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대본 에두아르 블로, 폴 밀리에, 조르주 아르트망
초연 1892년 빈 궁정 오페라 극장
배경 1780년 부근의 어느 해 7월부터 12월까지
독일 프랑크푸르트 부근의 작은 도시 베츨러
<2010년 1월 파리 바스티유 공연 / 162분 / 한글자막>
국립 파리오페라 오케스트라 연주 / 미셸 플라송 지휘 / 베누아 자코 연출
베르테르.....젊은 시인(원작에는 23세).....................요나스 카우프만(테너)
샤를로트.....대법관의 장녀(20세)............................소피 코흐(메조소프라노)
소피...........대법관의 차녀(15세)............................안네-카트리네 길레트(소프라노)
대법관........샤를로트의 아버지(최근 상처를 했다).....알라인 베른헤스(바리톤 또는 베이스)
알베르........샤를로트의 약혼자(25세)......................뤼도빅 테지에(바리톤)
그리고 대법관의 6명의 다른 자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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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 <영상물 내지 해설>
전주곡
1막
행정관은 부인이 죽은 이후 아홉 명의 아이들과 함께 홀로 살고 있다. 맏이인 샤를로테가 집안으로 뛰어들어가고, 동생인 소피는 그녀를 돕는다. 7월 중순밖에 되지 않았지만 행정관은 아이들과 함께 크리스마스에 부를 노래를 리허설하고 있다. 그의 친구인 슈미트와 요한이 크게 즐거워한다.
친척들과 이웃들이 샤를로테와 함께 무도회장에 가려고 모인다. 멜랑콜리한 몽상가이자 감수성 풍부한 시인으로서 이 지방의 분위기를 사랑하는 베르테르가 그들에 앞서 도착하여 동생들을 찾고 있는 샤를로테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이 전원적인 가족의 일부가 되기를 갈망한다. 샤를로테는 소피에게 아버지를 찾아달라고 부탁하고, 아이들은 그녀가 밖으로 나간 뒤 베르테르를 따라 집을 나간다.
샤를로테와 베르테르, 친구들이 함께 무도회를 즐기는 동안, 샤를로테의 약혼자인 알베르가 긴 여행을 마치고 갑작스럽게 돌아온다. 그는 소피로부터 샤를로테가 무도회에 나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서, 모든 사람들이 샤를로테와 자신이 하루 빨리 결혼식을 올리기를 바란다는 말에 기뻐하며 집을 떠난다.
베르테르가 샤를로테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 뒤 사랑한다는 고백을 한다. 샤를로테는 자신을 향한 베르테르의 열정에 도취되어 알베르와 약혼했다는 말을 하지 못한다. 그녀는 이 평범하지 않은 남자에게 이끌림을 느낀다. 법관이 그녀에게 알베르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전할 때, 베르테르는 샤를로테가 어머니가 죽기 직전 알베르와 결혼할 것을 맹세했음을 안다.
2막
가을이다. 도시 안의 사람들은 목사의 금혼식을 축하하기 위한 준비를 한다. 교회에서의 기념식이 끝나고 모든 사람들이 카페로 초대받는다. 석 달 전에 결혼한 알베르와 샤를로테도 손님으로 참석했고, 샤를로테를 잃은 상실감으로 슬퍼하는 베르테르 역시 그 자리에 있다. 알베르는 그와 관련된 화제를 이끌어내지만, 베르테르는 자신의 기분을 숨기고 두 사람에 대한 자신의 충실함을 확인한다. 소피가 끼어들자 알베르는 그녀의 행복한 분위기를 이용하여 베르테르의 관심을 끌도록 유도한다. 그러나 베르테르는 춤을 추자는 소피의 청탁을 거절한다. 그리고 샤를로테와의 개인적인 대화를 나눌 기회를 엿보면서 그녀와의 첫만남을 추억하는 동시에 자신의 사랑을 단언한다. 샤를로테는 유부녀로서의 의무를 가지고 있음을 주지시키면서 잠시 떨어져 있어달라고 베르테르에게 부탁한다. 그녀는 크리스마스 전까지는 다시 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그에게 말한 뒤 떠나버린다. 베르테르는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해주고자 생각하지만, 멀리 떨어져 있는 그녀의 존재 자체가 자신을 도와주지 않을 것임을 깨닫는다. 그는 이 여자의 사랑이 없다면 차라리 자살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는 소피에게 자신이 떠나버린 채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말한다. 손님들이 목사의 금혼식을 축하하는 동안 소피는 언니에게 베르테르의 결심과 그의 절망을 말해 준다. 알베르는 샤를로테를 향한 베르테르의 확고한 사랑을 눈치 챈다. 샤를로테는 베르테르를 다시 보지 못할 것임을 믿지 않는다.
