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우길편)

[김포종범]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삼국지 상식 백가지

손책을 죽음으로 몬 우길은 누구인가?

청(淸) 광서(光緖) 16년(서기 1890) 상해도서집성국(上海圖書集成局)간행 『회도 삼국연의(繪圖三國演義)』

『삼국지연의』 제29회의 회목은 ‘소패왕이 노하여 우길(于吉)을 참수하다.’이다. 손책은 원한을 맺은 자객들로부터 불의의 습격을 받고 상처를 입는다. 그 상처가 낫기도 전인 어느 날 성루(城樓)에서 일을 논의하는데 갑자기 여러 장수들이 성루를 내려간다. 그들은 도인(道人) 우길에게 다가가 큰 절을 하고 신선(神仙)이라고 부르며 우러러 공경한다. 신선을 믿지 않던 손책이 우길을 체포하라고 명한다. 잡혀온 우길에게 재주를 물으니 바람과 비를 불러 올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우길에게 단에 올라 비를 빌도록 명하니, 때맞추어서 큰 비가 내린다. 이 광경을 본 여러 관원들은 더욱 우길에게 감복하여 큰 절을 올린다.

우길의 능력이 대중을 현혹시킬 것이라고 생각한 손책은 속히 참수토록 명한다. 신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우길을 죽였지만 이때부터 손책은 꿈속에서 여러 차례 우길을 만나게 되고, 우길의 혼에 이끌려, 앉으나 서나 마음이 불안하고 정신이 황홀해진다. 어느 날 거울을 들고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던 손책은 거울 속에 서있는 우길의 모습을 보게 된다. 곧장 거울을 깨뜨린 손책은 크게 고함을 지른다. 이로 인하여 아물던 상처가 다시 터지고 오래지 않아 죽게 된다.

이렇듯 우길에 대한 나관중의 묘사는 현실적으로 도저히 발생될 수 없는 황당하고 허망하기 짝이 없는 일들이다. 그렇다면 이 내용은 터무니없는 날조란 말인가? 그렇지는 않다. 역사상 근거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삼국지ㆍ손책전』 배송지 주에서 인용한 『강표전(江表傳)』, 『지림(志林)』, 『수신기(搜神記)』 등에는 이에 관한 내용이 산견된다. 그래서 배송지는 ‘『강표전』, 『수신기』 등에 적힌 우길에 관한 기록은 동일하지 않아서 어느 것이 옳은지 모르겠다.’라고 했던 것이다.

북제(北齊) 사람인 안지추(顔之推)는 『환혼기(還魂記)』에서 이렇게 서로 관계가 없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모순까지 있는 부분을 연결시키고 있다. 즉 손책이 우길을 처치한 사건과 사냥 도중 자객에게 상처를 입은 사건을 뒤바꾸어 배치했다. 손책의 상처가 나으려는 참에 거울을 들고 자신을 비추다가 거울 속에 나타난 우길을 만나게 되는데 정작 뒤를 돌아보면 사라지기를 세 번이나 반복하다가 그만 거울을 부수고 크게 고함을 지르고 그 바람에 아물던 상처가 터지고 조금 뒤에는 죽고 말았다라고 한 것이다.

나관중은 이러한 자료들을 적당히 정리해서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형태의 소설로 완성했다. 즉 나관중은 역사소설과 역사과학을 적당히 혼합함으로써 『수신기』와 같은 종류의 기괴한 사건을 그의 역사소설 속으로 적절히 끌어들였던 것이다. 만약 그가 이런 기괴한 사건을 역사사실로 간주했다면 당연히 착오를 범한 것이다. 하지만 『삼국지연의』를 쓸 때 설서예인들의 영향을 크게 받아 신기하고 괴이한 사건을 특별히 중시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이런 사건은 수많은 독자들을 흡인하기에 충분하여 누구나 듣기 좋아하고 읽기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나관중은 사건의 진실성이나 합리성 여부와는 관계없이 곧바로 자신의 작품 속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나관중이 『삼국지연의』를 쓰면서 참고한 서적이 광범위하다는 것은 장점이겠지만, 때로는 너무 박잡해서 괴탄하고 황당한 것들마저 끌어들인 것은 단점이라 할 수 있다.

이 부분은 당연히 각도를 달리해서 평가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모종강이 이 회의 평주에서 이르기를, ‘손책은 신선을 믿지 않는데, 이 점이 바로 손책이 영웅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한 무제(漢武帝)와 같이 영명(英明)한 경우도 오히려 신선에 유혹되고 방사를 좋아했으나 손책은 그렇지 않으니, 이에서 우리는 그의 식견이 보통 사람을 크게 뛰어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라고 한 것이 그것이다. 이지의 평주에도 역시 이런 의미가 있다. 이런 것이 바로 그들의 고명한 점이다.

