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이식수술 (서울지방법원 1999. 10. 6. 선고 98가합401판결)
사실관계
만성 신부전증 환자가 약 한달간격으로 주기적인 복막투석치료를 받던 중,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의 주선으로 신장을 이식받기로 하였다.
의료진들은 환자 및 신장제공자에 대하여 조직형검사, 교차반응검사, 혈액형검사, 혈액검사, 소변검사, 방사선검사, 심전도 검사, 특수혈액검사, 복부초음파검사, 신장기능검사, 폐기능검사, 신장혈관조영술 등의 각종검사를 시행하였다. 또한 문진 및 과거력 조사를 실시하여 신장이식수술에 장애가 될만한 별다른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신장이식수술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환자는 이식수술시 나타날 수 있는 거부반응을 억제하기 위하여 프레드니솔론, 이뮤란, 사이클로스포린 에이 등의 면역억제제를 투여받은 후 신장이식수술을 받았다. 수술 결과는 비교적 양호하여 수술 전에는 혈중요소질소가 41㎎/㎗, 하루 소변량이 30㎖에 불과하던 것이 수술 하루 뒤에는 혈중요소질소가 32㎎/㎗, 혈청 클레아티닌이 1.5㎎/㎗, 하루소변량이 7.352㎖, 수술 이틀 뒤에는 혈중요소질소가 24㎎/㎗, 혈청 크레아티닌이 1.5㎎/㎗, 하루 소변량이 5.655㎖에 이를 정도로 신장 기능의 회복 소견을 보여 퇴원하였다.
퇴원한 이후에도 수술 병원에서 계속하여 외래진료를 받았는데 이때까지도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그런데 다른 종합병원에서 치료 및 추적검사를 받던 중 설사, 복통, 탈수, 소변량의 감소 등의 증세를 보여 입원하였는데 당시 혈청크레아티닌이 5㎎/㎗에 이를 정도로 신기능 저하 소견을 보였다.
종합병원 의사들은 환자에게 이식수술에 대한 급성거부반응이 나타난 것으로 의심하여 이에 대한 응급처치와 이식된 신장에 대한 조직검사를 실시하였는데 조직검사 판독결과 T-림프구 계열의 이식 후 림프증식질환으로 판정되어 면역억제제 사용을 중단한 다음 이식신장제거술을 시행하였다.
이후 환자는 경과관찰 및 혈액 투석치료를 받다가 퇴원한 뒤 말기신부전증의 치료를 위하여 지속적인 혈액투석을 받고 있는 상태이다.
원,피고측간의 주장
환자쪽은 이사건 감염의 원인이 사전 검사를 게을리 한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래서 의사의 과실을 들기를 첫째, 수술을 시행한 병원측이 신장이식수술에 필요한 사전검사를 소홀히 하여 악성 종양에 감염되어 있는 신장을 이식한 것 자체가 과실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병원측은 이미 이식한 신장을 다시 제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주장하였던 것이다.
다음으로 여느소송에서나 환자측이 주장하는 설명의무위반 주장이 이 사건에도 있었다. 환자쪽은 의사가 수술을 함에 앞서 림프종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설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다. 만일 의사가 이러한 위험성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있었다면 첫째는 수술을 받지 않았을 것이고, 다음으로 면역억제제의 과잉투여에 대하여 동의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하였다. 따라서 병원측이 이런 설명을 해주지 아니한 것 자체가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기한 승낙권을 침해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물론 병원측은 검사상 어떠한 과실도 없었고 부작용에 대한 설명도 충분하였기 때문에 과실이 없다고 항변하였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병원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먼저 수술에 앞서 사전검사를 모두 시행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하였다. 그리고 신장제공자의 신장이 이미 악성 종양에 감염되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하였다. 오히려 면역억제제의 부작용으로 이 사건 질환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될 뿐 수술전후 의사의 진료상 과실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결론내렸다. 그리고 피고병원 의사들이 면역억제제를 과다하게 사용하였다는 점에 대한 증거도 특별히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설명의무위반이라는 환자쪽의 주장에 대해서도 피고측은 일반적인 합병증 및 거부반응 면역억제제 투여에 따른 부작용까지 모두 설명하였다고 주장하였고 법원은 이러한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였다. 도리어 법원은 수술에 앞서 이미 5년 이상이나 말기 신부전증의 치료를 위하여 복막투석을 받고 있었고 신장이식수술 이외에는 근본적인 치료방법이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상태에서 각종 검사상 다행히 혈연관계도 없는 신장제공자로부터 신장을 이식 받을 수 있다는 판정을 받은 환자로서는 의사들로부터 이와 관련된 질환에 관하여 구체적 설명을 들었더라도 수술을 받을 것을 승낙하였으리라고 추정된다고 판단하였다.
해설
백혈병 환자에 대한 골수이식술 후 나타난 부작용, 그리고 만성신부전환자에 대한 신장이식술 후 나타난 부작용에 대해서는 소송이 있을 수 있었고 이 건이 바로 거기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잘 말해주는 사례이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이런 사건에 대해서 법원은 다른 수술보다 좀더 보수적인 태도를 취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의학기술의 진보를 위해서는 꼭 시행되어야만 하는 수술이고 이런 측면에서는 의사를 좀더 강하게 보호할 필요가 있는 만큼 의사쪽의 손을 들어주는 쪽으로 판례가 흘러가고 있다.
신장이식 후 림프증식질환은 면역억제제 치료를 받고 있는 이식환자에 발생하는 심각한 합병증으로서 최근 강력한 면역억제제가 사용되면서 발생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신장이식 환자의 경우 림프종의 발생률은 1-2%로서 일반인에 비하여 약100배 높다. 면역억제와 관련하여 Epstein-Barr virus가 활성화되어 B-림프구 림프종을 일으키는 경우도 많으나 T-림프구 림프종의 경우 위 바이러스와 관련되지 않은 림프종도 발생하며 이 경우 그 발생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현재 의학기술로는 발생 자체를 이식 전에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법원은 이런 증거를 종합하여 림프종의 발생원인이 불명인 이상 발생자체를 이식전에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 부분에 까지 의사의 주의의무를 부가하는 것은 도저히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던 것이다. 또한 설명의무 부분에 대해서도 좀더 진보적인 견해를 피력하였다. 당시 환자의 상태에 비추어 보아 신장이식을 갈망하고 있었음이 인정되고 그랬던 만큼 의사의 위험성 여부에 대한 설명을 들었더라도 환자로서는 이건 수술을 받기로 결정하였을 것이라고 인정한 것이다. 간혹 의사들의 입장에서 의료사고에 대한 반발로 방어진료를 들먹이거나 의학계에 신기술도입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반발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사건은 법원이 의료사건에 대한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기준을 가지고 있음을 정직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