3막
크리스마스 이브. 샤를로테는 결혼 후 맞은 첫 번째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기 위해 분주히 준비를 하고 있다. 베르테르는 자신이 떠난 뒤 여러 차례 편지를 써보냈고, 그녀는 이를 반복해서 읽는다. 그녀는 베르테르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그를 잊지 않을 것임이 분명하다. 소피가 몰래 들어와 언니가 불안해 하며 슬퍼하고 있음을 알아챈다. 그녀는 공연히 샤를로테를 위로하고, 잠시 뒤 아버지와 형제들이 돌아온다. 다시 홀로 남겨진 샤를로테는 봇물 터지는 듯한 은밀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다.
베르테르가 샤를로테를 다시는 보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그녀를 보기 위해 남편의 집으로 찾아온다. 잠시 동안 두 사람은 함께 악기를 연주하고 위대한 시인들의 작품을 읽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옛날을 회상한다. 샤를로테는 베르테르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인 오시앙의 작품을 번역하다가 그만 둔 것을 생각해낸다. 베르테르는 시를 읽어나가며 멜랑콜리하면서도 절망적인 분위기에 휩싸이고, 샤를로테가 이에 대답한 것을 사랑을 고백한 것이라 착각한 그는 이를 인정하라고 독촉한다. 다시 한 번 샤를로테의 의무감이 강하게 엄습하고, 그녀는 베르테르의 포옹으로부터 벗어나고자 완강히 저항하며 그를 밀쳐낸다. 베르테르는 결국 더 이상 살아야 할 의미를 찾지 못한 채 그 집을 떠난다.
알베르가 집으로 돌아온다. 베르테르가 돌아가는 모습을 본 그는 부인이 심하게 동요하는 모습을 발견한다. 그가 샤를로테를 유도심문하고자 할 때, 하인이 베르테르가 보낸 편지를 들고온다. 그 편지에는 베르테르가 알베르의 권총을 빌려달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알베르는 샤를로테로 하여금 하인에게 권총을 건네주도록 명령한다. 비록 그녀는 즉각 남편이 시키는 대로 했지만, 샤를로테는 앞으로 다가올 일을 막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다.
막간 음악
4막
너무 늦게 샤를로테가 도착했다, 베르테르는 이미 권총으로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그는 그녀에게 밖에서 도움을 청하지 말라고 한다. 그는 그녀의 품에서 숨을 거두고 싶은 것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샤를로테는 베르테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건넨다. 아이들이 여름에 배운 크리스마스 노래를 부르는 소리가 베르테르에게는 환청으로 들려와 하늘로부터 내려온 속죄의 노래라고 생각한다. 샤를로테가 자신의 무덤 앞에서 눈물을 흘려줄 것을 부탁하며, 베르테르는 숨을 거둔다.
=== 감독의 노트로부터 === <영상물 내지 해설, 베누아 자코>
이 필름을 만들었을 때, 나에게는 이 모든 것들이 그 안에 존재하고자 하는 배우들로부터 비롯하는 것으로 비추어졌다. 나는 베르테르 프로덕션을 만들어가면서 공통된 법칙을 따르고자 했다. 모든 제스추어와 위치, 블로킹, 휴지부, 무대, 의상, 조명 등등 모든 것들의 목표는 가수들에게 일종의 존재감을 부여하는 것으로서, 가수들이 노래부르고 있는 것을 진정으로 믿는 것처럼, 그들이 표현하고 있는 것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 있어서도 탁월한 배우이자 음악에 대한 훌륭한 해석가임이 분명한 이 환상적인 가수들은, 자신들의 예민함은 차치하더라도, 이 단순하면서도 정돈되어 있는 진실을 그 파토스로부터 찾아낸 것이다.
