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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청산도 작가 팸 투어와 가을의 향기 전시회를 다녀와서
- 작가로서 몇 가지 제안과 더불어 -
이번 고향 방문은 조금 특별한 것이었습니다. 완도군에서는 연례 행사인 팸-투어 행사에 이번에는 청산과 관련된 작가를 초대해서 청산을 더욱 알리는 역할을 요청하기 위한 것과 2회째 행사인 가을의 향기 행사의 일환으로 청산 관련 작가 전시를 한다는 것이었지만 덕분에 참석한 청산출신 작가들은 청산의 지속발전 가능한 모델을 찾는데 일조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되어 좋았습니다.
간담회 전에 관광해설사의 안내로 완도 타워에 잠깐 올라가 완도항과 시내를 둘러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타워 바로 옆에 봉화대가 있었는데 임진왜란 때 저 봉화에서 불(火)과 연기가 피어오르면 청산도를 비롯한 여러 섬에서 동시에 봉화불이 피어올랐을 것을 생각하니 당시의 왜와의 전쟁으로 완도 민중의 삶이 얼마나 고달팠을까 하는 생각에 잠시 마음이 무거움을 느꼈습니다. 좀 뜸금 없는 생각이었지만 언듯 그런 생각이 난것은 청해진이 장보고 시대의 영화와 임진왜란의 참화를 고스란히 입은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 완도타워에서 바라 본 전경
첫날 간담회는 26일 3시에 완도군청에서 있었는데 완도군수외 군청 간부들이 참석을 했고 작가 팸 투어에 SBS 드라마 팀 감독, PD, 작가와 청산도 출신 작가(화가 3인, 시인 2인, 소설가 2인, 도예가 1인)들이 함께 한 자리였습니다. 참석자 소개에 이어 완도군수는 청산도의 여러 가지 긍정적인 변화를 근거로 앞으로 지속발전 가능한 방법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자고 하였습니다. 우선 그동안 청산에 몇 가지 긍정적인 변화를 전해 들었습니다. 세계 슬로길 공식 1호 선정과 문화관광부 선정 ‘가고 싶은 섬’에 이어 한국관광공사 주최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관광지’ 4위에 청산도가 선정되었고, 2013년 10월 농축산식품부에서 주최한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농촌마을’ 선정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 1위의 영광을 얻었습니다. 이와 같은 변화는 청산의 구성원들이 슬로우 시티 청산에 대해 스스로 자부심을 갖게 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게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어 2014년 완도국제해조류박람회에 대한 기대와 홍보영상 시청을 했습니다. 완도국제해조류박람회는 '해조류는 생명'이라는 주제로 2014년 4월11~5월11일까지 한 달 간 열리게 되는데 미래 식량대체식품으로서의 가치와 고부가 가치 산업으로의 성장을 통한 완도의 미래를 내다보고 개최하는 첫 국제 박람회여서 기대가 됩니다. 완도군의 미래를 위해서 부디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함께 관심을 가져야 겠다는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국제 행사의 개최는 완도군 전체가 고루 발전하는데 큰 기회를 제공 할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 완도군청에서의 간담회
▲ 완도국제해양박람회 주 전시관 http://www.wandoexpo.com/
작가들은 청산출신들의 작품에 대한 관심과 지원, 난개발에 대한 대책 수립, 청산출신 예술인들과 이에 연계한 국내 유명 작가들의 작품 활동 계획에 대한 피력, 청산출신 작가회 구성과 활동 비젼에 대한 언급이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택진 소설가의 ‘이외수문학상 수상’에 대한 축하의 자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간담회 이후에 청해진을 통해 아시아를 무대로 살았던 국제인 장보고 기념관에 들렀고 저녁에는 만찬이 이어 졌습니다. 완도산 해물과 해초로 푸짐하게 차려진 정찬을 앞에 두고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다음날 이른 시간에 청산행 배에 몸을 실었는데 파랑 주의보가 내리지 않을까 걱정 될 정도로 바람이 몹시 부는데도 배는 정시에 출항을 하였고 제법 파도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배 안에서는 거의 흔들림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안정된 항해였습니다. 그만큼 청산 여객선 크기가 커졌다는 것을 의미 했습니다. 예전에 차량 15대 나 간신히 들어 갈까 말까 하는 배를 임대해서 운행 했던 적도 있었고 30여대의 차량을 실을 수 있는 배가 있었는데 이제는 운행하는 배 두 개 모두 두 배에 가까운 여객과 차량을 실을 수 있는 것으로 바뀌어져 있는 것을 보니 청산이 대표적인 섬 관광지가 되어 있다는 것을 실감 할 수 있었습니다. 전날 만찬 자리에 보길도 면장(최경주 선수의 형)이 참석 하였는데 청산에 대한 부러움을 토로 하는 것을 보면서 격세지감을 느끼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이전에 완도의 관광 명소는 보길도였는데 이제는 언론에서도 온통 청산도 열풍입니다. 2012년 35만 관광객 수준에서 올해는 10월말까지 37만의 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 된다니 매월 35,000명이 청산을 찾는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완도군 전체의 관광객은 250만 수준입니다.