그러나 나관중이 표현하고자 한 본의는 아마도 손책이 우길의 손에 죽었다고 여긴다거나 손책의 죽음이 우길과 지극한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나관중이 묘사한 것처럼 진실로 우길이 비바람을 불러 오고 병을 고칠 수 있었다면, 손책은 감히 우길을 죽이지 못하고 응당 공경하고 받들었을 것이다. 아쉬운 점은 우길과 같은 이러한 신선은 지금까지 이 세상에 존재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삼국지 상식 백가지 연관목차 (37/144)

•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삼국지 상식 백가지
• 지은이의 말
• 옮긴이의 말
• 1. 도원결의는 진실인가 허구인가?
• 2. 유비, 관우, 장비 중 누가 제일 나이가 많은가?
• 3. 관우의 진짜 무기는 무엇이었을까?
• 4. 장비의 자는 익덕(翼德)인가 익덕(益德)인가?
• 5. 유언은 유주태수를 역임했는가?
• 6. 독우의 종아리를 친 사람은 누구인가?
• 7. 조조가 동탁을 살해하려 한 사건의 진실
• 8. 진궁은 조조를 잡았다 놓아주었는가?
• 9. 조조가 여백사를 죽였는가?
• 10. 화웅은 누구의 손에 죽었는가?
• 11. 세 영웅과 여포의 전투는 사실인가?
• 12. 온후와 무후, 관공 등의 호칭 문제
• 13. 절세미인 초선이 연환계를 펼쳤는가?
• 14. 대학자 채옹은 동탁의 시체 위에 엎드려 통곡했는가?
• 15. 유비가 서주를 세 번이나 사양했는가?
• 16. 손책과 장비가 호통성으로 적을 죽였는가?
• 17. 적게 드는 됫박으로 군량 배급을 하자는 제안은 누가 했는가?
• 18. 유안이 아내의 살을 베어 유비에게 먹인 일이 있는가?
• 19. 장료의 처세와 죽음의 진실
• 20. 유비는 과연 황숙이었는가?
• 21. 총중고골이란 누구를 가리키는 말인가?
• 22. 차주는 관우의 습격을 받아 죽었는가?
• 23. 두 명의 유대에 관한 진실
• 24. 정현이 유비를 위해 편지를 써 준 적이 있는가?
• 25. 진림의 격문으로 조조의 두통이 사라졌는가?
• 26. 길평은 언제 조조를 독살하려 했는가?
• 27. 동승은 국장(國丈)인가 국구(國舅)인가?
• 28. 관우가 조조에게 항복하고 안량과 문추를 죽인 진실
• 29. 관우의 수정후란 호칭의 착오
• 30. 관우는 다섯 관문을 통과하며 여섯 장수를 베었는가?
• 31. 채양의 목을 벤 것과 고성 모임의 진실
• 32. 주창은 실존 인물이었는가?
• 33. 관평은 관우의 친아들인가 수양아들인가?
• 34. 손책을 죽음으로 몬 우길은 누구인가?
• 35. 허유를 죽인 자는 허저인가?
• 36. 요동 평정은 곽가의 계책인가?
• 37. 적로는 주인을 해치는 말인가?
• 38. 유봉이 죽임을 당한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 39. 서서가 가짜 편지에 속아 유비의 곁을 떠났는가?
• 40. 유비는 정말 울보였는가?
• 41. 한나라 말엽에 대련이 있었겠는가?
• 42. 동오의 맹장 감녕의 진실
• 43. 박망파 전투는 누가 주도했는가?
• 44. 하후란은 누구에게 죽음을 당했는가?
• 45. 제갈량이 신야를 불태워 조조의 대군을 물리쳤는가?
• 46. 공융은 무슨 일로 피살되었는가?
• 47. 송충이 관우에게 잡혀 심문 당한 사건의 진실
• 48. 유종은 우금에게 피살되었는가?
• 49. 감부인과 미부인의 진실
• 50. 실제 노숙과 소설 속 노숙의 차이점
• 51. 제갈량과 동오의 선비들은 설전을 벌였는가?
• 52. 제갈근은 세객이었는가?
• 53. 동작대와 두 교씨에 관한 진실
• 54. 주유가 조조의 사자를 베었는가?
• 55. 주유에게 이용만 당하던 장간의 진면목은 어떠했는가?
• 56. 풀단 실은 배로 화살 10만 개를 빌렸는가?
• 57. 황개는 주유에게 매질을 당했는가?
• 58. 조조는 삭을 비껴들고 시를 지었는가?
• 59. 동풍은 제갈량이 빌려온 것인가?
• 60. 관우는 화용도에서 조조를 놓아주었는가?
• 61. 지나친 지혜 때문에 요괴로 보이는 제갈량
• 62. 제갈량은 남군을 빼앗고 진창을 함락시켰는가?
• 63. 장사 전투에서 황충과 위연이 활약했는가?
• 64. 반골설의 진실
• 65. 태사자는 합비전투에서 죽었는가?
• 66. 유비와 손부인 결혼의 진실
• 67. 손부인의 이미지 변천사