=== 마스네의 베르테르 === <영상물 내지 해설, 케네스 찰머스>
1722년 5월 괴테가 베츨라르(후일 "매력적이지 않은 도시"라고 묘사한 바 있는)에 있는 궁정 고등법원에서 법률 행정인으로 일하기 위해 도착했을 당시 그의 나이는 23세가 채 되지 않았다. 그해 6월 9일 한 무도회에서 그는 2년 뒤 출판하게 된 자신의 서한체 소설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영감을 제공해준 여러 사람들을 알게 되었다. 그날 밤 괴테는 젊은 샤를로테 부프 라는 아가씨를 만난 뒤 바로 사랑에 빠졌는데, 그녀는 후일 그 무도회장에 참가했던 또 다른 남자인 요한 크리스티안 케스트너와 결혼하게 된다. 또한 그 자오에는 괴테의 친구인 칼 빌헬름 예루살렘도 있었는데, 그는 풍문에 의하면 유부녀에 대한 이룰 수 없는 사랑 때문에 희망을 잃고 그해 가을 권총자살을 했다고 한다. 이 인물들과 사건들은 샤를로테에 대한 괴테 자신의 감정과 뒤섞이며 작가에게 질풍노도 운동의 핵심적인 작품 가운데 하나의 소재가 되었다. - 이 소설은 유럽을 휩쓸면서 소외된 젊음과 희망 없는 사랑이라는 주제의 전형이 되었다.
한 세기 뒤 괴테가 당대의 오페라 문화를 대변하는 위대한 두 개의 작품의 소재가 되었으니, 그것이 바로 샤를르 구노의 <파우스트>와 암브루와지에 토마의 <미뇽>이다. 그리고 이 주제는 토마의 제자인 마스네에게 있어서 1884년에 작곡한 <마농>에 이은 자신의 두 번째 성공작을 탄생케 했다. 작곡 동기는 마스네의 출판업자인 조르쥬 아르트망이 작곡가를 괴테가 이 책을 쓴 집을 보여주기 위해 데리고 가면서 비롯되었다. 마스네는 에도아르드 블뢰와 폴 밀리에와 함께 드라마 리리크를 위한 리브레토를 작업하게 되었고, 한 운명적인 시인의 중심적인 성격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샤를로테의 성격을 보다 발전시켜 베르테르와 거의 동등한 지위를 부여하게 되었다. 음악의 섬세함이라는 관점에서 마스네는 이야기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상기시킨다 - 베르테르가 배제된 평온한 가정적인 분위기와 오시앙의 시집을 낭독하는 시인의 절망("어찌하여 나를 깨우는가"), 달빛 어린 정원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는 마법적인 장면.
마스네는 1880년대 중반에 스코어의 대부분을 작곡했는데, 파리 오페라 코미끄의 감독은 "흥미롭지 못하고 둔감하다"라고 평할 만큼 그의 흥미를 끄는 데에 실패했다. 대신 <마농>으로 커다란 성공을 거둔 비엔나에서 1892년 2월 한스 리히터의 지휘로 독일어 초연을 가졌다. 프랑스어로의 프로덕션은 같은 해 12월 제네바에서 이루어졌고, 1893년 1월에는 오페라 코미끄에서 상연되었다.
=== 작품 해설 === <다음 클래식 백과 / 이진경 글>
베르테르
쥘 마스네
베르테르 효과를 낳은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바탕으로 한 오페라 〈베르테르〉는 1892년 빈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초연하며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괴테의 자전(自傳)적인 소설로 샤를로테 부프에게 실연당한 내용을 일면 소재로 사용하였다. 그러나 괴테는 이후,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 샤를로테를 있는 그대로 대중들에게 알리며 이로 인해 자신이 명성을 얻은 것에 대해서 후회하였다고 한다. 작품에 대한 작가의 이런 생각을 떠나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유럽에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행사하였는데 많은 젊은이들이 베르테르의 감수성에 동조를 하면서 베르테르를 흉내 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 중 가장 큰 사건은 권총 자살을 따라하는 젊은이들이 생겨나면서, 많은 이들이 목숨을 끊은 것이었다. 이 현상으로 ‘베르테르 효과’—유명인 혹은 좋아하는 사람의 죽음을 따라하는 모방 자살을 이르는 말—가 심리학 용어가 될 정도였다. 그러나 반면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작곡가들에겐 영감을 주었는데 독일 바이올리니스트 크로이체르의 〈샬로트와 베르테르〉를 시작으로 모치아의 〈샬로트와 베르테르〉라는 작품이 탄생하였다. 이 중 ‘베르테르의 슬픔을 잘 담은 작품’은 마스네의 오페라 〈베르테르〉일 것이다.
