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립박물관 '대전 안정나씨 묘 출토 복식 특별전', 국내 최초의 한글편지 및 조선 초기 복식 소개 | ||
▲ 군관으로 멀리 나가있는 나신걸이 부인 신창맹씨에게 보낸 편지. 1490년대 쓰여진 국내 최고 한글편지로 평가받고 있다. |
“안부를 끝이 없이 수없이 하네,
집에 가서 어머님이랑 아기랑 다 반가이 보고자 하다가
장수가 혼자 가시며 날 못 가게 하시니 못 다녀가네.
이런 민망하고 서러운 일이 어디에 있을꼬.
또 내 삼베 철릭이랑 모시 철릭이랑 성한 것으로 가리어 다 보내소.
또 분하고 바늘 여섯을 사서 보내내.
집에 가 못 다녀가니 이런 민망한 일이 어디 있을꼬.
울고 가네. 어머님과 아기를 모시고 다 잘 계시소.
내년 가을에 나오고자 하네.“
▲ <악학궤범>의 기록에 나타난 장삼이 완성된 형태의 실물로 출토된 장삼 |
대전시립박물관(관장 류용환)이 오는 29일부터 시작하는 ‘대전 안정 나씨 묘 출토 복식 특별전, 그리움을 깁고 연정을 짓다’는 500여 년 시공을 넘어 펼쳐지는 전시다.
이번 전시는 2009년 여산 송씨 출토 복식전에 이은 두 번째 전시로 임진왜란을 전후한 복식 양상에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할 복식은 물론 국내 최고의 한글편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배냇저고리 등 희귀 유물을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 대전시립박물관 김혜영 학예연구사가 전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 편지는 모두 2장으로 여러 번 접힌 상태로 출토됐다. |
전시되는 유물은 2011년 5월 대전 유성구 금고동 제2쓰레기매립장 조성 예정지에 위치한 안정나씨 종중 묘 이장 과정에서 4기의 미라와 함께 발견된 복식류 등 약 150점을 4년여에 걸친 보존처리 후 처음 공개되는 것이다.
이 중에서 안정나씨 나신걸(1461~1524)의 부인인 신창맹씨 묘에서 출토된 편지가 눈길을 끈다. 여러 번 접힌 상태로 2장인 편지는 군관으로 영안도에 나가있는 남편 나신걸이 고향에 있는 부인에게 보낸 것으로 편지 뒷장에 ‘회덕 온양댁’이라는 수신인이 적혀 있다. 영안도는 함경도의 옛 지명으로 1470년부터 1498년까지 사용한 지명으로 이 편지를 쓴 시점은 적어도 1498년 이전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물관 측은 이전까지 최초의 한글편지로 알려진 ‘순천김씨묘출토언간’보다 약 50년 이상 앞서 국어학적으로 매우 가치가 있는 자료로 평가하고 있다. 편지에서는 아내 신창맹씨에게 분과 바늘을 산 보낸다는 내용은 물론 “너무 농사에 힘쓰지 말라”는 등 집안은 물론 아내를 생각하는 마음, 편지를 고이 간직해온 부부간의 애틋한 연정(戀情)이 묻어난다. 대전시립박물관 김혜영 학예연구사는 “우리나라에서 현재 가장 오래된 한글 편지로 한글을 창제한 지 50여 년 만에 한글이 충청 회덕지방까지 널리 사용되고 있음을 말해준다”며 “명확한 출토 경위를 지니고 있어 역사학, 민속학, 국어학적으로 가치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 배냇저고리는 단국대박물관에 소장중인 배냇저고리보다 100년은 앞서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
전시에서는 안정나씨 8세손 나부의 부인 용인이씨 묘에서 출토된 장삼이나 전단후장형(앞은 짧고 뒤는 긴) 의례용 치마,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배냇저고리 등 희귀 유물도 선보인다. 왕가나 사대부가에서 의례복으로 사용된 장삼(長衫)은 그 동안 안동일선문씨묘에서 출토된 사례가 있지만 이번에 공개되는 장삼은 『악학궤범』에 기록된 남초(藍綃:쪽빛 비단)로 만든 젖혀진 깃의 흑장삼과 동일해 기록의 장삼이 완성된 형태의 실물로 출토된 주목할 만한 사례로 꼽힌다.
대전시립박물관 류용환 관장은 “대전은 출토복식과 인연이 많을 정도로 이번 안정나씨 출토 복식은 복식의 다양성 면이나 숫자로나 선구적”이라며 “특히 대전에서 출토된 4건이 모두 지역에 뿌리내린 세거 성씨와 인연을 맺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전문화타임즈-2016.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