• 68. 화흠이 조조를 따른 시기는 언제인가?
• 69. 칠언율시가 한나라 말기에 존재했는가?
• 70. 주유는 울화통이 터져 죽었는가?
• 71. 제갈량이 주유의 죽음을 조문한 일은 진실인가?
• 72. 장비가 방통의 업무처리 능력을 칭찬했는가?
• 73. 마초가 모반을 일으킨 시기는 언제인가?
• 74. 조조가 수염을 자르고 전포를 벗어 던지고 도망쳤는가?
• 75. 벌거벗은 허저가 마초와 격투를 벌였는가?
• 76. 한수는 조조에게 투항했는가?
• 77. 장송이 조조의 면전에서 그를 비웃었는가?
• 78. 방통은 낙봉파에서 죽었는가?
• 79. 장임이 제갈량의 계략에 빠져 참살됐는가?
• 80. 제갈량이 서천으로 들어간 까닭은 무엇인가?
• 81. 양백(楊柏)과 양송(楊松) 그리고 양백(楊白)은 누구인가?
• 82. 장익과 장의 그리고 서질의 진실
• 83. 마초는 횃불을 밝히고 장비와 싸웠는가?
• 84. 단도회의 초대에 응한 것은 관우인가 노숙인가?
• 85. 순유는 조조가 위왕이 되는 것을 반대했는가?
• 86. 복완은 누구에게 살해당했는가?
• 87. 최염은 반조파로 몰려 죽었는가?
• 88. 사서에 실렸다고 반드시 진실인건 아니다.
• 89. 관로가 조조를 만나 점을 쳤는가?
• 90. 조조와 싸워 한중을 차지한 촉군의 지휘관은 누구인가?
• 91. 조아비에 관해 조조와 양수가 지혜대결을 펼쳤는가?
• 92. 양수는 ‘계륵’ 때문에 한중에서 죽었는가?
• 93. 촉한의 오호장은 실제로 존재했는가?
• 94. 방덕이 관을 메고 출전하였는가?
• 95. 관우의 뼈를 깎아 독을 치료한 사람은 화타인가?
• 96. 형주 기습은 누가 내놓은 계책인가?
• 97. 관우의 죽음에 관한 진실
• 98. 관우가 죽어 신령이 되었는가?
• 99. 요화는 관우의 구조 요청을 위해 성도로 갔는가?
• 100. 유비가 오씨를 아내로 맞은 시기는 언제인가?
• 101. 관우와 장비의 복수로 여몽과 반장 등이 죽었는가?
• 102. 화타가 조조에 의해 죽임을 당한 시기는 언제인가?
• 103. 조조는 사후에 의총 72기에 묻혔는가?
• 104. 조 황후는 헌제를 폐하려는 조비를 꾸중했는가?
• 105. 유비의 황제 즉위를 말린 신하는 없었는가?
• 106. 관흥과 장포가 동오 침공과 북벌에 활약했는가?
• 107. 황충은 이릉 전투에서 죽었는가?
• 108. 동오의 명장 주연은 조운의 창에 죽었는가?
• 109. 제갈량의 팔진도에 육손이 갇혔는가?
• 110. 마량은 서촉에 와서 군영 배치도를 보였는가?
• 111. 제갈량은 5로대군을 가만히 앉아서 평정했는가?
• 112. 맹획이 일곱 번이나 사로잡혔는가?
• 113. 제갈량은 몇 차례나 기산으로 출병했는가?
• 114. 제갈량의 북벌을 저지한 위의 장수는 사마의였는가?
• 115. 조운이 한덕 부자 다섯 장수를 무찔렀는가?
• 116. 하후무는 제갈량에게 포로로 잡혔는가?
• 117. 강유가 제갈량의 계략에 항복했는가?
• 118. 제갈량은 왕랑을 꾸짖어 죽였는가?
• 119. 사마의는 이틀만에 맹달의 반란을 진압했는가?
• 120. 제갈량의 공성계는 사실이었는가?
• 121. 조진은 편지 한 통 때문에 화병으로 죽었는가?
• 122. 진수와 진식은 형편없는 소인이었는가?
• 123. 제갈량의 목우유마는 실제로 존재했는가?
• 124. 사마의는 상방곡에서 화공을 당했는가?
• 125. 죽은 제갈량이 산 사마의를 쫓았는가?
• 126. 위연은 반란을 일으켰다가 죽임을 당했는가?
• 127. 비단주머니 속 묘한 계책은 실제로 존재했는가?
• 128. 촉한의 장령 왕평과 하평은 누구인가?
• 129. 곽회는 강유가 쏜 화살에 죽었는가?
• 130. 하후현과 이풍, 장집 등은 어떻게 죽었는가?
• 131. 하후패는 강유를 도와 북벌에 참여했는가?
• 132. 고의로 인명을 고친 이유는 무엇인가?
• 133. 삼국지연의에 나타나는 잘못된 인물관계
• 134. 잘못된 해석으로 인해 변화된 인물명
• 135. 장수와 장수의 맞대결이 실제로 있었는가?
• 136. 제갈량은 군사(軍師)였는가?
• 137. 유비는 수염이 없었는가?
• 138. 적토마는 관우와 최후를 같이 했는가?
• [삼국지 해제] 소설 삼국지와 역사책 삼국지
• 지은이 소개
• 옮긴이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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