빛을 잃을 뻔한 대작
마스네의 열정과 달리 오페라 〈베르테르〉의 시작은 순탄치 못했다. 대본가 에두아르 블로(Édouard Blau)와 폴 밀리에(Paul Millie)의 프랑스어 대본을 바탕으로 오페라를 작곡한 마스네는 오페라 코미크 극장에서 초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극장이 화재로 불타버리면서 초연의 꿈이 사라졌다. 〈베르테르〉는 완성 후, 몇 년 동안 작곡가의 품안에서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다행히 빈에서 〈마농〉이 대 성공을 거두면서 마스네에게 다른 작품을 상연할 기회가 주어졌으며, 마스네는 〈베르테르〉를 상연작으로 선정하였다. 그렇게 작품은 1892년 빈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초연을 하게 되었다. 초연은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으며, 이듬해 파리의 오페라 코미크 극장에서 상연하면서 전 세계에 퍼져가기 시작하였다.
사랑의 순수를 간직하고 싶었던 시인
젊은 농부의 안내로 대법관의 집을 방문한 베르테르는 대법관에게 그의 딸 샤를로트를 소개받는다. 샤를로트의 아름다움에 베르테르는 한 눈에 반한다. 두 사람은 함께 무도회장으로 가고, 집에는 소피가 남은 동생들을 돌보고 있다. 샤를로트의 약혼자 알베르가 찾아왔지만, 샤를로트가 없음에 실망한다. 이에 소피는 샤를로트가 항상 알베르만을 생각하고 있음을 전해준다. 한편, 무도회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베르테르는 샤를로트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그러나 샤를로트는 자신에게 약혼자가 있음을 말한다.
알베르와 샤를로트의 결혼식을 본 베르테르는 슬픔에 잠긴다. 베르테르의 마음을 눈치 챈 알베르는 그에게 마음을 접으라고 말한다. 소피는 베르테르에게 호감을 가지고 그와 무도회에 함께 가려고 하지만 베르테르의 어떤 반응도 얻지 못한다. 샤를로트가 나타나자 베르테르는 그녀의 결혼에 대한 자신의 슬픔을 전한다. 그러나 샤를로트는 자신은 이미 결혼하였음을 상기시키며 베르테르에게 여행을 권한다. 베르테르는 영원히 그녀를 떠날 것이라고 말한다.
시간이 흘러 샤를로트는 베르테르가 보낸 편지를 읽는다. 베르테르의 격정에 샤를로트의 마음이 흔들리는데, 소피가 눈치 챌 정도이다. 괴로워하는 샤를로트에게 베르테르가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며 나타난다. 돌아온 베르테르로 인해 마음이 더욱 흔들리지만 그러나 샤를로트는 이성을 차리고 베르테르를 멀리 내보낸다. 베르테르는 알베르에게 권총을 빌려달라는 편지를 전달한다. 편지를 읽은 알베르는 베르테르에게 권총을 내어준다. 불길함을 느낀 샤를로트가 베르테르의 방으로 뛰어가지만, 이미 권총으로 자신을 쏜 베르테르를 발견할 뿐이다. 슬퍼하는 샤를로트에게 베르테르는 마지막까지 사랑을 청하며 숨을 거둔다.
