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저녁 일과(日課)하고 한참 곤케 자노라니 천만의외 온 집안이 장승이 장을 서서 몸 한 번씩 건드리고 말이 없이 나가거늘 강쇠가 깜짝 놀라 말하자니 안 나오고 눈 뜨자니 꽉 붙어서 만신(萬身)을 결박(結縛)하고 각색(各色)으로 쑤시는데 제 소견도 살 수 없어 날이 점점 밝아 가매 강쇠 계집 잠을 깨니 강쇠의 된 형용(形容)이 정녕한 송장인데 신음(呻吟)하여 앓는 소리 숨은 아니 끊겼구나 깜짝 놀라 옷을 입고 미음을 급히 고아 소금 타서 떠 넣으며 온몸을 만져 보니 이를 꽉 아드득 물고 미음 들어갈 수 없고 낭자(狼藉)한 부스럼이 어느새 농창(濃瘡)하여 피고름 독한 내가 코를 들을 수가 없다
"게 누구라께 " "강쇠 지어미오 " "어찌 " "그 건장(健壯)하던 지아비가 밤새 얻은 병으로 곧 죽게 되었으니 점(占) 한 장 하여 주오 " "어허 말 안 되었네 방으로 들어오소 " 세수를 급히 하고 의관(衣冠)을 정제(整齊)한 후에 단정히 꿇어 앉아 대모산통(玳瑁算筒) 흔들면서 축사(祝辭)를 외는구나
"천하언재(天下言哉)시며 지하언재(地何言哉)시리오마는 고지즉응(叩之卽應)하나니 부대인자(夫大人者)는 여천지합기덕(與天地合其德)하며 여일월합기명(與日月合其明)하며 여사시합기서(與四時合其序)하며 여귀신합기길흉(與鬼神合其吉凶)하시니 신기영의(神其靈矣)라 감이수통언(感而遂通焉)하소서 금우태세(今又太歲) 을유이월(乙酉二月) 갑자삭(甲子朔) 초육일(初六日) 기사(己巳) 경상우도(慶尙右道) 함양군 지리산중거여인(智里山中居女人) 옹씨 근복문(謹伏問) 가부(家夫) 임술생신(壬戌生身) 변강쇠가 우연 득병(得病)하여 사생(死生)을 판단(判斷)하니 복걸(伏乞) 점신(占神)은 물비(勿秘) 괘효(卦爻) 신명(神明) 소시(昭示) 신명 소시 하나 둘 셋 넷 " 산통을 누가 뺏아 가는지 주머니에 부리나케 넣고 글 한 귀 지었으되
"사목비목(似木非木) 사인비인(似人非人)이라 나무라 할까 사람이라 할까 어허 그것 괴이(怪異)하다 " 강쇠 아내 이른 말이
"엇그제 남정네가 장승을 패 때더니 장승 동증인가 보이다 " "그러면 그렇지 목신이 난동(亂動)하고 주작(朱雀)이 발동(發動)하여 살기는 불가망(不可望)이나 원이나 없이 독경(讀經)이나 하여 보소 " 강쇠 아내 이 말 듣고
"봉사님이 오소서 " "가지 " 저 계집 거동 보소 한 걸음에 급히 와서 사면에 황토(黃土) 놓고 목욕하며 재계(齋戒)하고 빤 의복 내어 입고 살망떡과 실과(實果) 채소(菜蔬) 차려 놓고 앉았으니 송봉사 건너온다 문 앞에 와 우뚝 서며
"어디다 차렸는가 " "예다 차려 놓았소 " "그러면 경 읽지 " 나는 북 들여 놓고 가시목 북방망이 들고 요령(요鈴)은 한 손에 들고 쨍쨍 퉁퉁 울리면서 조왕경(조王經) 성조경(成造經)을 의례(依例)대로 읽은 후에 동증경(動症經)을 읽는구나
"나무동방(南無東方) 목귀살신(木鬼殺神) 남무남방(南無南方) 목귀살신 남무서방(南無西方) 목귀살신 남무북방(南無北方) 목귀살신 " 삼칠편(三七篇)을 얼른 읽고 왼편 발 턱 구르며
"엄엄급급(奄奄急急) 여율령(如律令) 사파하(娑婆하) 쒜 " 경을 다 읽은 후에
"자네 경채를 어찌 하려나 " 저 계집 이르는 말이
"경채나 서울빚이나 여기 있소 " 돈 한 냥 내어 주니
"내가 돈 달랬는가 거 새콤한 것 있는가 " "어 앗으시오 점잖은 터에 그게 무슨 말씀이오
첫댓글 수고하셨습니다
찜통더위 휴일날을 잘 보내셨는지요? 7월의 마지막 휴일 저녁시간에 컴퓨터에서.
좋은글을 읽으면서 쉬었다 가네요 잠 못이루는 열대야 몸 관리를 잘 하시고 저녁시간을 보내세요.
벌써 12월 즐거운 마음과 유쾌한
웃음으로 12월 맞이 하시고
좋은 일만 가득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