를 위해 8년간 뒷바라지를 해온 일명 '기러기 아빠'가 낸 이혼 청구를 법원이 받아들였다. 부정행위 등 혼인 파탄의 직접적인 요인은 없었지만 남편이 부인의 귀국 거부 등으로 오랫동안 고독했다는 점에서 부부간 정서적 유대감이 상실됐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5일 부산가정법원에 따르면 A(54) 씨의 부인 B(59) 씨는 2006년 딸(당시 13세)의 교육을 위해 미국으로 갔고, 국내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A 씨는 B 씨와 딸에게 생활비와 교육비를 보냈다. 그러던 중 2009년 12월 A 씨는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우울하고 외롭다"는 내용과 이듬해 3월에 귀국을 권유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발송했다. 그 이후에도 "건강이 좋지 않으니 귀국해라"는 이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B 씨는 8년이 넘도록 단 한 번도 국내로 오지 않았다. 급기야 2012년 3월 B 씨는 A 씨에게 8000만 원을 주면 이혼 요구에 동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A 씨는 5000만 원을 송금했다.
부산가정법원 가사2단독 김옥곤 판사는 "장기간 별거 및 의사소통 부족 등으로 부부간 정서적 유대감이 상실돼 혼인관계의 파탄에 이르게 됐다"고 A 씨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였다. 김 판사는 그러면서 "부인은 남편이 다른 여성과 부정한 행위를 하고 있어 이혼을 요구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남편을 충분히 배려하지 않고 장기간 귀국하지 않은 부인에게도 혼인 파탄의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A 씨의 변론을 맡은 법무법인 정맥 김재원 변호사는 "'기러기 아빠'의 이혼 소송이 부산에서는 많지 않은 데다 판결이라는 것은 당사자와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면서도 "이번 소송은 큰 이혼 사유가 없는 상황에서 혼인생활의 실질적 내용과 의미를 바탕으로 과연 이들 사이를 부부 관계로 볼 수 있는지를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