3막 베르테르의 아리아, ‘어찌하여 나의 잠을 깨우는가. 봄바람이여’(Pourquoi me reveiller)
오랜 여행에서 돌아온 베르테르가 샤를로트 방에서 오시안의 시집을 발견한다. 이 시집은 샤를로트의 결혼 전, 둘이 함께 읽었던 시집이다. 베르테르의 아리아 ‘어찌하여 나의 잠을 깨우는가. 봄바람이여’는 베르테르가 샤를로트 앞에서 발견한 오시안의 시집을 보고 낭독하는 부분으로 소설 원작에서도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오시안의 시집을 발견하고 과거에 샤를로트와 함께 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감회에 젖은 베르테르의 감정이 표출되는 이 아리아는 오페라에서도 상당히 극적이며 절정을 이루어 관객의 눈물을 자아내게 한다. 샤를로트에 대한 억제할 수 없는 마음을 담은 베르테르의 아리아는 점차적으로 베르테르의 절망적인 사랑 고백으로 이어진다. 동시에 샤를로트의 흔들리는 마음이 베르테르에게 들키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러나 곧 이성을 찾은 샤를로트의 단호한 거절이 베르테르가 죽음을 결심하는 계기가 되며 이 작품을 비극의 끝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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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해설 === <2011년 2월 24일 네이버캐스트 / 고 안동림 교수 글(1932~2014)>
내 마음의 아리아
마스네, 베르테르
봄바람이여, 어째서 나를 깨우는가
음유시인의 시집에 마음을 담아 노래하는 달콤한 아리아
1851년 런던에서 제1회 만국 박람회가 개최되어 각국의 산업·문화 교류가 빈번해지고 생활수준도 향상되는 가운데 시민 계급의 취미도 다양화되어간다. 19세기는 낭만주의에 대한 동경도 크게 부풀은 시대였다. 이와 같은 ‘낭만주의의 극치’라고 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Die Leiden des jungen Werthers]은 큰 지지를 얻었다. [베르테르]의 모델은 괴테 자신과 그의 친구이며 남의 아내와 못 이룰 사랑을 하다 자살한 예루살렘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즉 호후만(호프만, Ernst Theodor Amadeus Hoffmann)과는 다른 형태로 “사랑을 예술의 토양으로 삼을 줄” 알았던 괴테와 “죽는 일이 낭만의 성취”라고 생각하는 예루살렘의 이면성(二面性)이 갖추어진 인물이다. 괴테는 자기투영이라기보다 친구 예루살렘에 대한 헌사(獻辭)를 담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쓰지 않았을까? 베르테르는 같은 시인이라도 “사랑에 의해 눈물로 성장(成長)한다” 식의 건설적인 사고회로를 가지지 못하고 사랑에 취한 나머지 파멸의 길을 가는 인물이다. 제3막의 아리아 ‘(오시안의 노래) 봄바람이여, 어째서 나를 깨우는가’를 남의 아내 샤를로트(Charlotte)에게 노래하여 들려주고 일부러 샤를로트의 남편 알베르의 권총을 빌려 자살하는 따위는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뻔뻔하고 음습(陰濕)한 느낌마저 든다. 괴테의 명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오페라로 만든 것이 이 [베르테르]이며 블로(Edouard Blau), 밀리에(Paul Milliet) 그리고 아르트만(Georges Hartman)이 전4막의 대본으로 썼다. 한가지에만 골몰한 한 독일 청년의 사상을 캐고 들어간 이야기라기보다는 마스네의 감미로운 음악으로 채색된 사랑과 죽음의 드라마가 되었다. 그 불란서적인 섬세함에 그만 심취하고 만다.
괴테의 명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오페라로 만든 작품
1780년대 독일 후랑크후르트(프랑크푸르트)의 교외이다. 대법관의 딸 샤를로트(Charlotte)는 여동생 소휘(소피, Sophie)에게 집을 맡긴 뒤, 찾아온 사촌 오빠 베르테르(Werther)와 무도회에 간다. 그들이 나간 동안에 샤를로트의 약혼자인 알베르(Albert)가 반년 만에 돌아왔음을 알고 베르테르는 실망한다. 알베르와 샤를로트 부부를 보고 베르테르의 고민은 계속되지만, 알베르는 우정(友情)을 보이며 소휘와 결혼하라고 암시한다. 베르테르는 샤를로트를 잊지 못해 그녀에게 괴로움을 호소한다. 그러나 샤를로트가 감정에 흐르지 않고 이성적(理性的)으로 대하므로 베르테르는 절망하고 그녀와의 영원한 결별을 결심하며 소휘에게 그 뜻을 말하고 가버린다. 샤를로트는 충격을 받는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여행을 떠난 베르테르로부터의 ‘사랑의 편지’를 받아보고 마음이 어지러워진다. 그때 창백한 얼굴로 베르테르가 들어온다. 격렬한 사랑의 고백을 듣고 샤를로트는 감동한다, 그러나 자기 스스로의 처지를 깨달은 그녀는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난다. 자살을 결심하는 베르테르. 여행을 떠나므로 권총을 빌려달라는 베르테르의 메모를 받은 알베르는 하인에게 주게 한다. 불안해진 샤를로트가 그의 뒤를 쫓는다. 그리고 그녀가 베르테르의 방에서 본 것은 죽어가는 그의 모습이다. 사람을 부르려고 하는 그녀를 제지하고 그대로 보내 달라, 그리고 골짜기에 묻고 남모르게 성묘를 해달라고 말한다. 사랑을 고백하는 샤를로트. 밖에서는 어린이들의 크리스마스 노래 소리가 들려온다.