▲ 슬로우시티청산호
우리가 청산도 방문하던 날도 청산행 여객선에는 50여대의 차량과 함께 발 디딜 틈 없이 관광객들로 차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많은 관광객들의 경제적 효과는 극히 일부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빈부격차와 소외를 낳을 수 있다는 것과 작가들이 함께 염려한 것처럼 난개발로 인해 경관을 헤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별로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간담회에서 정택진 작가의 지적에 군수는 행정지도를 통해 슬로우 시티에 걸 맞는 건축을 요청하지만 건축법에 위배 되지 않는 한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안타까움을 토로 했습니다.
60~70년대 청산도 삼치와 고등어 파시의 호황이 다시 슬로우시티 선정 여파로 관광 파시로 돌아온 느낌이 듭니다. 인구 15,000 시대에서 2,300여명의 인구로 줄어들어 청산도에 미래가 있을까 걱정 했던 때가 얼마 전이었는데 이제는 지속발전에 대한 고민을 함께 토로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청산도가 가지고 있었던 자원에 힘입은 바 큽니다. 구석기~신석기 유물과 세계 유일의 구들장 논, 물 맑은 해수욕장과 자갈 밭, 범바위 주변의 천혜의 환경, 바람 많은 섬이 만들어 낸 아름다운 돌담길, 해안의 절경, 농사를 짓기 위해 조상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아름다운 농로길, 4철 푸른 소나무와 사철나무들 그리고 보리밭의 그야말로 푸른 섬, 드넓은 바다에 펼쳐진 섬과 황혼의 장관, 청산이 가지고 있는 이모든 것들이 청산에 사는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숨겨졌던 청산만의 풍치가 사람들 가슴속에 자리 잡은 것이 그 이유일 것입니다. 또 하나가 있다면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그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없던 섬이 한국인의 경제적 풍요와 함께 관광 붐으로 이어진 적절한 시기에 청산이 품을 열었다는 것을 들 수 있겠습니다. 그러므로 삼치파시가 호시절을 남기고 물러갔듯이 언젠가는 이러한 호황도 그 끝이 있을 것을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한번 쯤 오는 그런 청산이 아니라 또 오고 싶은 청산, 어디든 가면 있는 그런 문화가 아닌 청산만이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그런 자연과 문화가 심어지고 청산의 해송처럼 튼실하게 서야 합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부분은 현재의 자산에 가치를 더하고 그 위에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되 미래 100년의 트렌드를 정확히 읽는 눈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 청산향토문화관 작품 전시
27일 청산에 도착하여 서편제 길 주변과 범바위 등을 둘러볼 예정이었지만 저와 도예가인 친구는 차에 싣고 간 작품을 전시해야 해서 향토문화관(구 면사무소)에 남고 나머지 분들은 오전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출발했습니다. 향토문화관은 원래 김광섭 사진작가의 청산도 풍경(청산팔경 외)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이번 가을의 향기 행사의 일환으로 청산도 출신 작가 작품들을 기획 전시하는 행사를 하게 된 것입니다. 하여 그동안 기존 작품 전시작가와 행사를 위해 준비한 완도군 담당자 및 청산면 관계자 간에 갈등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 다양한 작품을 통해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자는 뜻을 김광섭 작가가 받아들여 김작가의 작품과 청산출신 작가들의 작품을 함께 전시하게 된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김광섭 작가가 그동안 예술 문화가 활성화 되지 않은 청산에서 기획을 하고 작품을 전시함으로써 관광객들에게 청산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이를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것을 높이 살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청산에 살고 있는 분들이나 청산출신 이지만 외지에 살고 있는 예술인들이 공히 전시공간을 공유 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 보다 다양한 예술 작품을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그런 변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예를 들어 청산면 자치 향토문화관 운영조례(규칙)을 만들어
첫째, 청산 내 외지인을 막론하고 청산문화에 기여할 수 있는 작품을 전시할 수 있도록 하고
둘째, 한 작가의 작품이 가질 수 있는 단편성의 한계를 지양하기 위해 1주~2개월 정도의 전시 기간을 한정하고
셋째, 전시 작가의 신청이 없을 때에 한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며 기간연장 시는 기존 기간보다 짧게 연장하고 운영주체의 요청이 있을 때는 협의가 가능토록 하며
넷째, 전시관 운영 카페 운영 주체를 개인이 아닌 단체(예-슬로우시티사무국 이나 향토문화관 운영위)가 책임을 지고 작품을 관리하게 하며
넷째, 관리 주체는 전시행사의 홍보, 분실, 훼손예방, 청결을 책임지며
다섯째, 전시관 활성화로 관객이 많아져 카페를 더불어 활성화시켜 수익금이 얻어지면 관리에 대한 비용을 제하고 나머지는 청산 문화예술기금이나 장학금 등으로 사용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를 제안 합니다.
