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팝니다
옛날, 어느 마을에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신 젊은 부부가 살았어요.
"여보, 우리한테도 모시고 살 부모님이 계시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게 말이에요."
그러던 어느 날, 농부는 장터에 갔다가 사람들이 수군대는 소리를 듣게 되었어요.
"원 세상에 팔게 없어서 아버지를 팔아? 그러다 천벌을 받지."
농부는 아버지를 판다는 방을 붙인 곳으로 가 보았지요.
"아버지를 팝니다. 값은 천 냥, 아버지를 살 사람은 바윗골 버드나무 집으로 오시오."
농부는 집으로 돌아와 아내에게 말했어요.
"누가 천 냥에 아버지를 판다고 방을 붙였더군. 아버지를 모실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돈이 있어야지."
"그럼 남에게 빌려서라도 사야죠."
농부는 아내의 말을 듣고 돈을 빌리러 나섰지만 선뜻 돈을 빌려주는 사람은 없었어요.
돈을 빌리지 못하고 헛걸음만 하고 돌아오는데 외딴집 한 채가 보이지 않겠어요?
농부가 발길을 돌려 주인을 부르자, 웬 할머니 한 분이 나오시는 거예요.
농부는 할머니를 보자, 머뭇거리며 말했어요.
"저어, 할머니, 저에게 천 냥만 좀 빌려주십시오"
"천 냥은 빌려서 뭘 하려고?"
"누가 천 냥에 아버지를 판다고 해서 그 아버지를 사려고요."
"아버지는 사서 어쩌려고?"
"부모님이 안 계신 저희 부부는 가난하지만 정성을 다해 잘 모시려구요."
할머니는 농부의 말을 듣고 장롱 안에서 천 냥을 꺼내 농부에게 내 주며,
"아버지를 사거든 잘 모시게나."
농부는 할머니에게 몇 번이나 절을 하고 바윗골 버드나무 집을 찾아갔지요.
'어, 못 사는 집인 줄 알았는데 잘 사는 집이잖아? 아 그런데 왜 아버지를 팔려는 거지?'
농부가 대문을 두드리자 머리가 하얀 노인이 나왔어요.
"저어, 아버지를 판다는 방을 보고 왔는데요."
"그럼 천 냥은 준비해왔는가?
"예. 여기 가져왔습니다."
농부가 돈을 내놓자 노인이 물었어요.
"젊은이는 왜 아버지를 사려는 거지?"
"저희 부부는 부모님 없이 자라, 남의 아버지라도 모시고 싶어 아버지를 사려고 합니다."
노인은 농부의 말을 듣고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어요.
"만나서 반갑네, 하하하. 내가 바로 방을 붙인 아버지야. 아들을 구한다고 소문을 내면 내 재산만 보고
사람들이 몰려 들 것 같아 아버지를 판다는 거짓 방을 붙였지."
노인은 원하던 자식을 얻어 기뻐했고, 젊은 부부는 바라던 아버지를 모시게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