‘봄바람이여, 어째서 나를 깨우는가’
어째서 나를 깨우는가, 봄바람이여?
내 얼굴에 미풍은 부드럽게 와 닿지만,
허나 태풍처럼 휘몰아치는
우수(憂愁)의 시간은 다가온다!
어째서 나를 깨우는가, 봄바람이여?
내일 방랑자는 이 골짜기를 찾아와,
나의 지난날의
영화(榮華)에 대한 추억은 찾은들
내 영광은 여기 없고
남은 것은 오직 애수(哀愁)와 비참 뿐!
슬프다! 어째서 나를 깨우는가,
봄바람이여?
크리스마스 이브에 샤를로트를 찾아간 베르테르가 책상 위에 있는 [오시안의 시집]을 펴고 그 시에 마음을 담아, 하프의 분산화음(分散和音)으로 감싸인 채 노래하는 달콤한 아리아이다. 오시안(Ossian)은 3세기경의 장님 노시인(老詩人)이며 그가 쓴 고졸(古拙)하고 신비스런 담시(譚詩)를 스코틀랜드의 시인인 맥훠슨(맥퍼슨, James Macpherson, 1737-96)이 발견하고 영역(英譯)하여 전 유럽에 선풍을 일으킨 작품이다. 괴테는 학생시대에 심취하여 독일어로 번역했다. 자전적 요소가 강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베르테르가 번역한 [오시안의 노래]몇 장(章)을 읽어준다. 고대 영웅의 예스런 싸움과 사랑 이야기이며 꽤 긴 그 시에 샤를로트는 눈물을 흘리며 감동하고 베르테르는 그녀를 한층 부추기듯이 끝에 가서 낭독하는 것이 “어째서 봄바람이여”라는 단시(短詩)이다. 늙은 음유시인 베라송이 죽기 전에 자기 자신을 노목(老木)에 비유하여 노래한 것의 일절(一節)이지만, 대본의 시에서는 이들 전제(前提)와 비유는 뒤에 미루어 놓고 있다. 청년이 자기동일화로 노래하는 가사로서는 당연한 조치이며 묘지에 누운 자가 자기가 죽은 뒤에 찾아오는 자를 향해 노래하고 있다고 이해하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추천 음반 및 DVD
[CD] 쁘레트르 지휘, 파리 관현악단(1968-69) 겟다(T) EMI
맑은 미성(美聲)의 겟다(Nicolai Gedda), 원숙한 로스 앙헬레스(Victoria de los Angeles) 그리고 소와이에(Roger Soyer), 메스플레(Mady Mesple) 등 전성기의 불란서 가수들, 여기에 쁘레트르(Georges Pretre)의 명암이 분명하고 다이내믹한 음악 설계도 치밀하여 서정미를 살리면서 드라마틱하게 진행한다. 마스네의 극적이며 서정적인 오페라를 충분히 맛보게 해준다. 특히 3,4막에서의 음악적 고양(高揚)과 마지막 막이 내릴 때의 긴박감은 이 오페라의 뛰어난 면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명연주 녹음의 하나로 꼽을 수 있다.
[CD] 쁠라송 지휘, 런던 휠하모니 관현악단(1979) 크라우스(T) EMI
크라우스(Alfredo Kraus)의 배역 중에서도 최고의 평가를 받는 베르테르 역은 원숙기의 에풍(藝風)을 담고 있다. 공연한 트로야노스(Tatiana Troyanos)가 또한 절묘한 샤를로트 역이며 마누구에라(Matteo Manuguerra)와 함께 당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쁠라송(플라송 Michel Plasson)이 그들을 아름다운 음향으로 감싸며 드라마를 전개하여 듣는 이의 자자한 입소문을 일으켰던 음반이다.
[CD] 데이비스 지휘, 코벤트가든 왕립 가극장 관현악단(1980) 카레라스(T) Philips
데이비스(Colin Davis)의 지휘는 경질(硬質)의 음악으로 진행하면서 드라마와 서정의 균형을 뛰어난 솜씨로 이끌어 나간다. 카레라스(Jose Carreras)의 베르테르는 크라우스 보다도 젊은 반면 원작에서 이어받은 역할의 성격을 좀 지나치게 단순화한 면이 있다. 그 대신 슈타데(Frederica von Stade)는 성숙한 향기를 담고 있으며 감수성이 풍부하게 노래한다. CD에서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샤를로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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