현재의 운영 방식의 문제점은 1년간의 임대를 통해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하고 전시를 하고자 하는 열의를 가진 단체 또는 개인과 갈등을 유발하여 청산도의 이미지 제고에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는 단초를 제공 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운영 방식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상황에 맞게 해 왔을 지라도 현재는 다양한 예술인들이 접촉점이 마련된 시점이어서 긍정적인 변화를 줄 기회이기도 합니다.
오전 작품 디스플레이를 마치고 오후에는 팸 투어에 함께 참여 했습니다. 느린섬 여행학교에 있는 슬로우푸드 체험관에서 순수 청산도 산 식사를 했는데 다들 맛에 반했다는 이야길 몇 번씩 자랑삼아 이야길 하는 걸 들으면서 청산도 음식도 한국에 내노라는 음식으로 발전 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후 백련암, 구들장 논, 돌담길, 작가의 집 방문 등의 일정을 작가들과 함께 했습니다. 안내를 맡아준 백련암 스님과 운전을 해준 분께 감사를 드려야 겠습니다. 이번 행사를 마련해준 완도군 관계자 모든 분들의 노력이 좋은 열매로 맺힐 것을 의심치 않습니다. 더불어 감사합니다. 함께 해주신 작가 신철(서양화가), 유영만(소설가/시인) 선배님들과, 황영윤(동양화가), 정택진(소설가), 하산옥(도예가), 유은희(시인) 친구들 그리고 김종숙(서양화가) 후배에게 감사를 하고 싶고 드라마를 통해 청산을 널리 소개해준 SBS 감독님 PD님, 작가님들에게도 같은 마음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 슬로우푸드 음식- 청산도의 맛이 일품이었다
청산도 팸투어와 전시회 오픈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완도의 한 식당에서 친구들이 세시간 동안 청산작가(예술가)회 창립과 청산 예술공원(슬로우시티 예술공원)에 건립에 대한 꿈을 함께 공유하고 이를 구체화 할 방안을 논의 하였습니다. 예술 공원에는 실내 상설전시관(그림, 사진, 소설, 시화, 조형작품, 서예작품 등)과 야외 조형물과 조각 전시장을 만들어 청산투어의 명소로 만들어 낸다는 꿈의 시작입니다. 아마 이번 여행에서 가장 큰 성과는 앞으로 청산 예술인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것입니다. 내년 봄 청산작가회 창립을 목표로 청산도 출신 예술인들을 발굴하는 것을 일차 목표로 할 것입니다. 작가회에서는 청산에서 유명 예술인들의 다양한 전시회를 기획 전시를 하고 청산도예술공원 기획을 보다 구체화 하여 완도군에 제출할 생각입니다. 지금은 꿈에서 출발 하지만 언젠가는 이 꿈이 현실이 되어 일본의 예술 섬 ‘나오시마’ 못지않은 곳으로 만들어 질 것을 소망합니다.
▲ 예술섬 나오시마- 예술공원 일부 ( 청산예술공원이 꿈으로 남지 않기를....)
이제 이 꿈을 위해 맨손체조부터 시작해야 겠습니다. 응원해 주십시오, 함께 꾸는 꿈은 이루어진다는 그 말에 방점을 찍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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